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7)
마존현세강림기-127화(127/2125)
마존현세강림기 6권 (2화)
1장 무력하다 (2)
“예, 원장 선생님.”
“이리 오렴.”
강진호는가만히 원장 선생님에게 로 다가갔다. 그녀가 손을 뻗었다.
“왜 내가 자꾸 손을 잡는지 아니?”
“……모르겠습니다.”
“사람이란 건 말이다.”
“예.”
그녀의 미소는 강진호가 이제껏 본 적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더없이 따뜻한 듯하면서도, 어쩐 지 시린.
마주 보고 있기가 힘든, 그런 미 소였다.
“때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서도 외로운 법이란다.”
“예.”
“알고 있지?”
“……예.”
원장 수녀님은 강진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지 못한다. 강진호
가 말한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강진호가 살아온 삶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중원에서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렇기에 그도 무리를 지었고, 다른 이들과 어울렸다. 하지만 그 어 울림 속에서도 언제나 그는 고독했 고, 외로웠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는가족을 되찾았고, 그의 삶을 되찾았으니까.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지금 원장 수녀님이 하는 말이 그의가슴을 울
리고 있었다.
“외롭지. 사람은 외로워. 진정으로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단다. 반대로 말하면, 어떤 사람도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 주지는 않아.”
그녀는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손을 잡는단다. 이 해하지는 못해도 함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서. 어떠니?”
무엇을 묻는 걸까.
원장 수녀님.
지금 손끝의 온기를 느끼기에는 저는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따뜻하니?”
“……예.”
거짓말이다.
그녀의 손은 너무도 찼다.
체온이 이렇게나 떨어졌는데도 아직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 이상할 만큼이나 그녀의 손은 차디찼다.
“네가 했던 모든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한단다. 하지 만 네가 애썼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강진호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아무런의미도 없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강
진호가 한 모든 것은 아무런의미가 없는 헛수고에 불과했다.
“ 저는……
원장 수녀님은가만히 강진호의 손을 꼭 잡고는 고개를 저었다.
“ 진호야.”
나직하게 그를 부르는 목소리.
강진호는 그 느릿한 울림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모든 것을 쥐고 살 수는 없어.” 강진호는 눈을 감고 말았다.
“나는 행복했단다. 아이들이 있어 서 행복했어. 유민이가 있어서, 그리 고 진호가 있어서 행복했단다.”
“예.”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진호는 강한 사람이지?”
“……강하지 않습니다.”
“진호는 심지가 굳은 사람이야. 하지만 진호야, 강한 사람은 때로 주변 사람들의 약함을 이해하지 못 한단다. 당연히 버텨내야 할 것을 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나는 진 호가 다른 사람의 약함마저도 받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구나.”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이제 힘들구나.”
원장 수녀님이가쁜 숨을 쉬며 뒤 로 기댔다. 강진호는 그녀를 눕히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
문 앞에 선 강진호가 문고리를 잡은 채 입을 열었다.
“원장 수녀님.”
“ 으응?”
그녀의 대답은 작고, 힘이 없었다.
지금까지 강진호의 앞에서의연하게 보이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까 생각하니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 어갔다.
“신이 있다면…… 왜 신은 인간을
돕지 않는 걸까요?”
어쩌면 지금 그녀에게 묻지 않아야 할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등 뒤에서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신께서 내게 너를 보내주셨단다.”
“너도, 아이들도, 유민이도…… 모 두가 그분이 내게 보내주신 선물이 란다.”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벙긋대던
강진호는 차마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닫아버렸다.
“쉬십시오.”
문을 여는 것이 힘겹다.
걷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힘이 든다.
겨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강진호가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폐 속으로 공기가 밀려들자 머리가 어질 어질한 느낌에 벽에 기대섰다.
“ 진호야.”
박유민이 달려와 강진호의 어깨를 잡았다.
“……들어가 봐.”
“ 진호야?”
“지금 나 신경 쓸 때가 아니잖아. 괜찮아, 괜찮으니까…… 어서 들어가 봐.”
“알겠어.”
박유민이 강진호를 잡은 손을 놓 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콰앙!
답답한 마음에 벽을 후려친 강진호가 이를 악물고 밖으로 걸어갔다.
“암세포는 급격하게 전이가 되기도 한답니다.”
병원 밖에 댄 조규민의 차에서 강진호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평소라면 조규민이 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이 답답한 속을 달랠 길이 없었다.
“나름 강춘식 과장도 최선을 다한 것 같습니다만.”
조규민이 말끝을 흐렸다.
의학적으로 보았을 때, 급격히 호 전되었던 것이 되레 기적일 뿐이었다. 누구를 잡고 물어도 강춘식이 잘못을 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임이 있다면 제게 있습니다.
퇴원하라는의견이 나왔어도 좀 더 입원을 시키고 추이를 봤어야 하는 건데.”
“아니요.”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일이 아니 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저 조 금 답답한 것뿐이죠.”
“……예.”
괜히 죄스러운 마음에 조규민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가 강진호를 만난 이후로 이 사 내가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에게 무슨의미일까?’
박유민으로부터 이어진 인연이지 만, 냉정하게 말하면 타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관계였다. 그런데 왜 강진호는 이토록 그녀에게 집착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그녀의 삶은 조규민도 존중 하고 있었다. 타인을 위해서 희생하 며 사는 삶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 처럼 살아가는 이가 그녀뿐인 것은 아니잖은가.
“복귀는 언제 하셔야 합니까?”
“……나흘 뒤요.”
