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42)
마존현세강림기-1243화(1241/2125)
마존현세강림기 50권 (25화)
5장 찾아오다 (5)
“아우, 한잔 더 하자니까!”
“……집에 가자, 영기야.”
“아니, 아직 해가 안 떴는데 집은 무슨 집이야! 오늘 나 해 뜰 때까지 마실 거라고!”
“자자, 해 떴다. 저기 해 떴다. 보 이지?”
“어? 저거 해야?”
박유민은 가로등을 해라고 속이며 주영기를 달랬다.
“그러니까 집에 가자. 자, 얼른 가야지.”
“아닌데. 아직 더 마셔야 하는 데……
인사불성이 되어버린 주영기가 눈 을 게슴츠레 뜨고 주변을 둘러보다 가 강진호를 발견했다.
“오, 내 친구 진호.”
“더럽게 잘생겼네. 재수 없게.” 주영기가 짜증 섞인 얼굴로 가운
뎃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강진호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 다.
“진호야, 저기 택시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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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가 두리번거리다가 다가오 는 택시를 향해 손을 들었다.
천천히 차를 세운 택시 기사가 창문을 열었다.
“어디 가십니까?”
강진호가 택시 기사를 가만히 보 다가 입을 열었다.
“타도 되죠?”
“어디 가냐니까요?”
“그걸 미리 말해야 합니까?”
“아, 안 갑니다.”
위이이잉.
차창이 속절없이 올라간다. 하지 만 택시 기사의 입장에서는 안타깝 게도 지금 그가 상대하는 사람은 강 진호였다.
턱.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어? 뭐야? 이거, 왜 안 올라가?” 강진호의 손이 차창을 잡았다. 그 러자 창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타도 됩니까?”
“ 아니••••••
“타.도. 되냐.구.요.”
강진호의 눈빛을 본 기사가 움찔 했다.
“네. 물론이죠! 타시면 됩니다.” 사람에게는 생존 본능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유민아, 여기 타도 된대.”
“그럼 얘 좀 데리고 가. 얘 너무 무거워.”
“알았다.”
강진호가 성큼성큼 걸어가 주영기 를 어깨에 들쳐 멨다.
“아니…… 아니, 나 더 마신다니
까. 얘들이 말귀를 못 알아먹나?”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건 너겠지.”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택시 뒷좌석에 주영기를 태웠다. 주영기 가 살짝 저항하다 택시 안으로 들어 간다. 주영기의 덩치와 인상을 본 택시 기사가 당황한 얼굴로 힐끔힐 끔 바라봤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 걱정 마십시오. 손님, 어 디로 가십니까?”
강진호가 빙긋 웃으며 택시 문을 닫았다.
안에서 뭔가 살짝 실랑이가 있는
듯하더니, 택시가 부드럽게 출발했 다.
“괜찮겠지?”
“걱정 안 해도 돼.”
박유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택시 기사도 눈이 있는데 주영기 를 골탕 먹이려 하지는 않을 것이 다.
“너는 차 어쨌어?”
“안 타고 왔어.”
“ 왜‘?”
“어쩐지 술 먹을 것 같아서.”
“ 잘했다.”
사실 강진호에게 음주운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가는 분명 생각해 볼 문제였다. 음주운전이 ‘술을 먹 고 운전한다’의 개념이라면 존재하 겠지만, 혈액 속에 알코올이 얼마나 포함된 상태에서 운전하는가의 개념 이라면 존재할 수가 없다.
강진호의 육체를 이겨내기에 알코 올은 너무도 나약한 물질이었다. 몸 안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1초도 되지 않아 몸 밖으로 쫓겨난다.
그런 강진호에게 음주운전이라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든 안 되든, 강진호는 최대한 술을 먹
고 운전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중이었다.
의미가 없다는 이유로 규범을 피 하려 든다면, 세상 어떤 규범도 강 진호에게 적용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일도 있겠지만, 적어도 편리를 위해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럼 택시 타고 가려고?”
“글쎄……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려 하늘 을 바라보았다.
어두컴컴한 하늘이 그를 내려다보 고 있다.
