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4)
마존현세강림기-124화(124/2125)
마존현세강림기 5권 (24화)
5장 – 다짐하다 (5)
“……저거, 어떻게 한 거지?”
사람이 다리를 들어 내려찍었을 뿐인데 통나무가 잘린 듯이 반으로 뚝 꺾여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우와아아아아아!”
“와, 특수 효과 쩝니다!”
“톱질 미리 해둔 거지?”
“그렇다고 해도 무지 리얼한데? 준비 잘했다.”
조원구는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소 리를 들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특수 효과는 얼어 죽을.’
예능의 극한은 리얼이라 했던가.
멀쩡한 통나무를 걷어차서 반으로 잘라 버리는 이적을 행하신 것뿐이 지만, 무대 아래에서 본 사람들에게는 특수 효과쯤으로 보이는 모양이 었다.
‘하기야 알고 보는 나도 안 믿기는데.’
성태호의 생각은 주효했다.
다들 웃기려고 난리를 치고 있지 만, 일반인의 예능감이라는 건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리 잘 웃기면 문 선대나 연예 병사로 갔지 일반병으로 왜 왔겠는가.
노잼 개그를 보며 지친 이들에게 리얼한 차력은 그대로 먹혀들었다. 다행히 순번도 뒤쪽에 배치된 것이 주효했다.
“지, 진호야! 이거 진짜 안 다치 지?”
“가만히만 계시면 됩니다.”
“아는데! 내가 알긴 아는데!”
“가만히만 계시면 되지 말입니다.
이미 한번 해본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내가 아는데!”
배에 커다란 돌을 올린 채 바닥에 드러누운 전혁수가 기겁을 하며 소 리 쳤다.
“으아아아! 분대장님, 저 이거 못 하겠습니다!”
“가만히 있어, 인마!”
“잘못하면 죽는다구요!”
지켜보는 이들은 잘 짜여진 각본을 통한 연기로 본 모양인지 다들 즐겁게 웃고 있지만, 전혁수는 정말 식은땀을 줄줄 홀리고 있었다.
‘이거 리얼이야! 이 미친놈들아!’
그의 배 위에 올려진 돌은 조작이 없는 순도 100%의 그냥 돌이었다.
그걸 맨손으로 후드려 패서 깨버 리려 하는 강진호였다.
그럼 그 아래에 있는 전혁수는 어 떻게 되겠는가.
이건 빼도 박도 못할 장 파열각이 었다.
아무리 휴가증이 좋다지만,의무 대 입실은 취향이 아니었다. 그나마 운이 좋았을 경우에의무대 입실로 끝나는 거지, 잘못하면 수도병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할 수 있는 특 권이 생기는 거고, 까딱하면 관 뚜
껑이 안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아닌가!
“으아아아! 분대장니이이임!”
“가만히 있으라고, 인마!”
발버둥치는 전혁수를 분대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서 찍어 눌렀다.
“이거 내무 부조립니다! 마음의 편지에 쓸 겁니다!”
“써라, 써! 쓰면 되니까, 지금은가만히 있어봐!”
강진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전혁수의 배 위에 올려진 돌을 내려치자 돌이 쩌억, 소리를 내며 반으로 갈 라져 바닥을 굴렀다.
“우와, 소리 봐!”
“저거, 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접착제 발라놓은 건가? 준비 진짜 잘했네!”
‘준비는, 이 새끼들아.’
반쯤 입에 거품을 문 전혁수가 탈 진한 몸으로 바닥을 기었다.
다행히 그의 배는 멀쩡했지만, 순간적으로 저승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내 휴가증.”
휴가증이 뭐기에 사람을 이리 고 통스럽게 만든단 말인가.
그 이후로도 강진호는 쇠사슬 끊
기, 철근 구부리기. 각목 몸으로 받 아서 부러뜨리기 등을 훌륭히 완수 하고서야 무대를 내려올 수 있었다.
“잘된 것 같지 말입니다?”
“이건 우승각이다.”
