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2)
마존현세강림기-122화(122/2125)
마존현세강림기 5권 (22화)
5장 — 다짐하다 (3)
주말 아침부터 홉연 구역으로 나 온 조원구는 담배를 입에 물고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야.”
“ 응?”
조원구의 동기인 최세한이 조원구의 옆에 와서 앉았다.
“너 표정이 왜 그러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안 좋은 일?”
“그래. 표정이 영 안 좋은데?” 조원구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안 좋은 일은 무슨 안 좋은 일이야. 좋은 일만 있다, 좋은 일만.”
“좋은 일?”
“A급도 아니고, S급이 들어왔으니 좋은 일이지.”
“강진호?”
“네가 어떻게 알아?”
“포대에 소문 쫙 깔렸어. 인간 같 지도 않은 놈이라던데?”
조원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심한데 그래?”
“도망가고 싶다.”
“응‘?”
“빨리 전역 해야 돼. 방법은 그것 밖에 없어.”
최세한은 조원구의 반응에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워낙에 애 들을 교묘하게 괴롭힌다고 별명이 독사인 조원구였다. 그런 조원구가 신병에게서도망가고 싶다는 말을 하다니.
차라리 고래가 육지에 산다는 말 이 더 현실적으로 들릴 지경이었다.
“뭐가 어떻기에?”
“……야, 너 말이다.”
“ 응?”
“그래, 내가 운동신경은 인정할 수 있어. 국가대표급 운동신경을 지 닌 애가 군대에 오면 다른 애들이 하는 거 다 같잖아 보이겠지. 내가 그건 이해할 수 있는데……
“뭔 소리야?”
“포 제원 외우라고 교범 줬더니 책을 통째로 외워 버리는 놈이 후임 이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
냐?”
“……진짜?”
“어휴, 씨발.”
조원구가 담배를 쭈욱 빨아들이더니, 멀리 뿜어냈다.
“그렇다고 내무생활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침상에을라갈 때마다 부담스러워 죽겠다. 시멘트 칠하고 아직 덜 말랐는데 흙발로 짓이기는 기분이야.”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너희 분대에서데려갈래?”
“아니.”
최세한도 강진호에 대한 소문은
충분히 듣고 있었다.
“사람이 인간미가 있어야 할 것 아냐! 그럼 피곤한 티라도 내든지. 일은 남들 다섯 배는 하는 것 같은데, 잠도 잘 안 자고 누워 있는 꼴을 본 적이 없다.”
“무섭네.”
“그지?”
최세한이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그래도 우리야 금방 전역하니 까.”
“그래. 후임들이 고생이지.”
사실 강진호가 있는 덕분에 분대 원들의 생활이 편해진 면이 더 컸
다. 문제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조원구도 바른 생활 사나이가 분 대에 있는 것만으로 이리 사람이 괴 로워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FM으로 처리해 버리는 신병이 옆에 있으니가라로 일을 하 려고 하면 괜히 눈치가 보이고, 그 들도 FM대로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느껴지는 것이다.
“일단은 너야 살살 달래가면서 하 면 되잖아. 네가 분대장인데.”
“그래, 맞다.”
조원구는 자신을 되찾기로 했다.
처음 강진호가 들어왔을 때 얼마 나 귀엽고 깜찍했던가.
“그래, 초심을 되찾아야지!”
자신은 분대장이다! 그리고 병장 이다!
일병 하나 때문에 이러는 건 말이 안 된다.
“애 좀데리고 놀아. 걔도 분대가 편해지면 좀 낫겠지.”
“ 알았다.”
조원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으로 들어갔다.
생활관의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간 조원구가 구석에서 개인 정
비를 하고 있는 강진호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막내야!”
“일병 강진호!”
“형이랑게임하러가자!”
“게임 말입니까?”
“그래,게임! 뭐할까? 너 갤럭시 좀 하냐?”
“……갤럭시 크래프트 말입니까?”
“그래. 형이 사제에 있을 때게임으로 좀 날렸거든. 너 갤럭시 좀 하 냐? 형이 한 수가르쳐 줘?”
“ 갤럭시는……
강진호의 입가에 드물게 미묘한
미소가 걸렸다.
“좀 합니다.”
“한판 더 합니까?”
