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53)
마존현세강림기-1255화(1252/2125)
마존현세강림기 51권 (12화)
3장 영입하다 (2)
늦은 밤.
강진호는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 남아 있었다. 옥상으로 올라와 아래 를 내려다보는 강진호의 손끝에서 담배가 새빨갛게 타들어 간다.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왔지만, 강진호는 묵묵히 시야를 가득 채우
는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실수라……
낮에 나눈 대화가 강진호의 뇌리 에 남아 있다.
잘난 듯이 떠들어 대긴 했지만, 실수라는 말은 강진호에게도 뼈아픈 말이다. 그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실 수를 저질렀다.
첫 번째 삶은 고통으로 점철되었 고, 두 번째 삶 역시 비극으로 끝났 다. 사실 따져 보자면 강진호는 다 른 이에게 실수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황민수에게 오만하게 지
적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강진 호만큼 실수를 되돌리는 게 인생을 바꾼다는 걸 절감하는 이가 없기 때 문이다.
지금의 삶.
강진호의 세 번째 삶은 이전의 삶에서 그가 저질러 온 실수들 때문 에 가능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인간은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말 의 가장 확실한 예시가 바로 강진호 가 아니던가.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를 빨았다.
폐 속 가득히 담배 연기와 차가 운 공기가 밀려 들어온다. 가만히 몸 안으로 들어온 담배 연기의 감각 을 느끼던 강진호가 느긋하게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조금 낯설 다.
이제는 거의 적응했다고 생각하지 만, 때때로 현대의 야경이 눈부실 때가 있다.
중원의 밤은 이렇지 않다.
세상을 밝히는 불이 없는 중원의 밤은 그저 암흑. 달도 뜨지 않는 밤 에는 하늘 위의 별들 말고는 아무것
도 보이지 않는다. 그 선명한 암흑 에 익숙해진 강진호에게 이 세상의 밤은 너무 밝고 안온하다.
‘ 나는••••••
제대로 살고 있을까?
황민수와 황민재.
황정후의 아들들은 실수를 저지르 고도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니.
강진호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들 의 실수는 실수가 아니었을 것이다. 황정후는 병상에서 생을 마쳤을 것 이고,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재경을 나눠 먹어 지금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그들의 실수는 뭘까?
올바르지 않았다는 것?
황정후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
글쎄.
실수라는 것은 그저 결과론일 뿐 이다. 성공한 이들에게 실수란 없으 니까. 그들은 실수한 게 아니라 실 패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강진호는?
강진호는 지금 어떤가.
‘알 수 없지.’
스스로 평가하기에는 딱히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괜찮은 방향으로 나 가고 있다며 자평할 수 있다. 하지 만 이건 모두가 마찬가지다. 실패하 는 이들이 자신이 실패할 걸 아는 게 아니니까.
어느 순간 강진호의 삶이 무너질 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어서 지금의 강진호가 뭔가를 잘못했다는 걸 알 게 될지도 모른다.
강진호가 살짝 눈을 감았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지나온 삶에 대해서는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지 만, 지금의 삶을 평가하긴 힘든 일
이다.
그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스스로 올바르게 살고 있는지 끊 임없이 평가하고 의심하며 제대로 걷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니까.
강진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의 시선에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한 남자가 보인다.
저기에도 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하는 사람 이.
강진호가 살짝 미소를 짓고는 몸 을 돌렸다.
“여깁니다.”
복도 끝에서 망설이고 있는 황민 수에게 강진호가 먼저 다가갔다. 강 진호를 발견한 황민수의 얼굴에 살 짝 당혹감이 떠올랐다.
“퇴근하지 않으셨네요?”
“네.”
“늦은 시간인데……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왠지 오늘 내로 다시 뵐 것 같아 서요.”
“그러는 황민수 씨는 왜 다시 오
셨습니까? 늦은 시간인데, 제가 없 으면 어쩌시려구요?”
