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78)
마존현세강림기-1280화(1277/2125)
마존현세강림기 52권 (12화)
3장 정비하다 (2)
“……이제 와?”
황당한 듯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 에 황민수는 난처한 얼굴을 할 수밖 에 없었다.
“조금 늦긴 했지?”
“조금이요?”
날카롭게 쏘아져 오는 반문에 황 민수가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
“너무 그렇게 쏘아붙이지 말라 고.”
“안 그러게 생겼습니까? 근 오 년을 폐인처럼 지내시던 분이 이제 와 다시 뭘 시작해 보자고 하는데, 하려면 진작 했어야죠.”
“그렇긴 하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포기하고, 이 제야 겨우 자리 좀 잡아가는데. 예? 맨바닥에서 다시 시작하자구요?”
“맨바닥은 아니지. 나름 탄탄하다 니까.”
“듣도 보도 못한 회사구만!”
황민수가 입맛을 다셨다.
MK를 다른 이들에게 설명할 방 법이 없다. 황민수도 황당한데, MK 를 직접 겪어보지 못한 이들이 무슨 수로 납득하겠는가.
그리고 이들이 지금 이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 이유가 단순히 MK 에 대한 불신만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예전에는 불구덩이에 뛰어들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뛰어들었을 이들이다. 그런 이 들이 지금 그에게 미묘한 시선을 보
내고 있다.
“사장님.”
“이제는 사장도 아닌데.”
“그럼 황민수 씨라고 부릅니까?”
“……사장으로 하자.”
불만 어린 입이 툭 튀어나온다. 나이가 마흔이 넘어서 저런 얼굴을 하는 게 귀여울 리 없지만, 황민수 에게는 그 사실을 지적할 용기가 없 었다.
“너무 늦었습니다.”
“늦어?”
“예. 너무 늦었어요.”
구정범. 과거, 그의 오른팔이던
구정범 이사가 한숨을 쉬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저희도 이제야 먹고살 만합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도 쪼들 립니다.”
“그렇겠지.”
황민수가 씁쓸한 얼굴을 했다.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이들은 폐 족이 된다. 그건 과거 왕가만의 일 은 아니었다. 라인을 잘 타면 쾌속 승진이 기다리고 있는 대한민국이지 만, 거꾸로 말하면 라인을 잘못 타 는 순간 패가망신도 감수해야 한다 는 뜻이다.
애초에 라인을 탄다는 건 그 라 인과 운명을 함께하겠다는 뜻이니 딱히 누구를 원망하고 말고 할 것도 없겠지만, 이들의 경우는 사정이 조 금 다르다.
설사 황민수가 황민재와의 권력 싸움에서 밀렸다고 하더라도 이들에 게는 안정된 미래가 보장이 되어 있 었을 것이다. 황민재라고 하더라도 황민수를 완전히 제거해 버릴 수는 없으니까. 적절한 지분을 나눠 주고 타협하는 게 누가 이기든 받아들일 결과였다.
하지만 황정후의 복귀라는, 아무
도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터지면서 모두가 박살 나버렸다.
그나마 부장급들까지는 목숨을 부 지했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황민 수의 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이었다. 당연히 숙청을 피할 수 없던 사람들 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미안하 네.”
“사과하실 것 없습니다. 사장님 원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요.”
구정범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 다.
“그건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랬지.”
“저희가 사장님께 실망한 건 그게 아닙니다. 깨졌으면 다시 뭐라도 해 야지. 뭡니까, 그게?”
황민수는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 다.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황민수는 알 고 있었다. 당시에 어떻게든 먹고살 길을 마련해 볼 능력이 있는 이들이 지만, 황민수를 기다리느라 그 시간 을 놓쳤다는 걸 말이다.
그때, 황민수가 좀 더 확실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더라면…….
‘아니, 그게 아니지.’
또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해서 는 안 된다.
황민수가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하네.”
“아, 아니, 사과하실 필요 없다니 까요. 황 회장님을 무슨 수로 당합 니까?”
“아니, 그게 아니야. 내가 사과하 는 건 대처를 잘못한 걸세. 내가 자 네들에게 못난 꼴을 보였어. 어떻게
든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야 했
는데, 허송세월하고 말았구먼.”
