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09)
마존현세강림기-1210화(1208/2125)
마존현세강림기 49권 (17화)
4장 변화하다 (2)
죽을 것인지 살 것인지 선택하라. 어이없는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전자를 선택할 사 람이 세상에 누가 있단 말인가.
모든 사람을 삶을 원한다. 죽음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도 막상 죽음이 다가오면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는
게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바치라고?’
말 그대로일 것이다.
일본의 무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 력, 그리고 사업체. 심지어 그 무력 까지도.
바치고 복종하여 머리를 조아리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더없이 폭력적이고, 과도하게 폭 압적이다.
만약 다른 이가 이런 말을 했다 면 아키노리는 절대 참지 않았을 것
이다. 감히 이런 말을 늘어놓은 그 혓바닥을 뽑아서 그의 장식장에 장 식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아키노리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힘없는 자가 폭압을 논하면 그건 허세가 된다. 하지만 힘이 있는 자 가 폭압을 논하면 그건 공포가 된 다.
강진호는 명백히 강자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을 온전히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아키노리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쥐었다 폈다.
분노해서?
아니다.
조금 전, 수령의 목을 받아 들었 을 때의 감촉이 손끝에 생생하게 남 아 있기 때문이다.
선명한 죽음.
선명한 마지막.
아직 채 버리지 못한, 미묘한 반 발심을 손끝의 감각이 내리누른다.
“죽음, 아니면 복종.”
신음같은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의 눈이 강진호를 쫓았다.
강진호는 변화 없는 모습으로 그 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 살 기나 압박 같은 건 담겨 있지 않았 다. 그저 담담하고, 조금은 무심한 눈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이 몇 배는 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협상이 결렬되는 순간, 이곳에 있 는 이들이 목숨을 걸고 강진호를 죽 이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 물론 바 다로 뛰어들어 도주를 시도해 볼 수 는 있겠지만, 생존을 완벽히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저리 담담한가. 아키노리는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기야.
그럴 자신이 없었다면 겨우 여섯 으로 이 배 위에 오르는 미친 짓은 하지 않았겠지.
저건 무모함이나 광기 같은 게 아니다. 저들 여섯만으로도 이곳에 있는 이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이다.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가 강진호뿐만 아니라는 게 그걸 증명 한다. 강진호의 좌우를 지키고 있는 이들, 특히나 무력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실장인가 뭔가 하는 놈마저도 담담하기 짝이 없는 눈으 로 그를 쏘아보고 있다.
아키노리가 눈을 감았다.
이미 승부는 갈렸다.
1진과 2진이 전멸하고 수령의 목 이 베인 이상, 그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설사 지금부터 비할 바 없는 전과를 올린다 해도 강진호를 죽이 지 못하는 이상, 장기적으로 남는 것은 패배밖에 없다.
그럼 이 자리에서 강진호를 죽일 수 있는가?
아키노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
다.
확인하고 싶다.
이천 명을 모두 죽이겠다고 선언 하는 저자의 말, 그 말을 듣는 수하 들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말이 다.
그러고 나서 아키노리는 눈을 질 끈 감았다.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나을 뻔했 다.
그의 뒤를 지키고 있는 수하들은 다들 멍한 얼굴뿐이었다.
겁에 질린 것도 아니고, 분노에 차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그들이 처한 현실이 무엇인 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는 얼 굴들이다.
차라리 공포에 떨었더라면 이리 절망적이지는 않겠지.
자신의 목숨을 순전히 타인에게 내맡긴 채 휘둘리는 이들이 전력이 될 수 있을 리 없다.
계산을 끝낸 아키노리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고는 조금은 가라앉 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복종하게 되면……
그의 목소리가 고요한 배 위에 울려 퍼졌다.
수많은 이들이 있음에도 숨소리조 차 들리지 않았다.
“복종하게 되면 우리는 무엇을 해 야 하는 겁니까?”
