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60)
마존현세강림기-1262화(1259/2125)
마존현세강림기 51권 (19화)
4장 조사하다 (4)
[보시다시피 새로운 마약은 완벽 하게 밀봉된 채로 국내에 반입되고 있습니다. 환각성은 과거보다 크고, 값도 시중에 유통되던 마약보다 저 렴합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유통되 던 마약과는 전혀 다른 종류이다 보 니 마약 탐지견을 활용한 탐지에도
애를 먹고 있습니다.]
화면 안의 남자가 작은 앰플 병 을 들어 올려 보였다.
그 광경을 보며 강유환이 눈을 찌푸렸다.
“마약이라니.”
[재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단 속하여 압류한 마약은 14톤에 이릅 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단속된 마약 의 양이 두 배 이상 늘어 30톤을 기록했습니다. 이렇듯 국내로 반입 되는 마약의 양이 급격하게 늘어난 데는 단속의 어려움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중국 등으로 향하는 마약의 주요 유통처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 때문입니다.]
화면에 압류된 마약들이 보인다.
30톤이라는 말로는 정확한 양이 가늠되지 않는다. 하지만 산더미처 럼 쌓여 있는 마약들을 보고 있으 니, 뉴스를 보는 사람들마저 절로 심각해진다.
“단속된 게 저 정도면, 실제로는 저거보다 많이 돌고 있다는 소리 아 냐?”
강유환의 말에 강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겠지?”
“무서운 일이다. 마약이 저만큼 돌다니. 대한민국은 그래도 마약 청 정국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말도 못 하겠네.”
“중국으로 가는 마약이 많다던데? 컨테이너째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그 대로 중국으로 넘어간대. 거꾸로 중 국에서 제조되어 한국을 통해 다른 나라로 가는 마약도 많고. 국내에 도는 건 생각보다 안 많을걸?”
[하지만 단속되는 마약의 양이 늘 어난 건 단순히 대한민국이 마약 유 통의 허브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만
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 니다. 특정 몇몇 종의 마약만 돌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다양한 종류의 마약이 돌고 있는데다 그 수법도 나 날이 교묘해져 단속이 어려워진 게 마약 유통량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 라는 겁니다.]
“그렇다는구나.”
화면에 모 대학병원 병원장이 인 터뷰를 하는 광경이 나왔다.
[과거에는 마약을 복용하면 단속 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 동선수들이 약물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일명 드러그 디자이너 들이 마약 시장에 유입되면서 마약 검출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 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약물만 으로는 이게 마약인지 아닌지 구분 하기 쉽지 않습니다.]
“세상이 어찌 되려고……
강유환이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은영아.”
“응, 아빠?”
“연예계 이런 데는 마약이 종종 돈다는데, 너는 그런 일 없지?”
“아빠는!”
강은영이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마약을 하면 이 얼굴이 유 지가 될 것 같아? 이 이쁜 얼굴이 어딜 봐서 약하는 사람 얼굴이야?”
“……인정한다. 내 딸 얼굴은 누 가 봐도 이쁘지.”
급격하게 대화의 방향이 어그러졌 다.
“그리고 연예인들이 마약 많이 한 다는 말도 다 옛말이야. 이제는 그 런 걸 할 수가 없어. 생각해 봐, 아 빠. 마약을 하려면 마약을 구해야 하는데, 연예인들이 어딜 가서 마약 을 구해?”
“……그러겠네.”
일반인들이야 마약상과 접촉할 방 법을 찾아내 그대로 시행하면 그만 이지만, 연예인들은 특성상 직접 움 직일 수가 없다. 그렇다면 동조자를 구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 니다.
“그런데 연예인 애들이 마약해서 뉴스 나오고 그러잖아. 만날 대마 피우다가 걸리고.”
“해외 나가는 애들은 거기서 뭐 어떻게 인맥 같은 거 만들어서 구하 는 것 같더라. 근데 그래봐야 대마 고, 그래봐야 뭐, 진정제 같은 거잖 아. 뉴스에 나오는 진짜 마약 같은
걸로 문제가 된 적은 별로 없으니 까.”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하기야.
