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48)
마존현세강림기-1249화(1247/2125)
마존현세강림기 51권 (6화)
2장 조율하다 (1)
콰아앙!
귀를 파고드는 폭음에 아키노리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사람이 주먹 을 휘둘러 나는 소리라고 하기에 이 폭음은 너무도 컸다.
저만한 공격을 인간에게 퍼붓는 이도 정상은 아니지만, 그만한 공격
을 얻어맞고도 다시 달려드는 이들 도 정상이 아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나약한 것들!”
장민이 악귀처럼 머리를 곤두세운 채 시뻘건 혈기를 줄줄이 내뿜는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오 니(도깨비)라 착각하고도 남을 광경 이다. 그리고 그 오니를 상대하는 이들의 몰골도 그리 아름답지는 못 했다.
“이 영감탱이가!”
“죽어라아아아아앗!”
검은 마기를 줄줄이 내뿜으며 젊 은 마인들이 장민에게 달려들었다.
대부분은 달려드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곤죽이 되어 튕겨 나갔지만, 바닥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벌떡 일 어나 다시 달려들기를 반복한다.
그 두 눈에 어린 살기와 광기는 과연 이게 수련인지 실전인지를 의 심케 했다.
“이……
정면에서 장민에게 달려들던 이명 환이 쾅! 거센 폭음과 함께 튕겨 나 와 아키노리의 발치까지 나가떨어졌 다.
“ZL 으••…‘
바닥에 처박힌 이명환이 몸을 두
어 번 들썩이다가 결국은 일어나지 못한 채 드러누워 버렸다.
“후욱, 후욱……
입가에서 흘러나온 피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피 보다 이명환의 눈이 더 붉다. 그 눈 을 본 아키노리는 전신을 파고드는 섬뜩함에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 났다.
‘이게 한국의 마인들인가.’
보면 볼수록 한국, 아니, 총회의 저력에 당황하게 된다. 장민이나 바 토르 같은 자는 이해할 수 있다. 애 초에 그들은 한국인도 아니니까. 강
진호가 적당한 이들은 잘 영입한 걸 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마인들은 분명한 한국인들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젊은 한국의 무인 들이다.
‘일본의 젊은 무인들 중 이들만 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 하나라도 있 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실력적으로 이들과 맞설 만한 이들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른 다. 하지만 그건 지금일 뿐이다. 불
과 1년 정도만 지나더라도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
일본의 무인 중 이들처럼 목숨을 걸고 악을 써가며 수련하는 이들은 단 하나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아키노리의 생각과는 다르 게 장민은 영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 이었다.
“이 쓰레기 같은 놈들.”
장민이 이를 갈며 말했다.
“마존을 호위한다는 놈들이 겨우 이따위 실력이란 말이냐? 그런 주제 에 감히 마존의 친위대라는 이름을 써?”
이명환이 부들부들 떨며 몸을 일 으켰다.
전신이 금방이라도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이 엄습하고 있지만, 저런 말을 듣고 누워 있을 수 있을 만큼 속편한 사람은 여기에 없다. 이명환 뿐 아니라 다른 마염들도 입가로 피 거품을 흘리면서도 기어코 몸을 일 으켰다.
“마염이라는 이름은……
장민이 마염들을 쭉 훑어보며 이 를 갈 듯 말했다.
“교에서는 전설이나 마찬가지인
이름이다. 적천마존의 전설은 언제 나 그의 친위대들과 함께 이루어졌 다. 그런데 어줍잖은 마공 좀 익혔 다고 너희가 감히 마염이라는 이름 을 사용한다고?”
이명환이 광기를 머금은 눈으로 장민을 노려보았다. 일백에 달하는 증오가 장민에게 쏟아진다. 하지만 장민은 그 눈빛들을 받으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너희는 자격이 없다. 하지만 너 희에게 그 자격을 부여하신 것은 다 름 아닌 그분이시다. 그렇다면……
장민이 씹어뱉듯 말했다.
“너희가 그 자격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마염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 록, 그리고 마존의 친위대라는 말이 어울리도록. 마음속에 날을 세워라, 이 쓰레기들아! 내가 너희를 그에 어울리도록 바꿔주겠다!”
