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20)
마존현세강림기-1221화(1219/2125)
마존현세강림기 50권 (3화)
1장 격동하다 (3)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물론 이번 전쟁으로 총회는 손해 를 거의 보지 않아서 복구할 것도 마땅히 없고, 부상자로 인한 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되찾아야 하는 것은 평상심이었
다.
“장민 장로님이 일본으로 가셨다 는데?”
“ 왜?”
“그 새끼들, 이제 우리 따까리잖 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돈 빨아 먹는데.”
“ 누가?”
“어디서 들었는데, 누가 말했는지 는 잘 모르겠다.”
“너 같은 핫바지가 그런 소식을 어디서 들어!”
“아니, 들었다니까! 진짜래!”
“ 진짜?”
“그래. 이제 돈 쭉쭉 빨아먹는 거 지.”
“씨발.”
“갑자기 왜 욕이야?”
말을 하던 이가 얼굴을 일그러뜨 렸다.
“돈이고 나발이고, 그 쪽발이 새 끼들 싹 잡아 죽여 버렸어야 하는 건데.”
“인마, 한둘도 아니고… 그 많은 놈들을 어떻게 다 죽여?”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싸우기만 했으면 다 잡아 죽일 수 있었는데.”
“그건 그렇지.”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대화에 미묘 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과거와는 달랐다.
과거, 총회의 회원들은 자신들이 강해지고 있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지금의 자신들이 강하다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전투를 통해 총회의 회원들은 강함에 대한 확신을 얻어 냈다. 그토록 두려워하던 일본의 무 사들이 자신들에게 추풍낙엽처럼 쓸 려 나가는 광경을 목격하지 않았던 가.
그리고 오래도록 총회에만 몸담아
온 이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 다.
“회주님이 반은 쓸어버렸잖아. 뭐 가 그렇게 자신감 뿜뿜이야?”
“야, 그래도 반은 우리가 쓸어버 린 거 아냐?”
“그게 자랑이냐?”
“자랑이지. 영남회랑 싸울 때 기 억 안 나냐? 그때, 우린 손가락만 빨고 있었어.”
“이사님들이 엄청 해주셔서 그렇 지.”
“그게 어디냐고. 거꾸로 말하면, 총회 전부가 모이면 회주님이랑 비
벼볼 수 있다는 거잖아. 예전에 그 런 거 상상이나 할 수 있었냐?”
“..어?”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과거, 총회는 전력상 영남회에게 밀렸다. 그런 영남회를 혼자서 뒤집 어 버리고 완전한 항복을 받아낸 사 람이 강진호다. 다시 말하자면, 그 시점에는 총회의 전력이 강진호 하 나만 못했다는 뜻이다.
“생각해 보니 말도 안 되네.”
“그렇지. 그런데 이번에는 그럭저 럭 비등했잖아.”
“그러네?”
강해졌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기 쁜 일이다. 하지만 무학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느끼는 기쁨은 평범한 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진짜 우리 용 됐구나.”
“아니지. 총회가 용 된 거지. 니 가 용 된 게 아니지. 정확하게 구분 해야지.”
“이 새끼가?”
들뜬 기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 았다. 평소 같으면 호통으로 이들의 기강을 잡았을 부장급들도 굳이 들 뜬 분위기를 내리누르려 하지는 않 았다.
승자에게는 전리품이 필요한 법이 다.
반드시 물질적인 것이 아니어도 좋다. 승리를 자축하고 즐기는 것만 으로도 보상이 된다. 그걸 아는 이 들은 굳이 연회를 막으려 들지 않았 다.
살짝 과도하게 풀어진 면도 있지 만,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승리를 즐기겠는가.
“그 새끼들이랑도 한판 붙었어야 하는 건데.”
“……나는 싫다.”
“왜? 자신 없어?”
“이기긴 이기겠지. 그런데 그 와 중에 내가 죽으면 그게 다 무슨 소 용이냐?”
“죽긴 왜 죽어, 인마!”
“이번에는 운이 좋았어. 상황이 조금만 잘못 흘렀어도 사상자가 대 규모로 나왔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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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건 모두 알 고 있다.
전쟁이라는 건 언제나 변수를 가 진다. 이번에는 총회가 일본을 압도 했지만, 전쟁 전으로 돌아가 다시 붙는다고 이번처럼 대승을 할 수 있
을 것 같지는 않다.
