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38)
마존현세강림기-1239화(1237/2125)
마존현세강림기 50권 (21화)
5장 찾아오다 (1)
‘마음을 두 개로 나눈다라……
위긴스가 슬쩍 입꼬리를 말아 올 렸다. 동양인의 수사법은 때때로 그 를 당황시킬 때가 있다.
애초에 물리적으로 정확하게 정의 될 수 없는 게 마음 아닌가. 그 마 음이 얼마만 한 크기이고, 어떤 형
태로 존재하는지도 모르는데, 그걸 정확하게 둘로 나눈다는 게 가능하 겠는가.
모호한 것을 모호한 채로 이해하 고 활용한다는 것은 위긴스에게 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투를 통해서 위긴 스는 나름의 실마리를 잡았다.
‘방법이 잘못되었던 게지.’
한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다 른 손으로 세모를 그려야 한다고 해 보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 만, 어떻게 해도 서로 다른 동작을
양손에 나눠 동시에 할 수 없는 이 들도 존재한다. 그런 이들은 어떤 방법을 써야 양손을 따로 움직일 수 있을까.
간단하다.
오른손은 의식하지 않고도 동그라 미를 그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반복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동작이 일 상처럼 자연스러워졌을 때, 의식을 왼손에 집중하고 세모를 그린다.
이 간격을 줄이고 줄여, 마침내 완전히 0에 가깝도록 줄였을 때, 순 차는 ‘동시’가 되는 것이다.
마음을 둘로 나눈다느니, 자아를
하나 더 만든다느니 하는 형이상학 적인 말보다는 이쪽이 더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해를 해버 리자, 그 결과는 생각보다 쉽게 나 왔다.
“ 후우••••••
오른손에서 불꽃이 타오른다.
위긴스는 빤히 우수를 바라보았 다. 그의 오른손 끝에 잡혀 있는 검 에서 새하얀 오러가 뿜어지고 있었 다.
‘의식이 아니다.’
자연스레 나와야 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발을 움직여 페달을 누
른다는 인식 없이 자전거를 타듯, 검을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러 는 자연스레 흘러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게 완벽히 안정되었을 때…….
“흡!”
위긴스의 좌수에서 불꽃이 터져 나왔다.
맹렬하지만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 는 불꽃이 용솟음치다가, 금세 꺼질 듯 혼들리다가 다시 용솟음쳤다.
위긴스의 눈이 살짝 일그러졌다.
‘조금만 더!’
화르르륵!
일렁이던 불꽃이 점차 그 크기를 줄여가더니, 이내 안정화되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는 위긴스의 얼굴에 웬만해서는 찾아보 기 힘든 희열이 피어났다.
성공이다!
지금 그는 마법과 검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이걸 실전에서 사용 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지금까지는 닿지 못하던 영역에 일 단 들어섰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후우우우.”
위긴스가 오러와 마력을 회수했
다. 검을 검집 안으로 밀어 넣은 그 가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수련장 끝에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생수병을 들어 뚜껑을 열고 단숨에 들이켠 위긴스 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로소 성과라고 할 만한 게 생 겼군.”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생 겨났다.
강진호가 준 실마리를 잡아 노력 하고 또 노력한 끝에 마침내 길을 찾아냈다.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이제는 노력해서 달리기만
하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길 위에 선 것이다.
이 기쁨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십여 년이 넘도록 막혀 있던 길 이 뚫렸다. 이제야 그는 더 높은 곳 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영원히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던 마스터를 뛰어넘는 것도 이제 불가능하지 않 다. 그리고 어쩌면 마스터의 영역을 훨씬 뛰어넘어 로드가 있는 영역에 접어들 기회를 얻은 건지도 모른다.
위긴스가 손을 들어 자꾸만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문질렀다.
‘맛이 갔어.’
이제 겨우 길을 연 주제에 로드 라니.
걸음마도 못하는 주제에 날겠다는 심보가 아닌가.