황민수가 어색하게 웃었다.
“왠지 아직 계실 것 같았습니다.”
강진호가 가볍게 웃고는 회장실 쪽으로 턱짓했다.
“들어가실까요?”
“아, 아뇨. 음…… 회장님.”
“네?”
살짝 망설이던 황민수가 결심을 굳힌 듯 입을 열었다.
“저랑 술 한잔하시겠습니까?”
취이이익.
맥주 캔이 따지는 소리가 선명하 게 울렸다. 황민수는 뚜껑을 딴 맥 주를 지체 없이 들이켰다. 목으로 맥주가 넘어가는 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울린다.
“크……
용량 큰 맥주 캔을 반쯤 원샷해 버린 황민수가 조금 과격하게 테이 블 위로 내려놓는다.
“속이 시원하네요.”
강진호가 조금은 우습다는 얼굴로 맥주를 홀짝였다.
“살다 살다 이런 경험은 처음 해 봅니다. 회장실에서 맥주를 까다니.”
“멀리 가기 애매하니까요.”
“이런 기분일 줄 알았으면 예전에 사장일 때 사장실에서 맥주 한잔씩 해볼 걸 그랬습니다. 뭔가 하지 말 아야 하는 짓을 하는 것 같은 기분 이라 짜릿하네요.”
“……안 그래주셨으면 좋겠는데.”
“아, 물론 말만 그런 겁니다. 업 무 시간에는 당연히 맥주 같은 걸 마시면 안 되죠.”
보통은 업무 시간이 아니어도 회 사에서 맥주를 마시면 안 되지만,
강진호는 굳이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강진호와 황민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맥주 몇 캔을 비웠다. 편 의점에서 사 온 것이라 안주라고 부 를 것도 마땅히 없지만, 그런 건 중 요하지 않았다.
맥주 세 캔을 연달아 마신 황민 수가 가만히 강진호를 보다가 몸을 일으킨다.
“죄송합니다. 저 담배 한 대만.”
“ 피우세요.”
“……여기서요?”
“괜찮습니다.”
강진호가 힐끔 위쪽을 바라보았 다.
일전에 실내에서 담배를 피웠다가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일이 있었지 만, 이미 대처법은 마련해 놨다. 그 주변으로 공기가 가지 않게만 하면 된다. 강진호에게는 어려울 게 없는 일이었다.
황민수가 살짝 망설이는 듯하자 강진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불을 붙인 뒤, 새 담배를 꺼내 황민수에게 내 밀었다.
“여기.”
“감사합니다.”
강진호가 먼저 담배를 피우자 그 제야 황민수도 담배를 입에 물고 불 을 붙였다.
“후우우우.”
깊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황민수 가 겸연쩍은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 보았다.
“……진짜 제가 돌아올 줄 아셨습 니까?”
“그냥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째서인지 물어도 됩니까?”
“그냥……
강진호가 가볍게 웃고는 대답했
다.
“저라면 그럴 것 같았거든요.”
“……이상한 대답이네요.”
황민수가 테이블에 놓인 빈 맥주 캔을 잡았다. 안에 맥주가 들어 있 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황민수는 맥주 캔을 내려놓지 않고 가볍게 혼 들었다.
“화가 났습니다.”
강진호는 가만히 황민수를 바라보 았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막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제 고민 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
데…… 돌아가는 길에 열이 받아 보 이는 벤치 아무 데나 앉아서 생각하 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다른 사람이 왜 제 고민을 알아 야 합니까?”
황민수가 피식 옷었다.
“생각해 보면 저도 다른 사람의 고민 같은 걸 신경 쓰고 살아본 적 이 없습니다. 내 앞가림도 못하는데, 남은 무슨 놈의 남입니까. 다른 사 람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구나 하 고 넘겨 버렸죠. 머릿속에 한 시간
도 남아 있지 않았을 겁니다.”
“다 그렇죠.”