당장 싸운 곳이 탁 트인 개활지 만 됐어도 피해는 막대하게 늘어났 을 것이다.
“눈앞에서 사람이 떼로 죽어 나가 는 꼴을 보니까,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하더라. 그때는 몰랐는 데, 돌아 나오면서 손이 덜덜 떨리 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그래, 나도 그랬지.”
“전쟁은 보통 일이 아냐. 웬만하 면 다시 겪고 싶지 않다.”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원혁이 손을 슬쩍 내렸다. 스마트 폰에 켜져 있는 원격 강의가 오늘따 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강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게 아니라, 저들의 대화가 김원혁의 이 목을 빼앗았다는 쪽이 더 맞는 표현 이다.
‘책임이라……
다른 이들도 김원혁과 비슷한 감 정을 느낀 모양이다.
승리에 대한 환희는 그리 길지 않았다. 이번 전쟁을 통해 김원혁이 얻은 것은 무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에 대한 무거움이었다.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목숨을 빼 앗으며, 정진해 나간다. 이건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까지 김원혁들이 누려온 것은 선대가 그 무거운 길을 걸어 만들어 놓은 과실이다. 스스로 만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제는 우리가 그 길을 걸으며 후대를 열어야 한다는 뜻이겠지.’
명료하게 머리에 박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들 눈치는 채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숭리를 논하는 자리
에서도 미묘한 무거움이 끼어들어 있는 거겠지.
꾸우우욱.
김원혁의 손안에서 특수 제작한 악력기가 구겨졌다.
“책임을 짊어진다.”
총회는 강진호만의 것이 아니다.
그가 확고부동한 총회의 지배자라 고 해서 총회의 모든 것이 그의 책 임일 수는 없다. 책임에서 회피하고 싶다면, 총회에서 그들에게 주는 무 학과 금전적인 이득을 모두 포기해 야 한다.
권리는 의무를 동반하는 법.
꾸우우욱.
김원혁이 이를 악물었다.
이번 전쟁에서 그들이 느낀 건 강자만이 느낄 수 있는 환희.
그리고 강자가 짊어져야 하는 책 임의 무게였다.
“어쨌든 그러면 그 쪽발이 새끼들 이 이제 우리 시다바리라는 소리 아 냐?”
“그렇지.”
“크으, 조상님들이 이걸 보셔야 하는 건데! 야, 가서 갑질 좀 하면 안 되냐? 단체로 일본 여행 한 번 가?”
“이 실장님이 모가지를 따버리려 고 하실걸?”
“왜? 그 양반, 약한 사람 괴롭히 는 게 전문이잖아.”
“그렇지. 그렇기는 하지. 어떻게 때려야 아픈지 세상에서 제일 잘 아 시는 분이지.”
“그런데 왜?”
“글쎄, 내 생각인데, 그 양반은 일본을 젖소처럼 생각하는 거 아닐 까? 살려두고 잘 먹여야 우유를 쭉 쭉 뽑아내는 거잖아.”
“……듣고 나니 기분 나쁜데.”
“흐음.”
김원혁기 악력기를 다시 눌렀다. 모두가 그런 고민을 하는 건 아 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어때?”
“다들 살짝 혼란스러운 모양입니 다.”
방진훈이 천태훈을 보며 미소 지 었다.
“혼란스러워?”
“예. 일단 좋기야 하겠죠. 그만한 대숭을 거뒀으니까요.”
“그렇겠지.”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날의 전투가 만만치 않았다는 걸 실 감하는 모양입니다. 애초에 평범한 회원들은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위 험에 노출되는 일이 잘 없으니까 요.”
“그렇지.”
방진훈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총회와 영남회가 대립하던 시절에 도 소규모로 국지전은 벌어졌을지언 정 목숨을 걸고 서로 맞붙은 적은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은 무풍
지대였다는 뜻이다.
강진호의 등장과 함께 살짝살짝 불어오던 바람이 이번 전쟁을 통해 폭풍으로 바뀌었다. 총회의 무인들 도 이번 전쟁을 통해 자신들이 폭풍 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걸 실감했을 것이다.
“탈퇴 신청은 받고 있어?”
“내일부터 받아볼 생각입니다. 그 런데 이 분위기에 그만두겠다는 사 람이 나오겠습니까?”
