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13)
마존현세강림기-1214화(1212/2125)
마존현세강림기 49권 (21화)
5장 정리하다 (1)
누누이 말했듯이 전쟁이라는 건 벌이는 것보다 수습하는 것이 더 힘 든 법이다.
싸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기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 모르겠지만, 전 투를 치른다는 것 자체는 그저 가진 무기를 들고 달려들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전쟁의 포화가 휩쓸고 간 전장을 정리해서 다시 일상으로 되 돌리는 데는 수많은 인력과 돈, 그 리고 심력이 소비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총회는 그런 문제들 에서는 잠시 벗어나 있었다.
저 바다 멀리 사라지는 커다란 배를 바라보며 항구에 일곱 사람이 모여 있다.
강진호, 바토르, 위긴스, 장민, 방 진훈, 이현수.
그리고 남은 한 사람은…….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걸까?’
아키노리가 무척 풀이 죽은 얼굴 로 모두의 눈치를 살폈다.
따지고 보면 그는 패장이고,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이들은 점령군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떳떳하게 어깨 를 펴려고 해도 도무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 새끼는 왜 남은 겁니까?”
포화를 연 것은 방진훈이었다.
담배 한 모금을 맛있게 빨아 제 낀 방진훈이 연기를 훅훅 불어내며 아키노리를 노려보았다.
“같이 보내기는 애매하니까.”
“거, 기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닌
데 배에 같이 태워 보내면 되지, 뭐 하러 남겨둡니까?”
“그럼 죽을지도 모르잖나.”
“그야 지 사정이고.”
자신에 대한 악감정을 풀풀 뿜어 대는 방진훈을 보면서 아키노리가 풀죽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이놈이 죽는 거야 알 바 아니지 만, 그럼 일본을 관리할 이를 따로 뽑아야 하지 않나. 그것도 귀찮은 일이지.”
아키노리가 슬쩍 고개를 들어 위 긴스를 바라보았다.
‘나름 인자하게 생긴 것 같은
데……
착각인 모양이다.
하지만 이 중 제일 미친놈은 이 별것 아닌 대화를 시시콜콜 통역해 주고 있는 이현수였다. 굳이 듣지 않아도 될 욕까지 번역하는 저의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일단 배배 꼬인 성격이라는 것 하나는 확실하게 알겠다.
“뭘 봐, 이 새끼야!”
방진훈이 목소리를 높이자, 이현 수도 신이 나서 목소리를 높인다.
확실히 쌍으로 제정신은 아니다.
“그런데 이 새끼, 믿어도 되는 겁
니까?”
방진훈이 넌지시 묻자,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도 된다.”
“일본 놈들은 도통 믿을 수가 없 습니다. 이 새끼들, 겉과 속이 다른 걸로 유명하잖습니까. 겉은 깔끔하 고 멀쩡한 척하고 속으로는 다른 생 각 하고!”
아키노리가 울컥했다.
저 말을 한 번씩 들을 때마다 속 이 뒤집어진다.
아니, 그게 나쁜 건가?
겉으로도 깽판 치고 속으로도 깽
판 치는 것보다는, 겉으로나마 착하 게 구는 게 낫지 않은가.
울컥하는 마음이 생겼지만, 아키 노리는 솟구치는 욕설을 꾹꾹 눌렀 다.
앞으로는 이들과 트러블을 일으키 는 게 좋을 게 없어서이고, 무엇보 다 강진호가 그를 지켜보고 있기 때 문이다.
“아,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방진훈이 입을 열었다.
“우린 왜 모인 겁니까? 애들은 다 돌려보내 놓고.”
방진훈의 말에 모두가 서로를 돌
아보았다. 이곳저곳을 향하던 시선 이 마지막에 닿은 곳은 강진호지만, 강진호도 영문을 모른다는 얼굴이었 다.
“모이라기에 모였는데?”
“누가 모은 거야?”
“전 아닙니다.”
“저도 아닌데요?”
그때, 한 사내가 손을 들었다.
“제가 모았습니다.”
이현수.
그가 부드러운 얼굴로 환희 웃었 다.
