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74)
마존현세강림기-1276화(1273/2125)
마존현세강림기 52권 (8화)
2장 처벌하다 (3)
‘이게 무슨 일이지?’
김원혁이 굳은 얼굴로 대연무장으 로 향했다. 그의 옆에도 연무장으로 향하는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웅성거리는 목소리.
그리고 긴장한 얼굴들.
다들 직감적으로 심상치 않은 일
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 었다.
이런 식으로 모두를 연무장으로 모으는 건 지난번 전쟁 이후 처음이 다.
‘또 전쟁이 터지는 건 아니겠지?’
물론 전쟁이 두렵다는 말은 아니 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그쪽으로는 생 각이 가지 않는다.
전쟁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 았다는 건 둘째 치고, 이전에 전쟁 이 있을 때는 총회의 대부분이 곧 전쟁이 벌어질 거라는 사실을 인지
하고 있었다.
이번처럼 갑작스럽지 않았다는 말 이다.
‘그럼 뭐지?’
김원혁이 미간을 좁혔다.
일단 가보면 알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그렇지 않은가. 곧 알 게 될 일이지만 궁금함을 억누를 수 없는 법이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 다.
“무슨 일이래?”
“글쎄, 그냥 공지 띄운 것도 아니 고, 팝업까지 보내서 전파하라는 거
보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
굳은 얼굴에 미묘한 불안함들이 엿보였다.
대개 이렇듯 급박하게 진행되는 일치고 좋은 일은 드물다. 오랜 조 직 생활 경험으로 다들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많은 이들이 대연무 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에도 큰 소리 가 나지 않았다. 알아서들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다.
연무장으로 들어선 김원혁의 눈에 연단에 서 있는 이사진들이 보였다.
김원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사님들이 다 모여 있네? 헐, 회주님까지?’
김원혁이 마른침을 삼켰다.
심지어 일본 놈들이 한국으로 쳐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저분들이 모두 모여 있는 건 본 적이 없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부터 전파될 내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회주님이 다.”
“회주님 나와 계시네.”
주변에서도 수군대는 소리가 들린 다.
물론 전에 방진훈이 그들을 끌어
모았을 때도 당연히 긴장했고, 당연 히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총회에서 강진호의 위상은 그 격을 달리한다. 아무리 바토르가 대단하고, 위긴스가 존경받는다고 해도 강진호라는 이름 앞에서는 초 라해질 수밖에 없다.
김원혁이 절로 부동자세를 취했 다.
앞쪽에서 상황을 살피던 이현수가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뒤쪽에 올라오는 놈들, 빨리 뛰 어 올라와.”
이현수의 목소리가 낮다.
순간적으로 언덕을 올라오던 이들 이 달리기 시작한다. 이현수의 기분 을 파악하는 것은 총회에서 살아가 는 이들이 익혀야 할 첫 번째 스킬 이 아니던가.
허겁지겁 뛰어 올라와 대열을 맞 추는 이들을 보며 이현수가 눈을 찌 푸렸다.
‘확실히 애들이 풀어졌어.’
예전 같았으면 앞쪽에 강진호를 발견한 순간, 순식간에 강진호가 나 와 있다는 사실이 전파되고 다들 다 리가 부러져라 달려왔을 것이다. 하 지만 지금 저들의 반웅은 예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요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 다.
전쟁이 끝났다는 안도감, 그리고 자신들도 이제는 강진호의 체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는 자신감, 혹 은 이렇게 해도 위에서 불벼락이 떨 어지지 않는다는 확신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현수도 알고 있다.
일전에 이사들이 말했듯이 조직을 이끌어가면서 이런 상황은 피할 수 없다. 수많은 선지자들이 그토록 초 심을 강조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말해 평범한 이들은 절대 초심을 유 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심삼일?
천만에.
한 번 먹은 각오를 삼 일이나 유 지할 수 있는 사람은 굉장한 이들이 다. 평범한 사람은 절대 삼 일이나 각오를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걸 유지하게 만드는 게 조직이 해야 할 일이지.’
