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34)
마존현세강림기-1235화(1233/2125)
마존현세강림기 50권 (17화)
4장 재고하다 (2)
은은한 커피 향이 아침 햇살과 함께 테이블 위를 누빈다.
아직은 손님이 찾아오지 않은 시 간.
성주찬은 테이블과 집기를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직 손에 익지 않 은 일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 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배어난다.
‘신기하네.’
육체적인 혹사는 이미 질릴 만큼 경험해 봤다. 집기와 테이블을 닦고 커피 머신을 관리하는 것 정도는 무 학을 수련하는 일에 비라면 아무것 도 아니다.
그런데도 땀이 배어난다.
그의 육체는 아무래도 수련과 노 동을 나눠 취급하는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내공을 사용하지 않 고 몸을 움직이는 것에 아직 적응하
지 못했든가.
“후우!”
마지막 테이블을 닦은 성주찬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반질반질 빛이 나는 테이블을 보 고 있으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느 낌이다.
‘열심히 해야지.’
그때,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 이 열렸다.
“어서 오십시오!”
우렁차게 인사를 한 성주찬이 문 안으로 들어온 손님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안으로 들어온 이도 어색한 얼굴 로 그를 바라보았다.
“•…”왔어?”
“어.”
“ 앉아.”
김원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 테이블에 앉았다.
“뭐 마실래? 내가 아직 실력은 모자라지만, 그래도 그럴싸하게는 뽑아.”
“아니. 계산해야지.”
“됐어. 계산은 무슨.”
“아냐. 보니까 내가 개시 같은데, 개시부터 공짜 손님이면 그날 하루
재수 없다고 하잖아.”
“흰소리는.”
성주찬이 마다했지만, 김원혁은 굳이 카운터까지 가서 마실 음료 값 을 계산했다. 그가 마실 것 한 잔, 그리고 성주찬이 마실 것 한 잔.
그러고는 자리에 돌아가 앉지 않 고, 성주찬이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딱히 이쪽에 조예가 없어서 잘하 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설픈 눈으로 보기에는 능숙해 보인다. 두 잔을 내린 성주찬이 양손에 커피를 들고 테이블로 와 앉았다. 김원혁도 성주
찬의 반대편에 앉았다.
“새로 배운 솜씨는 아닌 것 같은 데, 원래 이쪽에 관심이 있었어?”
“음……. 예전에 바리스타 자격증 따는 게 한창 유행할 때, 배워둬서 나쁠 것 없겠다 싶어서 하나 따뒀 지. 그런데…… 워낙 오래 전에 배 운 거라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하는 기분이야.”
성주찬이 뒷머리를 긁었다.
“그런 것치고는 번듯한 카페도 차 리고.”
“아냐. 인수한 거야. 아는 형님이 하시던 덴데, 이번에 확장해서 이전
한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원래 하 시던 카페를 내가 인수했지. 맨땅에 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서.”
“장사는 잘되고?”
“모르겠다.”
성주찬이 한숨을 쉬었다.
“그럭저럭 나 하나 먹고살 정도로 는 벌리는 것 같은데, 요즘 경기가 워낙 안 좋다는 말이 많아서……. 내년 되면 더 어려워질 거라는 데…… 음, 어떻게든 버텨봐야지.”
김원혁이 살짝 웃고 말았다.
다른 이들에게는 일상적인 대화겠
지만, 그들에게는 평생 해본 적이 없는 대화다. 경기라든가 돈이라든 가……. 무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 나 세상과 유리되는 일인지를 실감 하게 된다.
“오늘 연차야? 아침부터.”
“응, 연차 냈어. 한 번 들러봐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여기서 일하는 줄은 어떻게 알고?”
“마음만 먹으면 못 알아낼 것도 없지.”
“그래, 그렇겠다.”
살짝 침묵이 오간다.
말없이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던 김원혁이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살 짝 숙였다.
“미안했다.”
“……응? 뭐가?”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제멋대로 지껄여서.”
“아니야. 맞는 말인데, 뭐.”
“아니.”
김원혁이 고개를 내저었다.
“적성이니 성향이니, 너는 무인에 어울리지 않는다느니…… 그딴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었어. 니가 이 상한 게 아니라 내가 겁대가리가 없
던 거야.”