일반인들이 대마를 피우다 걸리는 비율과 연예인들 중 대마를 피우다 걸리는 비율을 따져 보면 일반인들 이 더 높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 만 일반인들이 대마를 피우는 건 뉴 스거리가 안 된다. 그러니 연예인들 의 마약 사건이 더 보도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조심해야 돼.”
강유환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
다.
“마약이 무서운 건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것만이 아니야. 주변 사 람들의 인생도 같이 망가진다는 게 문제지. 생각해 봐라. 우리 집안에서 마약중독자가 나오면 어떻게 될지.”
강은영이 슬쩍 강진호를 돌아보았 다.
“••••••왜?”
“아니. 그럴 사람이 딱히 생각이 안 나서.”
“그래서 나?”
“아니. 뭐, 오빠가 그런다는 건 아니지만…… 여튼 오빠가 마약에
중독되면 참 큰일 나겠다 싶어서. 집안 말아먹는 건 일도 아니겠네.”
강유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약중독자라고 해도 다들 평범 한 한 가정의 가장이고, 아들이고 딸이야. 그런 사람이 갑자기 마약 때문에 성격이 변하고 정상적인 사 회생활을 못하게 되면 가족들은 얼 마나 고통스럽겠니.”
“으음, 그렇겠네.”
강은영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예전에는 그저 중독자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관점으로 보자 생 각보다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 었다.
지금 이 집은 화목하고 즐겁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마약에 중독되어 문제를 일으킨다면 다시는 이 화목 함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마약을 한 이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물론 마약을 한 사람의 잘못이 지. 그건 부정할 수 없어. 하지만 애초에 마약을 구할 수 없었다면, 마약에 중독될 일이 없었겠지. 한국 에 자꾸 마약이 들어오는 게 좋은
일은 아니야.”
강유환이 고개를 젓고는 리모컨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내 그 손을 멈추고 강진호를 빤히 바라보 았다.
“ 진호야.”
“네.”
“표정이 왜 그러냐? 안 좋은 일 이라도 있니?”
“아니요. 괜찮습니다.”
강유환이 고개를 갸웃했다.
딱히 큰 표정 변화는 없지만, 강 유환은 강진호의 아버지다. 그 미묘 한 변화만으로도 아들의 기분을 어
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런 강유환이 보기에 지금 그의 아들은 매우 기분이 좋지 않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고민이 있으면 알지?”
“네. 정말 별거 아니에요.”
“그래.”
그때, 강진호의 휴대폰 벨이 울리 기 시작했다. 슬쩍 확인한 강진호가 휴대폰을 한 손에 잡고 몸을 일으켰 다.
“전화 한 통만 받고 올게요.”
“그래.”
강진호가 가는 방향을 본 강은영
이 소리를 빽! 질렀다.
“전화받는데 왜 방에 안 가고 밖 으로 나가!”
“금방 와.”
“그럼 옷이라도 걸치고 나가! 밖 에 추운데!”
“괜찮아.”
강진호가 현관을 열고 밖으로 나 갔다.
“진짜 좀 이상한데?”
강은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 한두 번 있는 일이니.”
백현정이 태연한 얼굴로 사과를 깎으며 말했다.
“그냥 냅 둬라. 네 오빠는 워낙 공사다망한 분이시잖니. 나는 이제 포기했다.”
“엄마 말에서 한기가 느껴지는 데?”
“자식이라고는 둘 있는데……
“나는 왜?”
백현정이 고개를 들자 강은영이 뒤로 주춤 물러났다.
“엄마, 손에 칼 들었어. 진정해.”
“쯧.”
백현정의 손에 들린 칼이 다시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그녀의 시선 이 강진호가 나간 문 쪽으로 향했
다.