위긴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수련장 밖으로 나왔다. 이제는 미뤄 둔 일을 좀 처리해야 할 시간이다. 수련에 바빠 전후 뒤처리를 이현수 에게 밀어버리지 않았는가.
“나오셨어요?”
“ 음?”
수련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엘 레나가 위긴스를 발견하고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웬일이냐, 여기까지?”
“딸이 아버지 얼굴 보려고 온 게 문제가 되나요?”
“당연히 문제가 안 되지.”
위긴스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총회에 온 게 내 인생 최고의 선 택이란 걸 부정하기 어렵군.’
막혀 있던 무인으로서의 길을 열 었다.
과거보다 더욱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색되어 있던 딸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풀어냈다.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세 가지를 얻어냈다. 아니, 가장 크게 얻은 것 은 따로 있다.
꿈을 펼쳐 볼 수 있게 된 것.
경직된 원탁에서 하나의 톱니바퀴 로 소모되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총회 안에서 그가 해보고 싶은 것들 을 해볼 수 있게 됐다. 그러니 어찌 최고의 선택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 가.
“농담이구요.”
“••••••농담?”
“마스터께서 연락을 하셨어요.”
“그럼 왜 바로 말하지 않고.”
“아무도 수련을 방해하지 말라고 지시하셨다면서요?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기에 제가 대신 왔어 요. 그런데 수련하시는 걸 보니, 저 도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그렇다 해도 마스터를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저는 예의보다 아버지가 더 중요 하거든요.”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예전이었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대답했겠지만, 지금은?
꽤나 기껍다.
“마스터께는 내가 연락을 따로 드 리지.”
“그 외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어 요.”
“ 음?”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날을 잡은 모양이구나.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편한 자리 로 옮길까?”
“좋은 생각이에요.”
“가자꾸나. 진한 커피도 한잔하고 싶으니까.”
“홍차가 아니구요?”
커피의 나라에 왔으면 커피에도
적응해야지.”
위긴스가 사람 좋은 얼굴로 씨익 웃었다.
커피 향이 부드럽게 코를 자극한 다.
맥주…… 아니, 홍차의 나라라 불 리는 영국 사람인 만큼 위긴스는 커 피보다 홍차를 좀 더 선호했다. 하 지만 한국에서 질 좋은 홍차를 마시 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일었고, 지 금처럼 외부에서 활동할 때는 별수 없이 커피를 즐기는 편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한국의 커피는 나
쁘지 않았다.
아니, 인구나 면적 대비 카페의 수로만 따진다면, 대한민국은 커피 에 미친 나라 수준이었다.
이만큼 경쟁이 치열한데 맛이 나 쁘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특히나 총회의 카페는 위긴스마저 도 커피를 즐기게 만들 정도로 퀄이 높았다.
“흐음.”
향을 음미하는 위긴스를 보며 엘 레나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왜 그러냐?”
“아버지가 커피 먹는 걸 보니 좀
이상해서 요.”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지.”
엘레나가 위긴스를 아버지라 부르 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 무슨 일이냐?”
“슈발리에들의 생활적 측면을 조 금 봐주셔야 할 것 같아요. 전에 요 리사 고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 았던가요?”
“……그랬나?”
엘레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공사다망하신 건 알겠지만, 신경 좀 써주세요. 참 이상한 일이네요. 예전에 아버지가 나이트이실 때는
절대 한 번 말한 건 잊어버리지 않 고 과도하게 꼼꼼해서 사람을 괴롭 혔는데, 총회에 오시더니 살짝 뭐랄 까……
“나사가 빠진 것 같다고?”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요.”
위긴스가 피식 웃었다.
“사람이 환경을 만들기도 하지만, 환경이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 애초 에 총회라는 곳이 원탁만큼의 엄밀 함을 요구하는 곳은 아니잖으냐.”
“그렇긴 하죠.”