“글쎄,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의 문 제가 아냐. 우리가 탈퇴를 받고 있
다는 걸 저놈들이 아는 게 중요하 지.”
“으음, 그렇겠네요.”
천태훈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 라보았다.
활기가 넘친다.
하지만 그 활기 속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있다. 천태훈으로서는 처 음 보는 분위기였다.
“책임이란 건 그런 거야. 무인으 로 먹고사는 이상 언젠가는 목숨으 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이 해해야지. 그걸 이해하고도 무인의 길을 걷겠다는 이는 같이 가는 거
고, 그게 아닌 이들은 빨리 포기하 게 만드는 게 저놈들을 위해서도 나 아.”
“……저번에 빠져나간 인원도 만 만치 않습니다.”
“뭐, 어쩌겠어. 적성에 안 맞는 이들은 골라내야지. 소수 정예가 나 아.”
“그리 생각하실 일이 아닙니다.”
“음‘?”
“이번에 마교 놈들이 날뛰는 것 못 보셨습니까? 저희들이랑은 다르 게 마교 놈들은 전투에서 승리했다 는 것만으로 좋아서 미쳐 날뛰고 있
습니다. 통제가 거의 안 됩니다.”
“그래?”
“예. 우리 측의 수가 계속 줄어들 다 보면, 주객전도가 일어날지도 모 릅니다.”
“그럼 뭐 어때서.”
“……사부님.”
“관둬, 인마. 국제화 시대 아니 냐.”
천태훈이 얼굴을 살짝 일그러뜨렸 다.
그 모습을 보고 방진훈이 눈을 찌푸렸다.
“어이, 천태훈이.”
“예!”
“너, 씨발, 지금 뭐 하는 짓거리
냐?”
“이 새끼야, 우리가 파벌 때문에 30년을 넘게 싸웠다. 그 엿 같은 영 남회랑 총회 짓거리를 하다 못해서 총회 내에서도 내가 파벌 만들어서 이중걸이랑 죽이니 살리니 했다. 이 제야 겨우 그 꼴 끝나고 좋은 날 왔는데, 지금 나더러 마교랑 파벌 만들어서 드잡이질하라는 거냐?”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의도가 아니면, 새끼야?”
천태훈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마.”
“예!”
방진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니가 왜 그러는지는 알아. 파워 게임에서 밀리면 마교 놈들이 우리 보다 더 우대받을까 봐 그러잖아.”
“맞습니다.”
“근데 회주님이 그럴 분이시냐?”
“그리고 이 새끼야, 그게 뭐 잘못 됐냐? 능력 있는 놈들이 더 대접받 는 건 당연한 거잖아. 그게 걱정되 면 우리가 더 세져서 마교 애들보다
능력을 보여주면 되잖아.”
“맞는 말씀이십니다.”
“가서 애들 다독이고, 내일부터는 수련 다시 바짝 조인다고 해.”
“예, 사부님!”
“이사님, 새끼야.”
“예, 이사님!”
천태훈이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방진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 다.
“아, 씨!”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눈을 찌푸린 방진훈이 창가를 향해 걸어 갔다. 그의 눈에 연무장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이들이 들어왔다.
‘성장통이 라……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그건 사람이나 조직이나 마찬가지 다. 그저 가만히 세월을 보낸다고 알아서 성장할 수는 없다.
이 전쟁은 총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그 저 총회에 소속되어 살아가기만 하 던 이들에게 무학의 무거움을 알려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산을 얻 은 것이다.
‘이건 반드시 양분이 된다.’
마교는 그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불평불만 없이 죽어라고 수련에 매 진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전쟁을 통해 총회도 그걸 알았을 테니, 이제는 방진훈에게 달려 있다. 이 기세를 몰아 회원들을 몰아붙인 다면, 분명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건…….
‘파벌이라……
방진훈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사들이 각자의 제자들을 키우는 것까지는 좋은 일이다. 총회의 힘이 강화되니까. 하지만 사람이 모인 곳
에는 반드시 우호 관계가 생긴다.
제때 통제하지 못한다면 분명 문 제가 생길 수 있다.
“회주님을 한 번 만나봐야겠네.”
어깨를 으쓱한 방진훈이 연무장으 로 향했다.
일단은 저 들뜬 놈들의 엉덩이를 걷어차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