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43)
마존현세강림기-1244화(1242/2125)
마존현세강림기 51권 (1화)
1장 연합하다 (1)
휴대폰 액정으로 한 남자가 보인 다.
깔끔한 진회색의 슈트.
분이 묻어날 것같이 눈처럼 새하 얀 와이셔츠, 그리고 트렌디한 남색 의 슬림 타이.
포마드로 깔끔하게 넘긴 머리가 신
뢰감을 더해주고, 슈트 위로 걸친 롱 코트가 우아함을 완성하고 있었다.
살짝 눈매가 날카로운 게 조금 아 쉽지만, 그건 흠이라고 할 수 없었 다. 덕분에 이지적인 느낌이 살아나 니까.
‘나쁘지 않아.’
이현수가 심호흡을 하며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이 정도면 일단 외모적 인 준비는 완벽하다. 평소에는 조금 캐주얼한 차림을 선호하는 이현수지 만, 지금은 선호 따위를 논할 상황 이 아니었다.
꿀꺽.
크게 마른침을 삼킨 이현수가 고 개를 들어 눈앞의 건물을 바라보았 다.
전면이 모두 유리로 이루어져 있 는 커다란 건물이 그를 내려다본다.
얼마 전, 그가 이 건물 앞에 섰을 때는 뿌듯함으로 몸을 떨었다. 하지 만 지금은 전혀 다른 의미로 몸을 떠는 중이었다.
‘못해 먹겠네, 진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배어난 식은땀을 닦은 이현수가 한 숨을 푹푹 내쉬면서 건물을 향해 다
가갔다.
“충성! 실장님, 오셨습니까!”
부동자세로 인사하는 경비를 보며 이현수가 뚱한 눈을 했다.
“여기가 군대냐? 충성은 얼어 죽을.”
“경비는 원래 그렇게 인사하는 거 랍니다.”
“••••••그래.”
쓸데없이 더 말을 하고 싶지 않 은 이현수가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 똑바로 해라. 잡상인 들이지 말고.”
“걱정 마십시오. 이 동네 잡상인
은 제가 꽉 잡았습니다.”
“……너는 경비가 천직인 것 같다?”
“헤헤, 사실 이 일이 원래 하던 일 과 비슷해서 매우 만족하고 있는 중 입니다.”
이현수가 고개를 내젓고는 엘리베 이터로 향했다.
“고생하십시오.”
“그래.”
평소라면 MK에 들른 김에 사무 실부터 찾아갔을 테지만, 오늘 이현 수의 눈에는 사무실 따위는 전혀 들 어오지 않았다. 그보다 배는 더 중 요한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후우.”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된 거울을 보며 이현수가 다시 한 번 옷매무새 를 가다듬었다. 보통 예의는 마음가 짐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그건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다.
예를 차려야 할 때, 의관을 정제 하고 몸을 깨끗이 하는 이유가 무엇 이겠는가. 예의는 오로지 몸가짐에 서 나오는 법이다.
목적한 층에 도달하자 이현수가 심호흡을 하고는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왔다. 깨끗한 복도를 한참 걸어 들어간 이현수가 닫힌 문을 보며 입
술을 살짝 깨물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아니, 아 니지. 미친! 내 주제에 잡기는 뭘 잡아! 호랑이한테 안 맞아 죽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 아니, 이것 도 말이 안 되고.’
어쨌든 들어가야 한다.
이현수가 손을 들어 가만히 문을 두드렸다.
아니, 두드리려고 했다.
“뭐?”
하지만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안 에서 날카로운 음성이 귀를 찔러 들 어왔다.
“뭐? 재계약을 안 해? 왜?!”
“아, 아니…… 그쪽에서 재계약을 안 하겠다는 걸 제가 뭘 어쩝니까.”
“그게 매니저란 놈이 할 말이야! 재계약 따 오는 것도 네 일이잖아!”
“……언제는 실장이라면서요?”
“실장이면 더 따 와야지! 그리고 걔들은 갑자기 왜 재계약 안 한데? 누구랑 계약하는데?”
“하민정이랑 한다는 말이 있던 데……
“하아미이이인저어어어엉?”
손이 떨린다.
