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62)
마존현세강림기-1264화(1261/2125)
마존현세강림기 51권 (21화)
5장 응징하다 ⑴
숨이 막힌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그 간단 하고도 자연스러운 동작마저도 마음 처럼 되지 않았다. 육체가 그의 의 지를 벗어나 굳어버렸다.
전신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느낌 이다.
고민성이 자신도 모르게 눈을 부 릅떴다.
이현수까지는 예상했다.
그를 잡아온 사람이 이현수니까. 하지만 총회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이 어두운 지하 감옥에 강진호가 직 접 들어올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 하지 못했다.
그는 회주.
가장 밝은 곳에 있어야 하는 사 람이 니까.
죄를 저지른 회원을 문초하고 벌 을 주는 건 회주가 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다, 바로 전까지는
말이다.
저벅저벅.
하지만 지금 그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은 분명 강진호였다.
고민성의 눈이 흔들렸다.
이현수도 그가 감당하기는 벅찬 사람이다. 하지만 이현수와 강진호 는 분명 다른 종류의 사람이었다.
저 눈.
한없이 차갑게 가라앉아 그를 바 라보는 눈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 한 무게로 그를 짓눌렀다.
“계속해 봐.”
강진호가 고민성의 앞에 놓인 의 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담배를 빼 물었다.
찰칵.
이현수가 지체 없이 강진호에게 불을 붙여주었다.
“ 후우••••••
가볍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 호가 느긋한 얼굴로 고민성을 바라 본다. 바짝 얼어 있는 고민성은 그 때까지도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하 고 있었다.
“네가 하는 말은 이 실장이 아니 라 내게 해야 하는 말 아닌가? 엄
한 사람 붙들고 소리 질러 댈 게 아니라, 당사자에게 이야기해 봐. 좋 은 기회잖아.”
고민성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 다.
무섭다.
공포스럽다.
새삼 실감이 난다.
강진호를 적으로 만나는 것이 어 떤 기분인지 말이다.
과거, 강진호가 영남회로 쳐들어 왔을 때, 고민성은 얼어붙어 아무것 도 하지 못했다. 그가 그때 살아남 은 이유는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약
했기 때문이다.
약했기에 강진호를 막아설 수 없 었고, 막아서지 않았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강진호를 상대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말이, 강진호를 겪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그의 눈이, 그의 육체가 강진호를 똑똑히 기억 하고 있다.
한편일 때는 더없이 든든하고 존 경스러운 이가 적이 되었을 때는 얼 마나 무자비하고 잔혹한지…….
강진호의 송곳니는 더 이상 고민
성을 지켜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날카로움으로 고민성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이다.
고민성이 대답하지 못하고 얼어붙 어 있자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는 느긋하게 담배 연기를 뿜 으며 이현수를 돌아보았다.
“말을 안 하는데?”
“……사람 가리는 거죠. 더러운 세상.”
이현수가 툴툴대는 모습을 보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사실 조금 이상한 기분이다.
이곳에 들어올 때만 해도 강진호
는 고민성이 이리 멀쩡한 모습일 거 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현수 가 취조를 한다고 했으니, 목숨이나 붙어 있으면 다행일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고민성은 생각 이상으로 멀쩡했다.
몸에 남은 구타의 혼적은 아무리 봐도 이현수의 짓은 아니다. 이현수 는 고민성의 육체에 저런 혼적을 남 길 힘이 없다.
다시 말하자면, 고민성을 잡아온 이후, 강진호가 올 때까지 이현수는 고민성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뜻이 다. 예전의 이현수였다면 강진호에
게 보고를 하기 전에 이미 고민성을 살아 있는 핏덩어리로 만들어놨을 게 빤했다.
슬쩍 이현수를 일별한 강진호가 다시 고민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굳이 이런 걸 언급할 필요는 없 을 것이다. 이현수도 스스로의 행동 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테니까.
“살인마 주제에 마약상을 심판하 는 게 가당키나 하냐고 했나?”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를 빨았다. 담배 끝이 새빨갛게 타들어 간다.
별것 아닌 광경, 아무것도 아닌
광경이다.
하지만 그 광경이 고민성의 입장 에서는 아무것도 아닐 수가 없었다.
담배가 타들어 갈 때마다 그도 같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다. 입이 바짝 마르고 심장이 오그라든다.
‘겁쟁이?’
그게 뭐가 이상한가.
총회에 적을 두고 살았다는 말은 강진호가 벌인 일들을 목격하며 살 아왔다는 말이다. 강진호를 아는 사 람이라면 누구라도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지금 고민성이 이리 잡혀
있는 입장이 아니라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었다면, 강진호가 나타나는 순간 오줌을 지리지 않은 고민성을 칭찬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 의미다.
대한민국의 무인들에게 강진호는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자, 세상 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도, 그리고 이현수도 너를 심 판하려는 게 아냐.”
고민성이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법관도 아니고, 경찰도 아냐. 누군가를 심판하고 자시고 할 자격도 없지. 네가 마약을 유통한 게 잘못이라서 내가 이러고 있는 것 같나?”
“……아닙니까?”
“아니냐고?”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말려 올라 간다. 강진호가 한 걸음 걸어 고민 성에게 바짝 다가갔다.
“잘도 지껄이던데.”
“三..”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온다.
“왜 내가 사회의 법을 대신 지켜 준다고 생각하지?”
“내가 그렇게 좋은 놈으로 보이 나?”
강진호가 옷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는 물론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 의 그에 비한다면 지금의 강진호는 훨씬 더 온정적이고, 온화할지도 모 른다.