강진호가 가만히 아키노리를 바라 보았다.
“그게 왜 궁금하지?”
통역을 들은 아키노리가 당혹스러 운 얼굴을 했다.
“착각하는 모양인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나는 대화를 한다고 했을 뿐, 협 상을 한다고 한 적은 없다. 내가 너 희에게 요구하는 건 협상이 아니라
항복이다. 항복하는 이들이 조건을 거는 경우가 있나?”
“현실을 모르는군.”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
“내가 원하는 건 완전한 종속이 다. 아무런 이유나 조건도 따지지 않는, 완전한 종속. 그 외의 어떤 것도 나는 바라지 않는다. 종속할 수 있다면 항복해라. 그렇지 않다 면……
그 목소리는 무감정했다.
마치 기계음처럼.
그렇기에 그 어떤 격렬한 감정보 다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죽겠지.”
협박하지 않는다.
윽박지르지 않는다.
마치 이미 결정이 되어 있는 사 실을 전하는 듯 담담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다.
아키노리가 떨리는 눈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 다.
그의 숨을 틔워준 것은 이현수였
다.
양쪽의 눈치를 살피던 이현수가 빙그레 웃으면서 슬쩍 상체를 앞으 로 내밀었다.
“조금 과격해지는 면이 있는 것 같은데……
이현수가 슬쩍 시선을 돌려 강진 호의 동의를 구했다. 강진호가 고개 를 끄덕이자 이현수가 앞으로 나서 서 미소를 지었다.
“항복하게 되면 어찌 되느냐 물으 셨습니까?”
아키노리의 시선도 강진호에게로
향했다.
이 남자가 그와 강진호의 대화 사이에 끼어들 자격이 있는지를 확 인하는 것이다. 강진호는 무심한 얼 굴로 하늘을 바라본 채 담배를 피우 고 있었다.
이현수에게 맡긴다는 의미다.
“그렇소이다.”
강진호가 인정한 협상자다.
그러다 보니 아키노리의 말투도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저희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사업 체에서 나오는 이익분의 7할.”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매우 현실적인 비율이죠.” 아키노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현실?
무인이라고 해서 땅을 파 먹고사 는 건 아니다. 최소한의 생활을 유 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수 입의 7할을 바치고도 생활이 유지되 겠는가.
전쟁에서 진 이가 전과 같은 생 활을 바라는 게 과욕이라고?
그럴 리가 있나.
전과 같은 생활은 꿈도 꾸지 않 는다. 숨만 붙어 있어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7할을 공물로 내놓
는다면, 숨을 쉬는 것도 쉽지 않다.
“그리고 그쪽들이 지배하고 있는 영역에 대한 소유권과 절대적인 충 성. 일단 기본적인 것은 이 세 가지 입니다.”
“여, 영역을 내놓으라는 거요?”
“그렇습니다. 다만……
아키노리가 채 반발하기도 전에 이현수가 선을 그었다.
“홉수한 영역에 대한 통치는 우리 가 직접 할 수 없으니, 그쪽에 맡겨 야겠죠.”
아키노리가 입을 다물었다.
명분만 먹겠다는 뜻이다.
총회가 일본의 영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건 불가능하다. 필요한 인 원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인원도 인원이지만, 총회 무인들 의 역량은 일본 무인들의 역량에 비 해 딱히 뛰어나지 않다. 총회는 상 위권을 채우고 있는 소수의 무인들 이 이끌어나가는 형태가 아닌가.
그러니 실질적으로 일본을 지배하 려 들었다가는 사고가 끝도 없이 발 생할 것이다.
그러니 영역을 바치는 대가로 그 영역에 대한 지배권을 나눠 주는 형 식을 취하겠다는 뜻이다.
이건 아키노리의 입장에서도 나쁘 지 않은 일이었다.
다만…….
