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06)
마존현세강림기-1207화(1205/2125)
마존현세강림기 49권 (14화)
3장 종결짓다 (4)
“예, 총리님.”
이현수가 살짝 당황한 얼굴로 전 화를 받았다.
‘이 양반이 웬일이지?’
물론 김명찬도 총회의 상황에 촉 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만 약 총회가 일본의 무인계에 무너지
기라도 한다면, 대한민국의 무인계 가 한 방에 넘어간다.
아무리 무인계와 바깥세상이 서로 소 닭 보듯 하는 게 관례라지만, 무 인계가 끼치는 영향을 감안한다면 나라가 뒤집어지고도 남을 사건이 다.
그러니 당연히 긴장하고 있었겠 지.
문제는 김명찬이 그에게 직접 연 락을 해왔다는 점이다. 김명찬은 그 동안 이 사태에서 최대한 관망의 자 세를 택했다. 은근한 후방 지원은 해주었지만, 사태에 적극적으로 뛰
어들지는 않았다.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이현수가 가만히 김명찬의 말을 기다렸다. 차창을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들이 눈이 따갑게 밀려든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대승을 거뒀 다고 하더군요. 축하드립니다.]“감사합니다.”
소식이야 이현수가 전해주었으니 당연히 알 테고, 하지만 공치사를 위해 전화를 한 건 아닐 텐데?
[군산 쪽의 상황은 걱정하지 않으 셔도 될 것 같습니다.]“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
게 처리할 생각이신지?”
[이쪽에서 적당히 욕을 먹어야겠 지요. 위험물이 유출되었다고 하면 관리 부실에 대해 지적이 쏟아지기 는 하겠지만, 큰 문제는 생기지 않 을 겁니다.]“신경 써주신 것, 잊지 않겠습니 다.”
야밤에 민간인들을 천 단위로 대 피시킨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사실 이 일을 처리해 준 것만으 로도 총회는 김명찬에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조아려야 할 판이었다. 정권
이 적극적으로 비호해 주지 않았더 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었으 니까.
[한동안 접근을 차단하고 보수공 사를 마저 진행한 뒤에 개방할 생각 입니다.]“항구를 봉쇄하면 손해가 만만찮 을 텐데요.”
[감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목적이 이게 다는 아니겠지만, 연 락을 한 이유에 생색내기가 들어 있 다는 것만은 확실해졌다.
“감사합니다, 총리님. 경제적으로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총회에서 최 대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 다.”
[아니, 아니요. 그런 의도로 드린 전화가 아닙니다. 아무래도 국토 내 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나라에서 처 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 마시기 바랍 니다.]이현수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돈을 마다해?
‘그럴 리가 없는데?’
정치인이 돈을 마다하는 이유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먹었다간 탈이 날 위험이 있을 때.
하지만 이번 상황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하나뿐이다.
“시킬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바로 받을 돈 이상의 것을 요구 할 생각일 때다.
김명찬의 사람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과장된 그 웃음을 듣는 순간, 이현수는 대충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선은 이야기부터 마저 합시다. 군산 쪽은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
지만, 배에 실어낸 그 시체들은 어 쩔 생각이십니까?]
“수장할까 하는데……
[끔찍한 소리네요. 그중 한두 구 만 떠올라도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집니다. 제대로 처리 못할 거면 이쪽에 넘기시죠.]“일단은 좀 더 상의해 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굳이 그 시체를 보관하려는 이유 가 있습니까?]“그런 건 아니지만, 쳐들어온 놈 들 시체를 처리하는 데 돈을 들인다 는 게 영 찝찝해서 말입니다. 일본
으로 보내 버릴까 고민 중입니다.”
[좋은 생각이군요.]서로에 대한 탐색은 끝났다. 뻘소 리를 다 했으니 이제는 본격적인 이 야기를 해야 할 시간이다.
[거기, 혹시 회주님이 계십니까?]이현수가 슬쩍 뒤로 고개를 돌렸 다.
뒷좌석에 눈을 감고 팔짱을 낀 강진호의 모습이 보인다.
