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82)
마존현세강림기-1284화(1281/2125)
마존현세강림기 52권 (16화)
4장 논의하다 (1)
강진호는 혼이 나가 버린 강유환 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어제 백현정에게 끌려간 강유환은 불과 5분여 만에 백기를 걸고 완전 한 항복을 선언했고, 덕분에 앞으로 는 황민수를 돕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보며 일이 잘 풀렸다 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 겠다고.”
강진호가 씰룩이는 입꼬리를 억지 로 내리눌렀다.
“ 진호야.”
“ 예.”
“결혼하지 마라.”
강유환이 눈가를 훔치며 말을 이 었다.
“물론 나는 결혼을 후회하지 않는 단다. 그래서 너 같은 아들과 은영
이 같은 귀여운 딸을 얻을 수 있었 지. 덕분에 내 삶은 더없이 행복했 다.”
강유환이 살짝 득도한 것 같은 얼굴로 미소 지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은 짐작 할 수 없는 충족감이 있단다.”
“그런데 왜……
“그냥 하지 마, 인마!”
강유환의 얼굴이 너무 슬퍼 보여 강진호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 다.
“허허허,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는 거죠.”
황민수가 빙그레 웃었다.
유부남인 그는 강유환의 심정을 이해하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자식이란 아버지를 힘들 게 하지만, 또한 아비에게 힘을 주 는 존재죠.”
“그렇죠.”
황민수가 푸근하게 옷었다.
그 모습을 본 강진호의 뇌리에 예전에 본 황민수의 아들들이 생각 났다.
한때는 강진호도 그런 모습으로
강유환을 따라다녔을 것이다.
“확실히 결혼이 답답한 면이 있기 는 하지만, 결혼을 해야만 알 수 있 는 것도 있잖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강유환도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가 조금 밝아지자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그럼 결혼은……
“하지 마십시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민수가 강 진호의 말을 잘라 버렸다.
“결혼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있 습니다. 수많은 것이 있죠!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습니다! 왜 제 발로 악의 구렁텅이에 걸어 들어갑니까!”
“아니, 본인은……
“그러니까 하는 말 아닙니까! 그 러니까! 내가 미쳤지! 내가 왜 그랬 을까!”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황민수와 넋이 나간 듯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강유환을 보고 있으려니, 과연 결혼 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되는 강진호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 생에 결 혼을 한 번 해볼 걸 그랬나?’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그가 마교의 교주로 있을 당시, 수하들이 가장 닦달하던 것 중 하나 가 혼인에 대한 것이었다.
교주의 피를 남겨야 한다나 뭐라 나.
딱히 여색에 관심이 없던 강진호 라 말이 나오기 무섭게 잘라 버리기 는 했다만.
‘쉽지 않았지.’
혼인이 싫은 건 아니다.
다만,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뿐이다.
지금이야 추억이 되어서 미화되었 지만, 현대인인 강진호와 당시를 살 아가던 이들은 사고방식부터 문화까 지 모든 것이 너무 달랐다.
차라리 얼굴만 같은 외계인과 대 화하는 쪽이 말이 더 통할 거라 생 각한 적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기본적으로 위생 관념부터가 현대 인이 보기에는 끔찍한 경우가 많고,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는 게 없었다.
현대의 한국을 살아가는 이들이 중 동의 무슬림과 혼인하는 게 차라리 거부감이 덜할 것이다.
맞지 않은 이와 혼인으로 엮여 산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당시의 청마나 다른 마교의 장로 들은 그런 강진호를 이해하지 못했 지만 말이다.
“일단 일 이야기부터……
“그래야지요. 예, 그래야죠. 일하 는 곳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들어왔네요. 일단, 음……
황민수가 강진호를 빤히 바라보았 다.
“하지 마십시오.”
강유환이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리고 너! 엄마랑 은영이 는 최연하 씨랑 너랑 만나는 걸 그 리 반대하지 않는 모양이다만! 나는 다르다! 그렇게 기 센 여자와 결혼 하면……
똑똑.