“아니, 뭔 대한민국 광고주들은
다 걸 그룹에 미쳤나! 뭔 TV가 죄 다 음악 채널이여? 드라마에 걸 그 룹 나오고! CF 에 걸 그룹 나오고! 왜? 아주 화장실 문짝에도 걸 그룹 사진 붙여놓고 살지그래!”
“누나, 지, 진정 좀 하세요. CF 다섯 개 넘게 새로 따고, 겨우 하나 놓친 건데……. 어차피 지금 촬영 스케줄도 엄청 빡빡하잖아요. 그거 하나 날아간 것 가지…… 아아악! 던지지 말고! 아니, 던지지 말고 말 로 해요! 말로! 여기 사무실에서는 물건 안 던지기로 나랑 약속했……. 아아아아아악!”
그냥 돌아갈까?
이현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야! 새로 따는 건 새로 따는 거 고! 있던 거 뺐기면 기분 더 엿 같 은 거 몰라서 그래?”
“그건 원래 풋풋한 어린애들이 하 는…… 아니! 그건 쇠잖아요! 내려 놓고! 제발!”
“하민정이라고 했어?”
“네.”
“그년 내가 다음에 걸리면 대가리 깨버릴 거야!”
이현수는 잠시 혼이 빠진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한참 투닥거리는 소리를 들은 끝 에 뭔가 조금 잠잠해진다.
심호흡을 한 이현수가 몇 번의 고민을 한 끝에 천천히 문을 두드렸 다.
똑똑.
대답이 없다. 하지만 이현수는 재 촉하지 않고 잠시 더 기다린 뒤, 다 시 한 번 문을 두드렸다.
똑똑.
그러자 반웅이 돌아온다.
“들어오세요.”
“예!”
이현수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문 을 열었다. 문을 열자 평소 그가 출 입하던 사무실과는 다른, 조금 더 고 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일단 눈에 들어 왔다.
하지만 그 인테리어는 곧 눈에서 사라졌다. 중앙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는 순간, 주변의 모습 따 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 기 때문이다.
최 연하.
책상에 앉은 최연하가 치켜뜬 눈 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슬픈 얼굴을 한 한은솔이 살짝 물기 젖은 얼굴로 이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처연한 모습에서 알 수 없는 동 병상련을 느낀 이현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그럼두 분 말씀 나누세요.••…
한은솔이 터덜터덜 걸어 이현수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밖으로 나가 는 한은솔이 이현수를 힐끔 바라본 다. 그의 눈에 미묘한 동정이 어려 있다는 것을 파악한 이현수가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이현수 실 장님.”
“아닙니다, 이사님! 진작 한 번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이제야 찾 아뵙게 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이현수가 문을 닫고는 구십 도로 허리를 숙였다.
이현수를 아는 이가 지금의 광경 을 보았다면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 을 것이다.
이현수는 무릎이 가벼운 남자기는 하지만, 예의가 깍듯한 편은 아니었 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할지언정 저자세는 취하지 않는 사람이 이현
수다.
총회 내에서 이현수에게 폴더 인 사를 받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 하지 않는다. 심지어 강진호에게도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하는 사람이 이현수였다.
그런 이현수가 지금 허리를 꺾어 인사를 하고 있다.
“인사가 너무 과한 것 아니에요? 부담스럽게. 그러지 말고, 이리 와 좀 앉으세요.”
“아…… 예, 이사님!”
하지만 이현수에게는 너무도 당연 한 대웅이었다.
‘잘못 걸리면 아작난다.’
뭐? 총회의 이사들? 국무총리?
‘알 게 뭐야, 그런 양반들.’
총회의 이사들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이들이지만, 이현수 는 딱히 그들을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아니다.
최 연하.
이현수가 세상에서 가장 껄끄러워 하는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책상 밖 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와, 둥골에 땀 흐르는 것 봐라.’ 이현수는 그동안 험난한 삶을 살 아왔다.
살아오는 와중 그가 상대한 이들 중에서는 구제불능의 살인자도 있 고, 권력에 혼을 빼앗겨 버린 악마 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이도 최 연하처럼 이현수를 긴장하게 만들지 는 못했다.
최연하가 강진호의 여자 친구이기 때문에?
천만에.
말이 통한다면 무서운 사람은 없 다.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현수에게 있 어서 최연하는 반드시 대화를 통해 서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임에도 불
구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 다.