“총회에 맞추다 보니 성향도 조금 변하는 것 같더구나.”
“치매는 아니시구요?”
난데없이 날아든 강력한 공격에 위긴스가 살짝 가슴 어림을 움켜쥐 었다.
그의 딸은 예전부터 당돌한 면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한국 문화와 이상한 융합을 이루더니, 더욱 돌직 구를 날려 대는 스타일이 되어버렸 다.
“농담이에요. 마법사가 치매라니.”
“아니. 실제 사례가 없는 것도 아 니다.”
“•…”네?”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그래. 요리사를 고용해야 한다 고‘?”
“네. 이제는 저쪽도 한국에 완전 적응해서 소시지 야채볶음과 미역국 이 아침 메뉴로 나오면 환호하는 수 준에 오르긴 했는데……
“소? 소시지 뭐?”
“……그런 메뉴가 있어요.”
엘레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여튼 아무리 그래도 태생적인 입 맛이라는 걸 바꿀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프랑스로 돌아갈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회 차원에서 프랑스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해 줘야 할 것 같아요.”
“무인이 음식 때문에 투정이라니, 그것은 조금 웃기는구나.”
“그건 아버지가 영국 사람이라 그 리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영국에 돌아가서 음식 먹고 싶다고 생각하 신 적 있으세요? 피시 앤 칩스?”
“……최대한 빠르게 예산 협의를 해서 요리사를 고용해 보도록 하 지.”
“네.”
엘레나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원탁의 정보부 쪽에서도 총회에 넘어오고 싶다는 이들이 있어요.”
“정보부에서?”
“예. 공식 채널로 제안이 들어온 건 아니지만, 제게 개인적으로 연락 을 하는 사람들이 있네요.”
“ O ”
위긴스가 볼을 긁었다.
“그건 민감한 문제로군.”
“왜요? 어차피 그들이 알고 있는 기밀 정도는 아버지가 이미 알고 있 는 내용일 텐데요? 그럼 원탁 쪽에 서도 꺼릴 게 없죠.”
“그렇지. 안 그래도 정보원이 부 족한데, 정보부가 합류해 준다면 이 쪽은 이득이겠지. 하지만……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마스터의 입장도 있는 법이지. 이제 겨우 동맹을 맺었는데 사람을 빼내면 무슨 말이 나오겠느냐.”
“이제 마스터의 힘이면 웬만한 불 만은 찍어 누를 수 있지 않나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정보원 을 빼오면 가장 좋아하지 않을 사람 이 마스터가 아닐까?”
“으..”
M..•
위긴스가 씁쓸하게 웃었다.
“당장 사람 몇이 빠지는 문제가 아니다. 무력적으로 원탁이 총회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아니냐.”
“그렇죠.”
“하지만 아직 정보력이라는 측면 에서는 원탁이 확고한 우위를 점하 고 있다. 마스터는 로드께 원탁의 가치를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총회의 정보력이 강해지는 걸 원하지 않을 거다.”
“어렵네요.”
“정치란 그런 것이지.”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딸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
니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받으면 이득이 되기는 하지만, 마스터와의 관계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거군요?”
“정확하게는 마스터가 아니라 원 탁과의 관계 때문이다. 원탁과 마스 터는 같은 말이기도 하지만, 다른 말이기도 하다. 설사 마스터가 허락 한다고 해도 나는 이 문제는 신중히 접근할 수밖에 없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엘레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러고는 표정을 바꿔 자신만만 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건 안 받을 수 없을걸 요‘?”
“음?”
위긴스가 살짝 의아한 눈으로 엘 레나를 바라봤다.
엘레나가 저리 자신만만하게 말한 다는 건 재미있는 건수가 있다는 소 리다.
“말해보려무나.”
“뒷채널로 영국의 마법사들 중 일 부가 총회에 투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어요.”
위긴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마법사들이?”
“네.”
위긴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건 이야기가 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