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23)
마존현세강림기-1224화(1222/2125)
마존현세강림기 50권 (6화)
2장 장악하다 ⑴
“ 배송은요?”
“자, 잠시만요. 지금 물류장에
지점장이 뛰쳐와 이규하를 밀어냈 다.
“배송은 내일 당장 가능합니다!”
“지, 지점장님, 물류 센터에 확인
을 해야 하는데……
“확인은 무슨 확인이야! 내가 물 류 센터 가서 가져오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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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십시오! 총알배송하겠습 니다! 내일 오전 중에 배송 가능합 니다!”
“지점장님, 내일 오전중은……
“어허! 거참. 왜 자꾸 끼어드나!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넵!”
이규하가 슬쩍 뒤로 물러났다.
‘완전 달아오르셨네.’
그럴 만도 하다.
세탁기가 열 대, 건조기가 열 대 다. 거기에 공기청정기, 청소기와 식 기 세척기까지 하면 이게 돈이 얼만 가.
“설치는 깔끔하게 되겠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완벽하게 설 치하겠습니다! 친절과 봉사가 저희 의 모토 아니겠습니까!”
“ 흐음.”
“혹시 다른 가전은 필요하지 않으 십니까? 겨울철을 맞아 TV와 냉장 고를 특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겨울철과 냉장고가 과연 무슨 관 계인지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아무 래도 좋지 않은가.
“이번에 설치하는 것 보고, 괜찮 으면 또 올게요.”
“아, 그러시겠습니까?”
평소 조금 무뚝뚝한 편이던 지점 장이 세상 다시없을 호인이 된 모습 을 보며 이규하가 쓴웃음을 머금었 다.
“자, 그럼 여기 주소가……
주소지를 확인한 지점장이 눈을 크게 떴다.
“아, 이거…… 아! 좋은 일 하시
는군요. 제가 이야기 잘 해놓겠습니 다!”
“이야기?”
“최연하 씨 아니십니까? 최연하
씨가 연말에 좋은……
최연하가 가볍게 지점장의 말을 끊었다.
“지점장님이시죠?”
“네!”
최연하가 빙그레 웃었다.
“저는 여기 온 적 없는 거예요. 아셨죠?”
“아…… 아, 예!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이상한 소문 나돌면 다
반품할 거니까, 입단속 잘해주세요. 이해하셨어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아무것 도 못 봤고, 아무것도 모릅니다. 요 즘 치매가 왔는지 자꾸 깜빡깜빡하 네요. 제 이름까지 까먹을 판입니 다.”
“네, 좋네요.”
최연하가 빙그레 웃었다.
“대신 사인 좀……
“그 정도는 해드려야죠.”
최연하가 빙그레 웃었다. 그 미소 에 반쯤 홀려 버린 지점장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결제는 일시불로 하시겠습 니까?”
강진호가 살짝 한 걸음 나섰다.
“결제는 제가……
“이걸로 해주세요. 일시불요.”
최연하가 핸드백에서 카드를 꺼내 지점장에게 내밀었다.
“아, 결제는……
강진호가 뭔가 말을 하려 하자 최연하가 눈살을 찌푸렸다.
“강진호 씨.”
“네.”
“돈 많은 건 아는데, 이건 내가 결제하는 거예요. 왜 내가 애들한테
해주는 걸 강진호 씨가 결제를 해 요? 강진호 씨는 따로 하세요.”
“따, 따로?”
“오다 보니 승합차도 많이 낡았던 데, 차나 한 대 새로 뽑아줘요. 애 들 학교 태워 다니고 할 건데.”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 외에도 몇 가지를 추가로 더 주문한 최연하가 몸을 돌려 매장을 빠져나갔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또 들러주 십시오!”
우렁찬 목소리를 뒤로하며 최연하
가 차에 오른다.
강진호와 조미혜도 차에 올랐다.
부우우우웅.
차가 과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하 자, 조미혜가 반쯤 비명을 질러 댔 다.
“오빠! 차 좀 살살 몰아!”
“살살 몰고 있어.”
“아악! 내려! 내려줘!”
강진호가 고개를 내젓고는 최대한 차를 천천히 몰기 시작했다. 왜 저 리 비명을 질러 대는지 알 수가 없 다. 최연하는 이렇게 태연한데.