카아아앙!
장민의 손에서 강기가 길게 자라 났다.
“일어설 힘이 있으면 덤벼라! 어 린애처럼 덜덜 떨고 있을 생각은 아 니겠지?”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이명환이 고함을 지르며 장민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이들도 일제히 마 기를 뿜어내며 달려든다. 그들의 공 세를 바라보며 장민이 비릿하게 웃 었다.
털썩.
“오늘은 여기까지다.”
“끄으……
“나약해 빠진 놈들.”
장민이 쓰러져 있는 마염들을 슬 쩍 둘러보고는 고개를 내저으며 수 련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바닥에 엎어져 있는 마염들에게는 고개를 들어 그 뒷모습을 바라볼 힘조차 남
아 있지 않았다.
“……살아 있냐?”
“죽었어.”
“그래, 나도.”
이명환은 입으로 밀고 들어오는 흙먼지의 맛을 느끼며 거친 숨을 내 쉬었다.
‘빌어먹을.’
장민이 강한 건 알고 있다.
장민은 총회 내에서 최소한 삼인 자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는 사람 이다. 그에 비견될 수 있는 이는 총 회의 수많은 무인을 다 따져 봐도 바토르 하나밖에는 없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까마득한 고수 인 위긴스나 방진훈마저도 장민에 비한다면 손색이 있다.
물론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좀 비벼볼 수 있 을 줄 알았는데……
혼자라면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 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마염들이 모두 모여 있지 않은가. 백 명의 마염이 라는, 이제는 웬만한 고수 따위는 순식간에 썰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 했는데, 그 생각이 지금 이 순간 완
전히 박살 나버렸다.
상대가 강진호라면 이해할 수 있 다.
강진호는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극의 고수고, 또한 그들을 가르친 스승이니까. 스승만큼 제자 를 잘 알고 상대할 수 있는 이가 또 있겠는가.
하지만 장민은 아니다.
장민은 마공을 익혔다는 공통점 외에는 마염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 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장민 하 나를 감당하지 못해서 모두가 박살 이 나버린 것이다.
“으으…… 씨발.”
그 모멸감에 이명환이 몸을 떨었 다.
이제는 좀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무인의 길은 조 금 강해졌다 싶으면 더 큰 벽이 나 타나고, 조금 더 강해졌다 싶으면 더욱 큰 벽이 나타난다.
“……영감님, 더럽게 세네.”
“그러게.”
자신들에 대한 실망과 동시에 장 민에 대한 공경심이 무럭무럭 피어 난다.
무인이란 본디 자신보다 강한 무
인을 동경할 수밖에 없다. 그만한 무력을 쌓기 위해서 얼마나 고된 수 련이 있었을지를 짐작할 수밖에 없 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차이가 이렇게나 나나.”
“회주님이 그러셨잖아. 마공은 마 공을 잡아먹는 성질이 있다고, 그래 서 더 강한 마인은 상대적으로 쉽게 더 약한 마인을 상대할 수 있다고.”
“그것도 상대적이지. 백 명이 달 려들어서 공격 한 번 제대로 성공 못 시킨다는 게 말이나 되나?”
“장로님이 그만큼 강하신 거지.”
“제길.”
이명환이 비척비척 몸을 일으켜 세웠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납득 하기가 힘들다.
‘일본 놈들을 쓸어버린 게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강진호가 거의 마무리해 놓은 놈 들, 겁에 질려 제 힘을 발휘하지 못 하는 놈들을 상대했지만…… 그놈들 을 박살 내버린 것 역시 사실이다.
은근히 차오르던 자신감이 속절없 이 무너지고 있었다.
“우린 언제 세지냐?”
“야, 이 또라이야.”
“••••••왜?”
“우리 이제 제대로 수련한 지 겨 우 1년 됐다. 양심이 있으면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이명환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그 말은 맞다. 백 년이 넘는 시 간 동안 마공만을 수련해 온 장민과 이제 겨우 마공을 익히기 시작한 병 아리들이 비교될 수 있을 리 없다.
