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25)
마존현세강림기-1226화(1224/2125)
마존현세강림기 50권 (8화)
2장 장악하다 (3)
아키노리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의 눈이 피범벅이 되어버린 방 안을 훑었다. 다다미 사이로 진득한 피가 스며들고 있었다.
사방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피와 시체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시체의 한가운데에서
장민은 태연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 피를 닦아내고 있었 다.
“쯧.”
장민이 영 불만스럽다는 얼굴로 손에 묻은 피를 문질렀다.
“불신자의 피는 언제나 찝찝하단 말이지.”
아키노리의 떨리는 눈이 장민의 손에 가닿았다.
태연한 동작.
도축장에서 돼지의 멱을 딴 이도 저렇게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피를 닦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노망난 늙은이?
웃기지도 않는 소리.
생각 같아서는 망령된 말을 입 밖에 꺼낸 자신의 혀를 날카로운 칼 로 난도질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 다.
왜 강진호가 장민을 보냈는지 알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너무 과하지 않은 가.’
모두 죽었다.
장민에게 강진호의 의사를 듣고 전달해야 할 이들이 하나도 남김없 이 모두 죽어 나갔다. 아무리 그래
도 이건…….
“아키노리.”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아키노리 가 즉각 고개를 숙였다. 이전처럼 형식적인 예의가 아니었다. 상대에 대한 존경과 두려움이 물씬 묻어나 는 자세였다.
“예, 장로님!”
“쓰레기를 정리해라. 그리고 내일 까지 다른 이들을 모아와.”
“예, 알겠습니다!”
살짝 고개를 든 아키노리가 장민 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고는 낮은 목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외람되지만……
“주저할 것 없다.”
장민이 손을 내저었다.
“언로를 막아서는 안 된다. 말이 막힌 곳은 반드시 썩기 마련이다. 이것이 마존의 지론이시다. 교에서 는…… 으음, 아니지. 총회에서는 아 무리 아랫사람이라 하더라도 말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 명심하겠습니다.”
길지 않은 말임에도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이분께는 마존이 정말 신앙이구 나.’
이만한 강자가 다른 이에게 이런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인다는 건 쉽 지 않은 일이다.
강자는 프라이드가 높다. 평생 동 안 무학에 전념하여 뼈를 깎는 고련 을 통해 강함을 손에 넣는다. 그렇 기에 강자들은 자신이 이룬 것에 자 부심이 대단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 존감이 어마어마하다.
장민 정도 되는 고수라면 그 자 존감이야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하지만 장민은 강진호라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마치 신성한 무언가를 언급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뭔가 중요한 것을 언급한다는 걸 눈치챌 정도로.
‘나의 충성심은 감히 이분께 비할 게 못 되는구나.’
여러 의미로 장민에게 경탄하는 아키노리 였다.
“저들은 이곳에서 나름 중요한 신 분을 가진 이들입니다. 다음에 오는 이들마저 죽인다면 문제가……
“아키노리.”
낮은 목소리에 아키노리가 입을 다물었다.
“기억해라.”
“예, 장로님!”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것들 은 제 잇속을 찾기 마련이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다. 하나 네가 이제 부터 마존을 모시게 된 이상, 하나 만큼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감히 그분을 모욕하는 이들은 땅에 발을 붙일 자격이 없다.”
“……명심하겠습니다.”
“마존의 명은 그 무엇보다 우선한 다. 하지만 마존의 존엄은 그보다 더 우선하는 법이다. 망령되이 마존 을 일컫는 놈들의 목을 붙여놓고 어 찌 그분에게 충성한다 할 수 있겠느
냐.”
광기에 가까운 충심이었다.
“제가 쓸데없는 말을 했습니다.”
“아니다. 의문을 가지고 답을 구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
장민이 미소를 지었다.
사람 좋은 미소다.
전신에 묻어 있는 피만 아니라면 정말 사람 좋은 할아버지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들이 흘린 피로 백발을 붉게 물들인 장민의 모 습을 보면 차마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착각하는 모양이구나.”
