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65)
마존현세강림기-1267화(1264/2125)
마존현세강림기 51권 (24화)
5장 응징하다 (4)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네, 그렇 죠! 살짝만 고개를 옆으로 꺾어볼 까? 그렇지! 그렇지!”
십여 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돌아 간다.
최연하는 능숙한 얼굴로 감독의 지시를 따라 포즈를 바꿨다.
“도도하게, 도도하게. 내가 세상에 서 제일 이쁘다는 표정으로……
최연하의 표정이 무표정하게 변한 다.
감독은 즉시 자신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를 깨달았다.
“아, 그렇지. 최연하 씨한테는 이 게 아니지. 그럼 살짝 오만한 얼굴 을 해볼까?”
그제야 감독이 원하는 표정이 나 온다.
애초에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예 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보니 지 시대로 따르면 평소의 무표정한 얼
굴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감독이 쓴웃음을 지으며 모니터를 살폈다.
‘그림은 죽인다니까.’
최연하와 함께 일하는 건 굉장히 고달프면서도 편한 일이다.
그 스케줄과 성격을 일일이 맞춰 주는 건 굉장한 스트레스를 감수해 야 하는 일이지만, 반면에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측면에 있어서는 이보다 편할 수 없다.
구도고 나발이고, 대충 배경에 최 연하만 밀어 넣어버리면 그 자체로 화보가 되니까.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 지 않는 법이지.’
최연하가 그 가장 좋은 예 중 하 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이 마음을 바꾼 모양이다.
“음, 연하 씨.”
모니터링을 하던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나 최연하에게 다가갔다.
“연하 씨, 오늘 각이 정말 이쁘게 살았어. 누가 봐도 이건 완벽하거 드 ”
최연하가 빙긋 웃었다.
“감독님이 잘 찍어주신 덕분이
죠.”
“하하, 내가 아무리 대단한 감독 이라도 피사체 상태가 안 좋으면 좋 은 그림은 못 만들지. 솔직히 모델 들이 다 연하 씨 같기만 해도 나는 굶어 죽는 거지. 개나 소나 CF 찍 어도 될 텐데, 밥이나 먹고살겠어?”
너스레를 떨던 감독이 살짝 최연 하의 눈치를 봤다.
“그런데, 정말 좋고 이쁘게 나왔 는데, 내가…… 음, 뭐랄까, 다른 배 우 같으면 이쯤에서 OK를 하고 싶 은데, 나도 욕심이란 게 있는 사람 이잖아. 뭔가 컨셉을 한 번만 더 바
꿔서 찍어보면 올해 CF계를 휩쓸 만한 게 하나 나올 것 같거든? 응?”
최연하가 살짝 눈을 크게 뜨고 감독을 바라보았다.
“한 번 더요?”
“응, 그렇지. 그런데 지금 시간이 좀 애매해서……
감독이 양손을 모으고는 어색하게 옷었다.
“내일 촬영 한 번 더 할 수 있을 까? 물론 계약서상으로는 오늘 끝내 야 한다는 걸 알고는 있는데, 내가 미련이 남아서 말이야.”
“흠.”
최연하가 감독을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괜찮으세요? 제작비 오버 될 텐데. 저만 하루 더 고생한다고 끝나는 문제 아니잖아요? 인건비고 대여료고, 다 난리 날 텐데.”
“생각보다 여유가 좀 있는데다가, 오늘까지 나온 작업물 보여주면 추 가로 지원 좀 받을 수 있을 거야. 내가 그래도 이 바닥에서 구른 경력 이 얼만데, 그 정도도 못할까.”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연하 씨, 부탁 좀 할게. 나 좀
살려줘. 나 안 그대도 요즘 폼 떨어 졌다고 말 나온다고.”
“누가 감히 감독님한테 그런 말을 해요?”
“그러니까! 얼어 죽을, 트렌드는 무슨 놈의 트렌드야? 젊은 놈들이 나보다 잘 찍고 그런 말을 하면 내 가 억울하지도 않아.”
감독이 콧김을 뿜고는 말을 이었 다.
“그러니까 부탁 좀 하자, 연하 씨. 나도 연하 씨랑 작업하는 기회 가 잘 오는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꼭 대박 내고 싶다
고.”
