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51)
마존현세강림기-1252화(1250/2125)
마존현세강림기 51권 (9화)
2장 조율하다 (4)
부우우우우우웅!
엔진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경 쾌하다 못해 격렬하다. 강진호는 차 에서 느껴지는 떨림을 느끼며 가만 히 앉아 밖을 바라보았다.
‘한 번씩은 자전거도 좋은데……
예전에 붕붕이를 망가뜨려 먹고
나서는 새 자전거를 구하지 못했다. 강진호의 각력을 버티는 자전거는 따로 특수 제작을 해야 하지만, 지 금 강진호의 재력으로 그 정도 자전 거를 제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자전거를 새로 사지 않 은 건 이제는 차를 타고 다니는 것 에 나름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엔진이 아니라 내 발로 밟아서 나아가는 일체감을 느 끼고 싶을 때가 있다.
겨울이 지나면 자전거를 주문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호가 가만 히 액셀을 밟았다.
우우우우웅!
낮은 차체가 도로를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이다.
현대인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삶을 과거에서 살아온 강진호에게는 현대 문명에 대한 미묘한 저항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웬 만한 거리는 차를 타고 다니며 회사 를 운영한다.
그 누구보다 현대라는 세상에 중 실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런 부분을 생각해 보면 인간의 적웅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새삼 실
감하게 된다.
하지만 딱 하나.
강진호가 전면을 가득 채운 차들 을 보며 힘없이 시트에 등을 기댔 다.
‘이건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군.’
아무리 익숙해지려고 해도 서울의 교통 체증만은 익숙해질 수가 없다. 길이 막힐 때마다 구석에다 차를 대 놓고 뛰어 출근하고 싶은 충동을 억 누르느라 애를 먹는다.
‘일단 그게 더 빠르니까.’
뻥 뚫린 도로라 해도 강진호가 전력으로 달린다면 차보다 빨리 도
착할 수 있을 텐데, 이런 막힌 도로 라면 계산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이곳에는 수많은 눈과 CCTV가 있으니까.
무인으로서 현대를 살아간다는 건 그런 것이다. 아무리 총회에서 관리 를 한다고 해도 사람의 눈을 막을 수 없고, 지울 수 있는 CCTV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니 무인 스스로 조심하며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고가 안 나는 쪽이 더 이상하 지.’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고매하신 정파분들도 한 번씩 혈 기를 이기지 못하고 사고를 쳐 대는 데, 마공을 익힌 이들이야 말할 것 도 없다.
과거에도 마교의 가장 주된 업무 는 정파 놈들과 싸우는 게 아니라, 미쳐 날뛰는 마두 놈들을 때리고 달 래고 묶어서 단속하는 것이었으니 오죽하겠는가.
마교의 힘이 융성해지면 일단 중 원으로 밀고 들어간 이유가 있다.
중원 땅을 얻기 위해?
그런 건 부차적인 문제다.
마교의 힘이 융성해진다는 건 강
한 마인들이 넘쳐 난다는 뜻이고, 그놈들은 그대로 내버려 두면 제 혈 기를 이기지 못하고 저들끼리 붙어 싸우고 난리가 난다.
그럴 바에야 어떻게든 구실을 만 들어서 중원 놈들과 소모전을 벌이 는 쪽이 나은 것이다.
그러니 중원 입장에서야 미치고 팔짝 뛸 일이 아닌가.
딱히 이유도 없는데 미친 듯이 밀고 들어와서 죽어라고 싸우다가 적당히 수가 줄었다 싶으면 다음에 보자고 쑥 빠져 버린다. 그러니 중 원인들이 마교를 전염병보다 더 무
서워하며 욕한 것이다.
이제는 마기로 인한 충동을 거의 느끼지 않는 강진호조차 교통 체증 만으로 울컥하는데, 평소에 마인들 은 얼마나 참고 지낸단 뜻이겠는가.
‘이것도 대책이 필요하겠어.’
심각한 얼굴로 전방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피식 옷고 말았다.
‘이젠 별게 다 총회와 이어지는 군.’
길에서 맹견을 만난 일로 총회에 대한 관리를 생각하고, 차가 막히는 걸 보고는 마인들에 대한 대책을 생 각한다.