유머 자랑이면 모르겠지만 종목이 장기 자랑인 이상 그들을 능가할 분 대가 나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특 히나 조원구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 한 여덟 명 매달리기가 성공한 이상 적수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사실 그저 강진호가 서 있고 남은 분대원들이 다들 강진호의 몸에 매 달리는 것뿐이지만, 여덟 명이 한
사람의 몸에 매달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겨우 동선을 짜내서 만들어낸 회심의 필살기였다.
지금까지 그저 조작으로 때운다고 생각하던 이들도 그 순간만큼은 다 들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말이 여덟 명이지, 60kg의 장정 여덟 명이면 500kg이다.
그만한 이들은 지고 서 있는다는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를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장기 자랑 구경을 오신 연 대장님과 대대장님이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광경까지 봤으니, 이건 걱
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우승! 찰리 3분대!”
“그렇지!”
조원구가 우승 발표에 입을 벌리 며 단상 위로 뛰어 올라갔다.
전혁수가 그 광경을 보며 강진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 진호야.”
“일병 강진호.”
“뭐 먹고 싶냐?”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형이 사 준다.”
강진호가 휴가증을 쓸어 모으고
있었다.
“아오, 씨바! 이걸 또 해야 하는 구나!”
유격 마지막 날.
석웅철은가스실을 보며 이를 바 득바득 갈았다.
군생활에서가장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 바로가스실이다. 다른 부 대는 유격 때가스실을 안 하는 곳도 있다던데, 이 사단은가스에 원 한이라도 맺혔는지, 훈련마다가스 실을 안 들어가는 경우가 없었다.
“크아아아악!”
“죽는다! 죽어! 악!”
앞 분대가가스실에서 튀어나오는 꼴을 보며 석웅철이 몸을 부르르 떨 었다.
가스의 고통은 적응을 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하, 미치겠네.”
고개를 돌려보니 조원구는 이미 해탈한 표정을 짓고 있고, 전혁수는 짜증이 잔뜩 실린 얼굴로가스실을 노려보고 있었다.
“넌가스 한 지 얼마 안 됐지?”
“예.”
다만, 강진호는 그저 담담했다.
“저번에 오래 있었냐?”
신교대에서 받은가스 훈련을 떠 올린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 오래 있지는 않았던 것 같 습니다.”
“그래? 그럼 이번에는 고생 좀 할 거다. 신교대 때랑은 비교도 안 될 거야.”
“예.”
강진호의 무덤덤한 표정을 본 석 웅철이 혀를 찼다. 신병교육대의 맛 보기가스 실습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진짜 고생한다니까.”
“예.”
석웅철은 고개를 저었다.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아무리 말로 설명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건 직접 경험 해봐야 아는 것이다.
그때, 조원구가 입을 열었다.
“ 얘들아.”
“예.”
“지금 우리가 선두인게 빤한 거 알지?”
“ 예.”
“괜히 발광해서 감점 당하지 말 고, 이 악물고 버텨라.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특히나 강진호.”
“일병 강진호.”
“니가 날뛰면 조교들도 못 막아. 그럼 우리 감점 빼박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버텨!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곧 그게 기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비명이 절로 나온다. 눈과 코로 파고드는가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조원구는 눈물이 줄줄 흘러나와 흐려진 시선으로 분대원들을 돌아보 았다. 혹시나 발악을 하려는 이가 있다면 미리 막으려는 생각에서였다.
‘뭐야, 저거?’
하지만…… 분명가스가 꽉 차서 숨도 쉬기 힘든 상황인데, 편온한 얼굴을 한 강진호가 바둥거리는 전 혁수를 한 손으로 꾹 누르고 있었다.
“놔봐! 놓으라고!”
“금방 끝납니다.가만히 계시지 말입니다.”
강진호는 태연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전혁수의 얼굴을 한 손으로 쓱, 훑었다.
“으아! 죽을…… 어?”
전혁수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밀려드는 고통에 더 이상 사태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덕분에 별 탈 없이가스실을 나올 수 있었다.
“……으아, 끝났다.”
두 번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벌 써 세 번째다. 이제 다시는 이 지긋
지긋한 곳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고 생각하니 한결 살 것 같았다.