강진호는 시트에 몸을 기대고 눈을 비볐다.
“휴가가 더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 요?”
“그렇긴 한데……
당장 급하게 나오느라 뒤쪽의 휴가까지 모두 승인을 받을 수가 없었다. 휴가를 다 붙여 나오려면 하루 쯤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던 것이다.
“오늘은 일단 집으로가시죠.”
“그래야죠.”
강진호가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 보았다. 저기 솟아 있는 건물의 창
안에 원장 수녀님과 박유민이 있을 것이다.
‘ 두자.’
그가 낄 자리가 아니었다.
이제 원장 수녀님의 시간은 온전 히 박유민과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 간으로 채워져야 한다. 그는 그저 잠시 굴러온 돌일 뿐이다.
“집으로가죠.”
“그래?”
황정후 회장은 깊은 신음을 냈다.
“결국은 그렇게 되었구만.”
조규민은 조금은 초조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제가 지금까지 강진호씨를 꽤나 오래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모 습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겠지.”
황정후는 씁쓸한 얼굴로 담배를 꺼내 들었다.
“호전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호전은 되었습니다만,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합니다. 호전도, 악화도 모두 상식적으로는 설명 이 쉽지 않습니다.”
“한계가 있은 모양이군.”
“예?”
“자네도 짐작하고 있지 않나. 그 만한 환자가의학의 개입 없이 일순 호전될 수 있겠는가? 강진호가 뭔가 했겠지.”
“회장님.”
조규민은 굳은 얼굴로 황정후를 바라보았다.
“강진호씨에게 정말 무언가가 있는 겁니까?”
“아는 것을 내게 되묻지 말게.”
“하지만……
조규민은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
니었다. 그가 강진호와 함께 지낸 지가 벌써 몇 년이던가.
아무리 내보이지 않으려 한다고 해도 강진호의 안에서 꿈틀대고 있는 무언가를 느끼지 못할 조규민이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는 생각 했지만,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능력이 뭔가? 치료술?”
“아마도 그런 쪽이겠지요.”
“후후후.”
황정후는 낮게 웃었다.
“아닙니까?”
“모르지. 그건 모르는 거야. 나도 강진호가 무슨 능력을가지고 있는 지는 모르네. 다만, 강진호가 나와 그분을 치료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지. 하지만……
황정후의 눈이가라앉았다.
‘치료술 같은 건 아냐.’
그건 확신 할 수 있었다.
강진호가 한번씩 그의 내면에가 둬둔 것을 슬쩍슬쩍 드러낼 때마다 황정후는 전신의 털이 모두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결코 온화한 무언가가 아니
었다.
“나올지도 모르겠군.”
“……뭐가 말입니까?”
“거죽이라는 것은 덮어쓰고 있으 면 답답하기 마련이지. 사람이란 것은 결국에는 본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거든.”
조규민의 얼굴이 암담해졌다.
과거 얼핏 보았던 강진호의 뒷모 습을 생각하니, 그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게 나온다는 건가?’
아마도 황정후 회장은 그게 강진호의 본모습이라고 믿는 모양이었
다.
하지만 조규민은 생각이 조금 달 랐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괴물을 품고 살지 않습니까.”
“ 흐음?”
“모두가 내면에 있는 괴물을 꺼내 놓으면 세상은 아비규환이 될 겁니다. 감정에 충실하고 타인을 짓눌러 위에 서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가지 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사람이 든 그 안에 괴물을 품고 있다고 해 서 그 괴물을 본성이라 하지는 않습니다.”
“그 말도 틀리진 않군.”
“강진호씨는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지탱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 오래 지켜봐 온 자네의의 견이 그러하다면 그런 거겠지.”
하지만 황정후의 음성은 조금 공 허했다.
‘다만, 그건 보통 사람의 이야기 지.’
조규민이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어쩌면 강진호도 스스로는 모르고 있을 수도 있었다.
황정후가 보는 강진호는 양면적인 사람이었다.
노회함과 천진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어떻게 하다가 그런 성격이 되 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강진호의 성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아마도 말일세.”
“……예?”
“자네도, 나도 아마 전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네. 그가 어떤 사람인 지 말이야.”
막연히 느끼고 있던 감정이 말로
바뀌어 들려오는 그 기묘한 위화감 에 조규민이 낮게 침음했다.
* * *
“언제 나왔니?”
“ 오늘요.”
“말도 없이.”
“급하게 나오게 됐어요.”
“저녁은?”
“먹고 왔어요.”
강진호의 기색을 살피던 백현정이 그의 표정이가라앉아 있는 것을 보 고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오늘 나오느라 피곤했을텐데, 얼른 씻고 쉬어라.”
“ 예.”
강진호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방으로 향하자 백현정이 한숨을 내쉬 었다.
“진호 왔어?”
“예. 방금 와서 방에 들어갔어요.”
“말도 없이? 같이 밥이라도 먹 지?”
“지금은 좀 놔둬요.”
“ 응?”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강진호의 방 쪽으로 다가가는 강지환
을 백현정이 잡았다.
“오늘은 그냥 두자구요. 혼자 두는게 나을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있어 보여?”
“아마두요.”
“그래.”
걱정스런 얼굴로 방을 바라보았지 만, 굳게 닫힌 강진호의 방문은 열 리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우리 아들이잖아.”
“걱정은 안 해요. 다만……
“ 다만?”
백현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젓고는 욕실로 걸어갔다.
순간, 그의 아들이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는 말은 다른 사람 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