‘하지만 그 영역에서 나오는 수익 을 모두 가져다 바쳐야 한다면 지배 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명분은 가지고 실속을 모두 내놓 으라는 뜻이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 는 순간, 그들은 총회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게 된다.
아키노리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 는 이유였다.
“7할은 너무 과하오.”
“과하지 않습니다.”
“ 하나••••••
“과하지 않습니다.”
이현수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 다.
“전혀 과하지 않습니다. 이미 그 쪽은 7할 이상을 챙겨간 전례가 있 으니까요.”
“우리는 지금 매우 인도적인 말씀 을 드리고 있는 겁니다. 돈 이외에 다른 걸 바치라고는 말하지 않습니 다. 같은 개새끼가 되고 싶은 생각 은 없거든요.”
아키노리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모욕적인 말이다.
하지만 반발할 수는 없다.
“그리고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 데, 7할을 바치는 건 그쪽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수입니다. 만약 그 쪽이 이 제안을 받지 않고 싸움을 택한다면, 우리는 미련 없이 이 배 에 타고 있는 이들을 바다에 수장시 키고 일본으로 밀고 들어갈 겁니다. 반항하는 이들은 모두 쳐 죽이고 지 배해 버리면 그만입니다.”
“그게 가능……
“아, 귀찮고, 번거롭고, 짜증 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할 수는 있습니다.
아직도 그 병신 같은 버릇을 버리지 못했군요. 총회를 무시하다가 개박 살이 나고도 아직 불가능하다는 말 을 할 셈입니까?”
말 하나하나가 명치에 틀어박힌 다.
너무 통렬한 지적이라 반박의 여 지조차 없다. 무거운 망치로 전신을 두들겨 맞는 느낌이다.
아키노리의 이마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우리가 자비를 베풀어주고 있다 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굳 이 이런 번거로운 방법을 택하는 건
회주님이 더는 피를 원하지 않기 때 문입니다. 다만!”
이현수가 이를 드러냈다.
“더는 피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피를 꺼린다는 말로 받아들이는 실 수를 범하지 마십시오. 피를 원한다 면 얼마든지 홀리게 해드릴 테니 까.”
그렇겠지.
이미 이천이나 죽인 이들이 피를 두려워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조건은 다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결론을 내리시죠. 시간은 충분히 드 린 것 같습니다만?”
이현수가 유들유들한 얼굴로 아키 노리를 압박해 왔다.
아키노리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알고 있다.
이미 결론은 나 있다.
반항은 무의미하다.
입술을 질끈 깨문 아키노리가 고 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회주님.”
아키노리의 입에서 신음과 같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주위를 물리고 회주님과 둘이서 만 대화할 수 있겠습니까?”
통역을 들은 강진호가 고개를 내 저었다.
“불가하다.”
불가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아키노 리의 눈이 흔들렸다.
“……어째서?”
“통역은 있어야지.”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 내려와.”
강진호가 두말없이 뱃머리로 걸어 가 아래에 정박해 있는 배로 뛰어내 렸다. 아키노리가 입술을 질끈 깨물 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대기하라.”
“……하지만 국장님.”
“대기해!”
날카로운 목소리에 고헤이가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키노리가 한 숨을 쉬고는 강진호를 따라 그들이 타고 온 배로 뛰어내렸다.
“어……
이현수가 미묘한 얼굴로 난간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음….
저걸 뛰어내린단 말이지?
이 높이를?
거참.
이현수가 미묘하게 웃으면서 우물 쭈물하고 있자, 바토르가 천천히 다 가왔다.
바토르가 짓고 있는 흐뭇한 미소 를 보자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 분이다. 그래, 바토르가 도와준다 면…….
“던져 줄까?”
“내가 던질까, 아니면 네가 뛸 래?”
“제가 뛰겠습니다, 바토르 이사 님.”
“ 가.”
“예!”
이현수가 혼신의 힘을 다해 배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 모습을 보며 바토르가 혀를 찼다.
“빠져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