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75)
마존현세강림기-1277화(1274/2125)
마존현세강림기 52권 (9화)
2장 처벌하다 (4)
‘안대현?’
김원혁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전 이사님이잖아.’
분명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다. 이중걸 시대에 꽤나 이름이 있던 이 사 중 하나다. 하지만 김원혁이 알 기로는 강진호가 둥장하기 이전 시
대에 이미 은퇴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해서 이중걸 일파가 모조 리 숙청되는 과정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이다.
아는 이들은 이중걸 시대에 누릴 수 있는 이득은 모조리 누리고 늦지 않게 손을 씻어 빠져나가 목숨까지 그한 그의 처세술을 칭송하기도 했 다.
‘인생은 안대현처럼’이란 말로 말 이다.
그런데 그 안대현이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김원혁이 눈을 크게 떴다.
얼핏 보이는 뒷모습은 분명 그가 아는 안대현이다. 예전과는 달리 백 발이 성성하지만, 저 꼿꼿한 등이 기억에 남아 있다.
취조를 심하게 당했는지 초췌함에 묻어났지만, 그럼에도 당당히 펴고 있는 등이 인상 깊었다.
“안대현.”
이현수가 싸늘하게 말했다.
“죄목, 마약 밀수.”
죄목이 나오는 순간, 일순 웅성거 림이 터져 나왔다. 마약이라는 말이 주는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었 다.
총회의 전 장로가 마약을 밀수했 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 밀수를 주도한 사람이 안대현이라는 게 더 욱 놀랍다.
“반론은?”
안대현이 가만히 이현수를 바라보 다 입을 열었다.
“너와는 할 말이 없다, 영남회의 악마.”
“대답만 하도록.”
“네게는 그 어떤 대답도 할 필요 가 없다. 내가 아무리 죄를 저질렀 다고 해도 네가 지금까지 저질러 온 죄에 바한다면 아무것도 아니겠지.
그런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 심 판한단 말인가.”
안대현의 눈에 흉흉한 빛이 감돌 았다.
“비켜라. 회주와 직접 이야기하겠 다.”
이현수가 싸늘한 눈으로 안대현을 노려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회주님.”
“말하라고 해.”
굳이 그 말을 듣기 위해 나설 필 요는 없다는 뜻이었다.
이현수가 슬쩍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안대현이 강진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회주님.”
“회를 떠난 몸이라 회주님을 어찌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게 회주라고는 이중걸 전 회주뿐이었는 데, 이제 와 다른 이를 회주라고 부 르려니 영 어색합니다.”
“편한 대로 부르도록.”
“감사합니다. 듣던 대로 대범하시 군요. 그래도 일단은 회주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다르게 불렀다가는
뒤에 놈들이 절 살려둘 것 같지 않 으니까요.”
말 자체는 여유가 있지만, 안대현 의 낯빛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이현 수를 상대할 때의 편안함은 이미 사 라졌다. 그에게도 강진호와 대면한 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할 말이 있으면 해봐.”
“회주님.”
안대현이 깊게 심호홉을 하고 입 을 열었다.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은 죄가 그리 큰
것입니까?”
안대현이 목소리를 높였다.
“총회를 위해서 평생을 헌신해 왔 습니다. 하지만 제게 남은 것은 아 무것도 없습니다. 총회에서 일하며 받은 돈은 이중걸의 비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모조리 몰수를 당했습니 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총회를 위해 뼈가 부러지도록 일한 결과, 제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 다.”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안대현 을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래도 산 입 인데, 풀칠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 까?”
“그래서?”
“그래서 시작한 일입니다. 물론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건 알고 있습 니다. 하지만!”
안대현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럼 제가 뭘 했어야 합니까?”
“경비라도 할까요? 공사장이라도 나가볼까요? 우스운 이야기지만, 이 미 해봤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 라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
들에게 제가 충분히 일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할 방법도 없습니다. 사회에 나가면 여기서 배운 무학 따위는 아 무 짝에도 쓸모가 없으니까요. 사용 하는 순간, 총회의 추적이 들어올 게 빤하지 않습니까!”
