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05)
마존현세강림기-1206화(1204/2125)
마존현세강림기 49권 (13화)
3장 종결짓다 (3)
“총회에서 온 소식입니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보고자를 보 며 김명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총리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것은 당장 모가지가 잘려도 이상하 지 않을 무례이지만, 지금 김명찬이
나 보고를 하러 들어온 이나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여력은 없었다.
“어떻게 됐나! 어떻게!”
김명찬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이가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총회의 소식대로라면 한국으로 들어온 1진과 2진은 완전히 전멸시 켰다고 합니다. 이쪽의 피해는 크지 않답니다!”
“전멸시켰다고?”
“예!”
“확실한가?”
“검증은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쪽이 굳이 총리님께 잘못된 소식
을 전할 이유가……
“그렇겠지.”
김명찬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 다.
몸에서 힘이 쪽 빠져나가는 느낌 이다. 긴장이 풀리자 끔찍한 피로가 몰려온다.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뜬눈으 로 밤을 지새웠다. 들려오는 목소리 에 최대한 집중하며 말이다.
‘대승이라……
좋은 소식이다. 물론 좋은 소식이 었다.
전신을 부여잡고 있던 긴장이 일
시에 풀려 나갈 정도로.
하지만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었 다.
한국인으로서 김명찬이 바라는 것 은 총회의 완벽한 승리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총리인 김명찬은 조금 다른 것을 바랄 수밖에 없다.
이유?
간단하다.
총회는 지금도 어마어마한 기세로 그 세력을 뻗치고 있다. 그런데 여 기서 일본에 압숭을 거두고 일본의 무인계를 발아래에 두게 된다면, 그 기세가 어디까지 뻗어 나가겠는가.
‘사람의 입장이란 건 참 웃기군.’
총회와 김명찬은 한 배를 탄 처 지다. 그들은 총회를 적극 지원했고, 그 덕에 총회는 그들에게 막대한 이 득을 가져다주었다. 총회가 법인화 를 거치면서 낸 돈들은 국세로 흡수 되기도 했지만, 일정 이상은 당으로 흘러 들어갔다.
떳떳하게 밝•힐 수 없다는 측면에 서 검은 돈이라 불러야 마땅한 돈이 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검 은 돈이기도 했다. 야당에서 지적해 들어올 수 없는 돈. 부정하지만 누
구도 지적할 수 없는 돈이 아닌가.
그들은 돈과 세수를 얻고, 총회는 합법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이 건 서로가 윈윈하는 거래였다.
그런 의미에서 총회와 정권은 좋 은 친구라고 할 수 있었다. 서로가 바라는 것이 확실하고, 굳이 서로 적대할 필요도 없는.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
김명찬은 알고 있다. 정계에 몸을 담고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밖 에 없는 일이다. 세상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이득이 된다면 어제의 적도 오늘 의 친구가 될 수 있고, 오늘의 친구 도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게 세 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총회가 힘을 키워 간다는 건 꼭 좋은 소식만은 아니었 다. 이런 식으로 총회가 강해지다 보면 언젠가는 정계가 그들의 눈치 를 봐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바로 저 일본처럼 말이다.
물론 패배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당히 서로 치고받아 피해 를 입는 상황이 최선이라 생각했건 만, 무게추가 한쪽으로 확 기울어
버린 것이다.
이건 정권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 운 상황이다.
김명찬이 살짝 눈을 감았다.
‘기호지세다.’
이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 왕 이러게 된 것, 계속해서 총회에 힘을 실으면서 공존을 모색할 수밖 에 없다. 마땅한 견제책도 없으니까.
김명찬이 자신도 모르게 살짝 한 숨을 내쉬었다.
“총리님?”
“잠시.”
보고자의 목소리에 김명찬이 손을
내저었다.
다른 이의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좋을 리는 없겠지만, 지 금은 정리할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담배 한 대가 타들어가고도 남을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김명찬이 이윽고 천천히 눈을 떴다.
“총회의 전언은 그게 다인가?”
“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동한 다고 합니다.”
“어디로?”
“그것까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김명찬의 턱 끝이 살짝 움직였다.
보고자가 별말 없이 고개를 숙이
고는 방을 나섰다. 김명찬의 심기가 그리 편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서는 김명찬의 반응을 이해할 도리가 없지만, 어쨌든 김명찬이 저 런 모습을 보일 때는 말을 건네지 않는 쪽이 좋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 고 있었다.
탁.
문이 닫히자 김명찬이 의자에 등 을 기댔다.
‘좋은 소식이라……
참 이상한 일이다.
세상을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그 리고 세상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일이라는 건 딱 나뉘어 떨어지 지 않게 된다.
그가 젊은 시절에는 세상이 아주 간명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있었고, 좋 은 이와 나쁜 놈이 있었다. 좋은 이 의 편에 서서 나쁜 놈과 싸운다. 그 래서 좋은 일을 만들고 나쁜 일을 없앤다.
간단하기 짝이 없던 시절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세상을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세상일이 그리 간 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좋은 일은 반드시 이면이 있고,
나쁜 일이라고 해도 오래 기다려 보 면 좋은 상황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번 일 역시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좋은 일이라 불러야 한다. 타국과 싸워 대승을 거두었다 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니까. 하 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에서 총회 가 가지는 영향력이 늘어난다는 건 단순히 좋게만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니까.
‘통제할 방법이 필요해.’
국가가 해야 하는 것.