“얼마 안 되는데… 걸어가지, 뭐.”
“그래? 그럼 진호야, 나 먼저 갈 게.”
“그래. 조심해서 가.”
인사를 나눴음에도 박유민은 그 자리에서 멀뚱히 서서 강진호를 불 렀다.
“ 진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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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가 가만히 박유민을 바라본 다.
“올해는 좀 바땄다. 그렇지?”
“내년에는 좀 더 자주 보자. 너도
바쁘고 나도 바쁘겠지만, 바쁘다는 핑계는 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했어.”
강진호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래야지.”
“어머니, 아버지께 안부 전해주 고.”
“……올해는 더 안 볼 것처럼 말 한다? 당장 내일 보육원에서 볼 수 도 있는데.”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갈 게!”
박유민이 싱긋 웃으며 손을 혼든 다. 그러고는 대기하고 있는 택시에
올랐다. 박유민을 태운 채 멀어지는 택시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강진 호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딱히 무겁지 않은 발걸음으로 강 진호가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조금 뭐랄까…….
‘기분이 좋네.’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을 마셔서 그런지, 조금은 훈훈한 느낌이었다.
화려한 불빛들이 가득한 중심가를 벗어나 조용한 골목으로 접어든 강 진호가 가만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날이 차다.
입에서 뿜어져 나온 입김이 담배
연기처럼 허공으로 흩어진다. 입가 를 타고 흐르는 새하얀 입김을 바라 보던 강진호가 조금 먼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땐 그랬다.
어린아이의 몸으로 중원을 살아가 던 시절.
그때 가장 두려웠던 건 외로움도, 허기짐도 아니라 손끝을 에이는 추 위였다.
차디찬 담벼락 아래에 몸을 욱여 넣은 채 웅크리고 있으면, 입가에서 뿜어져 나온 새하얀 입김에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버리는 느낌이었
다.
그때, 강진호에게 겨울은 너무도 차고 가혹했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를 둘러싸고 있는 차가움은 그때만큼 가혹하지 않다.
어째서 일까?
무공이 강해져서?
현대가 그 시절보다 따뜻하기 때 문에?
글쎄.
그런 건 아니겠지.
조금은 생소한 기분이었다. 그건 아마도 박유민이 조금 전 그에게 한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기 때문인지 도 몰랐다.
“행복하니?”
‘낯간지럽게.’
쉽게 물을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쉽게 대답할 만한 말도 아니 었다.
자신이 행복한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는 강진호라면 더더욱 말이 다.
‘행복이라……
가만히 걸음을 옮기던 강진호가
그 자리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 다.
검은 하늘.
별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 운 하늘이 강진호를 내려다본다.
한때.
이 하늘을 보는 게 소원이던 시 절도 있었다. 누군가는 별빛 가득한 하늘을 아름답다 여기고 좋아한다지 만, 강진호에게 있어서 별빛이 가득 한 하늘은 살아온 곳과 떨어져 있다 는 상징일 뿐이었다.
탁한 공기 때문에 별조차 보이지 않는 이 하늘이 강진호의 하늘이다.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던, 그런…….
또 한 번의 죽음을 뛰어넘고 나 서야 강진호는 이 세상으로 돌아왔 다.
그리고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언제나 그를 반겨주는 가족이 있 고,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는 삶.
함께 이야기를 하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친구가 있는 삶.
그리고 그를 지지해 주는 동료들 이 있는 삶.
또한…….
‘잔소리해 주는 사람도 있지.’
최연하를 생각하자 웃음이 난다. 다른 요소들은 언젠가 이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반드시 가지고 싶 다고 생각한 것이지만, 최연하만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중원에서 살던 강진호가 지금의 강진호가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과분하지.’
강진호가 가지기에는 다들 과분한 것뿐이다.
행복하냐고?
대답에 의미가 없다.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절망에 빠 져 있던 때의 그는 차라리 오늘 잠
이 들면 영원히 깨어나지 않기를 바 랐다. 하루를 버티는 것도 힘들었지 만, 내일이 온다는 게 더욱 힘들었 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에 비한다면…….
지금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 과도 같다.
