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50)
마존현세강림기-1251화(1249/2125)
마존현세강림기 51권 (8화)
2장 조율하다 (3)
관조한다는 건 지켜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의 육체를 타인의 육체인 것처럼 타자화하고, 그 안에서 일어 나는 흐름과 변화를 담담히 분석하 는 것. 그게 관조다.
현대적인 언어로 하자면 체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육체 안의 기운은 잘 흐르고 있 는지, 생각과 다른 부분은 없는지, 혹은 새로운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 는지.
일정 이상의 수준에 오른 무인에 게 있어서 관조는 필수적인 일이다. 자신의 상태를 완벽하게 점검하는 것. 그건 때로는 명상이라는 이름으 로 불리고, 때로는 면벽이라는 이름 으로 불려왔다.
호칭이야 여러 가지겠지만, 그 많 은 호칭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는 결 국 대화다. 스스로의 육체와 정신과
나누는 대화. 외부의 어떤 것과도 뒤섞이지 않는, 진정한 자신과의 만 남.
거창한 말을 걷어내면 결국 의사 가 MRI를 통해 환자의 육체와 만 나듯, 무인은 관조를 통해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점검한다.
그리고 지금 강진호는 평소와 같 은 관조 속에서 평소와는 다른 무언 가를 발견하는 중이었다.
‘뭐지?’
습관적으로 시작한 관조였다. 하 지만 하루 사이에 그의 육체는 어제 와 분명 달라져 있었다.
경계가 흐려졌다.
아무리 다시 확인해도 결과는 같 았다.
단전.
무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 분, 무인과 일반인을 구분하는 가장 큰 요소, 내공을 저장하는 그릇.
그 단전의 경계가 지금 미묘하게 흐려져 있었다.
‘ 입마?’
강진호가 미간을 좁히고는 내부로 침전해 들어갔다. 그가 알고 있는 어떠한 상식으로도 좋은 소식은 아 니다. 단전은 확고한 벽으로 내력을
감싸야 한다. 실력이 늘고 무위가 높아질수록 단전은 더욱 단단해져 가기 마련이다.
단전의 벽이 흐려진다는 것은 무 위가 퇴화한다는 뜻이다. 결코 좋은 소식일 수 없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단전의 벽이 흐려진 것은 확연한데, 어느 곳에서 도 다른 이상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무위는 낮아지지 않았는데, 단전 의 경계만 무너지고 있다.’
기사(奇事) 였다.
몸을 몇 번이나 점검한 강진호의 무의식의 안에서 천천히 솟아오른 다. 그러고는 가만히 눈을 뜨고 아 래를 내려다보았다.
단전이 있는 아랫배가 강진호의 눈에 들어온다.
‘딱히 이상 징후는 없다.’
아니.
오히려 어제보다 더 강한 힘이 느껴진다. 폭발할 듯 용솟음치는 기 운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육체에 활 력을 불어넣는 힘이 느껴진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는데 상태가 좋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 군.’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것은 지 금 강진호의 무학이 과거 적천마존 의 무학과는 이미 다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강진호의 무 학은 이전의 누구도 걸어보지 못한 길이다.
강호의 역사가 천 년이 넘었다지 만, 그 긴 시간 동안 누구도 정공과 마공을 융합하려는 시도를 해본 적 은 없다. 아니, 시도한 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성공한 이는 아무도 없었 다.
강진호조차 의도하고 이 길로 들 어선 게 아니다. 그러니 앞으로 무 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
단전의 벽이 흐려진다. 이대로 간 다면 결국 강진호의 몸 안에서 단전 이라는 곳이 사라질 것이다.
나쁜 일인가?
과거였다면 그렇다고 했을 것이 다.
하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딱히 그 런 부분에 집착하지 않았다. 이미 그는 보았으니까. 단전이 없음에도 마법을 사용하고, 검강을 사용하는 이들을.
그들을 보며 느낀 게 있다.