“ 예?”
“마존께서는 이곳을 복속시키라 하셨다.”
“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전한 모습으로 복속시 키라 하신 건 아니지.”
아키노리의 눈이 살짝 떨렸다.
“마존께서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 풀라 하셨지만, 마존을 부정하는 자 들에게 베풀 자비는 없다. 나의 자 비는 그분을 떠받드는 이들에게만 주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은 놈들이 라면, 몸이 천 갈래, 만 갈래가 나
더라도 억울할 게 없지.”
섬뜩하다.
하지만 더없이 든든하다.
‘한국으로 쳐들어간 게 실수였습 니다, 수령.’
이제 수령을 향한 충성심은 조금 도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안타까 움은 별개의 문제였다. 강진호가 아 니더라도 총회의 힘은 수령의 예상 을 뛰어넘는다.
장민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이리 강하고 무지막지한 이가 강 진호의 밑에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 이나 했겠는가.
“생각이 많아지면 잡념이 끼어드 는 법이지.”
아키노리가 다급히 고개를 숙였 다.
“명을 들을 이들을 모아라. 쭉정 이를 걸러내다 보면 좋은 낱알만 남 는 법이다.”
“예, 장로님!”
그때, 문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본 이가 눈을 찌푸렸 다.
“화려하게 시작하셨군요.”
“ 홈?”
장민이 들어온 이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다시 뵙습니다, 장로님.”
“오랜만이오, 마스터.”
마스터가 장민을 향해 살짝 고개 를 숙였다. 장민 역시 가벼운 고갯 짓으로 그의 인사를 받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누가 더 높다고 할 수 없는 사이다. 장민은 원탁의 지배자인 마스터를 존중하고, 마스 터는 마교의 장로인 장민을 존중하 면 된다.
“시작부터 너무 과격한 것 아닙니 까?”
“자신이 누구를 상대하는지도 모 르는 멍청이들에겐 이 정도가 딱 적 당한 법이지. 그렇지 않소?”
마스터가 미묘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기야.
마스터가 이 일을 진행했다면 뭐 가 달랐겠는가. 조금 더 시체를 온 전히 보존시켜 주는 정도였겠지, 결 과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죽음이라는 결과를 두고 그 과정이 다르다고 비난하기에 마스터 는 이미 너무 닳아버린 사람이었다.
“충격이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지
요. 하지만 이 광경을 볼 이들이 없 잖습니까.”
“시신은 돌려보낼 생각이오. 굳이 우리가 돈 들여 처리할 필요가 없 지.”
각 구미에 시신을 보내 반항하는 이들의 결과를 직접 보여주겠다는 소리였다.
‘ 역시나……
만만치가 않다.
위긴스를 통해 총회를 처음 인식 했을 때는 동양의 작은 조직이 뭐가 그리 대단한 잠재력을 가졌는지 이 해할 수가 없던 마스터다.
강진호를 알고부터야 위긴스가 왜 총회를 선택했는지 이해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총회에 대한 인식이 또 달라졌다.
‘회주님뿐이 아니지.’
강진호를 떠받치는 이사진들도 어 마어마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그 바 토르와 장민은 마스터의 기준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강자들이었다.
특히나 장민.
이만한 강자, 그만한 세력을 이끄 는 이가 왜 강진호의 휘하에서 충성 을 바치는지 마스터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기야, 총회에서 어디 내가 이 해할 수 있는 게 있던가.’
상식을 가져다 대면 해석이 불가 능한 곳이 총회였다. 그저 있는 그 대로를 받아들이면 된다.
“상의드리러 왔습니다. 저희의 역 할은 신니치카이를 점령하는 것까지 였습니다. 언제 병력을 빼도 될지에 대한 지시는 받지 못했습니다. 혹여 듣고 온 바가 있으십니까?”
“지금이라도 괜찮소.”
