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
마존현세강림기-12화(12/2125)
마존현세강림기 1권(12화)
2장 – 학교가다(5)
다음 날.
강진호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정인 규에게로 다가갔다.
“뭐, 뭐야!”
그가공한 기세에 정인규가 움찔 하여 뒤로 물러났다.
이 인간이 왜 이러지?
강진호가가만히 정인규를 노려보 다가 천천히 입올 열었다.
“오늘 피시방 안가냐?”
“학원가야 해.”
지체없이 튀어나온 정인규의 깔끔 한 반격에 강진호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머뭇댔다.
“ 왜?”
“ 아니……
“너 혹시 어제 진게 억울해서 밤 새도록게임하고 오거나 한 건 아니 지? 쪼잔하게?”
강진호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설마,게임 마스터 강진호가 그러 겠냐?”
“너 그럼 어제 진짜 진 거였어? 봐준게 아니라?”
강진호의 이마에 식은땀이 돋아난다.
“안가면 됐다!”
강진호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정인규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강진호의 등에 대고 혼잣말을 했다.
“저게 진짜 왜 저러나……
등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강진호를 보며 정인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
었다.
“피시방에가야 하는데……
강진호는 답답한 마음을 어찌 풀 어낼 방법이 없었다.
수십 년을 잡지 않았다고 해도 하 던가닥이 있으니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잊었던 것은 부단히 노력을 해야 되살아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라는 것을 밤새도록 했는데 그걸 보이줄 방법이 없 다니…….
이 별것도 아닌 일에 왜 이리 사
람이 안절부절못한다는 말인가.
“ 진호야.”
강진호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 고 있을 때, 정인규, 오민재와 함께 강진호와 사총사를 이루고 있는 이 태호가 그를 불렀다.
“ 응?”
강진호의 앞까지 다가온 이태호가 책상 위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노래방 갈 건데, 같이가자.”
“노래방?”
“그래.”
강진호는 노래방이란 말에 아련한 향수를 떠올렸다.
노래.
갑자기 중원으로가버린 강진호에게는 현대의 어떠한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에게 남아 있던 것은 오 직 과거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노래 자락뿐이었다.
힘들거나 외로울 때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이 그의 유일한 안식치였다.
중원에서의 생활 초기에는 그랬는데, 훗날 지위가 올라가면서 잊고 살았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잊어가기도 했 고, 이곳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할 만
큼 여유가 있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노래라는 말을 듣자 과거의 중원 에서 그리워하던 그 느낌이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노래방이라……
오랜만에 불러보고 싶었다.
“가지.”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참가를 표했다.
이태호가 슬쩍 미묘한 미소를 지 으며 강진호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이 인간이 왜 이러나’라는 눈으로 강진호가 자신을 바라보자 이태호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세연이도 온대.”
“세연이?”
“그래, 세연이.”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든 말든 자신이 알 바 아니었다. 강진호는 그냥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 알았다.”
더 할 말이 있을 리가 있나.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모였다. 이태호 외에는 딱히 기억나는 아이가 없었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래도 한세연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여러 아이들 중에 한세연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인규조차 처음 에는 갸웃했던 것올 생각한다면, 강진호의 머릿속에 한세연의 얼굴이 꽤나 확실하게 박혀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래도 예전 강진호가 그너에게 관심이 있긴 했던 모양이다.
“진호도 왔네?”
“그래.”
한세연의 말에 강진호는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호랑 노래방가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그렇군.”
강진호는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 웃했다.
한세연에게 나름 관심이 있던 것 같은데, 같이 노래방을 간 적도 없 었나?
과거의 강진호는 사람들과 노는 것을 꺼려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강진호가 한세연과 노래방을가지 않 았다면 그건 그가 그녀를 피했기 때 문일 것이다.
‘소심했나?’
개인적인 기억으로 과거의 강진호는 꽤 활달한 편이었던 것 같은데, 막상 여자 관계에는 꽤 젬병이었던
것 같다.