“……아니.”
그만해, 이 새끼야.
게임에서 당할 수 있는 모든 굴욕을 다 당해본 조원구는 저 멀리 멀 어져가는 멘탈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와, 씨! 아까 컨트롤하는 거 봤 냐?”
“사람 아니다, 사람 아니야. 난 화면만 보고 있었는데, 왜 멀미가
나냐?”
“아까 하나 토하러 갔어.”
“내가 본게 갤럭시 맞지? 같은게임이 아닌 것 같은데?”
“조원구 병장님게임 잘하시잖아. 완전 발렸네.”
“클라스가 다르다, 클라스가.”
……그만해, 이 새끼들아.
나란히 놓인 두 대의 컴퓨터 뒤로 구경하는 이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 었다.
그저 지나가다가 강진호의 화면을 보고 멈춰 선 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몇 십 명이나 되
는 이들이 둘의게임을 지켜본 것이다.
수많은 이들 앞에서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굴욕게임을 겪은 조원구는 축 늘어진 어깨로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진호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따라가려고 하자 조원구가 고개를 저었다.
“너는 쟤들 좀 상대해 줘라.”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도 된다.”
입구까지 나와서 뒤를 돌아보자 겁도 없이 강진호의 옆에 앉는 이가
있었다.
조원구는 처참하게 처발릴 자가 하나 늘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끼 며 최세한을 찾아 나섰다.
“죽여 버릴 거야.”
“주목.”
“주목!”
“다음 주부터 유격인 거 알고 있 지?”
“예, 그렇습니다!”
“이번 유격에서는 우수 분대를 선 정해서 휴가를 보내주기로 했다. 사 단장님 지시다. 무려 1인당 9박 10
일이다. 분대 전원에게 휴가증이 돌 아간다!”
“우와아아아아!”
“좋아하지 마! 이놈들아!”
포대장의 눈이 빛났다.
“우리끼리 경쟁하는 거 아냐. 어 차피 알파나 브라보나 본부 같은 애 들한테 우수분대 뺏길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한다. 그런데 이번에 보병 애들이랑 같이 유격 받는 거 알고 있지?”
“ 예.”
“보병한테 지면 너희는 다 뒈지는 거야.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우수 훈련병도 뽑기로 했으니까, 이왕이면 둘 다가져올 수 있도록 해봐. 최우수 분대랑 최 우수 훈련병 동시 석권하면 휴가가 19박 20일이다. 이건 간첩 잡는 거 랑 동급인 거야.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점호가 끝나자 최현석이 호들갑을 떨었다.
“분대장님! 휴갑니다! 휴가!”
“아씨…… 말년에 유격가야 돼서 짜증나 죽겠는데, 뭔 개소리야?”
“그게 아니지 말입니다. 최우수
분대로 선정되면 말년 휴가가 20일 이지 말입니다.”
“ 오?”
생각지 못했던 것을 알았다는 듯 이 조원구가 반색했다.
“그러네? 생각해 보니 또 그러 네?”
“노려볼 만하지 말입니다.”
“근데 그게 쉽겠냐? 분대가 우리 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연대 애들까 지 감안하면 거의 80개 분대 넘어 갈텐데.”
“가능하지 말입니다.”
“어떻게?”
“일단 다른 건 모르겠고, 종목 중 에 참호 격투는 무조건 우승이고, 힘쓰는 건 다 이기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 그야……
최현석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최현석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수 첩을 든 채 대기하고 있는 강진호가 있었다.
“……존재 자체가 반칙이라는 소 리만 안 나오면 그리 어렵지는 않지 말입니다.”
최현석과 강진호를 번갈’아 보던
조원구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따자! 최우수 분대!”
“다리 모읍니다!”
“다리 벌리지 않습니다! 이빨 보 이지 않습니다!”
“88번 올빼미! 열외!”
“열외에에에에!”
조원구는 헉헉대는 와증에도 이를 악물었다.
‘최우수 분대는 얼어 죽을.’
전역을 한 달 남기고 유격을 뛰는 것도 억울해 죽을 일인데, 이번 유 격은 저번보다 체감상 몇 배는 더
힘든 것 같다.
“PT 팔번, 이십 회! 몇 회‘?”
