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80)
마존현세강림기-1282화(1279/2125)
마존현세강림기 52권 (14화)
3장 정비하다 (4)
“그럴 생각 없으니 돌아가세요.”
“사장님.”
“어렵다고 몇 번을 말합니까. 안 된다니까요.”
“사장님, 저희가 공짜로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대가는 충분히 지불하 겠습니다.”
“ 대가?”
카페 주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 지자, 황민수가 자신의 실언을 깨닫 고는 아차 했다.
‘이런 장인들에게는 돈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 안 되는데.’
보통 한 분야를 지독하게 파고든 이들은 금전적인 이득보다는 일 자 체에서 보람을 찾는 법이다. 그런 이들 중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돈으 로 사려는 행위에 지독한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황민수가 막 실수를 정정하려는 찰나, 카페 주인이 미묘한 미소를
머금고는 입을 열었다.
“돈은 충분하다 못해 썩어날 만큼
있습니다.”
아, 돈에 연연하지 않는 타입은 아니구나.
차라리 다행이다.
“물론 이만한 가게를 운영하시면 금전적으로는 풍족하시겠지만, 저희 는 그 이상의……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썩어 날 만큼 있습니다.”
황민수의 얼굴이 살짝 떨렸다.
‘내가 이런 경우를 다 보네.’
살면서 황민수 앞에서 돈 자랑하 는 사람은 처음 봤다. 지금이야 황 민수가 이 꼴이지만, 한때는 그는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재벌 2세가 아니었던가.
대한민국에 날고 기는 재벌 2세 들이 넘쳐 난다지만, 그 누구도 감 히 황민수의 앞에서 돈 자랑을 하지 는 못했다. 그가 누구인가. 재계의 신화, 황정후의 아들이다.
그런데 이 작은 카페의 사장이 지금 그의 앞에서 돈을 논하고 있 다.
웃어버리지 않은 것이 황민수가 훌륭한 사업가라는 증거일 것이다.
“사장님, 생각하시는 돈의 단위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저희는 정 말……
“이해를 못하시네요.”
카페 사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여하튼 돈은 괜찮습니다. 돈 더 벌어볼 생각이 없어요.”
황민수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 다.
‘골치 아프네.’
돈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충 분하다라…….
이상한 말이었다.
황민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애초에 돈이 있던 사람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풍족하게 자라 난 이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티가 난 다.
부티가 난다는 게 아니라,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세상의 어떤 사람도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다고 생 각하며 자라온 이들은 사람을 대하 는 방법도 평범하게 자란 사람과는 다른 법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런 이들만 마주 하고 살아온 황민수는 확실하게 동
류를 구분해 내는 는•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카페 사장은 절대 부유하게 살아온 이가 아니다.
오히려 고생을 꽤 해본 사람의 분위기가 났다.
그런데 돈은 충분하다니.
‘로또라도 맞았나?’
제아무리 로또를 맞았다고 해도 돈에 연연하지 않을 정도는 아닐 텐 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말씀드리겠 습니다. 카페를 프렌차이즈화하게 되면 생각 이상의 금액을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사장님이 생각하시
는…”
“죄송하지만, 그쪽이 생각하시는 그 이상의 돈도 저에게는 필요가 없 습니다. 제 자식 놈이 돈을 엄청 잘 법니다.”
황민수가 웃어버렸다.
‘답이 없네.’
여기서는 더 들어갈 수가 없다.
자식 놈이 벌어봐야 얼마나 벌겠 냐마는, 여기서 그 부분을 지적했다 가는 자식을 무시하는 게 되어버린 다. 부모 앞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 동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자식을 무시하는 것이다.
황민수가 슬그머니 화제를 돌렸 다.
“사장님, 이런 커피를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 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커피 를…
“ 죄송하지만……
카페 사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어렵다고 말하는 겁니다. 이건 짧게 배운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저도 적 어도 이 일에 5년 이상 매달리고서 야 겨우 이 정도입니다.”
손사래를 치는 카페 사장의 얼굴
에 거드름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진심으로 그리 생각한다는 뜻이 다.
“다른 매장을 관리할 능력도 없 고, 다른 사람을 쉽게 가르칠 재주 도 없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여기 하나 관리하는 게 딱입니다. 저도 도와드리고는 싶지만, 그래서 어려 울 것 같습니다.”
황민수가 입맛을 다셨다.
‘똑똑한 분이시네.’
자신의 재주에 대한 자부심도 아 니고, 혼히 장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집도 아니다. 스스로
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업을 할 때, 제 일 상대하기 힘든 부류다.
원래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물러나 는 게 맞다. 하지만 황민수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차마 미련을 버리 지 못한 구정범이 선수를 쳤다.
“그럼 교육만 도와주시는 것도 안 되시겠습니까? 커피를 내리는 법만 전수해 주시면 대가는 톡톡히..
“그게 하루 이틀 배워서 안 된다 니까 그러네요. 그리고 커피 내리는 게 뭐 별거 없어요. 그게 대단한 비
법이라도 있을 일이 아니라니까. 그 냥 자기 손으로 반복해서 해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정론과 원론이 섞여 나오니 난공 불락이 었다.
구정범이 뭔가 더 이야기를 하려 는 찰나, 황민수가 손을 들어 제지 했다.
“사장님의 말씀은 충분히 이해했 습니다.”
“예.”
“다만, 저희도 사업을 하는 사람 들입니다. 그리 쉽게 포기하지 않습 니다. 사장님의 마음이 바뀌실 때까
지 몇 번이고 다시 올 겁니다.”
“허.”
카페 사장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황민수를 바라보았다.
“이보세요. 지금도 충분히 민폐 끼치고 있습니다. 가게 문 닫고 집 에 가야 하니까, 그만 가세요.”