세 사람의 고개가 문 쪽으로 돌 아갔다.
강유환은 뭔가 짐작을 했는지 얼 굴이 하얗게 질렸다.
“들어오세요.”
끼이 익.
문이 열리고 이현주가 안으로 들 어와 강진호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여기 말씀하신 자료들입니다.”
“감사합니다.”
“예, 그럼.”
이현주가 싱긋 웃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자 강유환 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무서웠다.”
확실히 뭔가 잘못되어 있다.
슬쩍슬쩍 문 쪽을 바라보던 강유 환이 넌지시 말했다.
“그래. 사람은 좀 차분한 맛이 있 어야 하는 법이지. 저 아가씨도 참 참하고 좋구만.”
참해?
강진호가 머릿속에서 이현주의 프 로필을 떠올렸다.
이중걸의 손녀.
맨주먹으로 날고 긴다는 총회의 무인들을 후드려 패면서 살아온 여 걸.
‘총회 애들이 들었으면 사색이 되 었겠네.’
무인은 기본적으로 실력 지상주의 가 강하다. 아무리 이현주가 이중걸
의 손녀라지만, 본인이 실력이 없다 면 인정받기가 힘들다. 이현주는 이 중걸의 손녀라는 껍데기가 아니라 본신의 실력으로 총회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은 사람이다.
지금이야 굉장히 차분해졌지만, 강진호가 이현주를 처음 만났을 때 만 하더라도 천둥벌거숭이가 따로 없었다.
게다가…….
“이 실장 여자 친구입니다.”
“에이! 아쉽네.”
강진호는 강유환의 사람 보는 눈 은 절대 신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
다.
“일단은 거기까지 하고.”
황민수가 두 사람의 말을 잘랐다.
말을 자르기는 했지만, 황민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 있었다.
‘보기 좋네.’
강진호와 강유환이 대화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가 겪어보지 못한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니까.
“이 자리에서 보고를 드리는 게 맞는가는 모르겠습니다만, 워낙 바 쁘신 분이라 시간이 날 때 바로 보 고를 드리겠습니다. 회장님.”
“예.”
강유환이 있는 자리에서 보고를 해도 되겠냐는 말이었다.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 답하자, 황민수가 바로 입을 열었다.
“일단은 예전에 함께 일하던 세 사람을 영입했습니다.”
“ 아.”
“가까운 시일 내에 출근하게 될 겁니다. 출근 전에 인사를 한 번 드 리러 올 겁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필요한 인력은 황민수가 알아서 충원하기로
합의가 끝났다. 그러니 더 말할 필 요가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생각보다 빠른데.’
황민수가 데려오려는 사람들이라 면 분명 능력이 있는 이들일 것이 다.
그런 이들은 다른 기업에서도 나 름 중요한 요직에 올라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 이들은 단번에 셋이나 끌어온다는 게 황민수의 능력…….
‘아니, 이건 능력이라기보다 인덕 에 가깝겠지.’
“잘됐네요.”
황민수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람들이 꽤 들 어올 겁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하겠 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네.”
무척 간결한 대답이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뭐, 돈이 많으니까.’
MK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감 안한다면, 직원 열댓 명쯤 더 들어 오는 정도로는 티도 안 난다. 황민 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쉽게쉽 게 사람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곳에 취업했다면
황민수의 대처도 분명 달랐을 것이 다.
“자, 그럼 그 문제는 됐고, 이제 느..”
황민수의 시선이 강유환에게로 향 했다.
“아버님의 문제인데……
“……사람 데려다 놓고 문제라 니.”
“아,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아버 님의 일 말인데……
“끄웅.”
강유환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일단 당장은 아버님께서 하실 일
이 없습니다. 하지만 곧 바빠지실 겁니다. 저희 인력이 모두 충원되고 팀이 짜여지면 아버님께 조언을 받 아야 할 일이 많을 테니까요.”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데 조언은 무슨 조언입니까.”
“하하,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저희가 사업의 전문가이지, 카페의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아버님께서 가진 노하우와 실력은 저희가 따라 갈 수 없는 영역 아닙니까?”
