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29)
마존현세강림기-1230화(1228/2125)
마존현세강림기 50권 (12화)
3장 수립하다 (2)
귓가에 들리는 소리가 웅웅댄다.
명확한 말임이 분명하지만, 도무 지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 다.
시미즈 마코토가 슬쩍 고개를 돌 려 옆을 바라보았다. 방을 채우고 있는 이들이 다들 비슷한 얼굴을 하
고 있다.
어안이 벙벙한, 그러면서도 미묘 한 공포에 질려 있는 얼굴.
덕분에 시미즈 마코토는 지금 자 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고민 할 필요가 없었다.
같을 테니까.
슬쩍 시선이 올라간다.
그의 눈에 상석에 앉아 있는 아 키노리의 모습이 보였다.
예복을 차려입고 정좌한 그의 모 습에서 이제껏 없던 위엄이 묻어난 다.
‘같은 사람인가?’
시미즈 마코토는 과거에 몇 번 아키노리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는 분명 단련되어 있는 무인, 신니 치카이의 국장이라는 자리에 어울리 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때의 아키노리에 게는 지금과 같은 위엄이 없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가, 아 니면 아키노리가 이번 전쟁을 겪으 면서 성장한 것인가.
‘어쩌면……
둘 다 아닐지도 모른다.
시미즈의 시선이 아키노리의 뒤쪽 으로 옮겨갔다. 그의 눈에 의자에
앉아 있는 노인이 들어온다.
장민.
아마 그런 이름이었지.
이제는 바래 버린 신니치카이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소집. 코웃음을 치며 소집에 참가한 조장은 처참한 시체가 되어 관에 담겨 돌아왔다.
분노에 찬 이들도, 울분에 찬 이 들도 관 속의 시체를 보고는 할 말 을 잃었다.
그 후에 전해진 장민과 강진호라 는 이름.
그 이름이 머리를 잃은 그들을 이 자리에 끌어모았다.
“그리 어렵게 생각할 일은 아닙니 다.”
아키노리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 을 이어갔다.
“이미 여러분은 과거 신니치카이 에 상납을 해오지 않으셨습니까? 다 를 게 없습니다. 여러분이 신니치카 이에 상납을 해주시면, 저희가 그 상납금을 윗선으로 보내는 것뿐입니 다. 달라지는 게 없는데, 왜 주저하 시는지 모르겠군요.”
시미즈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매국노!’
아키노리는 온화한 목소리로 나라
를 팔아먹겠다 선언하고 있었다.
다르지 않다?
개 같은 소리.
같은 상납이라 하더라도 그 돈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상황은 180 도 달라진다. 같은 일본인에게 상납 하는 것과 조선인들에게 상납하는 것이 어찌 같단 말인가.
궤변이다.
“하, 하나 아키노리 국장.”
“아닙니다.”
“••••••예?”
“아키노리 조장이라 부르십시오.” 모두가 살짝 고개를 들어 아키노
리를 바라보았다. 수령이 사라진 신 니치카이를 날로 꿀꺽 삼키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물론 그걸 예상하지 못한 이는 이곳에 없다. 하지만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것과 은근슬쩍 움직이는 것 은 다를 수밖에 없잖은가.
“……아키노리 조장.”
“말씀하십시오.”
“조금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만.”
“얼마든지.”
입을 연 이가 살짝 아키노리를 쏘아보았다.
아무리 아키노리가 신니치카이의 국장 출신이라고는 하나 이곳에 모 인 이들은 각 구미의 이인자들이다. 아키노리가 저리 무례하게 나올 수 있는 이들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지적하는 이는 없다.
은연중에 모두가 상황이 달라졌음 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곳에 들어서 기 전까지의 아키노리는 그들의 동 업자였으나, 이제 아키노리는 그들 의 지배자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상납이 동일하다고 하셨습니다 만…… 그렇다면 상납금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소?”
아키노리가 피식 웃었다.
그 어떤 말보다 그 웃음이 더 큰 모욕으로 느껴진다.
