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63)
마존현세강림기-1265화(1262/2125)
마존현세강림기 51권 (22화)
5장 응징하다 (2)
회주실.
오랜만에 회주실에 이사들이 모였 다.
하지만 떠들고 난장을 벌이던 평 소와는 다르게 이사들의 얼굴은 그 리 밝지 못했다.
자신을 주시하는 시선을 느끼며
이현수가 헛기침을 했다.
“일단 이번 조사에서 마교는 제외 했습니다.”
“왜?”
바토르의 짧은 질문에 이현수가 부연했다.
“일단 마교는 총회의 소속이긴 하 지만, 총회의 권한으로 조사하기에 는 민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민감은 얼어 죽을.”
바토르가 역정을 내며 말했다.
“소속이면 소속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소속은 소속인데 못 건드리는 게 말이나 돼‘?”
바토르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현재 마교는 총회에 반쯤은 소속 되고, 반쯤은 동맹을 맺은 것 같은 느낌으로 공존하고 있었다. 그런 탓 에 총회가 마교를 보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간섭하지는 않 았다.
바토르의 입장에서는 분명 불만을 토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현수는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화가 나시겠지.’
하지만 이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문제였다. 마교를 한국으로 끌
어들인 주체가 총회냐, 강진호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교는 총회에 충성하지 않는다. 종회를 상위 단체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저 마존인 강진호 에게 충성할 뿐이다.
그런데 총회가 마교에 대한 감사 를 진행한다?
드러내 놓고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속으로는 악감정이 쌓일 것이다. 이현수는 미묘한 분열 조차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꼭 소속이나 편제 때문만은 아닙
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마교는 조사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기숙사에서 한 발도 못 나가는 데, 그들이 무슨 일을 벌입니까?”
바토르가 움찔하여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하기야.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도 능력이 있고,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마교도들은 한국에 온 이후로 강진 호가 설정한 마교인 거주 구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중국이 아니라 한 국이다.
그들이 뭔가를 벌이기 위해서는 외부인과 접촉해야 한다. 하지만 한 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그들이 한국 에서 무슨 수로 외부인과 일을 벌이 겠는가.
그나마 중국어가 되는 재중동포나 한국 내 거주하는 중국인들, 혹은 화교들을 만난다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겠지만…….
‘어차피 밖에 못 나가는데.’
바토르가 머리를 긁었다.
총회나 강진호가 딱히 그들을 감 시하는 건 아니었다.
감시는 오히려 마교 자체적으로 했다. 강진호야 필요에 따라서 거주 구를 벗어나는 걸 막지 않지만, 마 교 수뇌부는 교도들이 거주구를 벗 어나는 걸 허락지 않았다.
심지어는 가까운 민가로 가서 생 필품을 구매하는 것마저 막기 위해 거주구 안에 마트를 만들고 있지 않 은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서 이현수가 장민에게 물은 적이 있 지만,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교도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 이든 해왔다. 지금 네가 보기에는 저 아이들이 장로와 마존의 위세에 눌려 있는 가여운 놈들 같겠지만, 세상 모든 것은 상대적이기 마련이 다. 이곳에서는 순한 양에 불과한 아이들이지만, 세상으로 나가면 막 을 수 없는 늑대가 된다. 늑대는 우 리에 가둬놔야 하는 법이지.”
당시에는 조금 과하다고 생각했지 만,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와보니 장 민이 얼마나 현명했는지 알 수 있었
다. 그리고…….
“마존께서는 교도들이 사고를 일 으키지 않게 하라는 명을 내리셨다. 사고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고 를 칠 여지 자체를 주지 않는 것이 다.”
그 충성심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알 수 있다.
“장민 장로께서 마교도들은 거의 완벽하게 단속하신 덕분에 조사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이상한 데서 철저한 면이 있
다니까, 그 영감님.”
바토르가 툴툴댔다.
장민이 이 자리에 있었으면 한 소리 들었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 지 장민은 일본에 가 있는 터라 회 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렇게 마교도를 제외하고는 전 체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로……
이현수가 슬쩍 바토르와 위긴스를 돌아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바토르 이사님과 위긴스 이사님의 제자들에게는 별다 른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으음.”
그 순간, 한 사람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굳은 얼굴로 뭔가를 말하려던 방진훈이 한숨을 푹 내쉬 더니, 곧 체념한 얼굴로 입을 열었 다.
“그럼 내가 문제군.”
“……그런 게 아닙니다. 이사님.”
이현수가 살짝 머뭇거렸다. 하지 만 이내 조금 높은 톤으로 말을 이 었다.
“바토르 님의 제자들과 위긴스 님 이 가르치는 마법 부대는 정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실력은 둘째 치
고서라도 과도한 수련을 소화하느라 다른 짓을 할 여력이 없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현수가 말을 멈췄다.
위로하겠다고 꺼낸 말이지만, 딱 히 위로가 될 것 같지는 않았기 때 문이다.
이현수가 다른 말을 찾으려 고심 할 때,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방 이사.”
“예, 회주님.”
“신경 쓰지 마.”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
했다.
“기껏해야 백 명, 이백 명 관리하 는 쪽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그랬으면 나도 책임을 물 었을 거야.”
“……감사합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은 회원들의 관리라는 측면에서는 거의 참여를 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방진훈만이 그 역할을 맡아 오천에 가까운 총회의 문도들 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방진훈에게 관리 책임을 묻 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방진훈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지 여전히 표정이 좋지 못했다.
강진호가 방진훈을 일별하고는 이 현수를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계속해.”
“예.”
이현수가 보고서를 들고 다시 브 리핑을 시작했다.