안대현의 목소리가 점점 더 고조 되었다.
“저를 이 상황으로 밀어 넣은 것 은 다름 아닌 총회이고, 무인계입니 다! 그런데 회주님이 저를 비난하실 수 있습니까? 제 재산을 몰수해서 살 방법도 끊어버린 회주님께서 정 의를 논하며 저를 비난하고 벌할 수
있냐, 이 말입니다!”
김원혁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동조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눈앞에 있는 이는 절대 옹호 받을 수 없는 범죄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자신도 모르 게 안대현의 처지를 동정하고 있었 다.
김원혁 역시 한때 총회를 그만둘 생각을 했기에 안대현이 어떤 심정 이었는지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막막함을 누가 짐작하겠는가.
평생 무학을 익히고 살았다. 하지 만 총회를 나간다는 것은 그 무학을
버려야 한다는 말과 같다.
무학이 없는 김원혁은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아무런 능력이 없는 성인 남성에 불과하다. 그런 이에게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김원혁이 총회를 그만두었다면 안 대현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았다고 장 담할 수 있을까?
아니.
아니겠지.
그의 친구인 성주찬은 카페를 차 려 평범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하 지만 그게 모두에게 가능한 일일 리 가 없다. 김원혁이 성주찬과 함께
총회를 나갔다면, 지금 이 시간까지 아무것도 손대지 못하고 그저 시간 만 죽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썩어갔겠지.
그렇기에 김원혁은 안대현을 비난 할 수 없었다. 누구도 자신의 미래 를 비난할 수는 없으니까. 과거를 후회하고 욕할 수는 있을지언정 미 래는 비난할 수 없다. 미래를 잃은 이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이니까.
“대답해 보십시오! 회주님은 정말 죄가 없습니까?”
안대현이 고개를 돌려 그의 수하 들을 바라보았다.
“이놈들? 이놈들의 죄는 뭡니까? 다들 알고 있습니다. 종회는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돈의 대부분은 종회의 회원들이 아니라 회주님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잖습니까?”
“부를 독점하고, 아랫사람들에게 는 노력하여 강해지면 부와 명예가 따라온다고 세뇌시키고, 그들을 써 먹어 다시 부를 축척하는 것. 그게 총회의 방식 아닙니까? 그 착취에서 벗어나고자 한 게 잘못입니까?”
안대현이 살짝 무리수를 뒀다는
듯 마른침을 삼켰다.
“죄는 인정합니다. 그래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이었습니다. 하지만 적 어도 이 녀석들만은 그 죄를 탕감해 주십시오. 차라리 제가 지고 가겠습 니다.”
“이사님!”
“아닙니다. 저희도!”
정적이 감돌았다. 할 말을 다 했 다는 듯 안대현은 고개를 숙여 버렸 고, 그런 안대현을 지켜보는 이들도 입을 다물었다.
그런 후, 모두의 시선은 의자에 앉아 있는 강진호에게 집중될 수밖
에 없었다.
강진호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 고 있다. 그러면서 그 어깨가 미미 하게 떨리고 있다.
‘회주님?’
김원혁이 의아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봤다.
저 떨림은?
그때, 강진호가 천천히 얼굴에서 손을 치웠다.
그런 후, 김원혁은 볼 수 있었다.
드러난 강진호의 얼굴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이 떠올라 있는 걸 말이 다.
“쿡.”
낮게 웃음을 흘린 강진호가 곤란 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미안하군. 웃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데, 너무 우스워서 말이 야.”
안대현이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웃는다고?
여기서?
“재미있는 이야기 잘 들었다. 꽤 나 인상 깊군.”
