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5)
마존현세강림기-125화(125/2125)
마존현세강림기 5권 (25화)
5장 – 다짐하다 (6)
성태호의 등에서 군장을 벗겨낸 강진호가 자신의 군장 위에 성태호의 군장을 올렸다. 주변 사람들도 달라붙어서 군장을 고정시키는 것을도와주었다.
“진짜 할 수 있겠어? 안 되겠으 면 안 해도 된다.”
“괜찮습니다.”
강진호는 스무스하게 자리에서 일 어나더니, 바닥에 앉아 있는 성태호를 잡아 일으켰다.
“힘내십시오.”
“미안하다.”
“괜찮습니다. 늦겠습니다.가셔야 됩니다.”
“그래!”
흐트러졌던 줄이 다시 대오를 갖 췄다.
“저건 사람도 아냐.”
전혁수는 얼이 빠진 얼굴로 그의 눈앞을가리고 있는 거대한 군장을
바라보았다.
군장 위에 군장이 하나 더 얹혀 있다.
가끔 사람들이 전역한 후에 부대 에서 낙오한 후임 대신에 군장을 두 개 메고 행군했다는 허세를 떨어 대 기는 하지만,
그건 정말 잠깐 메준 것에 불과하다.
상식적으로 25kg의 군장을 두 개 메면 50kg이다. 5일 동안 육체를 혹 사시키는 훈련을 받고 50kg을 짊어진채
40km를 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생각해 보라.
그런데 강진호는 군장 두 개를 짊
어지고도 산보하듯이 걷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어. 미안하다, 진호야.”
성태호는 강진호에게 군장을 넘기 고도 힘들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강진호는 그런 성태호의 뒤를 따라가면서 휘청이는 몸을 잡아 밀어주 고 있었다.
보통 그런 광경을 보면 남자로서 자존심이 꿈틀거릴 만도 하련만, 이 미 강진호를 비교 대상에서 논외로 놓은 이들은 굳이 나서서 군장을 메 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본인들이 퍼지면 강진호
가 군장 세 개를 메고가야 한다.
“성태호!”
“일병 성태호!”
“정상가면 저녁 먹고 쉴 테니까, 그때까지만 좀 참아라.”
“예!”
성태호가 악에 바쳐서 소리를 질 렀다.
조원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진짜 저건 어디서 산삼이라도 먹 고 왔나?”
군장 두 개를 메고 산을 올라가는 강진호를 보고 있자니, 심마니가 따
로 없었다.
아니, 보통 심마니들도 산을 탈 때는 짐을가볍게 한다는 것을 생각 하면, 나무꾼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 른다.
“쟤 통나무 다섯 개 끌고 산 내려가던 앱니다. 뭐, 별거라고 그러십니까?”
“매번 새로우니까 그렇지.”
인간은 인간다워야 하는 법이다.
겨우 산꼭대기에도착하자 짐을 풀고 식사가 준비되기 시작했다.
“ 괜찮냐?”
“……예.”
바닥에 반쯤 늘어져 앉아 있는 성 태호가 힘겹게 대답을 했다.
“이제 내리막길이고, 그 앞으로는 평지니까 할 만할 거다. 얼른 체력 부터 회복해. 입맛 없겠지만, 밥 안 먹으면 못 버틴다. 최대한 많이 먹 어둬. 물은 적당히 먹고. 알겠지?”
“예. 죄송합니다, 분대장님.”
“됐어, 새끼야.”
조원구가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군장을 해체한 강진호가 밥을 받기 위해 식사 추진 차량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저건 지치지도 않나.”
군장을 두 개나 메고 사람도 하나 끌다시피 하며 산을 올라온 강진호였다.
힘들다고 퍼져도 알아서 밥을 타다 줄 작정이었는데, 올라오자마 자 누구보다 빠릿하게 움직여서 정리를 하더니,
선임들 밥을 받겠답시 고 줄을 서 있다.
“제가 선임인데, 솔직히 진호한테는 이제 말을 못하지 말입니다.”
“무늬만 선임이지.”
“……니들도 앞으로 고생이 많겠다.”
사회에서도 후임이 너무 잘하면 선임이 괴로운 법이다. 그런데 군대
는 오죽하겠는가.