차가 속도를 줄이자 조미혜가 안 도의 한숨을 쉬고는 넌지시 최연하 에게 말했다.
“언니, 돈 너무 많이 쓰신 것 아 니에요?”
“그렇게 생각해?”
“네. 좀 죄송해서……
“미 혜야.”
“네, 언니.”
“언니가 돈이 많을까, 적을까?”
“……많으시죠.”
“그럼 이 정도 쓰는 게 아까울까, 안 아까울까?”
“안 아까우실……
“아까워.”
단호한 목소리에 조미혜가 입을 닫았다.
“카드 긁기 바로 전까지도 심장이 콩닥콩닥해. 야, 부자가 돈 펑펑 쓴 다는 건 그냥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야. 돈을 펑펑 안 쓰니까 부자가 되 는 거지.”
“맞는 말이네요.”
조미혜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깝지. 당연히 아깝지. 부모가 자식한테 뭘 사 줄 때도 돈이 아까
울 때가 있는데, 왜 안 아까워. 당 연히 아깝지. 내가 무슨 성인군자도 아니고.”
“……반품할까요?”
“반품은 얼어 죽을! 아깝다고 돈 못 쓸 것 같으면 밥은 어떻게 먹어! 쓸데 쓴 거면 아까울 거 없는 거 야!”
“아깝다면서요, 언니?”
“알아서 알아들어!”
“ 예.”
조미혜가 조신해졌다.
강진호가 그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다. 세상의 먹이사슬은 꽤
나 촘촘하게 짜여 있다. 한진성을 잡아먹을 듯 구는 조미혜가 최연하 앞에서는 얌전한 아이가 되는 걸 보 면 참 신기하다.
“너는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돼. 그리고……
최연하의 시선이 강진호에게 꽂혔 다.
“돈은 걱정하지 마. 사장님이 더 벌게 해주시겠지.”
강진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언니. 오빠 가 사람은 좀 한심해서 그렇지, 능
력은 확실하잖아요.”
“모르지, 능력이 확실한지. 이제 새로 사업 시작해서 케어 한창 해야 할 때인데, 갑자기 문자 하나 남기 고 잠수 타는 사람을 믿고 일해야 할까 싶다.”
“그랬어요? 설마?”
“내가 없는 말 하겠어?”
“오빠, 제정신이야?”
아직까지는 그래.
그런데 곧 제정신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강진호가 눈을 끔뻑이며 운전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너도 반성해.”
“네?”
“선생님들이 해주는 것만 기다리 지 말고, 환경이 안 좋으면 알아서 환기를 한다든가 대책을 세워야지. 그냥 그러고 있으면 어떻게 해?”
“……죄송해요, 언니.”
“가만히 앉아서 남이 해주기만 바 라는 사람은 평생을 가도 남이 해주 는 것만 받아먹는 거야. 부족한 게 있으면 달라고 소리치고, 주는 게 없으면 찾아내고 파내야지. 안 그 래?”
“네!”
최연하가 선글라스를 살짝 밀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알아들었는지 그냥 대답만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말을 잘 들어서 좋다. 꼬리가 쉴 새 없이 움 직이는 귀여운 강아지를 보는 느낌 이다.
“오늘 성적표 나오는 날이지? 진 성이 어떻게 됐어?”
“진호 오빠가 재수하라고 했어 요.”
“ 재수?”
“네.”
“걔는 어떻게 한 번에 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뭔가 변명을 해주고 싶은데, 뼈를 때리는 말이라 변명을 못하겠 네요. 진성이 오빠가 여기에 없어서 다행이에요.”
말에 맞아 죽을 수도 있으니.
“걔는 평생 자기 혼자서는 아무것 도 못하는 타입이다. 알아서 잘 챙 겨. 나중에 고생하기 싫으면.”
“제, 제가 왜 챙겨요?”
최연하가 말없이 룸미러를 바라보 았다. 룸미러를 통해 날아드는 시선 에 조미혜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한진성에 관해 몇 가지를 물어본
최연하가 알겠다는 둣 고개를 끄덕 였다. 나름 생각하는 바가 있는 모 양이다.
“언니, 그러고 보니 이번에 사장 되셨다면서요?”
“이사, 이사. 사장은 지금 운전하 고 계신 분이고.”
“여하튼 소속사 만드신 거죠?”
“그렇지.”