웃음이 나온다.
“왜 웃어?”
“아니.”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하기야 지금의 강진호라고 다를 것도 없었다. 중원에서의 삶을 살면서 여자에 대한 면역력이 길러졌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해야 할 테니까.
어차피 수련과 전투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온 강진호다. 중원에서도 딱히 여자를 경험해 본 적은 없었다.
팍팍한 마교에서 여자란 그저 스
트레스를 풀어주는 존재였을 뿐, 그 안에서 위안올 얻는 일은 없었다. 정신적인 교감의 영역까지 넘어가기 에 마교라는 장소는 너무도 위험한 살얼음판이었다.
“다 왔으면가자.”
아이들이 이태호를 따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번화가로 나 설 수 있었다.
“음…..”
강진호는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과 사람들을 보며 흠칫 놀랐다.
‘위화감이 드는군.’
아무리 오랜만이라 해도 이런 기
분이 들 줄이야.
병원 건물이라든가 학교 건물도 작은 건물은 아니었다.게다가 어머니의 차를 타고 등교하면서 지나가는 건물들을 보아왔으니 딱히 위화 감 같은 것이야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이곳이 정말 내가 살던 세계인가 하는 생각 이 들 정도로 많은 부분이 어색했다.
“ 뭐해?”
“아니.”
게다가 공기는 더럽기 짝이 없고,
좌우에서 반짝이는 간판들은 사람의 넋올 빼놓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여 기저기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왁자 지껄한 목소리들은…….
“ 지옥인가?”
“응?”
“아니다.”
강진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인위적인 풍경이 많지 않은 중원 에서 살다 왔으니 이 정도의 불편함 이야 당연한 거겠지. 산골에서 살아 온 사람이 몇 십 년 만에도심 한가운데에 떨어지면 당연히 이런 기
분 아니겠는가.
“후..”
강진호는 낮게 심호흡을 했다. 전 후좌우를 빽빽하게 채우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꾸만 그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고 있 었다.
타인과의 거리감이 이곳에서는 지 나치게 좁다. 어깨가 스치고 지나가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
‘이방인인가.’
그곳에서도 그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지만, 이곳으로 돌아와서도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
다.
그 기묘한 어색함에 강진호는 씁 쓸함을 느꼈다.
“여기야!”
강진호는 앞장서서가는 아이들을 따라 노래방 건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간 강진호는 그제야 좀 살 만해짐을 느끼고 푹신한 소파에 몸 올 묻었다.
“쟤는 벌써 지친 것 같은데?”
세연이의 말에 다른 에들이 모두 웃었다.
강진호는 그러거나 말거나 고개를 소파에 기대고는 넋을 잃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쉽지 않아.’
차차 익숙해지겠지만, 영 쉽지가 않았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은 알고 있다. 문제는 그 시간까지 강진호가 버텨내는 일이다.
“자, 누구부터 할래?”
얼마 지나지 않아 음료수가 방으로 들어오고 불이 꺼지며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웅웅 울리는 소리가 강진호의 귀를 괴롭혔지만, 그 정도는 참아볼 만했다.
가끔 돼지 멱을 따는 고음병 환자 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이게 노래방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진호는 노래 안 해?”
“조금 있다가.”
강진호는 화장실에가는 태호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이 정도의 일 이 뭐라고, 나름 긴장했는지 소변이 마려 웠다.
변기에 소변을 보는 강진호를 태 호가 불렀다.
“ 진호야.”
“왜?”
“한 대 할래?”
태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내밀었다.
‘담배라……
그러고 보니 과거에는 고둥학교 때도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한 대씩 피워 대곤 했다.
그리고 사고 이후에도 밥은 안 먹 어도 담배는 꼬박꼬박 피웠다. 하반 신 마비가 된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던 것이다.
‘몸에 좋을 건 없지만…… 궁금하기도 했다.