“그렇게 생각하니 회장님 말이 맞 는 것 같더군요. 제가 무슨 고민을 하든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면 나는 그냥 겁을 먹고 주저앉아 있던 것에 불과하구나. 그리고……
살짝 뜸을 들인 황민수가 깊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결국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는 타인의 시선에서 나올 수밖에 없 죠. 그럼 그 말이 맞는 겁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황민수를 바라보 았다.
자조적인 말을 늘어놓고 있는 황 민수이지만, 그의 눈빛은 오히려 낮 보다 더 또렷했다.
‘그렇겠지.’
사람이란 위기에 몰리면 고개를 돌리게 된다. 위기가 닥치면 그 위 기를 해결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우 습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위기가 닥치면 적당히 그 상황을 면 피할 방법부터 찾게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 고개를 돌릴 수 는 없다.
시작은 자신을 바로 보는 것.
자신이 처한 입장과 자신의 나약
함을 직면하는 것이다. 과거에 발목 이 잡혀 스스로를 바라보지 못하던 황민수는 그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자신과 대면하고 왔을 것이다.
그러니 저런 눈빛을 하고 있겠지.
“회장님.”
“네.”
황민수가 강진호를 가만히 바라보 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한 번 실패했습니다.”
“낮에 회장님이 말씀하셨죠. 사람 은 실수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 은 실수가 아니라 그다음이다.”
“비슷한 말을 했죠.”
“그럼 실패한 이도 같습니까? 실 패한 다음이 중요한 겁니까?”
강진호가 손에 든 맥주를 들이켰 다.
대답하기 쉽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뭐라 말해야 할까.
“실패가 문제는 아니죠.”
살짝 생각을 정리한 강진호가 낮 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람이 절망할 때는 실패했을 때 가 아닙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죠.”
“희망이요?”
조금은 빤한 소리였다.
살짝 낙담하려는 황민수이지만, 강진호의 말은 그보다는 조금 더 구 체적이었다.
“실패한다고 해서 모두가 절망하 지는 않습니다. 실패한 사람들 중에 서도 다시 뛰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 죠.”
“근성의 문제라는 겁니까?”
“아니요.”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실패했는가의 문제겠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 다.”
“실패한 사람이 절망하는 이유는 내가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무슨 노력을 해도 실패하기 전의 상황으 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 험에 떨어지면 재수를 하면 되고, 돈을 잃으면 그 돈을 다시 벌면 됩 니다. 하지만 어떤 실패는 무슨 수 를 써도 다시 돌이킬 수가 없습니 다.”
황민수의 눈이 흔들렸다.
강진호의 말은 황민수의 심정을 정확하게 찌르고 있었다.
황정후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적 당한 기업에 들어가 적당히 먹고사 는 것. 그게 정말 불가능했을 리가 없다. 황정후가 황민수를 굶어 죽게 만들려고 그것마저 막으려 했겠는 가.
하지만 황민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재경의 사장이었으니까.
무슨 수를 써도 그때의 삶, 그때 의 지위로는 돌아갈 수 없다. 황민 수를 절망하게 만든 건 바로 그것이 다. 그의 무기력함은 실패에서 온 것이 아니다. 이미 한계가 그어져 버린 미래 때문이다.
“이해합니다.”
강진호는 이미 황민수와 같은 상 황을 경험해 보았다.
무슨 수를 써도 돌아갈 수 없다.
어떤 방법으로도 과거를 되찾을 수 없다. 남아 있는 것은 그저 살아 가는 것뿐이다.
하지만…….
“다만, 제가 하나 아는 것은…… 그저 그렇게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발 버둥이라도 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없으니까요.”
황민수가 눈가를 주물렀다.
아마 지금 황민수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를 괴롭히는 건 후회일 수도 있고, 미련일 수도 있다. 어쩌면 원 망일지도 모른다.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황 민수가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똑바 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망설임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