“대부분은 별게 없습니다. 일단 횡령이라든가 규칙 무시, 거주지 이 탈 등의 사소한 문제는 접어두 고……
“잠깐만. 횡령이 사소한 문제라 고?”
“횡령이라고 해봐야 경비 꿍치다 걸린 놈들이거나 경비 청구를 과다 계상한 놈들 정도입니다. 통 큰 놈 하나가 그런 식으로 십억 정도를 해 먹었던데, 다 회수할 수 있는 돈입 니다.”
“……그 십억 해 먹은 놈은 지금 어디에 있는데?”
“돈을 아무리 모아봐야 결국 마지 막에 남는 것은 옷 한 벌밖에 없다 는 걸 실감시켜 주고 있는 중입니 다.”
“잘 처리했네.”
이사진들은 이현수의 일처리가 마
음에 든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 다.
“이런 금전적인 문제는 부차적입 니다. 문제가 아닌 건 아니지만…… 사실 그리 큰 문제도 아니죠.”
“그렇지, 그렇지.”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사는데 그런 문제가 없을 수 있나. 나도 예전에는 법인카드로 고급 레스토랑 가서 막 긁고 그랬 지.”
“난 안 그랬는데?”
“저도 그런 적 없습니다.”
“……나만 쓰레긴가?”
위긴스가 억울하다는 듯 모두를 돌아봤지만, 동조해 주는 사람은 아 무도 없었다.
애초에 강진호는 마교의 돈이 자 신의 돈인 사람이고, 방진훈은 법인 카드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대의 총회를 살아온 사람이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이현수가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 다.
“회원들 중 일부가 폭력 조직과 결탁하여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폭력 조직?”
방진훈이 눈을 찌푸렸다.
무인계와 암흑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법인화하기 전까지 총 회의 수입 대부분이 암흑가에서 나 오지 않았는가. 무인들이 그걸 직접 관리할 수 없으니, 적당한 폭력 조 직들을 지정해서 그들에게 관리를 맡기는 형식을 취해왔다.
당연히 접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선 무인들이 적당히 그들을 갈취해 먹은 거라면 몰라도 직접 결탁해 움직인 경우는 없었다.
“문제라면?”
“사기, 공갈. 폭력. 밀수……
대답을 듣는 이들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졌다.
“약하게는 사채업에 손을 댄 놈들 도 있지만, 깊게 들어가면 좀 심각 합니다. 조사가 아직 다 끝나지 않 아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몇몇 살인 에도 관여한 정황이 있습니다.”
이사들이 대답 없이 살짝 고개를 내리깔았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최근 국 내에 유통되는 신종 마약에 총회의 회원들이 관여했습니다. 전 이사가 중점이 되어서 밀수를 한 모양입니
다.”
“마약이라……
방진훈이 피식피식 웃었다.
“누가 보면 이중걸 때로 돌아간 줄 알겠네.”
자조적인 목소리였다.
“사소한 잘못이라 적당히 주의를 주어야 할 이들을 제외하고, 처벌을 해야 할 사람의 수가 이백 명을 넘 어갑니다. 물론 이 수는 총회의 규 칙이 아닌, 사회의 법을 어긴 이들 은 제외한 수치입니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찰칵.
강진호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다.
“백이라……
지방을 제외하고 총회에서 활동하 는 이들의 수가 오천 정도 된다. 그 중 이백이라면 절대 적은 수가 아니 었다.
앞으로 뻗어 나가고 성장하는 데 만 신경을 쓰다 보니 속이 곪아가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그래서……
강진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 다.
“처벌은?”
“……사실 조금 문제가 있습니 다.”
“문제?”
“네.”
이현수가 머리를 살짝 긁었다.
“기본적으로 총회는 회칙이 명확 하지 않습니다. 일단 이중걸 시대에 정해진 회칙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시대가 오래된데다가 말도 안 되는 규정이 많아서 지금 적용하기에는 애매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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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주님께서 지시한 사항을 어긴 건 분명하지만, 명령을 어겼을 경우
어떠한 처벌을 한다는 규정이 없습 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두 가 지인데……
이현수가 슬쩍 모두를 돌아봤다.
“첫 번째는 지금까지 하던 방식대 로 문제가 생긴 이들을 회주님의 생 각대로 처벌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회칙을 다시 지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 규정한 회칙을 바탕으 로 이번에 잘못을 저지른 이들을 소 급 적용해 처리하는 수밖에 없습니 다.”
위긴스가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소급적용이라…… 좋지 않은 선 례겠군.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지.”
“예.”
이현수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에 만든 규정으로 이전 에 벌어진 사건을 심판하는 건 웬만 해서는 하면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가 없다.
위긴스가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로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첫 번째 안대로 간다고 해도 저는 불만 이 없습니다. 다만, 너무 사소한 일 들까지 로드가 직접 나서야 할까 봐
우려가 되는군요.”
“그럴 생각은 없어.”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신도 아니고, 왕도 아니다. 심지어 신이나 왕이라고 해도 내키 는 대로 할 수는 없는 법이지. 회칙 을 만든다. 이 실장.”
“예, 회주님.”
“필요한 인원과 시간을 확정해. 그리고 미리 허가 내줄 테니까, 차 출해서 바로 시작해.”
“알겠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만들 어보겠습니다.”
가만히 고개를 숙인 강진호가 이
사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표정이 좋지 않다.
하긴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자 신이 몸을 담고 있는 곳에서 범죄자 가 나왔는데 누가 기분이 좋겠는가. 특히나 가장 신경 쓰던 마약에 대한 문제까지 터지지 않았는가.
가만히 모두를 바라보고 있던 강 진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