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18)
마존현세강림기-1219화(1217/2125)
마존현세강림기 50권 (1화)
1장 격동하다 (1)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다고 하자.
그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반 으로 가르고, 그 아래에 서서 위를 올려다본다고 하자.
무엇이 보일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눈으로는 그 끝을 볼 수 없다. 산을 뒤덮은 구름을 밀어내고, 휘몰아치는 바람을 잠재워도 인간의 눈으로는 봉우리의 끝을 담을 수 없 다.
그저 절망적일 정도로 높고 높다 는 것만을 인식할 뿐이다.
카메라로 잡은 산의 정상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하지만 그 산을 눈으로 직접 담 았을 때, 인간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얼마나 거대 한지 실감하게 된다.
지금의 차이커창처럼 말이다.
“실패?”
차이커창은 머리를 더욱 조아렸 다.
재미있는 일이다.
그는 머릿속에서 세상을 움직인 다. 그의 머리는 따져 보자면 세상 에서 가장 강한 것들 중 하나가 분 명하다. 하지만 지금 차이커창은 그 소중한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상대 에 대한 공경을 표하기에 여념이 없 었다.
그럼에도 굴욕감은 조금도 느껴지 지 않는다.
굴욕이란 같은 급에 있는 이에게 느끼는 것이다. 어른에게 고개를 숙 인다고 굴욕감을 느끼는 아이는 없 다. 인간에게 배를 보이는 것을 굴 욕으로 느끼는 개는 없다.
차이커창에게 있어서 홍왕은 그런 존재였다.
그의 격과 그의 머리로는 재단할 수 없는 이. 위대함으로 빚어 강대 함으로 장식한 형이상학적인 무언 가.
그런 이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 에 무슨 거리낌이 있겠는가.
“실패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겠지,
차이 커창.”
우렁우렁한 홍왕의 목소리가 차이 커창을 내리눌렀다.
“실패란 성공을 노린 이가 하는 말이다. 너는 애초에 성공을 노리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가?”
“하나 홍왕이시여.”
차이커창이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 했다.
“저는 이 계획으로 강진호를 죽이 리라고는 믿지 않았지만, 저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감히 조직 의 재화를 사용하고, 조직의 인력을
끌어다 썼습니다. 그럼에도 결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핥은 차 이커창이 통렬하게 외쳤다.
“저를 벌하여주십시오! 차라리 제 가 강진호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집 중했다면, 저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명백한 저의 계산 착오입니다.”
“계산 착오라……
흥왕이 꼰 다리를 풀었다.
그의 거대한 육체가 움직인다. 한 번도 자세를 바꾸지 않던 그가 움직 인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강진호와의 전투 이후, 새로운 무 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홍왕은 침식 을 잊고 이곳에 석상처럼 굳어 있었 다. 지금 홍왕이 그 봉인을 풀어 젖 히고 있었다.
“아니겠지.”
쿵!
그의 발이 땅에 닿는다.
“너는 알고 있었다, 그들로는 강 진호를 어쩌지 못한다는 걸. 그럼에 도 전력을 낭비하며 강진호를 죽이 려 한 이유가 무엇이더냐?”
차이커창이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두려웠기 때문이지.”
“그렇습니다.”
“강진호가 두려웠기 때문이겠지?”
“그렇습니다, 홍왕이시여!”
“하하하하!”
홍왕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은 어딘가 억눌려 있었다. 즐거워서 웃는다기보다는 살짝 비틀 려 있었다.
“차이커창.”
“예, 홍왕이시여!”
“네가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구 나.”
홍왕이 옥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황금의 곤룡포를 입은 그가 자리에 서 일어나자 세상이 숨을 죽이는 것 만 같다.
왕.
그는 그야말로 왕이었다.
그 위엄으로 만세를 굴복시키고, 그 손짓만으로 천하를 뒤흔드는 자.
그가 왕이다.
“네가 강진호를 두려워한 이유는 그에게 목숨을 잃을까 봐가 아니다! 내가! 바로 이 홍왕이 강진호를 이 기지 못하고 그에게 목숨을 잃을까
봐 두려웠던 거겠지. 그렇지 않더 냐?”
“그, 그렇지……
“내게 거짓을 논할 셈이냐?”
