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72)
마존현세강림기-1274화(1271/2125)
마존현세강림기 52권 (6화)
2장 처벌하다 ⑴
다음 날 아침.
이현수는 진지한 얼굴로 회의실에 서 있었다. 회의실에는 이사들은 물 론이고, MK로 출근하는 이현주까 지 소환되어 있었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살짝 가라앉아 있었다.
고개를 살짝 든 이현수가 강진호 의 눈치를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회칙의 초안이 완성되었습니다. 살펴보시고 보완점을 말씀해 주신다 면 수정하여 공표하겠습니다.”
“……이건가?”
“예.”
위긴스가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책자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백과사전인가?’
이 정도면 거의 책으로 만들 수 있는 한계치라고 봐야 한다.
회칙을 지정해 오랬더니, 법체계 를 만들어 온 꼴이다. 일을 열심히
했다는 건 알겠지만…….
‘사람이 정도를 알아야지!’
태연하게 확인해 보라고 하는 저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
“……다음 주까지 확인해 오면 되 는 건가?”
“그냥 여기서 읽으시죠.”
“ 이걸?”
“예.”
위긴스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안타깝군. 내가 최근에 한국어가 굉장히 늘기는 했지만, 이만한 전문 서적을 그 자리에서 독파할 정도는 안 된단 말이지. 그러니 나는……
“아, 죄송합니다.”
이현수가 가방 안에서 비슷한 두 께의 책을 한 권 더 꺼냈다.
“영어 버전도 만들어뒀습니다. 아 무래도 글로벌한 세상이니까요.”
“그리고 이건 몽골어 버전입니다. 중국어 버전도 따로 제작해 뒀는데, 지금은 딱히 필요가 없을 것 같군 요.”
책을 받아 드는 바토르의 손이 살짝 떨렸다.
‘아니, 미친놈이!’
‘정도껏 해야지, 정도껏!’
이현수의 일처리가 어떠한가를 모 르는 이는 여기에 없지만, 최근에는 이현수와 업무적으로 얽힐 일이 잘 없기에 잊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책자를 보고 있으려니, 이현 수가 어떤 놈인지 새삼 실감이 난 다.
마른침을 삼키며 책장을 넘긴 방 진혼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 다.
“야! 이, 이거, 현미경으로 보라고 만든 거냐?”
“엄살 부리지 마십시오. 무인이면 다 읽습니다.”
“무인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을 만 든 게 잘못됐다고는 생각 안 하냐?”
“어차피 무인들이 볼 건데요, 뭐.” 방진훈이 이마를 짚었다.
저건 뿌리부터 뭔가 잘못된 놈이 다.
심지어 이현주마저 도끼눈을 뜬 채 이현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결국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이 사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 이었다.
이사들의 간절한 시선을 받은 강 진호가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고 헛
기침을 했다.
“이걸 다 읽으라고?”
“아!”
이현수가 가방 안에서 뭔가를 또 꺼냈다.
‘도라X몽 주머니도 아니고, 뭐가 자꾸 나와?’
좀 전에 비해 무척 얇은 책자가 나왔다.
“여기 회주님용 요약본 있습니다. 세칙과 조문을 제외해서 아주 간단 하게 살펴보실 수 있을 겁니다.”
방진훈이 즉각 반발했다.
“야이 씨! 요약본이 있으면 그걸
줘야 할 거 아냐!”
“이사님들은 다 읽으셔야 합니다. 실제로 애들을 다뤄야 하니까요. 회 주님은 그럴 일이 없잖습니까!”
“거, 이명환들 있잖아!”
“아, 걔들은 제가 직접 관리합니 다. 안 그래도 회칙에 이명환을 비 롯한 회주님의 친위대는 회주님의 의사에 따라 회칙과는 다른 기준과 형벌을 결정할 수 있다고 넣어놨습 니다.”
“엿장수 맘대로라는 소리 아냐, 그거!”
“네, 그렇습니다. 문제라도?”
없지.
문제가 있을 수 없지. 강진호가 지 맘대로 하겠다는데 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애초에 유명무실하던 회칙을 굳이 지정하고, 거기에 따르겠다는 말을 한 것만으로도 강진호는 총회 역사 상 다시없을 민주적인 회주다.
