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68)
마존현세강림기-1270화(1267/2125)
마존현세강림기 52권 (2화)
1장 협력하다 (2)
“아니……
공항은 언제나 북적거리기 마련이 다.
불경기라고는 하지만 해외를 찾는 사람들의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난 다. 그렇기에 인천공항은 언제나 사 람으로 넘쳐 난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건 경우가 조금 달랐다.
“오빠, 잘 다녀와!”
“형, 우승해야 돼!”
“성심의 자랑! 성심의 기수!”
박유민이 굉장히 어색한 얼굴로 웃었다.
공항에 찾아온 팬들보다 보육원 아이들이 더 많이 온 것 같은 느낌 이다.
“형.”
“어, 진성아.”
박유민이 당황한 얼굴로 한진성을 돌아보았다.
“애들 왜 다 데리고 왔어?”
“딱히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 데……
한진성이 머리를 긁으며 웃었다.
오늘은 박유민이 해외로 떠나는 날이다. 각 리그의 우승자들은 새해 를 맞아 한 곳에 모여 세계 챔피언 을 가린다. 당연히 한국 우승자인 박유민의 팀이 한국 대표로 세계 챔 피언십에 참여하는 것이다.
굳이 배웅하러 나오지 말라고 미 리 언질은 했지만, 한둘 정도는 나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워낙 청개 구리 같은 녀석들이니까. 하지만 보
육원 식구 대부분이 배웅을 나올 줄 이야.
“이야아아아아!”
펄럭이는 무언가를 바라보던 박유 민이 힘없는 얼굴로 한진성을 돌아 보았다.
“……현수막도 만들었니?”
“어…… 음, 나는 말렸어, 형.”
박유민이 멍한 눈으로 현수막을 바라보았다. 업체에 맡겨서 제작한 게 아니라 수제로 만든 모양이다.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박유민, 파이 팅!’이라 적힌 현수막을 보고 있으 니 뭐라고 할까…….
“미안해. 쪽팔리지, 형? 일단 저 건 내리라고 할게.”
“아니. 잠깐만.”
“응?”
박유민이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휴 대폰을 꺼내더니, 현수막 사진을 찍 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사진이 잘 나왔는지를 확인하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휴대 폰을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그걸 왜 찍어?”
“가서 긴장되면 보려고.”
“••••••엥?”
“이거보다 웃긴 건 흔치 않잖아.”
박유민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진짜 형도 알아줘야 해.”
한진성이 고개를 슬쩍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웅성대고 있는 아이들 을 보고 있으려니, 그가 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진성이라면 창피한 마음에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그게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박유 민은 오히려 아이들이 와준 것을 기 꺼워하는 눈치였다.
‘부끄럽네.’
한진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박유민을 보면 어른이라는 게 뭔
지 알 것 같다.
“고맙다, 진성아. 다들 와줘서 힘 이 나는 것 같아. 바쁠 텐데.”
“바쁘긴. 그리고 내가 데리고 온 거 아냐. 저 양반이 데리고 온 거 지.”
한진성의 고갯짓에 박유민의 시선 이 돌아갔다.
쪼오오옥.
공항 벤치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 리카노를 빨아 먹고 있는 강진호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저 형은 춥지도 않은가 봐.”
“원래 그래.”
박유민이 빙긋 웃고는 아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일일이 아이들과 이 야기를 나누고 고맙다는 말을 전한 박유민이 손을 흔들고는 강진호에게 다가갔다.
“뭐 하러 귀찮게.”
“내가, 아니면 네가?”
“네가.”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나는 원래 올 거였고, 오 는 길에 버스 두 대 대절했을 뿐이 야.”
“그게 귀찮은 거지.”
“ 괜찮아.”
강진호가 박유민의 얼굴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딱딱하게 굳어 있던 박유민의 얼굴이 부드럽 게 풀려 있다.
“긴장이 좀 풀리지?”
“그러네.”
박유민이 쓴옷음을 지었다.
‘귀신이라니까.’
