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41)
마존현세강림기-1242화(1240/2125)
마존현세강림기 50권 (24화)
5장 찾아오다 (4)
강진호의 표정이 변한 것을 본 주영기가 고삐를 살짝 늦추었다.
“그냥 노파심에 하는 말이야.”
“아니.”
강진호가 머뭇대다가 주영기를 재 촉했다.
“계속 말해줘.”
“그렇게 진지하게 받을 건 없다니 까 그러네. 우리가 뭘 안다고 너한 테 이래라저래라 하겠어.”
주영기가 살짝 뺐지만, 강진호는 주영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부탁할게.”
강진호의 표정이 진지하다.
주영기의 말에서 뭔가를 잡은 듯 한 얼굴이다.
주영기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박유 민을 슬쩍 바라봤다. 박유민이 가만 히 고개를 끄덕이자 주영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네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나는 그런 꼴을 꽤나 봤거든. 너도 알다시피…… 아니, 너는 모르겠구 나. 원래 저 뒤쪽 세계가 참 뭐랄 까, 빨리빨리 바뀌어요. 왜냐면 빨리 썩거든.”
주영기가 코를 한 번 쓱 훔치고 말했다.
“치고 올라갈 때는 리더십도 있 고, 생각도 있던 양반들이 이제 슬 슬 자리가 안정된다 싶으면 답도 없 는 꼰대로 바뀌어. 왜 그런가 가만 보고 있으니 알겠더라고. 이게 사람 이 바뀐 게 아냐. 치고 올라갈 때는 무대포가 통하거든. 무리해서 밀어
붙이고, 억지를 써도 돼. 그렇게 해 서라도 파이를 뜯어먹으면 이득이니 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렇게 다 뜯어먹으면? 더는 뜯어먹을 게 없어지면 이야기 가 달라지는 거야. 그때부터는 이제 가진 걸로 나눠야 하는데, 그때부터 는 무대포가 안 통해. 불만이 쌓이 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공성과 수성은 다르다.
그리고 정복과 치세도 다르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데 요구는 달
라진다는 건가?”
“그렇지. 확실하게 단결해서 밀고 올라갈 때는 강압적이고 독선적인 게 오히려 나을 때도 있어. 그런데 그게 더 이상 싸울 상대가 없어지면 문제가 되지.”
주영기가 콜라를 쭉 빨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변해야 하는데, 사람이란 게 참 이상하지. 그게 잘 안 되거 드 ”
“그렇겠지.”
성공 신화를 쓴다는 건 지금까지 자신의 방식이 옳았다는 뜻이다. 인
간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성공이라는 경험보다 인간에게 강렬한 자극을 주는 건 없겠지.’
성공한 방식이 있는데 다른 방식 을 찾는 건 평범한 사람에게는 불가 능한 일이다. 실패한 적이 없는데 왜 방식을 바꾼단 말인가.
“성공한 사람이 타락한다는 건 사 실 사람들의 착각이야. 그 인간들은 원래 그랬어. 다만, 치고 올라갈 때 는 그 방식이 먹히는 것뿐이야.”
주영기가 단정하듯 말했다.
그러고는 강진호를 빤히 바라보았 다.
“그리고 너도 원래 그래.”
“••••••응?”
“남의 말 잘 듣는 척하면서 혼자 미리 결정 다 내리고, 적당히 들어 주는 척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 지?”
강진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이 새끼, 놀란 척하는 것 봐.” 박유민이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놀란 척이 아니라 진짜 놀란 것 같은데?”
강진호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웬만해서는 얼굴에 감정이 잘 드 러나지 않는 강진호지만, 뱃속을 모 두 드러내 보인 것 같은 상황에서는 도리가 없었다.
“ 진호야.”
박유민의 부름에 강진호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뭘 알아서 이러는 게 아 냐. 그냥 옆에 있으면 보이는 게 있 거든.”
« o..«
…•
“게임도 비슷해. 사람이 성공해야 겠다고 열심히 연습할 때는 다른 사
람 말도 잘 듣고 받아들이는 것도 빨라. 이기기 위해서 이것저것 다 시도도 해보고 스타일도 바꿔보지. 그런데 막상 성공하고 나면 연습은 똑같이 하더라도 예전처럼 다른 방 법을 이것저것 찾으려고 하지는 않 거든. 자기한테 제일 잘 맞는 방법 을 이미 찾았으니까.”