회주라고 해봐야 딱 두 명뿐이었 다는 걸 제외한다면 박수를 쳐줄 만 한 일 아닌가.
그러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지금 당장이라도 회칙을 찢어버리
고, 이제부터 내 마음대로 한다고 선언해도 반대를 할 명분이 없는데.
딱히 반대할 생각도 없고 말이다.
강진호가 슬그머니 요약본을 펴 들었다. 이사들이 반쯤은 불만 어린, 그리고 반쯤은 간절한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봤다.
“크흠.”
강진호가 살짝 책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배신자!’
‘같이 보지!’
‘양심적으로 이걸 어떻게 다 보 나?’
이사들이 부글부글 끓는 얼굴로 이현수를 노려보았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없지.
문제야 없지.
일을 잘해왔다고 욕을 할 수는 없으니, 문제가 있어도 있다고 말할 수가 없다.
“끄웅~ 이보게, 이 실장.”
“예, 위긴스 이사님.”
“자네가 일을 아주 잘해왔다는 건 알겠네만, 우리가 이걸 이 자리에서 파악하는 건 좀 무리가 있지 않겠는
가? 오늘 밤까지 읽어도 무리일 것 같은데……
“회칙이란 건 기본적으로 지켜지 기 위해 만드는 겁니다. 그렇지 않 습니까?”
“……그렇지.”
“하지만 반대로 말해 단속하는 이 들이 회칙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회원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발각할 수 없다는 뜻도 됩니다. 회 내의 자 경단을 따로 운용할 수 없는 총회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간부들은 필수 적으로 회칙을 완전히 통달해야 합 니다.”
“••••••이걸?”
위긴스가 멍한 눈으로 눈앞의 책 을 가리켰다.
“코팅만 잘하면 흉기로 쓸 수도 있겠는데?”
방진훈이 반론을 제시했다.
“굳이 코팅 안 해도 흉기로 충분 합니다. 나이프를 들고 싸울 거냐, 이 책을 들고 싸울 거냐 물어보면 저는 서슴없이 이걸 택하겠습니다. 일단 무게감만 봐도 대가리에 맞는 순간 골로 가겠구만.”
하지만 이현수는 단호했다.
“엄살은 사양입니다.”
“엄살이 아니라, 인마!”
“인간의 마음을 되찾으라고, 인간 의 마음을!”
무수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현수 는 ‘지금 나는 니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중이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사들이 이를 갈며 이현수를 노려봤다.
“그런데……
할 수 없이 강진호가 중재에 나 섰다.
“이걸 지금 읽고 회의를 한다는 건 무리 아닌가? 밤까지 기다려야 할 판인데?”
“이사님들이면 충분히 읽으실 수 있습니다.”
“못해, 인마!”
방진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지난주에 조카 놈 산수 가 르쳐 주다가 개망신당하고 온 사람 이야!”
“진정하십시오, 이사님. 그거 자랑 아닙니다.”
“요즘은 뭔 놈의 산수가 그렇게 어려워? 내 때는 안 그랬는데.”
“‘내 때는’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 간, 돌이킬 수 없는 겁니다.”
“됐어. 이미 포기했어.”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회주님의 말대로 일단 지금은 회 의를 해야 하니 요약본으로 드리겠 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더 라도 이거 다 읽고 이해하셔야 합니 다.”
“……말이 쉽지.”
방진훈은 끝까지 투덜댔지만, 다 른 이사들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조삼모사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이걸 읽지 않는 것만으로도 구 원받는 기분이었다.
이현수가 가방 안에서 요약본을
사람 수만큼 꺼내 들었다.
‘노렸구만, 이 새끼!’
‘가지고 왔으면서!’
‘저 독사 같은 놈.’
아마도 이현수는 이사들에게 어쨌 든 간에 원본을 읽겠다는 확답을 듣 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수작이 빤 히 들여다보였지만, 이사들은 이현 수를 탓하지 못했다.
이걸 읽는 노력 따위는 만들어내 는 노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 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부하 직원이 너무 유능해도 골치가 아프다더니만.”
“야, 이거 설마 밑에 애들한테도 원본 주려는 건 아니겠지?”