밖으로 나온 강진호는 전화를 받 으며 한 손으로 담배를 꺼내 물었 다. 차가운 밤공기가 몸을 스쳐 지 나갔지만, 그에게 추위 같은 건 의 미가 없다.
[이현수입니다.]“말해.”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가만 히 이현수의 보고를 기다렸다.
[사건에 관련된 놈들을 모두 잡아 놨습니다.]“ 모두?”
[예. 조사가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 잡은 놈들을 조사 하면 다른 관련자들도 색출할 수 있 을 겁니다.]“그렇군.”
강진호가 살짝 눈을 감았다.
미묘하다.
그를 휩쓰는 감정을 뭐라고 정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긴 삶을 살아 왔음에도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익 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 수는?”
[……꽤 됩니다.]“그래.”
묻는 강진호나 대답하는 이현수나 서로 목소리가 낮았다.
하고 싶지 않은 보고다. 그리고 듣고 싶지 않은 보고이기도 하다.
“알겠다. 지금 가지.”
[회주님.]“ 음?”
[조사를 마치면 제가 보고를 드리 겠습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 다. 회주님께서 벌써부터 오실 필요 는 없을 것 같습니다.]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현수가 하고 있는 말은
월권에 가깝다. 강진호는 총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있 고, 그건 강진호가 정할 일이다.
그럼에도 이현수의 월권을 지적하 고 싶지 않은 이유는, 지금 만류하 는 게 강진호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 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강진호에게 맡기지 않 고 자기가 하고 싶다는 뜻일 것이 다.
예전에 영남회에서 그랬듯이.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뜬금없이 느껴질 수 있는 대답에
이현수가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그 침묵은 그리 길지 않았다.
[회주님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건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왜?”
[그건…….]이현수의 대답이 쉽게 나오지 못 한다.
그렇기에 그 대답은 강진호가 대 신 해주었다.
“회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할지는 내가 정하는 거겠지. 부족하지만, 내 가 총회의 회주니까.”
[예.]“나는 너한테 총회의 더러운 부분 을 떠맡으라고 한 적 없어. 총회를 위해서 악역을 해달라고 한 적도 없 다. 그런 건 예전에 충분히 해봤어.”
[회주님.]“눈을 돌리면 잠깐 편해질 뿐이 다. 그런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냐. 결국에는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 다.”
과거, 강진호는 청마에게 마교의 대소사를 맡겼다. 청마에게 많은 권 한을 주었다는 뜻도 되지만, 강진호 가 해야 할 궂은일을 청마에게 떠넘 겼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 결과가 어땠던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강진호 는 마교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 해하지 못하고, 장악하지 못했다. 그 가 완벽했다면 청마가 감히 그에게 반기를 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이현수는 이미 그런 일들을 충분 히 해왔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라 고 해서 앞으로도 맡아야 할 이유는 없다.
[……알겠습니다.]“지금 가지.”
[회로 오시면 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강진호가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입에 문 담배를 깊이 빨았다.
차가운 밤공기가 담배 연기와 함 께 폐부 깊숙한 곳까지 밀려 들어온 다.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현수가 왜 강진호를 막으려는지 이해할 수 있다. 아마 지금 이현수 도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겠지.
하지만 세상에는 반드시 해야 하
는 일이라는 게 있다.
강진호가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일 이 아니다. 강진호가 외면한다면 다 른 누군가가 그 일을 대신해야 한 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강진호가 하는 게 낫다.
강진호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해갔 다.
입에서 흘러나온 담배 연기가 바 람을 타고 부질없이 세상으로 흩어 진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가 만히 눈을 감았다.
강진호는 한참 동안 미동도 없이
그렇게 서 있었다. 이윽고 그가 눈 을 다시 떴을 때는 이미 몇 분이라 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다 타버려 홀로 꺼져 버린 담배 를 슬쩍 바라본 강진호가 몸을 돌려 집 안으로 향했다.
낮게 내디딘 그의 발자국 소리가 어두운 밤을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