결국 조직을 운영해 간다는 건 끊임없이 풀어지려 하는 이들을 어 떻게 이끄는가의 문제다.
커다란 연무장이 빡빡하게 들어찼
다.
이현수가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준비됐습니다, 회주님.”
“시작해.”
강진호가 태연하게 답하자 이현수 가 살짝 심호흡을 했다. 눈빛으로 이사진들에게 허가를 얻은 후, 이현 수가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소리쳤 다.
“주목해라!”
여기저기서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회주님이 총회를 맡으신 이후로 우리는 종회의 안정화와 발전에 대 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물론 회 주님과 이사님들도 고생하셨지만, 여러분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총회가 존재할 수 있었다! 이에 대 해서는 감사하는 바다!”
난데없는 공치사가 들어왔지만, 그 말을 듣고 긴장을 푸는 이는 아 무도 없었다.
‘대체 뭔 말을 하려고 저렇게 분 위기를 잡지?’
‘이사님들 분위기도 장난 아닌데? 위긴스 이사님 얼굴 저렇게 굳은 거
처음 보는데?’
‘어떤 새끼가 사고 친 거야? 미치 겠네.’
김원혁의 입도 바싹 말라가고 있 었다. 차라리 전쟁 전에 방진훈이 빠질 놈은 지금 빠지라고 했을 때가 분위기는 훨씬 나았다. 심지어 전쟁 터로 가는 도중도 이리 칙칙하지는 않았다.
단숨에 모인 전원의 시선을 사로 잡은 이현수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 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조사 결 과, 총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이들이
드러났다. 그동안 회주님께서 자비 를 베풀어 느슨하게 규정을 적용해 오셨음을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을 악용하여 자신의 잇속을 채우고, 총회의 규칙 을 어기는 이들이 생겨났다.”
악다문 이에 힘이 들어간다.
이현수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다 들 이해한 것이다.
“이에! 회는 감사를 통해 부정한 짓을 저지른 이들을 색출하고 그들 을 구금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 에서 그들에 대한 처벌을 논의하려 한다.”
싸늘한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에도 회칙을 어긴 이들 에 대한 처벌이 없던 건 아니다. 아 니, 오히려 빈번한 편이었다.
하지만 강진호가 총회의 회주가 된 이후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 았다.
격변기를 맞아 회원들이 알아서 몸을 사린 것도 있지만, 워낙 여러 가지 사건들이 벌어지다 보니 회원 들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생각해 보면 올 게 온 것이다.
“끌고 와라.”
이현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 자, 뒤쪽을 지키던 이들이 재빨리 한쪽으로 뛰어갔다.
잠시 공백이 있었지만, 아무도 입 을 열지 못했다.
강진호와 이사진들이 얼굴을 굳히 고 있는데 누가 감히 입을 열겠는 가.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대연무 장이 침묵으로 물들었다. 바늘이 떨 어지면 그 소리가 연무장 전체에 울 릴 것 같다.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가 천둥소리 처럼 들린다.
바짝 힘이 들어간 팔에 쥐가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야 일련 의 무리들이 끌려오는 모습이 연무 장에 모인 이들의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흔한 광경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한 총회의 분위기에 젖 어 있던 이들에게 이제까지 같이 수 련하던 동료가 초췌한 모습으로 끌 려오는 광경은 지독한 위화감을 주 기에 충분했다.
끌려온 이들이 단상 앞에 일 열 로 늘어섰다.
이현수는 감정이 사라진 듯한 얼
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조금의 증오나 분노라도 그 눈에 담겨 있었다면 이런 느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현수의 눈에 는 그런 게 일절 남아 있지 않았다.
무기물을 바라보는 듯 무감정한 눈.
그 눈이 지금 이현수가 어떤 마 음으로 이곳에 서 있는지를 증명하 고 있었다.