하지만 그게 강진호가 좋은 사람 이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냉정하게 바라보면, 강진 호는 과거보다 더욱 지독한 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과거, 적천마존은 모든 것을 힘으 로 해결했다.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 을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 생각했 다. 그리고 힘으로 해결할 필요가 없는 문제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다르다.
지금의 강진호는 힘뿐 아니라 사 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한 다. 돈, 권력, 그리고 심령을 제압하 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방
법도 마다하지 않는 게 지금의 강진 호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를 아는 사 람들은 강진호를 좋은 사람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재미있게도 말이다.
“착각하지 마.”
강진호가 손을 뻗어 고민성의 목 을 움켜잡았다. 그러고는 그를 잡아 당겨 일으켰다. 축 늘어진 고민성의 몸이 출렁이며 끌려온다.
고민성을 자신에게 바짝 끌어당긴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입 술이 벌어지며 강진호의 이가 드러
났다.
짐승이 으르렁대듯.
강진호가 고민성의 귓가에 속삭였 다.
“네가 무슨 죄를 저지른 줄 아 나?”
고민성이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
지금 그의 목을 잡고 있는 강진 호의 손에 조금만 힘이 들어가도 그 는 목이 꺾인 시체가 될 것이다. 혀 를 빼물고 침을 질질 홀리며 죽어가 겠지.
“마, 마약을 유통한 겁니다.”
“아니.”
나직하고 조용한 목소리.
그래서 더 섬뜩한 목소리였다.
“핀트가 어긋났어. 네가 저지른 죄는 마약을 건드린 게 아냐. 마약 을 건드리지 말라는 내 명령을 무시 한 거야.”
“무슨 자격으로 살인자가 마약상 을 심판하냐고?”
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강진호가 웃고 있다.
재미있어 어쩔 수가 없다는 것처 럼 신음하듯 흘러나오는 목소리다.
“나는 너를 심판하지 않아. 그럴
생각도 없어. 나는 그저 내 명령을 듣지 않은 놈을 벌할 뿐이지.”
목이 조여온다.
숨통이 틀어막힌 조민성의 시야에 붉게 물든 강진호의 눈이 들어왔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 껴지는, 그 섬뜩한 적색.
악마의 그것처럼 붉디붉은 눈이 선연한 살기를 머금은 채 고민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성이 사라진다.
논리가 무너지고, 감각마저 무디 어진다.
남은 것은 그저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공포뿐이었다.
강진호가 미소 짓는다.
어긋난 계약으로 영혼을 빼앗긴 가여운 인간을 보며 악마가 미소 짓 듯, 강진호가 섬뜩하게 웃으며 고민 성의 눈을 바라보았다.
“알고 있지?”
고민성이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 다.
“너는 죽는다.”
“죽음은 공평하지. 하지만 죽음은 또한 불공평하지. 죽음이라는 결과 는 같아도 어떻게 죽느냐는 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
강진호가 천천히 고민성을 의자에 내려 앉혔다.
“기회를 주지.”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고민성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는 이미 생에 대한 의지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다.
“네가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해. 단 하나도 남김없이. 그중 쓸 만한 것이 있으면 네게 적어도 편안한 죽 음을 맞을 기회는 줄 테니까. 그게 아니면……
강진호가 가만히 손을 뻗어 고민 성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
“알게 될 거야. 고통이란 게 뭔 지, 고통스러운 죽음이라는 게 뭔지. 그쪽도 나쁘지 않아. 적어도 죽기 전에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는 걸 하나쯤 알고 죽게 될 테니까.”
강진호가 고민성의 이마에서 손을 뗐다.
그러고는 가볍게 웃었다.
“ 대답은?”
이미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철컹.
이현수가 쇠문을 열며 밖으로 나 왔다. 문을 지키고 있던 이들이 이 현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 회주님은?”
“저쪽에 계십니다.”
경비팀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강 진호가 한쪽에서 담배를 문 채 하늘 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현수가 한숨을 쉬고는 강진호를 향해 다가갔다.
“끝났습니다.”
“ 결과는?”
“정리가 좀 덜 되긴 했습니다. 그 냥 뒀다가는 초등학교 때 이불에 오
줌 싼 이야기까지 할 기세더군요. 여하튼 배후는 잡았습니다.”
“누구지?”
“그게••••••
이현수가 머리를 긁었다.
“뭐, 대단한 놈은 아닙니다. 예전 에 이사 직을 역임하다가 밀려난 놈 같은데, 이중걸이 있을 때부터 그쪽 으로 연줄이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몇몇을 포섭한 모양입니다.”
좋은 소식일까?
아니다.
거꾸로 말하면, 겨우 그 정도뿐인 무인이라 해도 자신의 힘을 적절히
이용할 줄만 알면 그만한 일을 벌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강진호는 그 의미를 잘 알고 있 었다.
“얼마나 걸리지?”
“해가 뜨기 전까지 저 안에 처박 아놓겠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럼.”
이현수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런 후, 몸을 돌린 이현수의 등 뒤로 나직한 강진호의 목소리가 들 려왔다.
“이현수.”
“••••••예?”
이현수가 고개를 돌렸다.
강진호가 밤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서 있었다.
이현수는 강진호를 재촉하지 않 고, 가만히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 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강진호가 평소보다는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살인자는 마약상을 심판할 수 있 을까?”
이현수가 입을 닫았다.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못하던 이현수가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다.
“그래. 가봐.”
“예, 회주님.”
이현수가 다시 한 번 고개를 꾸 벅 숙이고는 본관을 향해 걸어갔다. 발걸음을 재촉하던 이현수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강진호 의 뒷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이상하게도…….
언제나 강해 보이던 강진호의 등 이 오늘따라 조금은 쓸쓸해 보였다.
조금.
아주 조금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