구정범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즉에 좀 연락하실 것이지.’
다시 시작하려는 황민수를 보고 있으니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 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그리 녹록 하지 않았다. 특히나 날려 버린 시 간은 지금의 황민수에게는 치명적으 로 작용할 것이다.
“사장님.”
최병찬이 가만히 황민수를 보며 말했다.
“회장님이 용서하신 겁니까?”
“아닐세.”
황민수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 다.
“회장님과는 상관없네.”
“회장님이 용서해 주지 않았는데 도 사장님을 쓰겠다는 간 큰 곳이 있단 말입니까?”
“그러게 말일세. 있더군.”
황민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사실 그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 기는 하다.
“담배 한 대 하겠나?”
“끊었습니다.”
“……담배를 끊었다고?”
구정범이 살짝 역정을 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돈도 못 벌어오는 놈이 집에서 담배나 피우고 있으면 바가지 깨집 니다. 담뱃값도 못 버는데, 담배는 무슨 놈의 담배입니까?”
“뭐, 이제는 아니더라도…… 그때 끊은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지는 않 더라구요. 담배만 피우면 옛날 생각 이 나서……
구정범이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 고 말끝을 흐렸다. 감정이 살짝 북
받치는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니 황민수도 입맛이 썼다.
한창 일할 나이의 사십 대다. 그 것도 사십 대의 나이에 재경의 이사 까지 올라간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 이었다. 그들의 인생을 황민수가 무 너뜨렸다고 생각하니 미안하고 죄스 럽 다.
“그만 좀 징징대라.”
“뭐‘?”
노태광이 눈을 찌푸리며 툭 내뱉 었다.
“사내새끼가 뭐 그렇게 불만이 많
아? 누가 칼 들고 따라오라고 협박 이라도 했냐? 네가 선택했으면 그 책임도 네가 져야지! 왜 네가 선택 해서 벌어진 일을 남보고 징징이 야.”
“ 이놈이?”
구정범이 눈을 부라리자, 노태광 이 피식 웃었다.
“관둬라. 화내지 마라. 예전에는 화를 내면 귀찮기라도 했지. 지금은 안쓰럽다. 가발이라도 하나 맞추든 가.”
“인마! 그거 공격하기 있어?”
“보이는 걸 어떻게 하라고? 머리
카락 팔아서 먹고살았냐?”
“……인간 같지도 않은 놈.”
황민수가 슬쩍 입을 가렸다.
몇 해 못 본 사이에 구정범의 머 리가 매우 반짝이고 있었다. 탈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황민수는 절대 웃어서는 안 되지만, 사람인지라 자꾸만 옷음이 새어 나 온다.
이 둘은 예전부터 이랬다.
둘 다 황민수의 측근이지만, 워낙 에 앙숙이라 안건마다 사사껀건 대 립하곤 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동시에 찬성하는 일은 절대 실패하
지 않는다는 소리마저 있을 정도였 다.
구정범, 최병찬, 노태광.
이 세 사람이 과거 황민수를 떠 받치던 측근 중의 측근이었다. 황민 수의 라인이 겨우 이 세 사람뿐일 리는 없지만, 이들은 황민수도 인정 하는 핵심이다.
다시 시작하게 된 이상,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게 황민수의 솔직 함 심경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면 됩니 까‘?”
노태광이 담담히 말하자, 구정범
이 눈을 부릅떴다.
“야? 너, 할 거야?”
“싫으면 너는 빠지고.”
“아니, 물어보는 거잖아.”
“안 할 이유라도 있나?”
“적성도 안 맞는 기업에서 자리나 지키면서 돈 받아먹는 생활이 좋으 면 계속 그러고 살아. 나는 그렇게 는 못 산다.”
노태광이 단호하게 말했다.
“사장님이 돌아오셨다는 건, 다시 뭔가를 해보겠다는 뜻이지. 바닥에 서 시작하다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다시 시작할 거다.”
“……아니, 바닥은 아니라니까.” 황민수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거, 인지도부터 어떻게 좀 해 야겠어.’
그래도 나름 현업에 종사하고 있 는 놈들인데, MK를 아는 이가 한 명도 없다. 귓등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광고를 때려붓든, 눈에 띄는 사업 을 벌이든 이 지옥 같은 인지도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업에 문제가 생 길 게 분명하다.