하지만 그 이사들은 그 웃는 낯
에 침을 뱉어버리고 싶은 심정인 모 양이었다.
“손 내려라.”
“부러뜨려 버리기 전에.”
이현수의 손이 슬그머니 내려갔 다.
“그러니까……
바토르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인이 아니라 니가 제멋대로 이 사들을 오라 가라 했다?”
“이, 일단 진정하시고 말을 들어 보십시오!”
“듣고 때리나 때리고 듣나 별 차
이 없을 것 같은데.”
“확연하게 다르지 않습니까!”
바토르가 주먹을 풀지 않은 채 말했다.
“호오, 그럼 맞지 않을 만큼의 이 유는 갖췄겠지?”
“물론입니다! 이대로 또 총회로 돌아가 버리면 보나마나 다들 제 할 일 하러 가버릴 것 아닙니까?”
“••••••옹?”
“바토르 님은 수련하러 가실 거 고!”
바토르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이번 전투에서 느낀 미진함
을 빨리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했다. 돌아가기만 하면 바로 수련장 에 틀어박힐 생각이었는데…….
“위긴스 님은 연구하러 가실 거 고!”
“으음.”
“장민 장로님이야 말 안 해도 빤 하죠. 그리고 방 이사님은 병원 가 실 것 아닙니까! 병원!”
“……야, 나는 경우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방 이사님이 이해해 주십쇼. 뭐 어쩌겠습니까?”
방진훈은 치솟아 오르는 묵은 악
감정을 꾹꾹 내리눌렀다.
‘내가 저 새끼 한 번 털었어야 하 는데.’
한때는 세상에서 찢어 죽이고 싶 은 인간 순위 3위권은 확고하게 지 키던 인간이었는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냅 뒀더니 이제는 뒤가 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여하튼 이번에는 안 됩니다. 제 가 일하기 싫어서 이러는 게 아닙니 다. 이번에는 뒤처리 안 하고 그냥 가시면 기껏 먹은 일본 다 날립니 다.”
“O으”
바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건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일본이라는 땅은 먹음직스러운 땅이 지만, 그만큼 관리가 쉽지 않다.
다른 무엇보다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게 크 다. 한국이 가장 싫어하는 국가 랭 킹에 일본이 빠질 일이 없듯이, 일 본이 싫어하는 국가 랭킹에서도 한 국이 빠질 일이 없다.
그런 한국이 자신들의 영역을 지 배한다는 걸 좋게 받아들일 이들이 어디 있겠는가.
‘일단 확고하게 눌러두기는 했지
만.’
강진호의 기세에 혼이 달아났으니 한동안 반항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 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어디 그런 가.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다. 분명 시간이 지나면 한국에게 지배당한다는 현실 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생겨 날 것이다.
방진훈이 턱짓으로 아키노리를 가 리 켰다.
“그래서 이놈을 포섭한 거잖아.
회주님이 믿어도 된다고 하시는데?”
“믿어도 되겠죠. 회주님이 그리 말씀하셨으니까요. 그런데 저놈이 이제 좀 무능력합니다.”
모두가 아키노리를 바라보았다.
한국어로 이어지는 대화를 이해하 지 못한 아키노리가 뜬금없는 시선 의 집중에 눈을 끔뻑였다.
“그래도 저쪽에서는 나름 고수 같 던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회주님 이 신니치카이의 기둥뿌리를 뽑다 못해 땅에 제초제를 뿌려서 싸그리 박멸시켜 버린 게 문젭니다. 저놈이
신니치카이 이인자면 뭐 합니까, 남 아 있는 신니치카이가 저놈밖에 없 는데.”
모두의 시선이 이번에는 강진호에 게로 쏠렸다.
그 비난의 눈을 받은 강진호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뭔가 좀 억울한데……
“그러게 적당히 좀 죽이시지.”
“거, 백정도 아니고…… 그게 뭔 가, 주인.”
“회주님, 좀 정도를 알고 삽시다.”
