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52)
마존현세강림기-1254화(1251/2125)
마존현세강림기 51권 (11화)
3장 영입하다 ⑴
황민수가 눈을 꿈뻑였다.
회장실 안쪽으로 보이는 고풍스러 운 책상.
그리고 그 책상 뒤쪽에서 걸어 나오는 이는 분명 안면이 있는 사람 이었다.
“그, 그때?”
황민수는 강진호를 알고 있다.
과거 강진호가 황민수에게 VIP 카드를 빌려준 덕분에 아이들 앞에 서 망신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뒤에도 황정후 회장과 대면할 때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
강진호.
재경 내에서 소문이 많은 남자다.
강진호가 황민수를 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구면이네요.”
“아••••••
퍼뜩 정신을 차린 황민수가 고개 를 푹 숙였다.
상대가 누구든 지금 그는 이 사 람에게 면접을 보러 왔다. 구면인가, 구면이 아닌가…… 그런 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실례했습니다. 너무 놀라서.”
“실례랄 것도 없죠.”
강진호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 예.”
황민수가 마른침을 삼키고는 강진 호가 안내하는 대로 소파에 앉았다.
‘인상이 조금……
전에 황정후의 일로 봤을 때와는 인상이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때도 꽤나 잘생겼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지금은 신수가 횐해졌다. 아무래도 목 늘어난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을 때와 말끔하게 정장을 입 고 있는 모습에서는 차이를 느낄 수 밖에 없다.
“놀라셨죠?”
“아…… 조금 그렇습니다.”
당시에도 이 사내가 황정후의 총 애를 받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룹에서 축출되었다고는 하 나 귀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그의 계파는 재경 내에서 힘을 잃었지만, 딱히 그의 계파로 분류되
지 않아도 그에게 정보를 전해줄 사 람 정도는 있으니까.
하지만…….
‘여긴 재경이랑 관계가 없는 것 같은데?’
딱 봐도 알 수 있다.
만약 이곳이 황정후가 이 사내를 써먹기 위해서 만든 재경의 자회사 였다면, 분위기가 절대 이렇지는 않 을 것이다. 그룹이라는 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도 같아서 딱히 조장 하지 않아도 알아서 비슷한 분위기 를 내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가 아는 황정후라면?
‘절대 자회사에 나를 보낼 리가 없지.’
황정후는 맺고 끊음이 과할 정도 로 확실한 사람이다. 시간이 흘러 그를 용서할 마음이 생겼다고 해도 재경에 다시 발을 들이게 하지는 않 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이만한 회사를 이 사내가 만들었다는 건데…….
“생각이 많아 보이시네요.”
“아…… 죄송합니다.”
굳이 면접장이 아니더라도 상대를 앞에 두고 다른 생각을 한다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 예상하지 못한 상
황을 자꾸 마주하다 보니 연신 실수 를 하는 황민수였다.
“예의는 접어두고, 본론으로 들어 가죠.”
“ 네?”
“조 실장에게 말을 듣고 왔을 거 라 생각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 해서 황민수 전 사장님을 고용하고 싶습니다.”
황민수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 다.
당황해서가 아니다.
‘ 비슷하네.’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집어 던져 버리는 화법이 그의 아버지인 황정 후와 비슷하다. 그토록이나 닮고 싶 었지만, 결코 닮을 수 없던 아버지 의 젊은 모습이 지금 그의 앞에 있 는 것 같았다.
‘그러니 아끼시는 거겠지.’
황민수는 묘한 비애를 느꼈다.
그들 형제는 황정후의 마음에 들 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들은 황정후를 만족시 킨 적이 없었다. 황정후의 허들이 너무 높기도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 기에도 황민수들은 황정후의 마음에
들기에는 부족했다.
그건 노력으로 커버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였다.
하지만 피를 잇지 않았음에도 황 정후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사 람이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이 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
나직하게 헛기침을 한 황민수가 슬쩍 강진호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 었다.
“조금 갑작스럽습니다.”
강진호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여기까지 오실 때 아무 생각도 없이 오신 건 아닐 텐데요.”
“물론 그렇습니다. 다만…… 설명 정도는 조금 들을 수 있을거라 생각 했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예?”
강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중요한 건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일을 할 마음이 있느냐겠죠. 제가 들은 대로라면, 그리고 제가 아는 황정후 회장님의 자제분이시라 면 어떤 분야에서든 제 몫을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배웠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냐니까요.”
황민수가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알고 하는 말일까?
지금 강진호가 하는 말은 황정후 회장의 입버릇이다.
중요한 건 일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이 제대로 되어 있으면 어떤 일 을 시켜도 알아서 잘해낸다.
그게 황정후의 입버릇이자 지론이 었다.
과거의 황민수는 그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도 그 말이 무엇을 의 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가 바로 황정후가 말한 케이스의 정확한 예시가 되어 버렸으니까.
안 좋은 쪽으로.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사람이 제 대로 되지 않으면 써먹을 수 없다. 황민수는 그걸 증명해 버렸다.
“저를 필요로 하단 말씀이십니 까?”
“그렇습니다.”
황민수가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그러고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
다.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이런 말씀 을 드리는 게 죄송합니다만, 하나 여쭤도 되겠습니까?”
“ 얼마든지요.”
“혹시 회장님께서 저를 고용하시 려는 이유가 황정후 회장님의 의중 때문입니까? 그렇다면 저는……
“아니요.”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황 회장님과는 관계가 없습 니다.”
“그럼••••••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저희 회
사는 인재가 필요하고, 마침 적당한 인재가 있었을 뿐입니다. 물론 황정 후 회장님께 암묵의 동의를……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이현 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현수가 쓴 옷음을 머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동의를 받았다고 봐야 죠.”
