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54)
마존현세강림기-1256화(1253/2125)
마존현세강림기 51권 (13화)
3장 영입하다 (3)
“솔직히……
황민수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 다.
“굉장히 빤한 말이라고 생각합니 다.”
강진호가 살짝 웃었다.
맞다.
빤한 말이다.
“그런데 그 빤한 말이 비수처럼 박히네요.”
황민수가 처연하게 웃었다.
“자랑스러운 아들이고 싶었습니 다.”
“듬직한 남편이자, 존경할 만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사람은 너무 거대한데, 저는 그저 초라하기만 했습니다. 노 력하고 또 노력했지만…… 글쎄요. 그게 잘 안 되더군요.”
황민수의 목소리에서 회한이 묻어
났다.
강진호는 아무 말 없이 황민수의 말을 들어주었다. 지금은 맞장구가 필요한 때가 아니다.
“그런데……
황민수가 맥주 캔을 꽉 움켜잡았 다. 맥주 캔이 그의 손안에서 우그 러졌다.
“그러네요. 네, 그래요.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꼭 바라던 대로의 모습 으로 살아가지 않아도 되겠죠. 중요 한 건 지금보다 나아지는 거니까.”
황민수가 단호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봤다.
“회장님.”
“네.”
“저를 고용해 주십시오. 돈은 아 무래도 좋습니다. 입에 풀칠할 만큼 만 챙겨주십시오. 이제는 저도 뚱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아들놈의 시 선에 지쳤습니다. 이제는 다시 당당 한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황 회장님처럼 말입니까?”
“에이.”
황민수가 손을 내저었다.
“제 아버지지만 황정후 회장님은 부모로서는 꽝이에요.”
“……그렇겠죠.”
전에 들은 말이 있어서 그런지 부정할 수가 없다.
“ 다만••••••
황민수가 조금 아련한 눈으로 창 밖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불빛으 로 가득한 야경을 향했다.
“조금 닮고 싶은 건 있습니다. 아 버지는 무심하고, 강압적이고, 또…… 또 조금 가혹하기까지 했지 만, 그래도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태산을 보는 것 같았죠.”
“그 등을 조금은 닮고 싶네요. 내 아들에게 당당한 둥을 보여주고 싶
습니다.”
강진호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그렇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예, 회장님. 그렇게 되어야죠.”
살짝 머뭇거리던 황민수가 지금까 지와는 다른 조금 어색한 얼굴을 했 다.
“저…… 그리고 회장님.”
“예.”
“이런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사람이 더 필요하 시면 제 형에게도 연락을 한 번 해 보는 게 어떠실까요?”
“형이요?”
이름이 황민재라고 했던가?
“예.”
황민수가 겸연쩍은지 두어 번 헛 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능력으로 따지면 저보다 낫습니 다. 솔직히 저는 형을 따라가기도 버거웠습니다. 회사를 운영할 생각 이시라면, 저보다는 형에게 연락을 하는 게 더 나았을 겁니다.”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강진호가 묘한 눈으로 황민수를
바라보았다.
과거, 황민수는 형인 황민재와 재 경의 경영권을 두고 살벌하게 다툰 역사가 있다. 황정후가 깨어나며 모 든 것이 물거품으로 되돌아갔지만.
그런데 이제 와 황민재를 자신보 다 낫다며 강진호에게 추천하고 있 다.
꽤나 재미있는 상황이다.
“형이 밉지 않으십니까?”
“크흠.”
황민수가 헛기침을 했다.
“한때는…… 음, 아니요. 지금도 밉습니다.”
“이제는 다 지난 일이라 말하고 싶지만, 그 지난 일 때문에 쌓인 감 정이 어디 가는 건 아니죠. 아직도 한 번씩은 치가 떨립니다.”
“그런데요?”
“하지만 그래도……
황민수가 입맛을 다셨다. 생각은 많지만 말로 풀어내기 어렵다는 표 정이다.
“형도 저와 그리 다르지 않을 테 니까요.”