“안 그렇습니까, 형님?”
노태광의 말에 최병찬이 가만히 황민수를 바라봤다.
“사장님.”
황민수가 최병찬을 바라보았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얼마든지 묻게나.”
“이번 일에 얼마나 거셨습니까?”
황민수는 대답을 망설였다. 대답 할 말이 궁해서가 아니라 너무 할 말이 많아서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네들도 고민이 많았겠지. 다시 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테니
까.”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면 좀 변 명 같긴 하지만, 자네들이 아무리 고민이 많았다고 한들, 나보다 고민 이 많지는 않았을 걸세.”
“그건 그렇습니다.”
“그런 내가 마음먹고 자네들을 부 른 걸세. 나는 여기에 목숨까지 걸 었네.”
황민수가 형형한 눈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뒤는 없어. 여기서 실패한다면 나는 그걸로 끝난 놈인 거야. 얼마
나 걸었냐고? 전부. 실패한다면 혀 깨물고 죽을 각오 정도는 했네.”
“으음.”
구정범이 침음을 흘렸다.
황민수의 각오가 확실하게 느껴진 다. 무엇보다 그들을 바라보는 황민 수의 눈에서 예전의 그의 모습이 보 인다. 황정후에게 숙청을 당한 후 썩어버린 눈이 아니라, 재경이라는 험난한 산을 맨손으로 기어오르던, 그 젊던 황민수의 눈이다.
“언제까지 합류하면 됩니까?”
노태광이 볼 것도 없다는 듯 말 했다.
“야, 좀 고민을 해보고!”
“고민?”
노태광이 피식 웃었다.
“너는 고민해. 나는 고민할 필요 없으니까.”
“니가 그러니까 인마, 매번 실수 하는 거 아냐.”
“고민은 충분히 했어, 인마. 사장 님이 언제고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 각 안 했냐?”
구정범이 입을 다물었다.
“조금 늦었을 뿐이야. 어쨌든 오 긴 왔잖아. 그럼 다시 시작하는 거
지, 뭐.”
노태광이 손을 휘휘 저었다.
“어쨌든 나는 합류할 테니까, 너 는 너 알아서 해. 안 와도 돼. 차라 리 없는 게 편해.”
“이 새끼가!”
구정범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 니가 한다는데 내가 손가락 만 빨고 있을 것 같아? 너 같은 등 신이 합류 안 한다면 몰라도…… 네 가 합류하면 다 말아먹을 거 빤한 데, 그걸 어떻게 두고 봐, 인마!”
“변명도 참 같잖게 한다.”
“아니, 이게 진짜.”
“그만.”
최병찬이 나직하게 말하자, 구정 범과 노태광이 입을 다물었다.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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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불만은 많습니다.”
“알고 있네.”
최병찬이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황민수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함께하자는 말을 들 은 이상, 선택은 하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대신 하나 약 속해 주십시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가는 겁니다.”
“이를 말이겠나.”
세 사람이 제각각의 표정으로 고 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황 민수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 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하는 겁니까?”
“일단은 프렌차이즈를 하나 만들 어보라는데……
“프렌차이즈요? 호오.”
구정범이 흥미가 간다는 듯 볼을 긁어 댔다.
“종목은요?”
“이거.”
“예?”
“이거. 카페.”
세 사람이 동시에 주변을 둘러봤 다.
“아…… 카페. 어떤 카페를……
“이거.”
“••••••예?”
“여기. 여기를 프렌차이즈화해 보 라는데?”
세 사람이 조금 더 다급한 시선 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구정범이 가볍게 웃으면서 자리에 서 일어났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사장님.”
“될 수 있으면 천천히 뵈었으면 합니다. 그럼……
노태광이 구정범을 잡아 자리에 앉혔다. 그러자 구정범이 소리를 버 럭 질렀다.
“아니, 몇 년 쉬더니 감이 떨어지 셨나! 이걸 어떻게 프렌차이즈로 만 듭니까!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판이구만!”
구정범의 악담에 카운터를 지키던 성주찬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무공을 폐쇄할까?’
무인으로서 평범한 세상을 살아가 는 건 참 힘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