이제 세상 모든 것을 총회와 연 관지어 생각하는 강진호다. 어느새 총회가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 분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신호가 바뀌고 길이 열리자 강진 호가 액셀을 꾹 밟았다. 그의 차가 빠르게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강진호가 인사를 받으며 엘리베이 터로 향했다. 장소는 다르지만 사람 은 그대로라 그런지, 총회로 출근할 때와 그리 다르지 않은 광경이다.
건물이 좀 현대적이고, 우락부락 한 이들이 좀 덜 보인다는 정도?
물론 여기에 있는 이들도 우락부 락하긴 하지만, 총회에 있는 이들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강진호가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경 비가 깜짝 놀라 강진호에게로 달려 왔다.
“회장님, 그쪽이 아니라 이쪽입니 다.”
“웅?”
“가장 안쪽에 임원 전용 엘리베이 터가 있습니다.”
“……임원 전용?”
“네. 이쪽으로!”
경비가 앞장서 안쪽으로 향했다. 강진호는 말없이 그를 따라갔다. 가 장 안쪽의 엘리베이터 버튼 앞쪽에 카드를 대는 곳이 있다.
“여기에 사원증을 대시면 열립니 다.”
“……이거, 원래 있었나?”
“아닙니다. 이현수 실장님께서 임 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만들라고 하 셨습니다.”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시키지도 않는 짓을 한다니까.’
이현수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
만 이건 강진호의 스타일이 아니었 다.
“카드 대는 곳 없애고, 그냥 엘리 베이터로 바꾸라고 해.”
“네? 하지만…… 임원들은 시급을 다투는 일이 많다고 전용 엘리베이 터가 있어야 한다는……
“시급?”
“네, 그렇습니다.”
“다른 회사면 그렇겠지.”
“ 네?”
강진호가 턱짓으로 계단을 가리켰 다.
“우리 회사는 아니야. 그렇게 바
쁘면 계단으로 뛰라고 해. 그게 엘 리베이터보다 빠를 테니까.”
경비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 였다.
말은 맞는 말이다.
아무리 엘리베이터가 고속이라고 하더라도 무인이 계단을 오르는 속 도보다 빠를 수는 없다. 힘이야 좀 들겠지만.
“임원쯤 되면 당연히 계단으로 오 르는 게 엘리베이터보다 빨라야지.”
“……그거, 굉장히 가혹한 자격 조건이네요.”
뭔가 일반적인 회사와는 다른 문
화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려 엘리 베이터들을 바라봤다.
“전용이 필요한가?”
경비가 어색하게 웃었다.
출근하는 직원들 중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직원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쪽이 더 많다.
“체질적으로 몸을 안 쓰면 두드러 기가 돋는 사람들이라……
“하기야……
“안 그래도 이쪽으로 출근하고부
터 수련장이 없어서 고생하는 애들 이 많습니다.”
음?
전혀 뜻밖에 말에 강진호가 고개 를 갸웃했다.
“그래도 나름 수련은 하잖습니까. 아주 포기를 못하니까 사무직으로 온 애들인데, 여기는 수련할 곳이 마땅치가 않습니다.”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문제였 다.
“그래서 어떻게들 하고 있지?”
“나름 헬스장 끊어서라도 혈기를
발산하는 중인 모양입니다만…… 참 그게…… 트레이너들은 무슨 죕니 까?”
“그렇지, 그렇겠지.”
무인들을 회원으로 받아야 하는 헬스 트레이너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말도 안 되는 자 세로 말도 안 되는 무게를 들어 올 리고 있을 거 아닌가.
자세를 지적하자니 본인보다 더 큰 무게를 들어 올리고 있을 것이 고, 그렇다고 내버려 두자니 다른 회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다.
그뿐이겠는가.
썩어도 준치라고, 사무직이라 해 도 나름 무인들이다. 그런 이들이 뛰어서 땀을 흘리려면 러닝머신의 최고 속도로 몇 십 분을 달려도 부 족할 것이다.
거의 세계신기록급으로 하프 마라 톤을 뛰는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겠 는가.