“……지금이요?”
마스터가 고개를 갸웃했다.
현재 총회에서 일본으로 넘어온
이들은 장민을 비롯한 소수의 장로 들뿐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원탁 의 기사단들이 빠지면 병력의 공백 이 너무 크지 않겠는가.
“반발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바라던 바지.”
장민이 빙그레 웃었다.
“고분고분 고개를 숙이는 놈들이 더 무서운 법이지. 속으로 무슨 생 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하지만 반발하는 이들은 귀찮기는 해도 무 섭지는 않지. 모두 죽이면 정리되니 까. 그렇지 않나?”
이번에는 마스터조차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모두 죽인다라……
일본 무인계에 남아 있는 이들 중 총회에 반발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 수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이들을 죽인다면 일본의 무인계는 더는 유지될 수 없 다. 결국에는 일본의 무인들이 고사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 얼마든지.”
“가혹한 통치자는 순간의 엄정함 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
젠가는 파탄을 드러내기 마련입니 다.”
정론이 었다.
하지만 장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아니지.”
장민이 피식 웃는다.
“가혹한 군주가 실패하는 게 아니 라, 실패한 압제자만 역사에 남는 거지. 성공한 군주는 성군이 되니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외다.”
마스터도 장민의 나이가 자신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많은 세 월을 살아온 이의 말이니만큼, 말에
실리는 무게가 달랐다.
논리에서는 살짝 밀렸지만, 마스 터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하지만 회주님이라면 무조건적인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으셨을 텐데 요. 일단 기회는 주셨겠죠.”
w o 하
M..•
장민이 눈을 찌푸렸다.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생각이 깊어서다. 마스터의 말을 곰곰이 생 각한 장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이다. 마존께 서 그리하신다면, 나 역시 그분의 의지를 따라야 한다는 말이로군.”
“꼭
‘다르다’까지는
아니지만
“ 알겠소.”
장민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지. 다음에는 한 번의 기 회를 더 주도록 하겠소. 그럼 되겠 소이까?”
“현명한 결단이십니다.”
장민이 살짝 눈을 흘겼다.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법을 아는 군.”
“모두가 좋자고 하는 일입니다. 총회가 발전한다면 원탁 역시 그 영 향을 받지 않겠습니까?”
“ 호오?”
장민이 웃으며 말했다.
“그 영향으로 무엇을 할 셈인지 궁금하구려?”
“단호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감히 회주님을 거스를 생각이 없습니다. 너무 짓궂게 굴지 말아주십시오.”
장민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서로 바쁜 사람들이니, 여기까지 하십시다.”
“그럼 보중하십시오.”
마스터가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렸다.
아키노리가 그제야 낮은 탄식을 토해냈다.
그저 가벼운 대화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실린 무게와 기세는 진검을 들고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마존께서는 이런 이들을 휘하로 부리시는 건가?’
장민도, 마스터도 수령에 못지않 은 이들이다. 아니, 무인으로 따지자 면 감히 수령이 비할 수 없는 이들 이다. 그런 이들조차 강진호에게는 대놓고 존경을 표하고 있다.
아키노리는 주인으로 삼은 사람이 자신의 생각보다 더 대단할 수도 있
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가 나가고 나자 장민이 작 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마존이라면 달랐을 것이라……
낮은 웃음이 장민의 입가에 맴돌 았다.
‘한심하군.’
그만큼이나 겪었으면서도 아직 마 존이 어떤 분인지 모른다. 노한 그 분의 분노는 세상 무엇으로 막을 수 없다.
“아키노리.”
“예, 장로님!”
“서둘러라. 마존께서 내가 보낼
소식을 기다리신다.”
“예!”
뛰쳐나가는 아키노리.
그를 보는 장민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직 부족하다.”
더 많은 이들이 마존을 알고, 더 많은 이들이 마존의 발아래 조아려 야 한다. 바로 장민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
“우선은 이곳부터.”
장민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 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