황민수가 그래도 불안한 얼굴을 하자, 이현수가 친절하게 부가 설명 을 해주었다.
“황민수 씨를 고용할 거라는 말을 했는데도 재떨이를 집어 던지거나 책상을 뒤집지 않고 밖으로 나가 버
리셨으니, 그 정도면 허락이라고 봐 도 되지 않겠습니까?”
황민수가 눈을 크게 떴다.
확실히 황정후에게 그 정도의 반 응은 허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마 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난 리가 났을 테니까.
“다만 그뿐입니다. 황민수 씨를 고용하려는 건 우리 회사의 의지지, 재경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황민수 씨는 어떠십니까?”
이현수가 살짝 도발적으로 물었
다.
“재경이 아니면 복귀할 의사가 없 으십니까, 아니면 이 회사에서 일하 는 것도 재경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 까?”
황민수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면접장에서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는 건 저쪽도 마찬가지였다.
“말씀드렸다시피, 조금 당황스럽 습니다. 너무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 라……
“모든 건 갑작스럽기 마련이죠.”
“ 하나••••••
조금 생각에 잠긴 듯하던 황민수
가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본다.
“회장님은 어떠십니까?”
“ 네?”
“황 회장님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는 하지만, 황정후 회장님이 반대하 셨다면 저를 쓸 수 있었겠습니까?”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 네.”
“그것 보십…… 예?”
당황이 역력한 황민수의 물음에 강진호가 다시 한 번 대수롭지 않다 는 듯 대답했다.
“네. 쓸 수 있습니다.”
황민수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봤다.
“저는 황정후 회장님을 존중하지 만, 딱히 황정후 회장님의 명을 듣 는 건 아닙니다. 내가 필요한 사람 이 있는데 굳이 황정후 회장님의 눈 치를 볼 필요는 없죠.”
믿을 수 없는 말이다.
재계에서 황정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단 말 인가. 심지어 재경 이상의 서열로 평가되는 그룹들도 황정후를 무시하 지는 못한다.
그의 사회적인 영향력은 단순히
그룹의 재력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 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사내의 말을 단순한 거짓말로 치부할 수 없는 것 은 사업을 하며 수많은 거짓말과 진 실을 가려온 황민수의 감각 덕분이 었다.
지금 강진호는 정말 대수롭지 않 게 말을 하고 있다. 거짓을 말하는 이는 자신의 말을 진실로 믿게 하기 위해 진정성을 꾸며내기 마련이다.
저런 심드렁한 자세로 거짓을 말 하지는 않는다.
“그쪽은 어떻습니까?”
강진호가 가만히 물었다.
“뭘 물으시는 건지?”
“일을 할 준비가 됐습니까?”
뜬금없는 질문에 황민수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답을 찾으려 한 그가 본 것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강 진호의 눈이었다.
그리고 그 눈을 본 순간, 황민수 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죠.”
강진호의 시선이 황민수를 움켜잡
는다.
“어떻게든 실수를 만회하든가
말이 비수가 되어 황민수를 찌른 다.
“그게 아니면 겁을 집어먹고 그 자리에 주저앉든가.”
“말씀이 좀……
“아닙니까?”
황민수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지 금 강진호는 기세를 최대한 죽이고 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황민수에 게 조금의 내력도 뿜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민수 는 강진호에게 짓눌리고 있었다.
한참 동안 어물거리던 황민수가 조금 울컥한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 봤다.
“저는 제가 저지른 실수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서……
“그래서 기다린다?”
강진호가 살짝 웃었다.
“회장님이 용서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완벽한 복귀 시기를 맞춰서 금의환향할 수 있도록?”
황민수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착각하는 모양인데……
강진호가 싸늘한 눈으로 황민수를 바라보았다.
“제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 에게 기회 따위는 오지 않습니다. 기회라는 건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 드는 거죠.”
“당신이 재경에서 축출된 순간부 터 발버둥을 쳤다면, 아마 지금쯤 상황은 달라졌을 겁니다. 하지만 당 신은 그저 황정후라는 이름에 압도 되어 싸울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포기해 버린 겁니다.”
“싸우라고?”
황민수가 떨리는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봤다.
“황정후 회장이 누군지는 알고 그 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
“여전히 착각하고 있네요.”
“예?”
강진호가 황민수를 빤히 보며 입 을 열었다.
“세상을 살면서 싸울 상대를 고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황민수가 둔기로 한 대 얻어맞은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상대가 안 된다고 주저앉아 버리
면 그걸로 끝이죠. 살아남고 싶으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든 이로 물어뜯어서라도 버텨야 하는 법입니 다. 고상하게 기다리며 인내한다고 포장할 게 아니라.”
“이……
황민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이게 사람을 쓰겠다는 태도입니 까?”
강진호가 두말없이 손을 들어 문 을 가리켰다.
“원치 않으시면 나가시죠.”
“싸울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사람 을 쓰는 건 이쪽에서도 사양이니 까.”
황민수가 죽일 듯한 눈으로 강진 호를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몸을 돌 려 문 쪽으로 과격하게 걸어가기 시 작했다.
강진호가 그 등을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싸울 준비가 되면 다시 오십시 오. 한 번은 만나 드릴 테니까.”
“일없습니다.”
쾅
문이 거칠게 닫혔다.
이현수가 조금 허망하다는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봤다.
“……괜찮겠습니까?”
“ O ”
강진호의 눈이 닫힌 문으로 향했 다.
“돌아오겠지.”
“그 욕을 먹고도요?”
“호랑이의 새끼는 호랑이인 법이 니까.”
황정후의 자식도 결국 호랑이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