강진호가 꼰 다리를 풀고 자리에
서 일어났다. 천천히, 급하지 않게.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찰칵.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새 담배 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가만히 안대 현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그 규칙은 누가 정했지?” 안대현이 영문을 몰라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총회가 벌어들인 돈을 상부에서 독점하도록 체제를 만든 이는 누구 지?”
“그야••••••
안대현은 대답을 잇지 못하고 입 을 닫았다.
그 체계를 만든 이는 이중걸이다.
그리고 안대현은 그 이중걸의 일 을 도우며 부를 쌓아 올렸다.
“정식으로 벌어들인 돈뿐 아니라, 뒤로 빼돌린 돈까지 비자금으로 만 들어 챙긴 이는 누구지?”
“그리고 그 돈을 나눠 가진 이는 또?”
강진호가 웃고 말았다.
“들어주고 있으려니 끝이 없군.
네 목을 조른 건 너 자신 아닌가. 그게 그리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으면 왜 이중걸의 시대에 목소리를 높이 고 맞서지 못했지? 누릴 건 모두 누리고 은퇴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이제야 불합리를 논하고, 상부가 잘못되었다고 목소리를 내지?”
일순 말문이 막힌 안대현이 대답 을 하지 못하고 입을 뻐끔거렸다.
하지만 그가 말을 하지 못한 이 유는 단순히 논리에서 밀렸기 때문 이 아니다.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바 라보고 있는 강진호의 눈빛에서 살
아생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섬뜩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유를 말해줄까?”
강진호가 안대현을 향해 걸어갔 다.
느슨한 걸음이지만, 그 일 보, 일 보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굳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었겠 지. 내게 이득이 떨어지니까. 그저 입을 닫고 있으면 모든 게 다 괜찮 았으니까. 그리고 지금 목소리를 내 는 이유는 네가 피해를 입었기 때문 이겠지? 그렇지 않나?”
“그게 아니라……
“아니면.”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중걸에게 그런 말을 하기는 두 렵고,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건 쉽든 가?”
안대현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밖에 없었 다, 도박이 실패했다는 것을.
주변에서 지켜보는 강진호는 무척 이나 이상한 사람이다. 그는 대한민 국 무인계에 존재해 온 그 어떤 지 도자보다 온화하다.
이중걸이나 김석일들은 신경도 쓰
지 않은 회원들의 복지에 전념했고, 총회에 소속된 이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도박을 걸어볼 수 있었다.
강진호를 설득할 수 있다면 그의 죄를 감형받을 수 있을 테니까. 하 지만 그의 노림수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잘도 지껄이는군.”
안대현의 바로 앞까지 걸어온 강 진호가 안대현의 목을 움켜잡았다. 목에서 느껴지는 말도 안 되는 힘에 안대현이 일순 저항의 의지를 잃어 버렸다.
그는 알아야 했다.
강진호라는 존재가 얼마나 이중적 인지.
온화한 회주라는 얼굴 뒤에 가려 져 있는 강진호의 본질이 무엇인지.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을 지금 강진호가 강제로 알려주는 중이었 다.
우드득.
목뼈가 비명을 지른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전신이 벌벌 떨린다.
“나는 너 같은 놈을 좋아하지 않 아. 그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으면
진즉에 이중걸을 버리고 방진훈 이 사에게 붙었어야지. 하지만 너는 편 안하게 누릴 걸 다 누리고 등을 돌 렸지. 그리고 이제 와 먹고살 길이 막막해서 마약에 손을 댔다?”
헛옷음이 나온다.
“주둥아리는 살아 있군.”
우드득.
안대현의 눈이 새하얗게 까뒤집어 진다. 목이 반쯤 꺾인 채 경련하는 그를 보며 이현수가 다급한 목소리 로 강진호를 불렀다.
“회주님!”
슬쩍 이현수를 돌아본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쿵!
안대현을 바닥에 집어 던져 버린 강진호가 허공에 가볍게 손을 털었 다.
이렇게 죽이는 건 의미가 없다.
“다들 잘 들어라.”
강진호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자 총회 전체가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