“이 중••••••
이현수가 눈빛과 다를 것 없는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못하겠다
든가, 억울한 이가 있으면 말해라. 다시 조사해 주겠다. 다만, 다시 조 사를 해서 다른 죄가 더 발각된다면 그 책임까지 져야 한다.”
끌려온 이들이 슬쩍슬쩍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포기한 얼굴로 고 개를 숙이고 만다.
발악해 볼 수 있다.
아니라고 변명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하는 이가 이현수고 강진호인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없나?”
이현수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
다.
“회주님.”
이현수가 허락을 구하자 강진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뒤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 았다.
그 순간, 모인 이들은 하나를 실 감했다.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꼰 모습이 저리 잘 어울리는 사람은 세상에 다시없을 것이다.
그 자리가 어떻든, 상황이 어떻든 저 모습에 딴지를 걸 수 있는 사람
은 없을 것이다.
찰칵.
담배를 빼 문 강진호의 눈이 반 쯤 감겼다.
내리누르는 듯한 무거움.
목이 조여오는 것만 같다.
“총회의 회칙에 따라 회칙을 어긴 이들에 대한 처벌을 확정하겠다. 곽 정현.”
한 사람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하지만 이내 그 고개가 벌벌 떨리기 시작한다.
“ 앞으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어기적
대며 앞으로 걸어 나온 이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자리에 무릎 을 꿇는다.
“곽정현. 위반 사항. 일반인에 대 한 협박 및 폭행, 갈취.”
이현수가 싸늘한 눈으로 곽정현을 노려보았다.
“ 맞나?”
세세한 사항은 읊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 끌려온 이들은 이미 자신의 죄를 자 백하고 인정한 이들이다. 그렇기에 법정처럼 누군가를 설득하여 죄가
온당함을 밝힐 필요가 없다.
“……맞습니다.”
“한국 무도 총회의 회칙에 따라 곽정현은 구금 삼 년에 처한다.”
곽정현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폭행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사람 을 심하게 해친 건 아니다. 만약 평 범하게 법정에 섰다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사 안이었다.
그런데 삼 년이라니.
“자, 잠깐……
“끌고 가!”
변명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이현수가 일갈했다. 그러자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곽정현의 양 팔을 움켜잡아 끌고 간다.
“잠, 잠시만요! 실장님! 회주님! 이, 이거, 너무 심하잖아요! 실장니 이이이임!”
귀를 찢는 비명이 들려왔지만, 이 현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 무표정한 얼굴이 끌려온 이들 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이들마저 압 박했다.
“다음. 이성우.”
호명된 이가 덜덜 떨려 앞으로
걸어 나간다. 불안과 초초함, 그리고 체념이 뒤섞인 얼굴은 이곳이 아니 면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 다.
“동일 죄목. 협박, 폭행. 그리고 갈취. 맞나?”
“..예 ”
“동일 죄목은 동일한 회칙에 의거 하여 같은 형벌을 내린다. 다만, 이 성우의 경우는 대상이 조직폭력배이 므로 정상참작한다. 구금 이 년. 끌 고 가.”
앞서 끌려간 곽정현과는 다르게 이성우는 이미 체념한 듯 순순히 끌
려 나갔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 에게는 그리 다를 것 없는 광경이었 다.
그렇게 순식간에 수십 명의 처벌 이 확정되었다. 한 명, 한 명이 죄 목을 인정하고 끌려 나갈 때마다 오 금이 저려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
같은 일이 반복되자 이제는 여유 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석상처럼 굳어 있던 이들이 주먹 을 쥐었다 피거나, 가볍게 발을 구 르는 둥 살짝 여유를 찾을 때 즈
음…•
“ 다음.”
이현수의 목소리가 더할 수 없이 차가워졌다.
“고민성, 조영화, 박경호, 최찬일, 그리고……
이현수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간 다.
“안대현.”
얼음 같은 정적이 대연무장을 휩 쓰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