“원혁아.”
“전장에 나가보고서야 알았다. 네 가 뭘 걱정했는지, 네가 왜 그리 부 담스러워했는지…….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런 걸 제대로 걱정해 보지 않았어. 그러니 그리 자신만만할 수 있던 거지. 아마 그때 내가 너만큼 신중했더라면, 아마 나도 총회를 나 왔을 수도 있을 거야.”
성주찬이 아무 말 없이 커피를 홀짝였다.
“뭣도 모르면서 되는대로 지껄여
서 미안했다.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성주찬이 고개를 내저었다.
“사과할 일이 아니야.”
“그래도……
“다 사실이니까.”
머리를 긁는 성주찬의 얼굴에 어 색함이 묻어났다.
“니가 그때 그 말을 해주지 않았 어도 나는 결국 같은 길을 선택했을 거야. 차라리 그때 네가 그 말을 해 준 게 다행이었지. 그게 아니었으면 고민이 더 깊었을 테니까. 감사하고 있어.”
“주찬아.”
“ 진짜야.”
성주찬이 어깨를 으쓱했다.
“덕분에 너무 늦지 않게 새로 시 작할 수 있었으니까 나는 행운아라 고 할 수 있지. 한 이십 년쯤 뒤에 내가 무인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란 걸 아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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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혁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다시해 볼 생각은 없냐?”
“너만 겁나는 게 아니더라. 나도
겁났어. 그런데 어찌어찌 버티게는 되더라. 그러니까 너도……
“그래도 너는 거기까지 갔지.”
성주찬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 나 왔다.
“그런데 나는 전장에 서지도 못했 어. 네가 그랬지, 무인으로 살아남는 이들은 그런 놈들이라고. 지금은 그 말에 정말 공감하고 있어. 나 같은 타입은 무인으로 성공할 수 없어.”
성주찬이 빙긋 웃는다.
“그러니까 너라도 꼭 성공해라. 나는 여기서 카페로 성공해 보일 테 니까.”
뭔가 말을 더 해보려던 김원혁이 성주찬의 눈을 보고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단호하다.
말투는 부드럽지만, 성주찬은 이 미 확고하게 결심한 모양이었다. 하 기야 지금에 와서 되돌린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괜한 소리를 했네.”
“아니야.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 안 그래도 개업했으니 연락 한 번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쪽 상황 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몰라 서 연락하기가 쉽지 않더라.”
“나는 네가 나한테 실망해서 연락 안 하는 줄 알았다.”
“내가 무슨 좀생이도 아니고, 인 마.”
성주찬이 밝게 웃는다.
“그리고 이왕이면 실력 좀 늘고 나서 연락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 그래야 카페 한다는 게 안 쪽팔릴 것 아냐?”
“맛있는데?”
“……내 실력이 좋은 게 아니라 원두가 좋은 거야.”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럼 좋은 원두 쓰는 카페는 다 성공하
게?”
“ 진짠데……
성주찬이 낮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김원혁도 피식 웃고 말았다.
딸랑.
그때,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 다.
“어서 오십시오!”
성주찬이 커다랗게 인사를 하며 카운터로 향했다. 주문을 받은 성주 찬이 환한 미소와 함께 진동 벨을 내밀고는 음료를 만들기 시작한다.
김원혁은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
보았다.
성주찬의 모습에서 활력이 느껴진 다. 총회에서 함께 수련을 할 때보 다 더 활기차고 즐거워 보인다.
‘무인의 길이 전부는 아니겠지.’ 어릴 때부터 그리 교육받았다.
수련하고 수련해서 훌륭한 무인이 되어야 한다.
다른 길이란 건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반복되는 수련을 통해 강해 지는 것만이 성공한 인생을 보장한 다고 여겨왔다.
생각해 보면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
스팀이 뿜어지는 소리가 귀를 간 질였다.
우우우웅.
진동 벨이 울리자 앉아 있던 이 들 중 하나가 일어나 커피를 받으러 왔다.
“시럽은?”
“넣어드릴까요?”
“거, 주인 양반. 센스가 없네. 달 달하게 타달라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넣어드리 겠습니다.”