“설마요.”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법전을 주고 확인하라고는 하지 않잖습니까. 의 미가 없죠.”
“그렇지.”
“일단은 지켜야 할 기본적인 것들 로 간단한 회칙을 따로 반포할 생각 입니다. 거기서 더 알아보고 싶은 이들은 요약본을 보게 될 거고, 벌 을 주셔야 하는 여러분은…… 뭐, 아시죠?”
“끄웅.”
방진훈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 중에서 이 회 칙을 가장 많이 활용해야 하는 사람 은 방진훈이다.
방진훈이 주인 잃은 강아지 같은 눈으로 강진호를 돌아봤다. 하지만 강진호는 헛기침을 하며 방진훈을 외면할 뿐이었다.
“회주님.”
“크흠.”
“……아니, 회주님.”
“일단 읽지. 읽고 나서 이야기하 지.”
강진호도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 다. 나라 잃은 독립운동가 얼굴이 된 방진훈이 서글픈 얼굴로 요약본 을 집어 들었다.
말이 요약본이지, 요약본만으로도 웬만한 소설 한 권 분량이다. 하지 만 적어도 글씨는 큼직큼직해서 읽 는 데 큰 부담이 없었다.
재빠르게 내용을 훑은 이들이 하 나둘 책을 내려놓았다. 마지막으로 방진훈이 죽을상을 하고 책을 내려 놓자 이현수가 입을 열었다.
“보완할 부분이나 지적하고 싶으 신 부분 있으십니까?”
“흠.”
위긴스가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잘 만들었군.”
“감사합니다.”
“여기서 탁상공론을 해봐야 딱히 별 의미가 없겠지. 원래 모든 규칙 이나 법령은 시행해 나가면서 오류 를 잡아내고 현실에 적용하는 법이 니까.”
“그렇지.”
“그렇겠지, 뭐.”
이현수가 뚱한 얼굴을 했다.
“그거, 그냥 제대로 읽고 잡아내 기 귀찮다는 말 아닙니까?”
“그럴 리가 있나.”
“요즘 영 날카로운 것 같은데…… 휴가라도 좀 다녀와, 이 실장.”
피식 웃어버린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봐달라고 하기는 했지만, 딱 히 지적할 부분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방진훈을 제외 한 다른 이사들은 회칙에 대해 입을 열기가 어렵다. 한국의 문화를 잘 모르기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규칙을 언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입을 열 만한 사람은 방진훈인데…….
“뭐? 뭘 꼬나봐, 인마?”
보다시피 기분이 무척 좋지 않아 보인다.
“회주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네.”
“제대로 읽고 말씀하시는 것 맞 죠?”
“아주 좋네……
강진호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이 번만큼은 그도 이현수에게 제대로 질려 버렸다.
막 뭔가 말을 하려는 찰나, 강진 호가 이현수의 말을 자르고 들어갔 다.
“기준을 세운다는 건 좋지만, 이 런 세세한 규칙은 사람의 목을 죌 뿐이야. 여기에 맞추다가는 생활이 불가능해.”
“……확실히 과한 면이 있기는 합 니다.”
“범죄에 대한 부분은 그대로 놔두 고 다른 부분은 조금 완화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이현수가 살짝 눈을 빛냈다.
“회주님, 범죄에 대한 부분을 그 대로 두신다면, 이 규칙을 바탕으로 수감되어 있는 이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합니다.”
강진호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렇지.”
“어찌하시겠습니까?”
“다시 한 번 확인하지. 마약을 취 급한 이들에 대한 처벌이 뭐지?”
“공란으로 비워뒀습니다.”
“ 이유는?”
“그건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이현수라고 하더라도 이 부분의 자의적으로 결정해 올 수는 없다. 강진호도 알고 있었다. 이걸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일이다.
“그럼 그 부분에 대한 처벌만 내 가 결정하면 되는 건가?”
“예, 회주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길게 끌 것 없지. 방 이사.”
“예!”
“준비해. 이번에 다 정리할 테니 까.”
“예!”
방진훈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오후까지 집합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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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
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도 붙이지 않았는데 씁쓸한 맛 이 입가를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