그건 보호와 통제다.
위협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위험 한 국민을 통제하는 것.
사람마다 의견은 다르겠지만, 김 명찬은 이게 국가의 기본이라 생각 했다.
그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는 총회 라는 거대한 힘을 통제할 필요가 있 었다.
“후우.”
하지만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 는다.
총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건 간단하다. 국가는 거대한 힘이다. 아
무리 대단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그 리고 대단한 단체라 하더라도 국가 의 힘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 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들의 영향력 을 없애 버리는 건 불가능하지 않 다.
하지만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 가.
총회의 힘은 자본력도 아니고, 정 치력도 아니다. 바로 무력. 그 근원 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총회는 힘을 잃지 않는다.
설사 그들의 모든 금융자산을 동 결해 손목을 잘라 버리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도마뱀처럼 잘린 손목 을 복원하고 김명찬의 목에 칼을 들 이대 올 것이다.
김명찬이 깊은 고민과 함께 한숨 을 내쉬었다.
손을 뻗어 담배를 잡은 김명찬이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 고는 느릿한 동작으로 불을 붙였다. 담배 끝이 타들어가며 새하얀 연기 가 뿜어져 나온다.
‘나도 이제 늙었구나.’
눈이 침침하다.
겨우 하룻밤을 샌 정도로 피로가 전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런 몸을
이끌고 저 강대한 이들과 협상을 해 야 하는 처지라니. 가엽다 할 만한 일이 아닌가.
그때, 김명찬의 전화가 울렸다.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한 김명찬 이 눈을 찌푸렸다.
‘이 시간에?’
아직 아침이라기엔 이르고, 새벽 이라기엔 늦은 시간이다.
국가의 일을 논의함에 있어 시간 이 따로 있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전화가 오기에는 분명 이른 시간이 었다. 그것도 그의 상관의 전화라면 말이다.
김명찬이 담배를 비벼 끄고는 자 세를 바로 잡았다.
그러고는 전화를 받아 들었다.
“예. 김명찬 총리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명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가만히 들려오는 말을 듣고 있던 김명찬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의 얼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짓 고 있었다.
“하나 그건……
김명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상대의 말 을 듣고 있던 김명찬이 입술을 지그 시 깨물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 다. 하지만 저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니잖습니까. 최대 한 요청은 해보겠습니다만, 확실한 답은……
김명찬의 미간이 조금 더 좁아졌 다.
“예. 물론 그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각하…… 아니, 대통령님.”
얼마나 당황했는지 이제는 사어가
되어버린 말까지 튀어나온다. 즉시 자신의 실수를 정정한 김명찬이 몇 번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들에게 너무 과도한 이득을 안 겨주는 것은 국가의 목을 죌 수도 있습니다. 당장 그곳부터가 그렇지 않습니까.”
김명찬이 가만히 눈을 감고 수화 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말을 들었다.
여기까지다.
그는 조언하고 넌지시 찌를 수는 있지만, 감히 반발은 할 수 없는 처 지다. 총리가 국가의 이인자라는 말 은 허울에 불과하다. 실제로 총리는
때로는 비서실장만 한 힘도 없고, 야당이나 여당의 총수에 비한다면 파리 목숨이나 다름없는 처지다.
그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시도해 보 겠습니다. 예, 그럼.”
전화가 끊기자 김명찬이 전화기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도 움직이지 않은 채 한참을 전화만 바라보던 김명찬이 조금전과는 다르 게 살짝 빨라진 손으로 담배를 꺼내 들었다.
새 담배에 불을 붙인 김명찬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꼴이 우습군.’
짜증이 확 솟구친다.
알고 있다.
그의 생각이 모두 맞을 수는 없 고, 그가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다 는 것을. 그렇기에 인간은 왕정에서 탈피하고 공화정을 이룩했다. 한 사 람보다는 여러 사람이 의견을 나누 는 것이 틀릴 확률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럴 때는 답답함을 주체 하기가 힘들다.
‘총회는 위험해.’
그분은 총회의 위험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아니, 총회라기보다는 무인계의 위험성을 너무도 간과하고 있다. 당 장 무인계의 힘에 짓눌려 꼭두각시 정권이 되어버린 국가를 몇이나 보 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굳이 무인계를 들먹일 것도 없다.
당장 멕시코나 중동만 보더라도 힘을 가진 특정 집단의 영향력에 국 가가 짓눌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 지 않은가. 물론 총회가 그 미친놈 들처럼 막 나가지야 않겠지만, 은근 히 한국의 정계를 지배하려 들지 않
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 내에서 불가능하다면……. 다른 곳의 힘을 빌려서라도.
김명찬의 머리에 몇 개의 세력이 떠올랐다. 과연 그들이 손을 내밀어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도움 을 얻을 수 있다면, 총회를 효과적 으로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늑대를 피하기 위해서 호랑 이를 불러들이는 사태는 피해야겠지 만.
“ 어쨌든……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여전히 좋은 친구로서 그 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김 명찬이 의식적으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목소리에 한 점 불안이 묻 지 않도록.
저들이 김명찬의 안에 눌린 불만 을 눈치채지 않도록.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 역시 정치인이니까.
침을 뱉은 술잔을 달게 마실 수 없다면, 정치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 김명찬이 한결 부드러워진 얼굴로 전화기를 들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지나고서야 건
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명 찬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 을 열었다.
“이 실장? 김명찬 총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