말이 안 통하는 무뢰배는 주먹으 로 후드려 패고, 말이 통하는 사람 은 말로 후드려 패온 이현수에게 있 어서 말이 안 통하고 주먹을 쓸 수 없는 상대는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미지수의 괴 물이나 다름없다.
그랬다.
말하자면 이현수에게 있어서 최연 하는 세상 단 하나뿐인 천적이나 마 찬가지 였다.
“ 앉죠.”
“네, 이사님!”
소파에 앉으며 최연하가 미소를 지었다.
“너무 그렇게 깍듯하게 대하지 않 으셔도 돼요. 회사로 따지면 훨씬 선배님이신데.”
“회사에서 중요한 건 경력이 아니 라 직급입니다. 직급이 높다는 것은 능력이 높다는 것이고, 회사에서는 능력이 높은 사람이 당연히 더 높은 대접을 받아야 합니다. 이사님, 괘념 치 마십시오.”
“연배도 저보다 더……
“회사는 나이로 대접받는 곳에 아
닙니다!”
“흐응, 그래요?”
최연하가 재미있다는 듯이 빙글빙 글 웃었다. 이현수는 부동자세로 앉 아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 편하게 생각해 주십시오.”
“하지만 이 실장님이 그렇게 힘을 넣고 있으면 제가 편하게 대하기 어 렵잖아요.”
“진호 씨한테 들은 대로라면 좀 더 재미있는 분인 줄 알았는데……
‘뭐라고 말씀하신 겁니까, 회주 님!’
대체 뭐라고 말을 했기에 이현수와 재미라는 말이 함께 나온단 말인가. 40이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누군가에게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말 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현 수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가 아니고……
뭔가 말을 하려던 최연하가 피식 웃고 말았다.
“아니에요. 긴장하시는 분, 괜히 괴롭히는 것 같네.”
“아닙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어차피 이
사 자리도 그냥 감투잖아요. 자꾸 그러시면 제가 불편해요.”
이현수가 슬쩍 최연하의 눈치를 살폈다.
부드럽게 웃고 있는 입매를 보니 긴장된 마음이 스르륵 풀리는 느낌 이었다.
‘내가 너무 과하게 긴장했나?’
그 순간이었다.
“그년, 내가 다음에 걸리면 대가 리 깨버릴 거야!”
조금 전에 들은 최연하의 울부짖 음이 이현수의 뇌리에서 재생되었 다. 이현수가 조금 편히 풀리려던 팔에 바짝 힘을 주었다.
‘정신 차려라, 이현수.’
이 여자는 요괴다.
아무리 잘해주는 척해도 그 근본 은 어디 가지 않는다. 이 여자는 가 족 외에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던 강진호를 잡고 뒤흔드는 여자다. 감 히 이현수 따위가 어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오늘은 이해해 주십시오. 앞으로 최대한 편히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
겠습니다.”
“흠, 그럼 어쩔 수 없죠.”
최연하의 얼굴에 살짝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현수는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저 아쉬움은 자신과 편해지 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 다. 거미줄에 먹잇감이 걸려들지 않 았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래, 무슨 일이시죠?”
“예, 이사님! 다름이 아니라 MK 그룹 차원에서 이사님께 요청을 드 리러 왔습니다.”
“요청이요?”
“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MK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새로 시 작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MK의 간판은 이사님 아니겠습니까? 그래 서 회사 차원에서 이사님께 모델을 맡아……
“잠시만요.”
“네‘?”
최연하가 밖을 보며 목소리를 높 였다.
“은솔아! 한은솔 실장!”
“예, 누나!”
“들어와라! 일이다!”
“넵!”
한은솔이 헐레벌떡 들어와 수첩을 펴고 앉았다.
그러고는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사무적인 눈으로 이현수를 보며 말 했다.
“최연하 배우 매니저인 한은솔입 니다. 일적인 이야기는 일단 저와 하 시죠.”
“……아니, 이사님.”
“아아!”
한은솔이 단박에 이현수의 말을 잘랐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인 법이죠.
지금은 계약에 관한 이야기이니, 최연 하 배우라고 불러주십시오. 자, 그래 서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다구요?”
이현수가 넋이 나간 얼굴로 한은 솔을 바라보았다.
이 새끼, 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