“마존이시여, 위대하십니다!” 마지막 말은 깔끔하게 무시한 모
두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제 일본은 관리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관리라는 게 영 쉽지 가 않다.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영 토를 실질적으로 지배해야 하고, 중 간 중간 일어날 수 있는 소요와 반 란을 진압해야 한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한국 의 무인들은 총회에 소속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면 총회를 개혁하려들지, 자신 만의 조직을 만들어 총회와 싸우려 들지 않는다.
소속감이 존재하지 않는 이들을 억압하여 수족으로 부린다는 건 그 만큼 어려운 문제였다.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일단 호재가 두 가지 있습니다.”
“두 가지?”
“예. 일단은 회주님께서 웬일로 그놈들을 다 살려 보내줬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아키노리 국장이 우리에게 투항했다는 점입니다.”
“그게 호재가 되나?”
“물론입니다. 완전한 지배를 위해 서는 순응하는 자는 죽이지 않는다
는 당근을 먹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절대적인 공포라는 건 영원하지 않 습니다. 사람을 지배하는 목줄은 공 포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득인 법이 죠.”
“으음.”
“살아 돌아간 이들은 고개만 조아 리고 바칠 것만 바치면 살려준다는 말을 모두에게 전할 겁니다. 그리고 그 위에 아키노리 국장이 군림하게 된다면, 저희는 딱히 힘을 들이지 않고도 일본에서 나오는 이득을 빨 아들일 수 있습니다.”
바토르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아키
노리를 바라보았다.
‘하기야……
중국이 몽골을 지배했다면 어떨 까?
중국인이 직접 몽골을 다스리는 것보다, 중국에 친화적인 몽골인을 수장으로 내세우는 게 반발이 적을 것이다. 결과는 같더라도 느낌이 다 르니까.
‘ 조삼모사군.’
하지만 그 조삼모사에 누구보다 혹하는 건 원숭이가 아니라 인간이 다.
“그렇다면 결국 이놈에게 힘을 실
어줘야 한다는 뜻이군.”
“예.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신니치카이는 이 제 무력화됐지 않나?”
“일반적인 무인들은 거의 털려 나 갔지만, 아직 조직원들은 남아 있습 니다. 그러니 힘이 되어줄 강자만 보충해 주면 됩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그게 좀 고민이라 이사님들을 모 신 겁니다.”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난립한 구미들을 적당히 통합하고
그중 쓸 만한 놈들은 신니치카이의 이름으로 끌어들이면 되니까요. 확 실한 이득을 보장해 주면 어려운 일 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좀 문제입니다.”
이현수가 땀을 닦으며 말을 이었 다.
“누군가는 일본으로 넘어가야 합 니다.”
“ 누가?”
“그게 어렵습니다. 이번에 아키노 리와 함께 일본으로 가야 하는 이는 한동안은 실질적인 일본의 지배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건 생각하시는 이
상으로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이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배 신하지 않아야 하니 회주님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이 있어야 합니다. 반란이 일어나면 바로 진압이 가능 해야 하니 가진바 무력이 굉장히 뛰 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일벌백계로 감히 두 번 다시는 반항할 생각을 못하게 만들어야 하니 심성이 잔혹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살짝 뜸을 들인 이현수가 모두를 둘러보았다.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절대적인 카리스마 로.”
이현수의 말이 끝났을 때.
모두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강진호?
아니다.
“……뭐.”
장민이 떨떠름한 얼굴로 모두를 돌아보았다.
“뭘 봐?”
바토르가 피식 웃었다.
“ 있네.”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있군요.”
방진훈이 피식 웃는다.
“나는 사람 정해두고 설명하는 줄 알았네. 그린 듯한 사람이 있구만.”
“••••••으응?”
장민이 상황을 이해하고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 멍청한 것들! 나는 교의 장로 다! 나는 교를 이끌고, 마존을 보필 하고, 교도를……
“장민.”
“예, 마존이시여!”
강진호가 부르자 장민이 그 자리 에 넙죽 엎드렸다.
“잠깐 다녀와.”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 장민, 마 존의 명을 완벽하게 완수하겠습니 다!”
바토르가 그 광경을 보며 혀를 찼다.
“사람이 일관성이 있어야지.”
강진호에 관해서는 일관성이 존재 하지 않는 장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