바닥에 떨어져 본 사람만이 바닥 에 있는 사람의 심정을 알 수 있다.
바닥에 떨어져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저 짐작할 뿐이다. 가장 비참한 곳 까지 떨어져 본 황민수이기에 황민 재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알 수 있다.
“알겠습니다.”
강진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이건 강진호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지금 MK에는 절대적으 로 사람이 부족하니까. 사무직을 적 당히 충원했고, 회계적인 일 처리는 이현주 실장이 해결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그룹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실무를 해 나갈 경영자가 없다.
그건 강진호의 역할이 아니다. 강 진호는 조금 더 큰 것들을 살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MK가 조금 더 안정되고 나면 황민재의 힘도 필 요할지 모른다.
‘영감님이 난리 나겠네.’
황민수 하나 데리고 오는 것으로 도 불편해하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 는데, 황민재까지 데리고 온다면 분 명 노발대발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막지 않을 것 이다.
감정이란 영원하지 않으니까.
태산을 녹여 버릴 것 같던 분노 도, 세상을 물들일 것 같은 슬픔도 시간이라는 절대적인 법칙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다. 한때는 아들들에 대 한 실망과 분노로 치를 떤 황정후라 해도, 지금까지 그 격렬한 감정을 유지할 수는 없다.
남은 것은 그저 자신이 세운 원 칙뿐이다.
강진호는 알고 있다.
스스로가 세운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이들.
그리고 그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자신도, 가족도 모두 용서하지 못하 는 이들.
대체적으로 강진호가 살아온 삶에 서 그런 원칙주의자들은 큰일을 해 냈다. 하지만…….
‘불행했지.’
과도한 원칙은 스스로의 목도 조 이기 마련이다. 적당한 융통성은 필 요하다. 원하는 것이 세상의 발전이 아니라 행복이라면.
“그럼.”
황민수의 목소리에 강진호가 잡념 을 날려 버렸다.
“저는 이제 무슨 일을 하게 됩니
까?”
“……일이랄 게 딱히 중요하겠습 니까?”
“예? 아니, 그래도……
“회사에서 하는 일이라고 해봐야 다 비슷하죠. MK의 사장 자리를 맡아주십시오.”
“사장이요?”
황민수의 눈이 혼들렸다.
그를 불러 일을 맡기는데다가 회 장이 직접 면접을 볼 정도니 꽤나 높은 직위를 줄 것이라 생각은 했지 만, 설마 사장이라는 말이 나올 것 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 아니, 저를 뭘 믿고? 그러다 가 제가 일을 똑바로 못해서 손해를 끼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그럼 제가 사람을 잘못 본 탓이 죠.”
“걱정 마세요. 그럼 자를 테니까.” 황민수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통이 큰 건지.’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지.
정말 정의하기 힘든 사람이다.
“그리고 자세한 건 저 사람과 이 야기하시면 됩니다.”
“ 예?”
여기 누가 또 있다고 저 사람인 가.
그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이현수가 안으로 들 어와 강진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빙그레 웃으며 황민수를 바라보았다.
“한 식구가 되신 것을 환영합니 다, 황민수 씨. 아니, 이제 황민수 사장님이라 불러야 할까요?”
“아직은 황민수 씨라고 합시다.”
황민수가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한 식구라는 말도 아직은 부담스럽습니다.”
“낯을 좀 가리시는 편이네요.”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같이 일한다 는 게 중요한 거죠.”
“……제 생각인지는 몰라도 이 회 사에서 만나는 사람은 하나같이 넉 살이 좋네요.”
좋게 말하면 넉살이 좋고, 나쁘게 말하면 뭘 하든 대충대충이다.
“자, 그럼……
이현수가 차근차근 MK가 황민수
에게 바라는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 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얼굴로 설명 을 듣고 있던 황민수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이현수가 설명을 마쳤을 무렵에는 황민수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니까……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황민수의 손가락이 어지러이 허공을 누볐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황 민수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강진 호를 돌아봤다.