차이커창이 입을 다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몸을 떨 던 차이커창이 머리를 땅에 처박았 다.
쿵! 쿵! 쿵!
세 번 연속으로 머리를 땅에 박 은 차이커창이 이마로 피를 흘리며 외쳤다.
“죽여주십시오!”
홍왕이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슬프구나. 수하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군왕이라니. 그게 지금의 내 처지겠지.”
홍왕의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곤룡포의 소매에 덮여 있던 그의 손이 드러난다. 상처 하나 없는, 새 하얀 손. 무인의 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고운 손이었 다.
“차이커창.”
“예, 홍왕이시여!”
“나를 보라.”
차이커창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 다. 그러고는 흥왕과 눈을 마주쳤다.
“너는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차이커창의 눈이 흔들린다.
“네 모든 걱정과 불안은 내가 나 약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렇 기에 나는 너를 탓하지 않았다. 책 사가 꾀를 부리고 무리한 계책을 연 발하는 이유는 자신을 믿지 못해서 가 아니라 세력의 힘을 믿지 못하기 때문. 절대적인 힘을 가진 책사는 그저 정공법으로 우직하게 밀고 들 어가 모든 것을 취하는 법이 아니더 냐!”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스스로를 되찾아라, 차이커창!”
차이커창의 몸이 벼락에라도 맞은 것처럼 뒤흔들렸다.
“나는 이제 패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나를 뛰어넘어 나로서 다시 태어났다. 천 하의 모든 무가 나의 앞에 고개를 조아릴 것이고, 천하의 모든 무인이 내 앞에서 감히 무를 논하지 못할 것이다.”
홍왕의 몸에서 가공할 기세가 뿜 어져 나왔다.
폭풍 같은,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그야말로 군왕의 기세였다.
‘뛰어넘으셨구나.’
차이커창은 알고 있다.
홍왕이 칩거한 이유는 강진호와의 싸움으로 깨달은 것이 있기 때문이 다. 홍왕쯤 되는 무인이 깨달음의 단편을 잡는다는 것은 더없이 힘든 일.
하지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깨달음에 들어 벽을 넘으려다가 실패하고 무너져 간 무 인이 얼마나 많았던가. 경지를 높인 다는 것은 깎아지른 절벽을 맨손으 로 오르는 것과 같다.
오른다면 강해지겠지만, 실패한다 면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한다.
하지만 홍왕은 그 위험을 이겨내 고 마침내 새로운 경지에 오르고야 말았다.
“대공을 경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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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를 탓할 것 없다. 수하의 잘못은 나의 잘못. 그 모든 것은 내 가 나약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하나 이제 더는 아니다. 나는 세상을 바 꿀 힘을 손에 넣었다. 상대가 다른 왕이든, 그 강진호든 나는 이제 더 는 패하지 않는다!”
홍왕은 강진호에게 패한 적이 없
다.
그 승부는 엄밀히 말하자면, 홍왕 의 승리였다. 그대로 전투가 이어졌 다면 죽는 것은 강진호 쪽이었을 테 니까.
하지만 홍왕은 스스로 패배를 입 에 올리고 있다.
누군가와 백중세로 싸웠다는 것만 으로 홍왕은 스스로가 패했다고 느 끼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드높아 소름이 돋는 자존감이었다.
쿵! 쿵!
홍왕이 옥좌 앞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어진 그의 발걸음은 차
이커창의 바로 앞에서야 멈췄다.
“이제 진정한 네가 필요하다.”
“……홍왕이시여.”
“두려움을 벗고 냉정한 눈으로 현 실을 보아라. 나의 강함을 이해하고 너의 머리에 새겨 넣어라. 그렇다면 다른 세상이 보일 것이다.”
차이커창은 홍왕의 말대로 홍왕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불가해.
이해할 수도 없고, 측정할 수도 없다. 그저 거대하고 또 거대하다.
“새겼습니다, 홍왕이시여.”
“좋다!”
홍왕이 전신에서 기세를 뿜어낸 다.
“왕은 스스로의 자질을 다듬는 자, 그리고 신하는 자신의 왕을 옥 좌에 올리는 자다. 차이커창, 저들의 목을 가져올 방법을 마련해라! 세상 을 지배하는 또 다른 세 명의 왕. 창왕! 혹왕! 그리고…… 마왕!”