최연하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이 그렇게까지 부탁하시는 데, 어쩔 수 있나요. 내일 한 번 더 하죠.”
“고마워! 진짜 고맙다, 연하 씨.”
“대신에 나중에 우리 회사 애들 한 번 챙겨주셔야 해요.”
“여부가 있겠어!”
희희낙락하는 감독을 보며 최연하 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속 터진다.”
의자에 드러누운 최연하가 천장을 보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감이 살아 있긴 개뿔이. 예전이 었으면 세 컷 만에 끝났을 일을 반 나절을 찍고 있으면서!”
“조용히 좀 말해요, 누나.”
“뭐, 여기 누가 지나가겠어?”
최연하가 되레 소리를 버럭 지르 자, 한은솔이 말없이 손가락으로 귀 를 틀어막았다.
긁어 부스럼이란 게 딱 이런 상 황이다.
“그럼 안 한다고 했으면 되잖아 요. 계약서에도 오늘만 촬영하는 걸
로 되어 있는데.”
“야! 그게 내 마음대로 되냐?”
최연하가 부글거리는 얼굴로 한은 솔을 노려보았다.
“나만 혼자 있었으면 그렇게 하 지! 그런데 내가 혼자 있는 게 아니 잖아! 그래도 내 얼굴 보고 회사에 찾아 들어온 애들 광고라도 하나 찍 을 수 있게 밀어는 줘야 할 거 아 냐! 그거만 아니면 내가 미쳤다고 촬영 더 하겠냐? 안 그래도 허리 아파 죽겠는데!”
최연하가 목소리를 조금 낮춰 궁 시렁 댔다.
“아니, 저 감독님은 왜 저렇게 허 리 뒤틀고 찍는 거 좋아해?”
“선이 예쁘게 나온다잖아요.”
“내 척추 선이 꼬이는 건 생각 안 해주나?”
한은솔이 피식 옷고 말았다.
‘천지가 개벽할 일이지.’
딱 1년 전.
1년 전만 하더라도 감독이 저런 말을 꺼냈으면 최연하는 그 자리에 서 촬영장을 박차고 뛰쳐나왔을 것 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감독 이 감히 최연하에게 그런 말을 꺼내 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최연하는 그런 말 을 듣고도 화를 내기는커녕 감독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고 있었다.
‘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되어가는 거지.’
꽤나 극적인 변화다.
하지만 한은솔은 최연하의 변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한다면, 한은솔 이 보기에 최연하는 변한 게 없다. 변한 건 최연하가 아니라 최연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니까.
만약 최연하가 개인 소속사를 차 려 프리로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오늘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허락 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최연하는 혼자가 아 니다.
MK 엔터테인먼트에는 최연하와 강은영뿐 아니라, 최연하를 믿고 들 어온 다른 후배들도 있다. 제대로 영업을 뛰지 않은 신규 업체치고는 꽤나 많은 연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최연하를 날뛰지 못하게 만드는 건 바로 그런 상황이다.
그동안은 최연하가 사고를 치면 최연하가 욕을 먹었다. 소속사에 피 해? 그런 건 없다. 되레 그런 최연
하를 데리고 일을 해야 하는 소속사 에 동정 어린 시선이 갈 정도였으니 까.
하지만 이제 최연하는 한 회사의 대표다.
최연하가 사고를 치면, 이제는 단 순히 최연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다.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회사 의 이미지가 나빠지면 회사에 소속 되어 있는 다른 배우들이 피해를 본 다.
그러니 제아무리 최연하라 해도 예전처럼 눈치 보지 않고 날뛸 수가 없다.
“아, 회사 괜히 만들었어.”
“……그래서 제가 말렸잖아요.”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지.”
한은솔이 피식 옷었다.
처음 최연하가 독립을 생각했을 때는 이렇게 큰 회사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저 소속사가 있든 없든 최연하를 찾는 수요는 줄어들지 않 을 것이고, 그러니 한은솔과 최연하 만 나가서 회사를 차려도 문제가 없 을 거라 생각했을 뿐이다.
솔직히 회사와 나눠 먹는 돈도 아까우니까.