“이십 회!”
“십팔 회… 시작!”
“하나! 둘! 셋! 넷!”
저 교관은 악마가 틀림없다.
아까부터 쪼그려 뛰기와 온몸 비 틀기만으로 교육생들을 철저히 조지 고 있었다.
이런 식이면 다른 PT 체조가 왜 필요한가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힘이 드는 만큼 정신을 놓는 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십파아아아아알!”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마지막 반 복 구호에 조원구는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어차피 반복 구호를 붙이지 않는 다고 해서 정해진 시간이전에 훈련을 끝내주지 않는다는 것 정도야 이 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곳에 서식하는 붉은 모자의 악마들은 교 육생들의 훈련 자세가 훌륭하다고 휴식 시간을 줄 만큼 자애로운 이들 이 아니었다.
잘하면 못할 때까지 굴리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 아니던가.
그 와중에 울려 퍼지는 십팔이라
는 특징적인 반복 구호에 되레 통쾌 함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나도 할걸.’
“정신 못 차리지! 이 새끼들! PT 11번, 쪼그려 뛰기 준비!”
“준비이이이이!”
조원구는 자세를 바꾸면서 입을 벌렸다. 아까부터 입가에서 침이 질 질 흐르는 것 같은데, 닦을 정신도 없다.
‘아니, 이 새끼들. 오늘 왜 이러 지?’
병장이 되어서 몸이 더뎌진 것이 라 생각했다. 살도 적당히 붙었고,
체력도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더 힘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쯤 되니 확실히 저번 유격에 비해서 강도가 올라갔다는 확신이 들었다.
유격이 무슨 장난도 아니고, 지들 마음대로 난이도를 올렸다 내리지는 않을텐데?
“준비!”
조원구는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 렸다.
뭔가 원인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T 11번, 십오 회! 몇 회?”
“십오 회!”
“십육 회… 시작!”
조교들의 시선이 한 곳을 향해 있 었다. 아까부터 자꾸 그를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기분 탓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야, 이 강진호, 이 새끼야!”
조원구가 원독에 차 소리를 질렀다.
그의 등 뒤에서 강진호가 말 그대 로 FM으로 훈련을 받고 있었다.
저 완벽한 각도와 완벽한 동작.
너희들이 시키는 훈련 따위는 내게 한 점의 피로조차 주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 같은 동작이 지금 조교들
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아, 적당히 좀 하라고, 새끼야!”
“잘 못 들었습니다?”
“아, 적당히 하라고! 엄살 좀 부 리고!”
원인을 찾아낸 조원구가 필사적으로 소리를 쳤지만, 다른 이들은 조 원구의 애타는 심정을 그냥 봐줄 수 없는 모양이었다.
“88번 올빼미!”
“88번 올빼미! 조원구!”
“열외!”
“……열외.”
열외 구역으로 간 조원구가 진홁
이가득한 바닥을데굴데굴 굴렀다.
“정신 안 차립니까?”
“차리겠습니다!”
“눈에 보이는게 없습니까?”
“아닙니다아아아!”
말년에 이게 무슨 개고생인가.
조원구는 바닥을 뻘뻘 기어 다니 면서도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 보았다.
완벽하게 각이 잡힌 채로 온몸 비 틀기를 하고 있는 강진호를 보니 소 름이 돋는다.
저 다리가 원래 저렇게 쭉 뻗으면 안 되는 거란 말이다!
“안 된다고오오……
교육 시간을 풀로 채운 끝에 유격 첫날 훈련이 끝이 났다.
“ 진호야.”
“일병 강진호.”
“내가 적당히 좀 하라고 했잖니.”
“최우수 분대를 따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따야지.”
“적당히 합니까?”
조원구는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별은 우라지게 많고, 달은 또 우라지게 밝았다.
열심히 해야 할 때는 열심히 하 고, 눈치 봐서 적당히 해야 할 때는 적당히 해야 한다는 아주 당연한 진 리를 설명하기에 눈앞에 있는 이 녀 석은 너무도 올곧고 뒤를 볼 줄 몰 랐다.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 하자면 융통성을 밥 말아 먹은 종자 였다.
“……그냥 열심히 해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자마자 조원 구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 실을 뼈저리게 통감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