팀원들은 박유민이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도 긴장하지 않은 척을 했고. 하지 만 몸은 솔직한 법이다. 며칠 전부 터 박유민은 복통에 시달리고 있었
다.
예전에 프로게이머를 할 때는 세 계 대회라는 개념이 없었다. 한 번 씩 이벤트 격으로 세계 대회가 열리 기는 했지만, 권위도 없고, 딱히 커 리어로 쳐주지도 않는 대회라 그냥 쉬러 가는 기분으로 참가할 수 있었 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국내를 제패해도 세계 대 회에서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 평가 절하를 당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경력이 오래된 박유민에게도 생소한 상황이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출국 날이 다가오자 위가 아프기 시 작했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 을 수도 있지만, 국가를 대표한다는 건 소심한 면이 있는 박유민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였다.
그 스트레스가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풀리는 것 같다.
“보여?”
“웅‘?”
“ 쟤들?”
박유민이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쟤들이 네가 우승 못하고 온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화낼 것 같아?”
“……아니지.”
그럴 아이들이 아니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박유민을 그저 응원하는 것뿐이다. 박유민이 우승 팀에서 뛰지 못해도, 실력이 없어서 욕을 먹는 프로게이머라도 지금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 된 거 아냐?”
박유민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네.”
박유민이 슬쩍 강진호를 돌아보았 다.
속이 풀린다.
완전히 긴장을 걷어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긴장될 때 무슨 생 각을 해야 할지는 알 것 같다.
‘그래도 별일이네.’
이 말을 강진호가 한다는 게 재 미 있다.
예전의 강진호였다면 박유민의 긴 장 같은 건 딱히 신경 쓰지 않거나, 근성으로 이겨내라고 했을 것이다.
‘섬세해졌달까.’
강진호와의 인연이 처음 시작되었 을 때를 생각하면 참 많은 것이 변 했다.
“형, 감독님이 이제 오래요.”
“아, 그래.”
박유민이 바라보자, 강진호가 가 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가봐. 조심하고.”
“ 진호야.”
“응‘?”
“알아서 잘하겠지만, 나 없는 동 안에 애들 좀 부탁할게.”
“걱정 마.”
“그리고……
박유민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네 덕분에 내가 걱정 없 이 자리를 비울 수 있어. 네가 없었
으면 힘들었을 거야.”
“별소리를 다 하네.”
“한 번은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 어.”
박유민이 아이들을 보며 미소 지 었다.
“요즘 들어 나보다 너를 더 좋아 하는 것 같아서 좀 섭섭하긴 하지 만.”
“들인 노력의 차이겠지.”
“으…… 부정할 수가 없네. 바쁘 다는 핑계 대지 말고 더 자주 가야 겠어.”
박유민이 환하게 웃는다.
“우승하고 올게.”
“그래.”
강진호가 손을 흔들며 출국장으로 향하는 박유민을 가만히 지켜보았 다.
걸음걸이에서 망설임이 사라졌다.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한진성이 슬쩍 말을 건넸다.
“괜찮을까, 형?”
“뭐가?”
“유민이 형, 한식 아니면 밥 못 먹는데.”
이상한 데서 까다로운 면이 있었
다.
한진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좀 대단하긴 한 것 같아. 어쨌든 간에 나라를 대표해서 가는 거잖아.”
“그렇지.”
강진호도 무척 새삼스러운 기분이 었다.
그 박유민이 나라를 대표한다
‘이상하게 재미있네.’
박유민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어 느새 박유민도 이렇게 훌쩍 커버렸 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었다.
하기야.
시간은 원래 유수 같은 법이다. 지나온 시간이 쌓이고 쌓인다고 해 서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 다. 스무 살이 느끼는 지나간 시간 과 칠십의 노인이 느끼는 지나간 시 간은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중요한 것은 지나간 시간이 아니 다.
“유민이 형 가네.”
박유민이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모 습을 본 강진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 덕였다.
“이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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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한진성이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하지만 강진호는 아이들 쪽으로 가지 않고 가만히 시선을 돌려 출국 장을 바라봤다.
‘해외라……
공항에 오니 기분이 살짝 이상하 다.