“그렇겠지.”
“그런데 그러면 결국에는 성적이 잘 안 나올 수밖에 없어. 분석되고 관성이 붙거든. 롱런하는 애들은 계 속 자기 스타일을 미묘하게 바꾸는 애들이 야.”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박유민도 그렇지 않았던가.
박유민은 이미 한 번 정점에 선 사람이다. 그런 이가 새로운 게임에 적응했다. 성공적으로 데뷔를 했음 에도 불구하고 결승전을 앞두고 다 시 강진호와 연습을 하며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애썼다.
‘돌이켜 보면 유민이도 보통 사람 은 아니야.’
이미 결승까지 오른 사람이 스타 일을 바꾸겠다고 결심하는 게 쉬울 리 없다. 하지만 박유민은 아무렇지
도 않게 스타일을 바꾸고 우승을 거 머 쥐었다.
짝!
그 순간, 주영기가 손뼉을 쳤다.
“야야, 이야기가 무겁다. 나는 이 런 심각한 분위기 딱 질색이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할 말은 다 해놓고 심각한 분위 기가 질색이라니.
“어이, 브라더.”
“ O ”
흐 •
“너 머리 좋잖아.”
“주저리주저리 말 안 해도 우리가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알 거 아냐.” 강진호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주영기와 박유민이 어떤 부분을 우려하는지는 이미 이해했다. 그리 고 충분히 도움이 됐다.
이래서 그는 친구들과 만나는 자 리가 좋다.
최근 들어 딱히 긴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지만, 다른 사 람들을 보지 못하는 강진호를 봐준 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조언하고 응원해 준다.
이 세계로 돌아와 그가 얻은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이라면,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이들은 이 두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까 그 이야기는 이제 치우 고…… 그래서 할 거냐, 그 프렌차 이즈인가 뭔가?”
“해야지.”
강진호가 흔들림 없는 눈으로 말 했다.
“고집하고는.”
주영기가 히죽 웃었다.
하기야 이래야 강진호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뭐 든 도울게. 괜한 감투는 필요 없어, 새끼야. 친구끼리 부탁하는데 사장
자리는 얼어 죽을. 가서 그냥 일하 라면 할 거니까, 그냥 편안하게 부 려 먹으세요.”
강진호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대신 일당은 주고 부려 먹어, 새 꺄.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말이 조금 앞뒤가 안 맞는 것 같 은데?
박유민이 빙그레 웃으며 강진호를 바라본다.
그 웃음이 조금 부담스러웠던 강 진호가 헛기침을 했다.
“왜 그런 얼굴로 봐?”
“음, 설명하기 조금 난감한데
좀 기특해서.”
주영기가 질색한 얼굴로 슬쩍 뒤 로 물러났다.
“나는 그런 쪽에 취미 없으니까, 너희끼리 즐겨.”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나도 취미 없거든?”
강진호와 박유민이 발끈했다. 박 유민이 답지 않게 빡친 얼굴로 주영 기를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 것뿐이야.
진호가 이상한 억지를 부릴 때는 자 기가 하고 싶은 게 떠올랐을 때가 아니라 자기 머릿속에서 다른 사람 을 도울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거 드 w
“••••••도와?”
“보나마나 그런 일일 거야. 안 그 래?”
박유민의 시선에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돕는다라…….
“그런 건 아냐.”
“그럼?”
“돕는다기보다는……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돌려 가 게 안을 바라보았다.
이 피자집도 바닥에서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운이 좋았다. 아무것 도 모르는 이들끼리 모여서 그저 한 번 해보자고 시작한 사업이 여기까 지 올 줄이야.
덕분에 강진호는 몰라도 주영기는 안정된 삶을 찾았다. 이 가게에 주 영기의 삶이 얽혀 있고, 주영기의 미래가 잠들어 있다.