하지만 거기에 강진호가 이상하게
끼어들면서…… 아니, 정확하게는 최연하가 강제로 강진호를 끼워 넣 으면서 일이 이상하게 흘러 버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렇 게까지 빨리 이렇게 될 줄은 몰랐 어.”
“언젠가는 이렇게 된다는 걸 아셨 다는 거예요?”
“너, 내가 바보로 보여?”
“대답이 없다?”
“진실을 원하세요? 아니면……
“나가, 인마!”
최연하가 쿠션을 집어 던졌다. 한
은솔이 날아오는 쿠션을 받으면서 피식 웃었다.
“이리될 줄 알았다면서 잘도 시작 하셨네요. 누나 성격에.”
“은솔아, 은솔아.”
“네?”
최연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가 보기에는 누나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겠지만……
“예.”
“……거기서 대답하는 거 아니 야.”
“아, 죄송.”
“여튼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
겠지만, 니 생각보다 누나는 더 많 은 걸 생각하고 산단다.”
“그럼 회사 왜 만드셨는데요?” 한은솔은 이게 정말 궁금했다. 사실 최연하는 회사를 만들어서 좋을 게 없는 사람이다. 일인 기획 사라면 몰라도 이렇듯 회사의 대표 직을 역임하고 영업을 뛴다?
절대로 손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 일을 맡 는 게 금전적으로나 이미지적으로나 훨씬 이득이다.
“나는 성공하고 싶거든.”
“이미 성공하셨잖아요.”
“아니. 더 성공하고 싶어.”
“그럼 배우로……
“조금 다른데.”
최연하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조 금 진지한 이야기를 할 모양이다.
“10년 뒤에 나는 잘나갈까?”
“물론이죠.”
“20년 뒤에 나는?”
“그래도 그때까지는 잘나가지 않 을까요?”
“30년 뒤는?”
“……그건 너무 욕심이죠.”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20년 뒤도
욕심이지. 그때 내 나이가 거의 50 인데, 여배우로서 지금보다 잘나갈 수는 없지. 냉정하게 봐서 말이야.”
“그렇죠.”
물론 최연하가 그 나이가 된다고 해서 대중들의 시야에서 아주 사라 지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은 40대가 되어도 드라마의 주연을 맡을 수 있 는 시대니까.
하지만 그때 치고 올라오는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들과 경쟁하는 건 쉽지 않다. 단순히 미모적인 측면을 떠나서 대중들은 언제나 신선한 뉴 페이스를 바라니까.
“얼굴 팔아먹는 배우가 아니라 연 기자로서 좀 더 깊은 곳까지 갈 수 는 있겠지. 그러려고 노력하는 중이 기도 하고. 그런데……
최연하가 눈을 찌푸렸다.
“그게 지금보다 성공한다는 뜻은 아니잖아. 밀려나지 않은 것뿐이지.”
“음, 솔직히 부정하기 어렵네요.”
“그런데 나는 성공하고 싶어. 오 늘보다 내일 더, 내일보다 모레 더!”
“20년 뒤의 내가 지금보다 못하 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쌓아
놓은 재산으로 위안하며 살고 싶지 도 않고, 내 가장 찬란하던 시기가 이미 지나가 버렸다는 것을 인정하 는 건 너무 끔찍할 것 같단 말이 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여배우의 삶이라는 것은 나 이에 따라 극명하게 나뉠 수밖에 없 다. 제아무리 최연하라도, 아니, 최 연하 이전에 최연하 이상의 인기를 얻은 여배우들도 지금은 최연하와 비교할 수 없는 위상을 가졌으면서 도 대중에게서 잊혀지고 있다.
최연하도 이 바닥에서 살아가며
그런 모습을 꾸준히 봐왔다.
그러니 그 부분을 신경 쓰지 않 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이도 서른이고……
“야! 뒈질래?”
“아, 죄송. 마음속으로 생각한다는 게……
“ 나와.”
최연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한은솔이 막 최연하를 말리려는 찰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최연하가 고개를 돌렸다.
‘누구지?’
오늘 촬영도 끝났는데 대기실에 찾아올 사람이 있나?
후속 촬영이 있어서 스텝들도 다 바쁠 텐데?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자세를 바로잡은 최연하가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 다.
“들어오세요.”
일단 대답을 하자 문이 살짝 열 렸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본 최연하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