얼마 전, 홍왕에 대한 생각을 떠 올린 이후로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숭부욕인가?’
아니면 강자에 대한 호승심인가.
그게 아니면 냉정하게 말해서 패
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전투를 만회 하고 싶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이유가 뭐가 됐든 홍왕이 진득하 게 강진호의 발목을 잡고 있다.
‘ 괜찮아.’
강진호가 미련을 끊어내고 몸을 돌렸다.
어차피 홍왕과 그는 다시 붙을 수밖에 없다. 총회와 홍왕계의 문제 가 아니다. 이건 그와 홍왕의 문제 였다.
홍왕이 그를 알고, 그가 홍왕을 아는 이상 그들은 언제 어디서고 다 시 주먹을 맞댈 것이다. 그게 하늘
아래 자신보다 강한 자를 용납하지 못하는 무인의 본질이니까.
‘홍왕은 얼마나 더 강해졌을까?’
홍왕의 무학을 전신으로 상대하며 느낀 것.
그건 홍왕이 굉장히 미숙한 자라 는 점이다.
조금 우습게 들릴 수도 있다.
홍왕이 미숙하다면 강진호는 그 미숙한 자조차 감당해 내지 못했다 는 뜻이니까. 하지만 이건 사실이었 다.
이유는 간단하다.
홍왕은 자신과 걸맞은 상대를 만
나지 못했다. 홍왕의 무위는 과거의 중원에서도 최고를 노려볼 만하지 만, 안타깝게도 홍왕이 살아가는 곳 은 현대의 중국이다.
아무리 중국에서는 무인계의 명맥 이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홍왕쯤 되는 강자는 자신의 무학을 제대로 펼쳐 보일 상대를 구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 상대가 되어줘야 할 다른 삼 왕은 가진 세력 때문에 홍왕과의 승 부에 나설 수 없다. 설사 숭부를 겨 룬다고 할지라도 목숨을 건 생사결 은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홍왕이 전력을 다해 맞붙어 승부를 겨룬 이는 평생에 걸쳐 강진 호가 유일하다는 뜻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여러 번의 격전 이 더 필요하겠지만, 홍왕쯤 되는 이는 단 한 번의 승부에서도 수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아마 홍왕은 강진호에게서 실전에서 무인이 어떻 게 싸워야 하는가를 배웠을 것이다.
벽을 넘고.
더 강해졌겠지.
그 홍왕이…….
“형?”
“••••••음?”
“왜 웃고 있어?”
한진성의 말에 강진호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입꼬리를 훑었다.
딱히 웃고 있다는 자각은 없었는 데.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아니, 아니다.”
“ 이상하네.”
고개를 갸웃거린 한진성이 앞쪽을 가리켰다.
“애들 준비 다 끝났어. 형, 버스 타고 같이 갈 거지?”
“음, 그래야지.”
“그럼 가자. 근데 이제 슬슬 배고
플 땐데, 애들 뭐 좀 먹이고 가면 안 돼?”
강진호가 빙긋 웃었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고르라고 해. 내가 사 줄게.”
“크으, 내가 이 맛에 형 따라다닌 다니까. 알았어. 좀만 기다려!”
다시 달려가는 한진성을 보며 강 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예전과는 다르다.
싸우다 죽는다 해도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던 적천마존과는 다르게 강진호는 이제 죽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이제 다시는 과거와 같은 순
수한 승부를 즐기지 못할지도 모른 다.
하지만…….
‘상관없어.’
잃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 으니까.
강진호가 웃으며 보육원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작 은 남자아이 하나를 안아 들었다.
“밥 먹으러 가자.”
“ 피자!”
“소고기!”
“나는 라면!”
“……라면은 안 돼.”
“라면 좋은데……
“라면은 다음에 먹고, 오늘은 다 른 거 먹자.”
가볍게 미소를 지은 강진호가 슬 쩍 뒤를 바라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강진호가 공 항을 나섰다.
하지만 이때의 강진호는 설마 자 신이 그리 빠른 시일 내에 흥왕과 재회하게 될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 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