다른 이들에게도 그런 기분을 느 끼게 해주고 싶었다.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에
홀로 떨어져 악착같이 살아가야 하 는 이의 기분을 강진호만큼 잘 아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이제는 회에서 나가 버린 이들이지만, 그런 이유로 그들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싶 지는 않다.
“책임이라고 해야 할까.”
“비슷한 말이지.”
“비슷하면서 다르지.”
동정 같은 게 아니다.
강진호가 없었다면 한국의 무인들 은 이런 변화를 겪지 않았어도 될 것이다. 물론 머지않은 미래에 총회 와 영남회 간의 전쟁이 벌어졌을 수
도 있고, 일본이나 중국의 침략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벌어진 다고 확신할 수 없는 미래다.
어쩌면 앞으로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평온하게 살아갔을 수도 있 다.
그런 이들의 미래를 잡고 뒤혼들 어 버린 것은 강진호다. 그 강진호 의 손길에 어쩌면 계속 무인으로 살 아갔을 이들이 길을 잃고 사회로 내 던져졌다.
강진호는 그에 대한 최소한의 대 가를 지불하고 싶을 뿐이다.
“하기야 이 새끼 오지랖 넓은 건
알아주니까.”
“내가 뭘?”
“내가 증인이야, 이 새끼야.”
주영기가 이런 말을 하면 강진호 는 할 말이 없다. 주영기의 삶에 뛰 어든 것도 강진호였으니까.
박유민이 주영기와 투닥대는 강진 호를 빤히 보며 웃었다.
‘여전하네.’
강진호는 예전부터 그랬다.
지금이야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예전에는 인간미를 그리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도 강진호는 주변의 누군가를 그냥 내버려 두지 못했다. 입으로는 다른 말을 하면서도 속으 로는 어떻게든 돕지 못해서 안달인 사람이다.
지금도 그렇다.
입으로는 책임을 논하지만, 속으 로는 그냥 돕고 싶은 것이다. 여력 이 있고, 힘이 있으니까 자신이 조 금 더 노력해서 다른 이들도 행복하 게 만들고 싶은 거겠지.
‘그 마음을 아니까 다들 따라주는 거고.’
딱히 반발이 나오지 않는 이유도
아마 그럴 것이다. 강진호가 자신이 가진 힘으로 자신의 이득을 추구했 다면, 그의 독선을 버티지 못하는 이들도 분명 있었겠지.
하지만 강진호는 자신을 보지 않 는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자신의 주변 에 머물러 있다.
예전의 박유민이 그랬고, 주영기 가 그랬고, 보육원의 아이들이 그랬 다.
다들 강진호에게 도움을 받은 사 람들이 아닌가.
하나하나 쌓여간다.
도움을 얻은 이들이 호감을 가지 고 강진호의 주변에 머무른다. 그 도움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뻗어진 것이란 걸 알기에, 사심 없는 마음 으로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서 강진 호를 대할 수 있다.
강진호의 세계는 그렇게 넓어진 다.
덕분에 더 바빠지고, 더 정신없는 삶을 살게 되었지만.
“ 진호야.”
“응?”
주영기와 투닥대던 강진호가 박유 민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미소 띤
얼굴로 강진호를 가만히 바라보던 박유민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 다.
“행복하니?”
강진호가 당황했다.
“뭘 뜬금없이.”
“그냥 궁금해서.”
“……잘 모르겠는데.”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어버버대는 강진호를 보며 박유민이 환하게 웃었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연말이잖아. 그렇지?”
강진호가 박유민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필터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박유 민의 화법이 때로는 당황스러울 때 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편하지 않은 것은 박유민의 말에는 언제나 진심 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주영기가 질색하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나는 여기서 탈출해야겠어!”
“어디 가!”
“얘들아! 가게 문 닫아라! 오늘
영업 안 한다! 캐롤 틀어! 주방에 말해서 피자 내오라고 해라! 오늘은 우리끼리 먹고 마시자!”
“점장님 만세!”
“나이스! 나이스!”
“그냥 퇴근을 시켜주시면 안 됩니 까‘?”
“안 돼, 새끼야!”
왁자지껄해진 가게 안을 보며 강 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뭐랄까…….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훈훈함이 강진호의 가슴으로 밀려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