“예. 그렇습니다만.”
[회주님과 통화를 하고 싶습니 다.]“예? 하지만……
이현수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이건 그의 입장에서는 딱히 받아 들이고 싶지 않은 요구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어쨌거나 총리는 대 한민국의 이인자다. 그런 이가 강진 호와 쉽게 맞상대를 하게 만들면 정 권과 총회 사이에 격의 차이가 생긴 다.
물론 총회가 아무리 날고뛰어도 정권에 비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아무런 언질 없이 다짜고짜 전화를 해도 회주가 알아서 전화를 받아주 는 사태는 피하고 싶다. 최소한의 예의는 받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현수의 마음과는 달리 강진호가 눈을 뜨더니 손을 내 밀었다.
“가져와.”
“예.”
이현수가 공손히 휴대폰을 내밀었 다. 어차피 이 좁은 공간에서 강진 호의 청력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모든 대화를 다 듣고 있었을 것이 다.
“강진호입니다.”
하지만 이현수의 귀에는 김명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몇 마디 덕담을 주고받은 강진호가 가만히
김명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대화 엿듣기를 포기한 이현수가 생수를 꺼내 들이켰다.
어차피 강진호가 알아서…….
“그건 그쪽에서 관여할 일이 아닌 것 같군요.”
“쿨럭!”
전면 유리에 생수를 세차게 뿜을 뻔한 이현수가 입가를 문질러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뒤로 격하게 돌렸다.
‘이거, 무슨 말이야?’
조금 전까지 총회가 정권을 상대 로도 조금 격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현수다. 아무래도 강진호 는 그런 이현수의 의도를 100% 이 해한 모양이다.
아니, 200%쯤 과잉 이해한 모양 이다.
아무리 봐도 일국의 총리에게 할 말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타국의 정 상이 회담 자리에서 했어도 외교 결 례라고 난리가 날 말이 아닌가.
그러거나 말거나 강진호는 무표정 한 얼굴로 말을 듣는 중이었다.
“보상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이 쪽의 문제는 이쪽에서 해결합니다.”
아무래도 김명찬이 뭔가를 요구했
다가 걷어차인 모양이었다.
이현수의 이마에 식은땀이 살짝 홀러 내렸다.
‘아직 일본과 정리도 덜 끝났는 데……
정권과 날을 세워 좋을 게 없다.
하지만 이현수가 무슨 수로 강진 호를 말리겠는가. 애초에 강진호가 있는 곳에서 총리의 전화를 생각 없 이 받아버린 게 실수였다.
‘좋게 생각하자.’
어차피 그가 연결해 주지 않았다 면 총리가 직접 강진호에게 전화를 했을 것이다. 이현수로서는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끊습니다.”
강진호가 두말없이 끊고는 이현수 에게 전화를 건넸다.
이현수가 전화를 받아 들며 조심 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인지 여쭤도 되겠습니 까?”
“별 의미 없는 이야기였어.”
“예.”
이현수가 더 묻지 않고 몸을 돌 렸다.
‘안다고 뭐가 달라지나.’
이미 벌어진 일이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앞으로 닥칠 일에 신경을 집중하는 쪽이 나 았다.
“원탁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병력을 추가해 도쿄 쪽을 완전히 장 악하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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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에서 나서준 덕분에 일은 편 해졌지만, 아무래도 도쿄를 실질적 으로 점령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립 니다. 까딱하다가는……
이현수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할 수 있는 의심이긴 하지만, 동
맹을 맺은 이들에 대한 언사로는 적 합하지 못한 것이다.
“괜찮아.”
강진호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뭐가 괜찮다는 걸까? 말을 하는 게, 아니면 그들이 점령을 하는 게?
“없는 데서는 나랏님도 욕하는 법 이지.”
“아••••••
“나도 총회에서 욕을 꽤나 먹고 있을 테니까.”
“아셨습니까?”
이현수가 겸연쩍다는 얼굴로 고개
를 돌렸다. 그냥 한 말인데, 눈치 없이 찔러 들어간 모양이다. 요즘 들어 눈치가 살짝 죽은 것 같다. 조 심해야겠다.