“……이건 경영자로 고용하는 게
아니라 숫제 창업을 하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어설프게 고치는 것보다는 아주 새로 시작하는 게 낫죠.”
“……대책 없이 긍정적이시네요.” 황민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MK라는 회사는 듣도 보도 못했 다. 기업이 탄탄한가 아닌가는 둘째 치고,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 사라는 뜻이다. 그런 회사는 기본적 으로 다잡아줘야 하기 마련이다.
“뭐, 어쩔 수 없죠.”
“오, 긍정적이시네요?”
“뭘 기대한 겁니까?”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때리지야 않겠지만, 발작 정도는 예상했습니다.”
“보통은 발작하죠. 해외에 파견을 가라고 해놓고는 삽 한 자루 던져 주고 사옥부터 지으라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인력을 지원해 드린다는 게 다르 죠.”
황민수가 허탈한 얼굴로 이현수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 이현수가 슬그 머니 시선을 돌렸다.
사실 좀 과하긴 하다.
일단 프렌차이즈를 하고 싶으니 프렌차이즈 본사를 운영할 인원을 선발하고, 체계를 만들어주고, 프렌 차이즈가 잘 돌아가게 되면 겸사겸 사 회사의 운영까지 맡아달라.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꽹과 리까지 치라는 소리다.
“……어쩔 수 없죠.”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차라리 잘됐습니다.”
황민수가 테이블에 남아 있는 맥 주를 들고 뚜껑을 땄다.
취이이익.
맥주를 한 모금 마신 황민수가
입가를 닦았다.
“애매하게 바쁜 것보다는 정신없 는 게 낫습니다. 저도 어설픈 각오 로 시작하는 것 아닙니다.”
황민수의 날카로운 눈빛이 강진호 에게 꽂혔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시작 한 이상 저는 끝까지 갑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대신 회장 님도 하나는 약속해 주십시오.”
“말하세요.”
“제가 일하기 편하도록 해주십시 오. 제가 원하는 사람을 영입할 수 있게 해주시고, 회사의 체계도 제가
일하기 편한 스타일로 바꾸겠습니 다. 결과는 확실하게 보여 드릴 테 니, 자율권을 보장해 주십시오.”
강진호가 미묘한 시선으로 이현수 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현수가 어색하게 웃었 다.
“……문제가 있습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이현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요구 사항이 아닙니다. 우 리 회장님은 원래 간섭하고 그런 거 잘 못하시거든요. 보통 회장님 밑에 서 일하시는 분들은 제발 신경 좀
써달라고 화를 내는 편입니다.”
“잘 맞는 회사에 들어오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이현수의 축하 같지도 않은 축하 를 들으면서 황민수는 자신의 결정 이 과연 옳은 것이었는가를 고민하 고 또 고민했다.
‘뭘 어쩌겠어.’
기호지세다.
황민수는 빙그레 웃는 이현수를 마주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 데……
“예. 얼마든지 물어보십시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같이 일 할 직원들 능력은 확실한 거겠죠? 설마 이 큰 회사의 직원들이 전부 다 신입이라든가 경력이 없다든가, 그런 상황은 아니죠?”
강진호와 이현수가 미묘한 눈으로 시선을 교환했다. 평생을 황정후의 눈치만 보고 살아온 황민수가 그 시 선 교환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 다.
황민수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
다.
“오늘은 일단 가보겠습니다.”
“에헤이! 에헤이! 일단 자리에 앉 으시고!”
“놔보십쇼! 이게 말이나 되는 소 립니까? 전쟁터에 사람을 내보내려 면 최소한 총은 쥐어 주고 보내야 지! 젓가락 들고 뭘 어쩌라고!”
“자자, 진정하시고! 심호흡을 하 세요, 심호흡을.”
“놓으라고!”
“기왕 이렇게 된 것, 마음을 편히 먹으세요. 어쩌겠습니까,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야, 이 미친!”
그렇게 황정후의 둘째 아들인 황 민수가 MK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