“언니, 혹시 연습생 안 뽑아요?”
“……왜? 너, 해보게?”
“저는 안 되죠. 그런데 애들 중에 관심 있는 애가 있어서.”
“아서라.”
최연하가 손을 내저었다.
“원래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 빠 진 게, 속으로는 곪아 터져 있는 거 야. 연예계가 어떤 덴 줄 알아? 거 기 전쟁터야. 어설프게 달려들었다 가 실패하면 꽃다운 나이는 통째로 날아가고, 경력이고 스펙이고 전혀 없는 몸뚱이 하나 남는다.”
“에이, 그래도…… 성공하면 보상 받잖아요.”
“그 성공이라는 게 제멋대로라 문 제지. 예쁘다고 뜨는 것도 아니고, 노래 잘한다고 뜨는 것도 아냐. 사 람들의 취향이라는 건 정말 이해하
기 힘들어. 얘가 왜 뜨지 싶은 애도 있고, 얘는 도대체 왜 안 뜨지 싶은 애도 있지. 어떤 분야든 그렇겠지만, 실력만으로 공정하게 승부하는 건 쉽지 않아.”
운전을 하던 강진호가 고개를 끄 덕였다.
세상에는 생각 외로 그런 분야가 많다. 가진바 무학만으로 깔끔하게 숭부를 가르는 무인계는 그래서 직 설적이고 공평한 곳이다.
“나는 너희가, 음……
최연하가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평범하게 즐겁게, 그리고 행복하 게 살았으면 좋겠어. 무대 위에서 산다는 건 과한 행복과 과한 우울감 이 교차하거든. 무대에 서는 순간에 는 내가 세상의 왕이라도 된 것 같 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주변에 아 무도 없는 느낌이야. 그 감정의 기 복을 느끼며 살게 하고 싶지 않아.”
시트에 등을 기댄 최연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평범하게 대학도 가보고, 남자 친구도 사귀고, 데이트도 하고…… 그 아무것도 아 닌 일상을 평생 겪어보지 못하는 사
람도 있단다. 그건 좀 슬픈 거야.” 강진호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최연 하를 바라보았다.
“왜요?”
“아닙니다.”
최연하의 말이 마치 현대의 생활 을 그리워하던 과거의 강진호에 대 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랬지.’
별것 아닌 일상.
아무것도 아닌 일상.
그 소중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 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 다. 너무도 평범하고 당연한 것은
없어지기 전까지는 아쉬움의 대상이 될 수 없으니까.
“니들이 정말 진심으로 생각하는 거라면, 언니가 도와줄 거야. 그런데 그냥 대충 나도 스타가 되어보고 싶 다는 어설픈 각오로 시작하는 거라 면, 언니가 가만 안 둬. 알았어?”
“네, 언니. 잘 말할게요.”
“그래.”
최연하가 빙그레 웃었다.
“ 도착했나?”
차창 밖으로 보육원이 보인다.
보육원 앞에 멈춰 서자 조미혜가 차에서 내렸다.
“언니, 안 내리세요?”
“언니는 뭐 좀 하고 갈 테니까, 먼저 들어가. 선생님들한테 말해서 내일 세탁기랑 건조기 올 테니까 세 탁실 비워두라고 말씀드리고.”
“네, 언니!”
“그래.”
조미혜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강진호가 차를 대려고 하자, 최 연하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진호 씨.”
“ 네?”
“우리 따로 할 말이 좀 있지 않아 요?”
“••••••네?”
최연하의 손이 선글라스를 움켜잡 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는 다.
선글라스 안에 감춰져 있던 눈빛 을 본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이 거기에 있었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강진호가 입을 꾹 닫았다.
“그동안 내가 이해해 주려고 했거 든요.”
“ 네?”
“그런데 이제는 이해의 영역을 좀 넘어간 것 같아요. 이렇게 있다 보 면 평생 못 들을 것 같아서 그냥 대놓고 이야기할게요.”
“조용한 데 가서 이야기 좀 하 죠? 이제는 들어야겠어요. 대체 강 진호 씨가 뭐 하는 사람인지, 그리 고…… 나한테 뭘 숨기고 있는지.”
최연하가 빙그레 웃었다.
“하나도 숨김없이 말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아니면 나 빡칠 테니까.”
“……네.”
강진호의 이마에서 굵은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