“예, 사장님. 오늘은 돌아가겠습니 다. 하지만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 다. 그러니 긍정적으로 한 번 생각 해 주십시오.”
“열홀이고, 한 달이고…… 찾아와 도 달라지는 거 없어요.”
“그럼 반년이고, 일 년이고 찾아
뵙겠습니다.”
“ 아니••••••
말이 안 통한다는 듯 카페 사장 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 모습을 보며 황민수가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도와주십시오, 사장님. 저희, 돈 벌자고 이러는 것 아닙니다. 양심적 으로 점주분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겠습니다.”
“능력이 없어서 못 도와준다는데 자꾸 왜 다른 말을 하세요? 그만 가세요. 아니면 신고할 겁니다.”
“일어나라. 가자.”
황민수의 말에도 이사진들은 쉽사 리 발을 떼지 못했다.
‘조금 더 밀어붙여야 하는데.’
‘여기만 한 데 찾기 어려운데.’ 머뭇대는 그들을 보며 카페 사장 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보세요들. 제가 이런 제안 처 음 받겠습니까?”
“프렌차이즈만 하면 백 점, 이백 점도 우습다고, 돈방석에 앉을 거라 고 찾아온 사람들 많았습니다. 제가 돈에 미련이 있고, 그럴 능력이 됐 으면 해도 벌써 했을 거예요. 그 사
람들도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포기 했습니다. 그러니까 괜한 걸음 하지 마시고, 다른 곳 찾아보세요. 세상에 커피 잘 내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 은데, 저 같은 아마추어한테 찾아와 서 그러십니까?”
“아마추어라니요. 이 정도면……
“됐으니까.”
카페 사장의 얼굴이 단호해졌다.
“그만 가세요. 두 번 말 안 합니 다.”
그제야 이사진들도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지만, 저 강
경한 태도를 보니 더 밀어붙였다가 는 역효과가 날 것 같다. 오늘은 이 쯤에서 물러나는 게 최선이다.
“시간을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사 장님.”
황민수가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카페 사장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손 이 마중 나오지 않는다. 황민수는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빙그레 웃으 며 테이블 위에 명함을 올려놓았다.
“그거 두고 가면 버려요.”
“버리셔도 됩니다. 내일 와서 다 시 드릴 테니까요.”
“소용없다니까 그러네.”
황민수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 며 말했다.
“벌써 여럿 다녀갔는데 다 포기했 다, 그러셨죠?”
“그랬죠.”
“저는 그런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 드리겠습니다.”
“허?”
카페 사장이 눈을 치켜뜨고 황민 수를 바라봤다.
흔들리지 않는 눈.
의심 없는 그 눈을 보는 순간, 사 장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이해하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도
필사적입니다. 무례하다 욕하지 마 시고, 그만큼 간절하다는 걸 알아주 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황민수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몸 을 돌리자, 이사들도 황민수를 따라 입구로 향했다.
“자, 잠깐!”
황민수가 반색하며 뒤로 돌았다.
“생각이 바뀌셨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예?”
조금 전까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을 것처럼 단호하 던 사장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
어 있다.
“이거, 명함.”
“예? 명함이요?”
“이거, 그쪽 명함 맞습니까?”
황민수의 얼굴이 기묘해졌다.
살면서 이런 질문은 처음 듣는다. 그가 명함을 지갑에서 꺼내 내민 걸 봤을 텐데, 이쪽의 명함이 맞느냐니.
“예. 제 명함입니다. 그 번호로 연락을 주시면……
“MK?”
“아, 그 명함은 일단 임시입니다. 식품 사업부를 주관하고 있기는 하
지만, 정식 명칭은……
“그러니까 MK가 맞다고?”
“예. 무슨 문제라도?”
황당한 얼굴로 황민수를 바라보던 카페 사장이 일순 피식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 여기 우리 아들내미가 사 장으로 있는 덴데?”
“..예?”
황민수의 얼굴이 카페 사장 이상 으로 기묘해졌다.
“저희 회사에 아직 사장은 없는 걸로 아는데……
“아, 회장. 그랬지. 회장! 회장이
라고 했어요. 어린놈이 뭔 놈의 회 장질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황민수의 고개가 모로 돌아갔다.
“혹시 자제분 성함이……
“강진호요. 내 이름은 강유환이 고.”
“헐..”
황민수의 입에서 평소에는 쓰지 않던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머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입이 먼저 반응했 다.
“가, 강진호 회장님의 아버님이시 라구요?”
황민수의 반문에 카페 사장, 아
니, 강유환이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 했다.
“그렇습니다.”
“이게 무슨……
황민수의 머릿속에서 실타래가 풀 리기 시작했다.
“돈은 충분하다 못해 썩어날 만큼 있습니다.”
그렇겠지.
강진호의 아버지니까.
“제 자식 놈이 돈을 엄청 잘 법니
다.”
그렇겠지.
아들이 강진호니까.
두 사람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 고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사들은 이게 대체 어찌 돌아가는 영문인지 를 몰라 끼어들지 못한 채 숨을 죽 였다.
그때 였다.
딸랑.
문에 달린 종이 울리며 카페 안 으로 한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아직 마감 덜 하셨네요. 오늘 손
님이 많…… 황 사장님?”
황민수가 어이가 가줄해 버린 얼 굴로 문을 열고 들어온 이를 바라보 았다.
이제 세상에서 단 한 명뿐인 그 의 상사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 를 보고 있다.
어쩐지.
안면이 있다 싶더라.
강유환을 만난 적이 있던 게 아 니라, 강유환이 강진호의 아버지라 닮은 것이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 고 있으니 확실히 알 것 같다. 미묘 하게, 아주 미묘하게 닮았다. 미묘하
게.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다.
“여긴 왜?”
도대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한 황민수가 바보처럼 옷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