“ 흐음••••••
황민수는 강유환 다루는 법을 터 득한 듯했다.
황민수가 말을 할 때마다 강유환 의 어깨가 살짝살짝 위로 치솟는다. 그 반응을 본 황민수가 더욱 열심히 강유환을 띄웠다.
강진호는 그 광경을 보며 고소를 머금었다.
‘하기야……
사람에게는 누구나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특히나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 없는 이들은 좀 더 이런 부분에 집착하기 마련이 다.
강유환을 아버지가 아닌 한 남자 로 두고 생각한다면, 강유환 역시
이런 욕구가 있을 것이다. 강진호가 해결해 버린 경제적인 부유함이 아 닌, 다른 어떤 부분으로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말이다.
황민수는 노련하게 그 부분을 찌 르고 있었다.
“뭐, 아들내미가 사업한다는데, 도 움이 된다면 도와야지요.”
“물론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 그 카페는 폐업해야 하는 겁니까?”
“절대로 아닙니다. 1호점, 즉 본 점이라는 건 언제나 상징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희는 아버님께서 그
카페를 꾸준히 운영해 주시길 바랍 니다.”
“ 흐음.”
“ 다만••••••
“예?”
“인테리어는 좀……
강유환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황 사장님.”
“예, 아버님.”
“오해가 좀 있는 모양인데, 내가 인테리어 센스가 없어서 그런 게 아 닙니다. 나는 더 좋은 자재를 써서 예쁘게 꾸미고 싶었는데, 집사람 이!”
강유환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그 커피 파는 데 뭔 돈을 그렇게 들이냐면서! 실력만 있으면 길에다 가 좌판 깔아놓고 팔아도 팔릴 건 팔린다고!”
강유환의 한이 솟구쳤다.
“진호야!”
“예?”
“결혼하지 마라!”
아, 아니, 그게 왜 또 거기로…….
“너는 안 된다. 너라도 행복해아 지! 아니, 아니, 물론 내가 너희 엄 마랑 결혼했다고 불행하다 이런 건
아니지만, 그저, 음…… 뭐랄까, 그 런 게 있단다! 결혼하면 백 가지를 얻을 수 있지.”
“……예.”
“그런데 잃는 게 천 가지가 넘어, 인마! 하지 마!”
강진호는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이건 논리가 아니라 한이다.
“그 카페 하나 내 마음대로 인테 리어도 못하고! 야, 인마! 너, 결혼 하면 너도 똑같아! 니가 지금 총각 이니까 스포츠카 몰고 다니고, 니 하고 싶은 대로 살지! 결혼해 봐! 애 탈 공간 없어서 차 팔아야 되지,
애한테 문제 생긴다고 담배 끊어야 되지…… 아이고오. 아서라, 아서!”
“게다가 그 최연하 씨는 내가 봐 도 기가 세요. 너처럼 흐리멍덩한 놈은 집에서 숨도……
똑똑.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 다.
“들어와요, 들어와!”
흥분한 강유환이 소리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잘 생각해 보라는 말이 야. 결혼은……
순간, 강유환의 눈이 흔들렸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온 사람 이 조금 전에 들어온 사람과 다르 다.
딸꾹!
강유환이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 다.
그 반응에 고개를 돌린 강진호와 황민수의 눈에 정장을 차려 입은 최 연하의 모습이 들어왔다.
최연하와 시선을 교환한 강진호가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최연하가 빙그레 웃는다.
“아버님이 오셨다는 소리를 들어 서 인사드리러 왔어요. 그런데 타이 밍이 나빴나요?”
“아, 아니……
강진호가 가만히 강유환을 돌아보 았다.
딸꾹!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강유환이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괘, 괜찮아요, 괜찮아.”
최연하가 살짝 미소 짓고는 걸어 와 강유환을 향해 고개를 푹 숙였
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버님. 최연하 예요.”
“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만나 서 참 반갑…… 반갑습니다?”
강진호가 강유환의 눈에 살짝 맺 힌 눈물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는 게 참 힘들다.
사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