결국 단전을 사용하는 동양의 무 학조차도 무학을 사용하기 위한 하 나의 체계일 뿐이다. 세상에는 동양 과는 다른 방식으로 무학을 사용하 는 이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 드넓은 체계를 보았음에도 과 거의 체계에만 연연하는 것은 어리 석은 일이다.
단전이 사라진다?
그럼 그대로 내버려 두면 된다.
새로 개척하는 길이 과거 봐오던 길과 다르다고 해서 그 길을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강진호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의 앞에 한 사람의 형상이 떠 오른다.
오만한 눈빛.
타오르는 듯한 마기.
세상 모든 것을 짓밟아 버릴 듯 한 패도가 지켜보는 이의 심장을 떨 리게 한다.
적천마존.
강진호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형 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적천은 강진호다.
하지만 강진호이면서도 강진호가 아니기도 했다.
과거, 이렇게 적천을 대면할 때면 강진호는 감당할 수 없는 그 힘에 짓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담담할 수 있다.
자신을 노려보는 적천마존의 형상 을 보면서도 강진호는 더 이상 동요 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아직 자신의 힘은 적천마존에 닿지 못한다. 이번 전투에서도 확연하게 느끼지 않았던 가.
아무리 일본의 정예들이 폭탄을
활용하고 강진호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승부를 걸어왔다 하더라도 과거의 적천마존이었다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들 모두 를 짓밟아 버렸을 것이다.
그래, 아직은 아니다. 아직 강진 호는 과거 적천마존의 무위를 따라 잡지 못했다.
다만…….
강진호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 라간다.
이제는 보인다.
그전까지는 까마득하게만 느껴지 던 적천마존의 경지가 이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느껴진다. 물론 그 경지를 따라잡는 것은 아직 멀기만 하지만, 산의 정상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눈에 보이는 곳은 끊임없이 오르 고 오르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 다. 결국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적천마존의 모습이 점점 흐려진 다.
중요한 것은 그저 도달하는 일.
세 번째 삶을 살아가면서 강진호 는 수많은 것을 겪고, 수많은 것을 보았다. 그럼에도 그저 과거의 방식
을 답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더 나은 길, 더 나은 방향을 찾아 내 과거를 되찾는 게 아니라 뛰어넘 어야 한다.
가부좌를 푼 강진호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전신이 흥건 한 땀으로 젖어 있다. 이제는 딱히 육체 안에 내보내야 할 탁기가 남아 있지는 않지만, 제대로 운공을 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땀이 흐른다.
기운을 돌려 흐른 땀을 싹 날려 버린 강진호가 기지개를 켜며 방문 을 열고 나왔다.
그러고는 소파에 앉아 과자를 먹 고 있던 강은영과 눈이 마주쳤다.
“•…”줄까?”
“아니. 괜찮아.”
참 신기한 일이다.
강은영을 볼 때마다 강진호는 과 연 과학이라는 것이 맞는 것일까를 의심하게 된다. 과학에 따르면 인체 란 받아들이는 칼로리 이상을 소모 하지 못할 경우에 지방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강은영을 보고 있으면 그 상식을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다.
강은영을 볼 때마다 절반 정도는
뭔가를 먹고 있는 모습인 것 같은 데, 왜 살이 찌지 않는 것일까?
아니, 아니다.
살은 찐다.
볼록 나온 아랫배라든가, 살짝 둥 글어진 어깨선 등을 본다면 강은영 의 몸에도 착실히 지방은 쌓이고 있 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건…… 강은영이 먹는 것이 모두 지방으로 전환된다면, 지금쯤 강은영은 걷는 게 아니라 굴러다녀야 한다는 점이 다.
“ 뭐‘?”
“••••••아니.”
강진호가 머뭇대다가 물었다.
“곧 활동하는 거 아냐?”
“맞아.”
“……음, 아니다.”
강은영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지금 나 살쪘다고 뭐라 하려고 그러지?”
“이 사람, 안 되겠네! 요즘이 어 떤 세상인데 지적질이야!”
“딱히 지적한 건 아니다.”