이게 뭐라고 그넣게 피워 댔을까?
“줘봐.”
강진호는 담배 한 개비를 받아들 고는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콜록! 콜록! 에에에취! 우웨에에 엑!”
“이게 미쳤나…… 갑자기 왜 이 래!”
“우욱! 우우욱!”
“야!”
겨우 진정을 한 강진호가 핏발이 서서 붉어진 눈으로 이태호를 보며 말했다.
“……너 그거 끊어라.”
“진짜 미쳤나?”
“으……”
강진호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 담 배를 버리려다가 미련이 남은 듯 다시 한 모금을 빨아들였다.
익숙해져서인지 이번에는 나름 피 울 만했다.
하지만 금세 머리가 어질어질해져 왔다.
“핑도는데?”
“그 맛에 피는 거라니까!”
“아니었던 기억이……
“뭔 소리야?”
“아니다.”
강진호는 담배를 대충 비벼 끄고는 화장실올 나섰다. 자욱한 담배 연기가 그를 빨리 화장실에서 나가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이게 뭐라고 그렇게 피 워 댔던 것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 그러냐? 처음 피우는 것처 럼.”
“그러게.”
강진호는 쓴웃음을 짓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 고 있었다.
마침 한세연이 신나는 아이돌의 노래를 부르는 중이었다. 남자고 여 자고 할 것 없이 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재미있는 광경이다.
놀기 위해서 온 곳이지만, 뭔가 조금 부자연스러웠다. 진짜 흥이 난 다기 보다는… 뭐랄까, 일부러 무척 재미있는 척을 한다고 해야 할까?
‘잘 보이려는 건가?’
나름 교내에서는 입지가 강한 한 세연이다 보니 잘 보이려는 애들이 많은 모양이있다.
사람 사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벌
어지는 일이었다.
과거 마교에서도 유마(幽魔) 때문 에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마는 마인인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스스로가 홀륭한 화공이라 믿었고, 때로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다른 이 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입이 닳도록 유마의 그림을 격찬했고, 덕분에 유 마는 자신이 정말 그림을 잘 그린다 고 생각했다.
강진호가 그 그림을 보고 ‘내가 발로 그려도 이것보다는 잘 그리겠
다’고 당당히 이야기하기 전에는 말이다.
그런 일이 지금 여기에서도 벌어 지고 있었다.
“야,가수보다 낫다!”
“너 기획사에서 스카웃 들어왔다 며! 아이돌 하라는 거 맞지?”
“지금도 슈퍼 걸스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은데?”
아이들의 칭찬에 한세연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창 피하게.”
“진짜라니까.”
강진호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프로에서 못한다고 소문이 난 사람이라도 아마추어와 비교할 수는 없다. 재능이 있고 꿈이 있다는 사람을 수도 없이 모아 그 사이 에서 추려낸 이들이 지금데뷔를 한 프로들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기준에도달하지 못한 이들이 더러 있는 것은 사실이 지만, 그런 이들보다 낫다고 하기에 한세연도 그리 뛰어난 수준은 아니 었다.
“진호는 노래 안 해?”
화제를 돌리려 했는지 한세연이 강진호를 불렀다.
“불러야지.”
“빨리해봐. 넌 노래 안 했잖아.”
“ 그래.”
강진호는 책을 펴 들고는 노래를 찾았다.
“음..”
그가 외로울 때마다 불렀던 노래가 보였다.
“귀향 좀 눌러줘.”
“어디 보자, 번호가……
태호가 강진호 대신 노래를 입력 해 주었다. 전주가 흐르고 강진호는
심호홉을 한 뒤 마이크를 들었다.
첫 부분을 부르기 시작했을 때, 웃음이 터졌다.
“ 뭐야?”
음정도 뭔가 다르고, 박자도 이상 했다.
하지만 노래가 이어지자 아무도 웃지 못하게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