눈앞에 펼쳐진 고속도로에 시선을 고정한 이현수가 슬쩍 말을 이었다.
“원탁을 얼마나 신뢰해도 되는지 조금 걱정이긴 합니다.”
“신뢰라……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낮게 웃 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십니까?”
“네 입에서 신뢰라는 말이 나오는 게 조금 이상해서.”
과거, 영남회에 있을 당시의 이현 수를 생각하면 더더욱 웃기다.
그때의 이현수는 마치 잘 벼린 칼날 같았다. 갈고 또 갈아 너무도 날카롭게 벼려지다 보니 상대를 찌 르면서 자신도 부러져 버릴 것 같 은, 그런 칼날 말이다.
그때의 이현수라면 무슨 일이 있 다고 해도 입에 ‘신뢰’라는 말랑한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강진호가 변한 만큼 이현수도 변
한 것이다.
이현수가 어색하게 웃었다.
“사람이야 다 변하는 것 아니겠습 니까.”
“그렇지. 다만……
강진호가 창문을 내리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찰칵.
담배에 불이 붙는다.
“그건 총회 안에서만의 이야기였 으면 좋겠군.”
이현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강진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한 것이다.
원탁은 동맹이기는 하지만, 총회 의 소속이라고 볼 수는 없다. 총회 가 아닌 다른 곳에는 예전의 이현수 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움직이라는 뜻이다.
‘원탁 역시 신뢰하지 말라는 뜻이 군.’
과거의 이현수였다면 절대 신뢰하 지 않았을 테니까. 강진호의 의중을 이해한 이현수가 머리를 굴렸다. 원 탁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도쿄 는…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
어내며 말했다.
“결과가 나왔나?”
“예.”
이현수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 다.
“지금 당장은 신경 쓸 것 없습니 다. 적어도 몇 년간 원탁은 외부로 확장할 여력이 없을 테니까요.”
“그렇겠지.”
“하지만 적당한 견제는 필요할지 도 모르겠습니다.”
“마스터에게?”
“아니요. 마스터는 괜찮습니다. 그 분은 감히 총회를 배신할 생각을 하
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위긴스 이 사가 충실한 감시책이 되어주고 있 으니까요.”
“ Q..”
M…•
“감시를 해야 하는 이들은 나이트 들입니다. 마스터의 지배력은 완전 하지 못합니다. 회주님에게 많은 부 분을 의지하고 있죠. 거리가 있는 만큼,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균열이 벌어질 겁니다.”
“대책은?”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습니다. 확실하게 목을 조일 수 있는 방법으 로.”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현수의 목소리에서 예전과 같은 차가움이 느껴진다.
“거의 도착했습니다. 회주님, 어떻 게 할까요?”
강진호의 시선이 밖으로 향한다.
밝다.
움직이기에 적절한 시간은 아니 다.
“일단은 대기해야지. 어두워지면 움직인다.”
“예!”
이현수의 시선이 사이드미러로 향 했다. 이현수와 강진호가 타고 있는
차를 따르는 수십 대의 버스 행렬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 그리고 하나.”
“음?”
“이번에 총회로 신니치카이가 쳐 들어오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협조한 기업이 있던 모양입니다.”
“협조라면?”
“검문에 걸리지 않도록 차량을 제 공했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할까 요‘?”
“알아서 처리해.”
나서서 검을 휘두르는 건 그의 일이지만, 이런 일은 그의 전공이
아니다. 이현수가 몇 배는 더 잘 알 아서 할 것이다.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가이드?”
“이득을 우선시할 건지, 명분을 우선시할 건지.”
강진호가 침묵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강 진호가 천천히 눈을 뜨고 입을 열었 다.
“평소라면 이득이겠지만……
강진호의 목소리도 살짝 가라앉았 다.
“이건 타협의 여지가 없는 일이겠
지.”
“그럼 총리와 협의하여 뿌리를 뽑 아버리겠습니다.”
강진호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