“패하지 않은 자가 바치는 돈과 패한 자가 바치는 돈은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소? ‘승자가 모든 것을 가 진다’가 이 세계의 원칙임을 부정할 셈은 아닐 테고.”
시미즈가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누가 패배자입니까? 우리?”
뒷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패배자는 그들이 아니라 신니치카 이고, 아키노리다. 말하지 않아도 그 속에 숨은 뜻을 이곳의 모두가 안 다. 물론 아키노리도 이해했을 것이 다.
“인정하오. 당신들은 패배자가 아 니오.”
아키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그리 긍정 적이지 않았다.
“패배하지도 못한 이들이지. 전장 에 서지 않았다고 해서 패배의 책임 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셈이오? 그게 무사의 입에서 나올 말인지 궁금하
군요.”
시미즈가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놈.’
틀린 말은 아니다.
무사에게 있어서 가장 큰 수치는 패하는 것이 아니다. 패하지도 못하 는 것이다. 능력이 부족해 전장에 서지 못한 이들이 패한 이들을 비난 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런 의미에서 아키노리는 그들의 아픈 부분을 정확하게 찌르고 있었 다. 평소였다면 누구도 저 말에 반 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반발심이 치밀어 오르는 건 저 말을 하는 이가 나라를 팔아먹고 있는 매 국노이기 때문이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느낌 이 전혀 달라지지 않는가!
“그럼…… 원하시는 게 얼마 정도 이신지……
“팔 할.”
물은 이가 입을 꾹 다문다.
팔 할.
과거, 그들이 신니치카이에 바치 던 상납이 삼 할이었다. 두 배가 넘 는 상납금을 바치라는 소리다.
‘아니, 팔 할이 가능한 일인가?’ 이건 애초에 더 먹고 덜 먹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체에서 나오는 돈의 팔 할을 바치면 조직의 유지가 불가능합니 다.”
“히데오 부조장.”
“……예.”
“세상이 달라졌소.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안 된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겠지. 전쟁에서 패한 이들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태연하게 살 아갈 셈이오? 스스로를 바꾸고 정신 력으로 이겨내시오. 그럼 방법이 보
일 거외다.”
“무슨!”
“ 아아.”
아키노리가 손을 내저었다.
“그렇게 화내실 것 없소.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 이번 일은 어디까 지나 여러분의 협조를 구하는 것뿐 이오. 따르지 않을 이들은 따르지 않으면 되오.”
시미즈가 가만히 아키노리를 바라 보다 입을 열었다.
“따르지 않는 이들은 어떻게 됩니 까?”
그 대답을 한 이는 아키노리가
아니었다.
“궁금한가?”
통역을 듣고 있던 장민이 몸을 일으켰다. 그 무거운 존재감에 다들 살짝 어깨를 떨었다.
저 남자는 뭔가 다르다.
저 남자에게서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저 과격하고 잔인해서 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그들과 다 른 이질감이 있었다.
‘저게 마인인가?’
마인.
마공을 익힌 자를 칭하는 말.
이 시대에는 마인의 존재감이 한
없이 옅어졌지만, 마인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였는지 모르는 무인은 없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생전 처음으 로 진정한 마인을 마주하는 중이다. 잡다한 마공을 익힌 쓰레기가 아니 라.
“상납금이니 뭐니, 그런 하찮은 이야기를 하고자 부른 것이 아니다. 아키노리.”
“죄송합니다, 장로님.”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 나온 장민이 방의 가운데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좌한 채 미묘한 얼굴을 한 이들이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바쳐라.”
“너희의 모든 것은 마존을 위해 존재한다. 삶을 바치고, 재산을 바치 고, 목숨을 바치고, 너희의 모든 것 을 바쳐라. 그것이 너희가 감히 마 존께 저지른 불경을 속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시미즈의 눈이 커졌다.
아키노리는 무리한 것을 요구한 다. 하지만 장민의 요구는 아키노리 보다 더하다.
단순히 돈을 바치는 정도에서 끝 나지 않는다는 말 아닌가.