그리고 지금의 강진호에게는 잘한다는 말도 어울리지가 않았다.
군생활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 여 기에 있는 것이다.
“어쟀든 밥 많이 먹어둬라.”
조원구가 산 아래로 보이는 긴 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행군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사실 행군이야말로 정말 함께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다.
홀로 군장을 매고 40㎞를 정해진
시간 내에 주파하라고 한다면,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함께하 기에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행군이 었다.
“힘내십시오.”
“미안하다, 진호야.”
“그런 이야기 마십시오.”
“응.”
성태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미안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고개를 들어버리면 체력이 훅 빠지는 느낌 이 들어서다. 앞사람의 발만 보고 따라가는 것이 체력의 소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쓰러질 것 같아.’
이미 체력은 한 점도 남아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입대를 하기 전부터 남들에 비해 체력이 나쁘던 성태호다. 그냥 평범 하게 유격을 받았어도 지금쯤 퍼졌을텐데, 최우수 분대를 하겠답시고 이를 갈고 있는 선임들의 눈에 맞추 다 보니, 남아 있는 체력마저 다 날 아간 것 같았다.
‘쓰러지면 안 돼.’
그 혼자라면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혼자 때문에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군장까 지 후임에게 넘긴 이상 죽어도 완주를 하는 것이 그에게 남아 있는 마 지막 자존심이었다.
“으헛!”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앞으로 꼬꾸라질 뻔한 그를 강진호가 잡 아준다.
“미, 미안하다.”
“자꾸 미안하다 소리 하지 마십시 오.”
“그래.”
성태호는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
을 주었다.
어쩌다 이런 괴물 같은 후임이 들 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강진호의 선임이다.
체력으로는 따라갈 수 없다 하더 라도 정신력은 질 수 없었다.
“태호야, 힘내라!”
“예!”
앞에서 들려오는 선임들의 목소리 에 성태호가 몸에 힘을 주었다.
“십 분간 휴식! 길가로 물러서!”
길가로 나오자마자 뒤로 드러눕는다. 다들 드러누워서 하늘을 바라보 았다.
‘죽을 것 같다.’
이렇게 누울 때마다 다 놓아버리 고 싶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통을 꺼내 입으로가져갔지만, 그의 수통은 이미 비어 있었다.
“아……”
그러자 등 뒤에서 수통이 불쑥 내 밀어졌다.
“드십시오.”
“고마워.”
받아 든 수통이 묵직했다.
‘물도 거의 안 먹었네 ’
수통을 열어보니 물이 끝까지 차 있었다. 강진호의 체력은 그가도무
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물을 쭉 들이켠 성태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수한 별 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가깝게 자리하고 있었다.
“별 진짜 예쁘다. 그렇지?”
강진호는 딱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성태호도 강진호의 대답을 딱히 기대하지는 않았다.
“군대가 아니면 이런 광경을 어디 서 보겠어.”
“넌 군대 온 것 후회 안 하냐?”
“안 합니다.”
“……그래?”
“후회한다고 해서 오지 않을 수도 없는 곳 아닙니까?”
“그렇지.”
성태호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걸 끝내고 나면 나한테 뭐가 남을까?”
“모르겠습니다.”
“그래, 모르겠지.”
아직 군생활이 한창인 그들은 알 수 없는 일들이었다.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는
말이 정말 허세뿐인 말인지 확인하 고 싶었다.
“출발한다!”
성태호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팔을 잡으려 하는 강진호의 손을 점잖게 밀어냈다.
“이제 괜찮아.”
언제까지 후임의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군장을 다시 넘겨받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미안하고 자존심 상하는데, 끝까지 어린애처럼 보살 핌을 받을 수는 없었다.
“가자, 진호야.”
성태호는 바로 앞에 보이는 전혁 수의 등을 보며 걸었다. 앞에서는 전혁수가 그를 끌어주고, 뒤에서는 강진호가 그를 받쳐 주고 있었다.
‘갈 수 있어.’
혼자서라면 몰라도 이들과 함께라 면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이 행군이 었다.
부대에도착함과 동시에 두가지 희소식이 생겼다.