“됐어요. 내가 넣으면 되지.”
커피를 받아 가는 이들에게 성주
찬이 고개를 깊이 숙인다. 그러고는 카운터에서 나와 다시 김원혁의 건 너편에 앉았다.
“손님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이른 시간이니까. 여기 직장인 손님들이 많아서 점심시간부터 사람 이 많아져.”
“보통 출근하면서 한 잔 타 가지 않나?”
“여기가 역 반대편에 있어서 출근 할 때 뽑아 가는 손님은 거의 없 어.”
“음, 그래?”
뭣도 모르면서 그냥 말을 던져
보는 중이다.
어색하니까.
이제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친 구를 어떤 식으로 응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 걱정 안 해도 된다.”
“••••••응?”
“막말로 총회에서 아득바득 수련 하는 것보다 힘든 게 어디 있겠냐?”
“야, 인마.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냐? 거기는 버티기만 하면 월급은 나오잖아. 이건 잘못하면 돈도 못 벌고 고생만 하는 건데.”
“다른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아.”
성주찬이 싱긋 웃는다.
“나와보니 알게 되는 것도 있더 라. 총회에서 월급 받고 사는 게 편 한 면도 분명히 있어. 회주님이 우 리를 얼마나 싸고돌았는지 바로 느 껴지더라. 그런데 그걸 계속 누리려 면 나로서도 각오해야 하는 게 있던 거지. 나는 거기서 실패했고.”
“인마, 무슨 말을……
“그렇다고 후회한다거나 그런 건 아냐. 이제는 나도 그냥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거지. 솔직히 좀 겁도 나는데……
그래도 잘할 수 있을 거야. 나도 몰 랐는데, 총회에서 나온 사람들끼리 도 나름 연락하는 커뮤니티가 있더 라고. 선배, 후배들끼리 모여서 잘 먹고 잘살아보자고 아등바등하고 있 으니까, 괜찮을 거야.”
김원혁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이제는 길이 다르다.
그저 이제는 다른 길을 가는 친 구를 믿어주고 응원해 줄 수밖에 없 다.
“갈게.”
“ 벌써?”
“잘 있는 거 봤으면 됐지. 어차피 앉아 있어봐야 장사 방해밖에 더 하 겠냐. 차라리 나중에 영업 끝나고 술이나 한잔하자.”
“그래, 그럼.”
김원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주찬이 입구까지 나와 김원혁을 배웅했다.
“그럼 갈게.”
“그래, 다음에 보자. 너도 총회에 서 잘하고.”
“……내 걱정할 때냐, 인마?”
“나는 신경 쓰지 마. 설마 입에 풀칠 못하겠냐.”
“쯧.”
성주찬을 가만히 바라보던 김원혁 이 몸을 돌려 멀어진다. 성주찬은 그런 김원혁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 보다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쉽지가 않네.’
그쪽이든 이쪽이든.
살아간다는 건 어디서나 쉽지 않 은 일이다.
문을 닫고 카페 안으로 들어온 성주찬이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손님!”
성주찬의 목소리가 다급하다.
“여기서 담배 피우시면 안 됩니
다.”
“에이, 손님도 없구만. 빨리 피우 고 끌 테니, 좀 봐주쇼.”
“매장에서 흡연은 금지되어 있습 니다. 지금 바로 꺼주십시오.”
“아, 좀 봐달라니까. 사람이 융통 성이 없네.”
“손님!”
“아, 끈다, 꺼. 그런데……
담배를 비벼 끈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의 목에 그려져 있는 문신이 눈에 띄었다.
“말투가 왜 그래? 까딱하면 사람 치겠다?”
“그런 게 아니라……
“너, 잠깐 나와봐.”
“손님, 이러시면 경찰을 부르겠습 니다.”
“경찰이고 나발이고, 부르고 싶으 면 부르고…… 너, 나와보라고, 이 씨발 새끼야!”
성주찬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문신을 한 사내가 위협적 으로 다가와 성주찬의 멱살을 틀어 잡았다.
“여기 서비스가 영 별로인 것 같 은데, 내가 오늘 서비스가 뭔지 알 려준다. 나와,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