“그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과하다?”
장민이 이를 드러냈다.
“과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 는 모양이군.”
통역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필 사적으로 장민의 말을 전달했다. 어 떻게든 이 말을 전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스스로의 죄를 알아라, 간악한 것들아. 감히 마존께 칼을 들이댄 놈들의 숨을 붙여놓는 것만으로도
나는 인내심의 한계에 달해 있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너 희를 천참만륙 내고 싶은 심정이 다.”
으르렁대는 장민의 기세를 접한 이들이 이를 악물었다.
전신이 떨릴 만큼 과격한 살기다.
그 살기가 지금 장민의 말이 진 실이라는 걸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너희의 목이 붙어 있는 것은 마존께서 자비를 베풀었기 때 문이다. 그분께서 한없는 자비를 베 풀지 않았다면, 이미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겨 죽었을 것들이 감
히……
장민의 노화가 장내를 휩쓸었다.
방을 채우고 있는 각 구미의 대 표들은 그 폭풍 같은 살기에 감히 숨조차 내쉬지 못한다.
‘어디서 이런 괴물이……
‘한국에는 저런 놈들이 득실댄단 말인가.’
가장 큰 충격은 지금 그들을 압 박하고 있는 이가 강진호가 아니라 는 점이다.
강진호의 힘과 위엄은 귀가 아플 정도로 들었다. 그는 지리멸렬하던 총회를 단숨에 키워내 일본과 대
등…… 아니. 그 이상의 단체로 만 들었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총회에는 강진호를 제외하면 딱히 경계할 이 가 없다는 뚯도 된다. 애초에 한국 을 침략할 때, 그들의 작전이 그러 하지 않았는가.
모든 피해를 감수하고 강진호를 제거한다.
하지만 결국 그 작전은 실패했다.
시미즈는 지금 왜 그들의 작전이 실패했는지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 다.
‘총회는 강진호뿐만이 아니야.’
이런 괴물들이 총회에 있는 것이 다.
그러니 신니치카이 따위가 무슨 수로 한국을 점령하겠는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곳에서 정하라. 마존을 따르고 충성을 바칠 것인지, 아니면 너희가 저지른 죄악의 대가를 받을 건지.”
시미즈가 마른침을 삼켰다.
‘처지가 우습기 짝이 없군.’
그들이 한국인들에게 이런 취급을 당해본 적이 있던가. 먼 옛날에는 그들이 한국을 떠받들고 살던 시절 이 있었다지만, 그건 말 그대로 먼
옛날일 뿐이다.
시대가 발전한 이후로 일본은 단 한 번도 한국에 고개를 숙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들을 점령하고 짓밟 지 않았던가.
가슴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른 다.
시미즈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소이까!”
그보다 먼저 누군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충성? 어디, 한낱 조선 놈들 이! 너는 조선 놈도 아닌 것 같은 데, 조선의 앞잡이가 되어서 설치는
거냐? 강진호? 충성? 웃기……
촤아아아악!
하지만 일어난 이는 안타깝게도 자신의 의견을 모두 말할 기회를 얻 지 못했다.
다섯 갈래로 찢겨 나간 시체가 사방으로 튕겨 나간다.
뿜어진 피가 실내에 비처럼 쏟아 졌다.
급작스레 일어난 상황에 모두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당혹.
그리고 경악.
마지막에 찾아온 것은 공포였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모양인
데……
장민이 이를 갈며 말했다.
“마존의 존함을 함부로 그 더러운 입에 올리지 마라.”
“나는 마존처럼 자비롭지 않다. 선택하라. 그분께 충성을 바칠 것인 지, 그게 아니면 여기서 죽든지.”
장민의 시선이 주변을 훑었다. 그 의 시선을 마주한 이들은 경기를 일 으키며 고개를 돌리거나 숙였다.
그런 장민의 눈이 마지막으로 닿
은 곳은 바로 시미즈였다.
“어으••••••
그 칼날 같은 시선.
“선택해라.”
악마의 낫이 시미즈의 목에 걸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