하나는 마침내 그 들이 유격 최우수 분대로 뽑혀서 분 대원 전원이 9박 10일의 휴가증을 획득했다는 사실이었고, 다른 하나
는 강진호가 최우수 올빼미가 되어 서 단독으로 9박 10일짜리 휴가증을 또 받았다는 것이다.
“……잠깐만. 장기 자랑 휴가증도 있잖아.”
“그건 4박 5일이지 말입니다.”
“그래도 그게 어디야. 그럼 뭐야? 진호 저거, 24박 25일 나가는 거야?”
“일병 정기도 안 썼지 말입니다.
다 붙이면 35일입니다.”
“날로 먹네?”
다들 부러움에 우우, 하고 비난을 했지만, 진심으로 강진호의 휴가를
배 아파 하는 이들은 없었다.
강진호는 충분히 휴가를 갈 만했 고, 강진호가 아니었다면 그들이 딴 휴가증도 없었을 거란 사실을 잘 알 고 있기 때문이었다.
“양심도 없는 새끼들아, 휴가 나 갔다 오면서 진호한테 선물 하나씩 꼭 사다 줘라. 알았어?”
“예! 분대장님!”
조원구의 말에 다들 환호를 했다.
지옥 같던 유격이지만, 덕분에 꿀 맛 같은 휴가증을 손에 넣은 것이다.
유격을 기점으로 강진호의 생활을 꽤나 많이 변했다.
이전에도 강진호를 어려워하던 선 임들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강진호를 후임 취급 하지 않았다.
군에 관련해서 지식적인 측면에서도, 육체적인 측면에서도 더는 강진호의 선임을 자처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강진호가 선 임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들 스 스로 강진호를 후임처럼 대하는 것 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결국 강진호는 일병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상병과 비슷한 대접을 받
기 시작했다.
일과에 대한 간섭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면…….
“장재환.”
“이병! 장재환!”
“침상이 더러워.”
장재환이 눈물을 뿌리며 침상을 타기 시작했다.
성태호와 전혁수가 식은땀을 홀리 며 강진호를 말렸다.
“진호야, 저 정도면 충분한 것 같
은데?”
“더럽습니다.”
“아냐, 진호야. 다시 봐라. 정말 깨끗하지 않니?”
“더럽습니다.”
강진호는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 다는 얼굴로 둘을 바라보았다.
“침상 하나 제대로 깨끗이 하지 못하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니 기준이 이상하다고 생각 하지는 않니?”
전혁수는 후임에게 우리는 충분히 더러운 인간들이니 그렇게까지 깨끗
하게 침상을 청소할 필요는 없다고 항변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서러 웠다.
하지만 뭘 어쩌겠는가.
이러다가는 장재환이 노이로제에 걸릴 수도 있다고 판단한 전혁수가 필사적으로 강진호를 납득시켰다.
“진호야, 사람의 체력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 네 기준을 남한테 적 용시키면 안 돼.”
“……이 정도로 말입니까?”
“안 되겠다. 태호야.”
“상병 성태호!”
“애들 훈육은 네가 맡아라. 진호
한테 맡겨두면 애 잡겠다.”
“알겠습니다.”
성태호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충분히 공감하는 바였다.
“그래도 제가……
그때,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왔다.
[강진호, 행정실에 전화 왔다. 강진호, 행정실로 와라.]강진호가 스피커를 힐끗 바라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바쁘다고는 해도 집에 전 화하는 것을 잊지 않는 강진호였다. 어제만 해도 별일이 없었다. 그런데 일과 시간에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
은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이었다.
“가보겠습니다.”
“그래.”
강진호가 서둘러 행정반으로 향하 자 남은 인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내 팔자야. 후임 눈치 보는 것도 지친다.”
“그러게 말입니다.”
전혁수와 성태호가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행정반에도착한 강진호가 전화기를 들었다.
“통신 보안. 일병 강진호입니다.”
[진호야!]뜻밖에도 들려온 목소리는가족이 아니라 박유민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야?”
박유민의 목소리가 평소 같지 않 다는 것을 확인한 강진호가 되묻자 전화기 너머로 떨림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장 선생님이…….]강진호가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