“그리고 우리만 당하는 게 아니잖 냐.”
콰아아아아아아앙 !
수련장 옆쪽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굉음이 터졌다. 이명환이 질린 얼굴로 그쪽을 바라봤다. 거리 가 있음에도 하늘로 충천하는 마기 와 혈기가 그대로 보였다.
“……장로님들인가?”
“그런 모양이더라.”
“힘도 좋으시지.”
아마도 마염들을 상대하자마자 장 로들을 상대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언뜻 보기에도 장로들의 수련은 마염들이 겪는 것과는 비교 도 되지 않을 만큼 거칠고 격렬하
다.
“……엄살이라도 좀 부리게 두 지.”
마교도들은 조금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젊은 마교도들은 마염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아니, 굳이 마 염들이 나설 것도 없이 총회의 웬만 한 무인들이라면 마교도 정도는 가 지고 놀 수 있다.
하지만 장로들은 다르다.
아무리 어중이떠중이들을 모아놓 는다고 해도 그 수가 마교 정도 되 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두각 을 나타내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장로들은 그런 이들 중에서도 거 르고 걸러진 인재들이다. 길고 긴 탄압의 역사를 온몸으로 버텨내고 마지막까지 마교를 지켜낸 이들이 다.
그들의 강함은 감히 마염들이 상 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 런데 마염들보다 훨씬 강한 장로들 조차 지금 이 순간 뼈를 깎는 수련 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뭐가?”
“아니, 장로님들 정도면 그래도 굉장히 강한 편이잖아. 이제 나이도
있고.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수련을 계속할 수가 있지?”
“거꾸로지, 병신아.”
“응?”
“그 나이가 되도록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저리 강해지고 저 자 리까지 올라가는 거지.”
“아••••••
“이제 기껏 일 년 굴러놓고 벌써 힘들다 소리나 하는 너 같은 놈은 저기까지 못 가는 거지.”
“누가 힘들데?”
이명환이 발끈했다.
“아니면 정리나 해. 저녁 먹고 야
간 수련 시작해야 해.”
“……일본에 온 지 벌써 며칠 됐 는데, 수련장 말고는 밖에 나가보지 도 못했다.”
“걱정하지 마라. 장로님들 말대로 라면, 이제 곧 우리도 죽어라고 뛰 어야 할 시기가 올 테니까.”
“그렇겠지.”
이명환이 입가에 흘러내린 피를 닦으며 눈을 빛냈다.
수련이 싫다는 건 아니다. 다만, 자신들이 일본에 온 것은 이런 수련 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명환 은 실전에 굶주려 있다.
“그런데…… 이 새끼들이 반항할 까?”
“당연한 거 아냐? 원래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움직이는 놈들은 칼 들고 설치지 않는 법이지.”
“그렇지.”
이명환이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 았다.
“너,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집 안에 독립 투사라도 있으시냐?”
“……일본 놈들이 아니어도 좋으 니까. 누구하고라도 좀 싸워봤으면 좋겠다.”
“장로님이 상대해 주시잖아.”
“아니, 좀 만만한 애들로.”
“성격이 썩었네.”
이명환이 쓰게 웃으며 몸을 일으 켰다.
“가자, 밥 먹으러.”
“오냐.”
터덜터덜 걸어 식당으로 향하는 마염들을 보며 아키노리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벌써 회복을 한다고?’
장민에게 털려서 손가락도 까딱 못하던 게 불과 십 분 전이다. 그런 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걷고 있 다. 말도 안 되는 회복력과 무시무
시한 터프함이다.
‘회주님이 없었다면 정말 신니치 카이가 한국을 점령할 수 있었을 까?’
예전에는 확신했던 일이지만, 최 근 들어서는 회의가 든다. 확실한 것은 한국의 전력은 강진호를 제외 하고도 일본과 비등하거나 그 이상 인 수준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대로 무난히 세력을 키 워 나갈 수 있다면?’
정말 동아시아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비교가 불가하다고 생각한 중국의 삼왕계도 어쩌면
‘아직은 너무 이른 생각이지.’ 아키노리가 고개를 내젓고는 텅 비어버린 수련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