강은영이 슬쩍 내려다보고는 양심 에 찔렸는지 얌전히 테이블에 과자 를 내려놨다.
“안 그래도 관리하려고 했어. 그 리고 지금 내가 과자 먹고 살 찌우 는 것도 다 관리거든.”
“세상에 그런 관리도 있구나.”
“진짜야. 지금은 녹음하는 중이란 말이야. 녹음할 때는 살이 좀 있어 야 소리가 좋게 나와. 울림통이라는 말도 못 들어봤어?”
“은영아.”
“웅?”
“애초에 너한테 가창력이라는 게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나와. 다투자.”
“사양할게.”
피식 웃으면서 욕실로 가려고 하 자, 강은영이 강진호를 붙잡았다.
“준비 잘하고 있는 동생을 타박하 실 게 아니라, 본인 일부터 좀 신경 쓰시는 게 어때요?”
“내가?”
“요즘 언니랑 실장님이랑 죽어가 시던데?”
“실장님? 네가 이현수를 어떻게 알고?”
“이현수? 이현주 아냐?”
“아…… 그 실장님.”
강진호가 슬쩍 눈을 찌푸렸다.
‘이현수의 직위를 좀 올려야겠어.’
이현주가 MK 소속이 되면서 실 장 자리에 오르자 도무지 구분이 어 렵다. 안 그래도 이름도 비슷해서 구분하기 힘든데, 직책까지 비슷하 니 한 번씩 강진호도 헷갈릴 지경이 다.
“많이 바쁘데?”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 같던데? 부하 직원들의 업무량을 파악하고 조절하는 게 상사의 기본적인 일 아 니겠어?”
« o.方
..•
“오빠가 그 언니들의 상사라는 게 납득이 안 가기는 하지만…… 어쩌
겠어, 일이 그렇게 됐는데. 그러니 본인 일부터 똑바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음, 그래야지.”
강진호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욕 실로 들어갔다.
강은영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 피 식 웃고 말았다.
‘진짜 적응 안 된다니까.’
강진호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 은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강진호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오빠이 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조금 독특…… 아니, 많이 독특한
면이 있지만, 그걸 감안하고도 대단 하지 않은가.
하지만 최근 강진호가 벌이는 일 들을 보고 있으면 자랑스럽다기보다 는 기겁을 하게 된다.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생각해 온 강진호가 어느 순간 학교를 안 나가 고 뭔가 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강 남 한복판에 빌딩을 세우고 회사를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회사에는 이쪽으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강은영이 보기 에도 유능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 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그 사
람들이 강진호의 밑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강진호가 그 사람들 밑에서 일해야 하지 않는가.
‘바지사장인가 하면, 그런 건 또 아닌 것 같고.’
최연하나 이현주 실장이 강진호를 대하는 걸 보면 확실히 그건 아니었 다.
“……알 수가 있나, 진짜.”
보통 가족은 다른 이들보다 가족 을 더 잘아야 하는데, 강은영은 시 간이 가면 갈수록 강진호에 대해 아 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아지는 느낌 이었다.
부모님에게 말해봐도 거의 반쯤은 포기한 느낌이라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사기꾼 같단 말이 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욕실을 바라 보지만, 그런다고 저 사기꾼(?)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한 숨을 내쉰 강은영이 고개를 내저었 다.
“아무래도 한 번 뒤를 캐봐야겠 어.”
의지를 다잡고 있으려니, 강진호 가 욕실 문을 열고 나온다. 쾌속한
샤워다.
“출근할 거야?”
“그래야지.”
“오후에도 있어? 나 녹음실 갔다 가 오후에 들를 거 같은데.”
“오후에 약속 있어.”
“그래?”
강은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또 누굴 만나시려고?”
“네가 말한 업무 과다를 해결해 줄지도 모르는 사람.”
“ 엥?”
강진호가 빙그레 웃었다.
“네가 충고해 준 대로 상사가 해
야 할 일을 해야지.”
강진호가 싱긋 웃고는 방으로 향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