“이제 다 끝났지 말입니다.”
석웅철이 옆에서 얼굴을 닦아내고 있었다.
“저 새끼들은 내년에 한번 더 해야 됩니다.”
“아오, 나 같으면 자살한다.”
조원구는 너스레를 떨면서도 강진호와 전혁수를 주시했다. 전혁수는 살짝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고, 강진호는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본게 뭐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물
어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신경 끄자.’
본능적으로 강진호와는 얽히지 않는 것이 이롭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조원구였다.
“준비 다 끝났냐?”
“예.”
“군장 다 쌌고?”
“다 쌌지 말입니다.”
“그래……. 이제 이것만 마치면 끝이다.”
조원구는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유격 교장을 바라보았다.
올해는 뭔가 더 힘든 것도 같고, 더 쉬운 것도 같았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강진호가 있어서인지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가 덜한 느낌 이었다.
“ 진호야.”
“일병 강진호.”
“내년에는 살살 좀 해줘라.”
“예.”
조원구는 고개를 끄덕이는 강진호를 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조교들도 식겁했겠지.’
시키면 해야 하는 곳이 유격이지 만, 정말 시킨다고 다 해버리는 인
간은 없는 법이다. 사람의 체력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
그런데 시키는 걸 시키는 그대로 해버리는 놈이 출현했으니, 조교들 이 당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암벽을 평지처럼 올라가고, 외줄을 다리처럼 건너는 인간에게 훈련 이 무슨의미가 있겠는가.
‘이건 전승되겠네.’
아마 유격 조교들 사이에서도 강진호에 대한 이야기들은 전설이 되 어 떠돌게 될 것이다. 아마 내년쯤 에는 선임들의 과장이 너무 심하다 고 떠들 신병들이 기겁할일이 한
번 더 벌어지겠지.
“집합하시랍니다!”
“자,가자!”
이제 남은 것은 40km 행군뿐이었다.
이것만 끝내면 정말 올해의 유격은 끝나는 것이다.
간단한 사열과 함께 출발한 행군의 시작은 산을 타는 것이었다. 유 격장은 보통 산속에 있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유격 행군의 시작은 보 통 산 정상을 향하게 된다.
“야! 씨발, 벌써 물 마시면 안 된 다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하, 또 이러네.”
의외로 유격 행군에서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출발하고 두 시간 내였다.
오 일간의 유격 훈련으로 체력을 소진한 상태에서 급격하게 산을 오 르다 보면 탈진하여 퍼지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이미 지난번 유격 때 퍼져서 낙오 한 선임을 둔 경험이 있는 조원구가 신신당부를 했건만, 성태호의 낯빛 이 영 좋지 않았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보니 이미 결과가 빤했
다.
“분대장님, 이 새끼 맛 갔는데 말 입니다?”
“하, 미치겠네.”
평소였다면 미련 없이 후송시켰을 것이다. 군대의 훈련은 사람 잡자고 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출발 전에 중대장님으로부터 분대원 낙오만 없다면 우 승이 확실하다는 말을 들은 뒤였다.
그깟 휴가증이 뭐 별거라고 사람을 잡겠냐만, 이렇게 성태호가 낙오 해서 휴가증을 놓치게 되면 성태호의 남은 군생활이 어찌 될지는 눈
에 선했다.
휴가증에 눈이 멀어 있는 선임 놈 들이 전역하는 그 순간까지 성태호를 잡아먹으려 들 것이다.
“어쩌지?”
하지만 강행시키기에는 성태호의 상태가 워낙에 좋지 않았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던 조원구를 향해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군장을 안 매면 갈 수 있지 않겠 습니까?”
“더블 군장 매자고? 누가?”
유격은 괜히 유격이 아니었다. 지
금이야 끝이라는 생각에 들떠 있지 만, 이제 겨우 행군 초반인데 40kg 군장을 두 개나 멘다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제가 메겠습니다.”
“어?”
아니, 있다.
조원구가 강진호를 빤히 보고는 입을 열었다.
“……할 수 있겠어?”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것은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