“PT 받는 사람은 없겠지?”
“없어야죠, 양심이 있으면.”
“……그래.”
강진호는 빠른 시일 내에 가까운 곳에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련
장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도 그런 문제 있으면 나한 테 바로 이야기해 줘.”
“에이, 제가 어떻게.”
“부탁할게.”
강진호의 눈에서 부탁이라는 말이 나오자 경비의 눈빛이 달라졌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회 사 내의 어떤 불만도 제 귀를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아니…… 뭐, 그렇게 의무감을 가 질 일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초를 치긴 애매해서 입을 다물어 버리는 강진호였다.
“그럼.”
엘리베이터를 열고 안에 탄 강진 호가 경례를 하는 경비를 보며 쓰게 웃었다.
‘이상한 쪽에서 적성을 찾았네.’
꽤나 만족스러운 얼굴을 보니, 경 비는 걱정이 없을 것 같다.
그럼 일단은 사무실로 가서…….
띵.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강진호가 눈을 살짝 좁혔다. 엘리베 이터를 임원 전용에서 모두가 사용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라고 지시 를 내렸지만, 아직 이 엘리베이터는
임원 전용이다. 그런데 이 회사에 임원이라고 해봐야…….
문이 열리자 한 사람에 앞에 서 있다.
“어머? 일찍 나오셨네요, 회.장. 님?”
최연하가 빙글빙글 웃으며 엘리베 이터 안으로 들어온다.
“……올라가는데.”
“네. 저도 올라가요.” 올라간다고?
강진호의 시선이 엘리베이터의 충 수를 확인했다. 여기서 갈 곳이라고
는 최상층밖에 없다.
그리고 최상층에는…….
“회장님한테 드릴 말씀이 좀 있어 서요. 안 그래도 몇 번이나 회의 좀 하려고 했는데, 회장님이 자리에 안 계시더라구요.”
강진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 났다.
“희한하지. 회장은 회사의 주인인 데…… 이 회사는 주인이 없네, 주 인이.”
“회사 만들어서 들어오라고 꼬시
더니, 막상 들어왔더니 일 있다고 잠수를 타지 않나, 겨우 잠수에서 부상하더니 회사에 안 나오네. 참 재밌는 회사다. 그죠‘?”
물론 꼬신 적은 없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 부분을 지적 할 만한 담력이 없었다.
“회장님.”
그리고 저 호칭이 미친 듯이 어 색하다.
“그냥 강진호 씨라고……
“안 될 말씀!”
최연하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회사에서는 직급을 불러야 하는
거예요. 저도 지금 최연하가 아니라 이사로서 회장님을 마주하고 있는 거구요!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어 요‘?”
알죠.
아는데…….
‘그럼 이렇게 윽박지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뭐가 이렇게 편할 대로지?
“지금 결재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닌데, 회장님이 안 오시니까 일이 진행이 안 되잖아요!”
“그 정도는 자체적으로 진행할 권 한을 드렸……
“회장님.”
“자율적인 권한을 주시는 게 저를 존중해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그냥 귀찮아서 그런 건가요?”
“물론 존중합니다.”
“그렇죠?”
최연하가 화사하게 웃었다.
“하지만 저는 회장님께 보고 안 드리고 그냥 진행하는 게 회장님을 존중하지 않는 거라고 봐요. 그러니 까 앞으로는 꼭 보고를 드릴게요.”
“안 그래도 바빠 죽는 남자 친구,
이렇게라도 안 보면 얼굴 까먹겠어. 앞으로 출근하는 날은 나한테 미리 연락해 줘요. 보고하러 갈 테니까.”
“아……
“어디 그런다고 출근하는 날 줄여 봐. 집으로 쳐들어갑니다.”
강진호는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 터 문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엘리 베이터가 너무 느리다.
“자, 그럼 오늘 아침은 상큼하게 회의로 시작해 보자구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최연하 가 힘차게 회장실로 걸어갔다. 그리 고 강진호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처럼 힘없이 그 뒤를 따라갔다.
“빨리 오세요!”
“네.”
과연 이 회사에서 회장이라는 자 리는 무엇인가 고민하고 또 고민하 는 강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