그 마왕이 강진호를 가리킴은 너 무도 빤한 일이었다.
“미혹으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 들을 단죄하고, 바른 이치를 세우겠 다. 나는 이제 더는 망설이지 않는 다. 그들을 모두 물리쳐 세상을 평
화롭게 만들 것이다.”
“홍왕께서 원하신다면 반드시 그 리될 것입니다!”
“흐음.”
홍왕이 몸을 돌렸다. 그러더니 다 시 옥좌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차이커창의 눈 이 감격으로 물들었다.
‘이것이 군왕이다.’
세상을 제 머리 안에 놓고 농락 하는 차이커창마저 눈물 많은 늙은 이로 만들어 버리는 게 바로 군왕의 위엄이다. 겪지 않은 자, 이해할 수 없고, 느끼지 못한 자, 납득할 수
없다.
진정한 군왕을 보지 못한 자가 어찌 감히 군왕을 논하겠는가.
“그래서……
그 순간, 홍왕이 발을 멈췄다.
“강진호는 무사한가?”
“……부상을 입었다고는 들었습니 다만, 큰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그렇군.”
홍왕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간, 차이커창은 이해했다.
‘ 크구나.’
홍왕의 마음속에는 창왕이나 흑왕 보다 강진호의 존재감이 더 크다.
그 가진바 능력이나, 가진바 세력 으로 보자면 가장 보잘것없는 자임 이 분명하지만, 홍왕에게 있어서만 큼은 강진호가 남다른 의미를 가지 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홍왕이시여.”
차이커창이 머리를 박았다.
“병법을 논하자면 우리가 상대해 야 할 이는 창왕입니다. 하나 홍왕 께서 원하신다면……
“어리석은 놈’.”
홍왕이 손을 휘저었다.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는 자가
어찌 왕을 논하겠는가. 어찌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겠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세상을 평정할 방법이지, 나의 사사로운 원한을 풀 방법이 아니 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차이커창이 바닥에 머리를 찧었 다.
“물러나라. 그리고 네 모든 것을 걸고 고심하라. 세상을 평정할 방법 을!”
“예!”
차이커창이 뒤로 기어 대전을 빠 져나왔다.
탁.
문을 닫은 차이커창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전신이 저릿저릿하고, 식 은땀이 속옷까지 축축이 적셨다.
‘홍왕께서 대공을 이루셨다.’
이건 홍왕계에게는 더없는 축복이 될 것이고, 다른 이들에게는 더없는 저주가 될 것이다. 남은 것은 위대 한 홍왕의 이름 앞에 모두를 복속시 키는 것뿐이다.
위대한.
더없이 위대한.
차이커창이 복도를 걸어 나오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홍왕께서는 알고 계실까?
애초에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한다 는 말 자체가 스스로가 강진호에게 사사로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뜻이라는 걸.
알고 말한 것일까?
아무래도 좋다.
도도하게 가라앉은 대해 같던 홍 왕이 이제 그 몸을 일으켰다. 강진 호가 뒤흔든 파문은 이제 더는 막을 수 없는 거친 격랑이 되어 세상을 덮칠 것이다.
그 격랑 속에 누가 살아남고, 누 가 살아남지 못할 것인가.
확실한 것은 그 결과가 어찌 되 든 이제 세상의 무인계는 더는 과거 와 같은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너희 역시 마찬가지다, 총회.’ 그리고 강진호.
어차피 여기까지는 예상대로다. 일본 따위가 총회를 막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들을 쓰러뜨리는 건 다 름 아닌 홍•왕계다.
차이커창이 발을 멈추고 뒤를 돌 아보았다.
그의 눈에 홍왕의 대전으로 이어 지는 문이 들어온다.
절대적인 신뢰.
하나…….
‘왕은 여럿일 수 있지.’
하지만 하늘 아래 황제는 하나뿐 이다.
‘그때까지 조금은 더 살아 있어 라, 강진호.’
홍왕이 너의 목을 베러 갈 테니 까.
미소를 감춘 차이커창이 거친 걸 음으로 복도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