과분하지.
너무도 과분하지.
“ 후우.”
새하얀 입김이 천천히 하늘로 흩 어진다.
강진호는 가로등이 켜진 길 한가 운데 멍하니 서서 어두운 하늘을 바
라보았다.
의식을 잃어가며 바라보던 별 가 득한 무심한 하늘과, 별 하나 없는 검은 하늘이 그의 시선 속에서 교차 된다.
이상하다.
저 검은 하늘을 보고 있으면 마 음이 편해진다.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멀리 보이는 불빛들이 천천히 강진호에게 다가온다.
강진호의 삶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아득해 보이고, 때로는 그 저 환상처럼 생각되던 것들도 걷고 또 걷다 보면 어느새 강진호의 곁에 와 있다.
영원히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한 가족도…….
결코 다시는 느끼지 못할 거라 생각한 온기도…….
그리고 그저 웃고 떠들고 장난치 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생활마저 도.
그러니…….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힘겨울 때도 있겠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저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다 보면 어느새 강진호는 자신 이 바라던 것들을 그 두 손으로 움 켜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그렇게.
‘ 행복하냐고?’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한 강진호가 가만히 자신의 집을 바라보았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
너무도 당연하지만, 너무도 어색
하게 느껴지는 광경이다.
강진호가 대문으로 가만히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작은 정원을 걸어 현관에 도달했다.
이상하게 심호흡을 하게 된다.
한 번씩은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환상은 아닐까?
그는 여전히 십만대산의 정상에 있고, 그의 전신에는 날카로운 병기 가 박혀 있을지도 모른다. 이 길고 긴 세 번째 삶은 알고 보면 죽음을 맞이하는 적천마존이 만들어낸 환상 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강진호는 그런 공포에 시
달린다.
손에 넣은 것이 너무 과분해서 때로는 믿을 수 없으니까.
그럴 때마다…….
강진호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현관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었다.
“다녀왔습니다.”
“오라비 이 이 이 이 이 이 이 이 이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쪽에서 쿵쿵대는 소리와 함께 강은영이 튀 어나와 강진호의 가슴팍으로 돌진한 다. 살짝 질린 얼굴로 달려드는 강 은영을 받아낸 강진호가 한 손으로
가슴을 문질렀다.
내공으로 공격하는 법 같은건 가르친 적이 없는데, 공격력이 상당 하다.
“술 먹었어?”
“조금.”
“안 되겠네. 술이나 먹고 다니 고!”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강은영이 뭔가를 채 더 말하기도 전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방에서 나 와 강진호를 바라본다.
“늦었구나.”
“예. 왜 안 주무셨어요?”
“아들놈이 와야 자지.”
어머니가 빙그레 웃었다.
“농담이야. 오늘 날이 날이잖니. 그래서 간만에 네 아빠랑 분위기 좀 내고 있었지.”
“못하는 말이 없어. 애들 앞에 서!”
아버지의 얼굴이 시1게진다.
“왔으면 어서 씻고 자거라. 출출 하지는 않니?”
“괜찮아요. 먹고 왔어요.”
“그래도 술 먹고 집에 오면 배가
고픈 법인데. 여보, 뭐 먹을 것 좀 없어요?”
“걱정도 팔자예요. 내가 당신 밥 은 안 챙겨도 우리 아들 밥을 굶길 까 봐? 진호야, 씻고 와라. 밥 차려 주마.”
“……진짜 괜찮습니다.”
“씻고 와.”
강진호가 어색한 얼굴로 방을 향 해 걸어갔다.
“오라비! 나 선물은? 크리스마슨 데, 선물 줘야지.”
달라붙는 강은영을 밀어내며 강진 호가 가볍게 웃었다.
환상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이게 모두 꿈일지도 모른 다.
현실에서 이런 행복을 느끼기에는 그가 지은 죄가 너무 많으니까.
하지만…….
설사 이 모든 게 꿈이라고 해도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 다.
탁.
방문을 닫은 강진호가 불을 켜기 전에 잠깐 눈을 감았다.
— 행복하니?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 다.
“그럼.”
물론이지.
뒤늦은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