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83)
마존현세강림기-1285화(1282/2125)
마존현세강림기 52권 (17화)
4장 논의하다 (2)
“서류 정리 다 했어?”
“예!”
“확실하게 하란 말이야, 확실하 게! 어설프게 정리하지 말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도록 확실하게!”
“회주님한테 올릴 보고서는?”
“정리해서 아까 올렸습니다. 책상 위에 있을 텐……
“서면으로 만든 거, 전자 결제 올 렸어?”
“둘 다 해야 합니까?”
“그럼 이거 유실이라도 되면 어떻 게 할 거야? 어? 그거 니가 감당할 수 있어?”
문태경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 졌다.
꼬장.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지적 들이다.
하지만 그 꼬장을 부리고 있는
이를 꼰대라고 비난할 수 없는 이유 는, 꼬장을 부리는 놈이 더 겁먹은 얼굴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 구입 요청 들어온 건 다 처 리했어?”
“예.”
“며칠 치를? 이달 내의……
“그거, 저희가 처리 안 해도 계약 한 납품 업체에서 알아서 들어오잖 습니까.”
“밥은 그렇다 치고 부식도 처리를 해놔야지!”
“월급 주잖아요! 뭔 놈의 회사가
애들 과자까지 챙깁니까?”
“애들이 워낙 사회성이 없잖아.”
“저…… 실장님.”
“응?”
이현수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문태경이 한숨을 푹 쉬고는 입을 열었다.
“휴가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닙니다.”
“실장님이 일주일 자리 비우신다 고 총회 망하는 거 아니에요. 직장 을 다니는 직장인의 가장 큰 착각 이,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
다는 겁니다.”
“물론 실장님이 맡고 계신 일이 워낙에 많으니까 걱정하시는 건 알 겠는데, 막말로 일주일 동안 실장님 이랑 이사님들, 회주님까지 단체로 놀러 갔다 와도 회는 별문제 없어 요.”
이현수가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쳤 다.
“그럴까?”
“……정신 좀 차리십시오.”
“아니,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 데……
이현수의 엄지손가락이 입 근처에 머무른다. 안절부절못하던 이현수가 결국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중증이네, 중증이야.’
세상에 수많은 일 중독자가 있다 고는 하지만, 그 어떤 사람도 이현 수와 같은 삶을 살아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현수는 이제 거의 일이 자신이고, 자신이 곧 일인 일아일체 의 경지에 도달했다.
더없이 슬픈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 사람이 일을 내버려 두고 휴가를 가야 하니, 제정신이 아닐 수밖에.’
“아니, 뭐, 휴가를 단체로 다 가 는 것도 아니고, 교대로 가는데 뭐 가 그렇게 걱정이십니까? 이제 애들 도 옛날보다 다 일을 잘하잖습니 까.”
“……그렇지.”
“물론 실장님이 있는 것만은 못하 겠지만, 일주일 정도 문제없이 버티 는 건 다 합니다. 그러니까 정신 좀 차리십시오.”
“그래야지.”
야, 손톱 좀 그만 물어뜯어!
손가락 없어지겠다!
말과 행동이 전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참 신기한 사람이란 말이야.’
어떨 때 보면 세상에서 가장 똑 똑하고 현명한 사람 같은데, 또 어 떨 때 보면 등신도 이런 등신이 없 다. 분야에 따라 능력치가 바뀌는 수준이 아니라, 분야에 따라 사람 자체가 바뀌어 버리는 것 같다.
“이 실장님은 별말 없으세요?”
“내가 이 실장인데?”
“……이현주 실장님요.”
“아••••••
“개명 안 하십니까? 우리도 구분 하기 힘들어 죽겠습니다.”
“그게 어디 내 탓이냐?”
이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하튼 정말 실장님 없어도 괜찮 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애들 연수 보내고 파워 업 하신 것 아닙 니까?”
딱히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현수가 직원들을 교육한 건 그 이전의 직원들이 도무지 사람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나마 사람 구실을 하게 됐지만.
“야, 내가 쟤들을 어떻게 믿고 일
을 맡기냐?”
“그렇게 따지면 이 실장님이 믿고 일을 맡길 만한 사람이 있기는 합니 까‘?”
“어……
이현수가 딜레마에 빠졌다.
생각해 보니 문태경의 말이 맞다.
“한 명 정도 있는 것 같은데?”
“회주님이요?”
“……참 이상하신 분이지.”
“그러게요.”
강진호의 일처리는 이현수조차 경 악할 때가 있다. 물론 그 일이라는 게 대충 정해서 뭉개 버리면 아무도
감히 강진호가 정한 일을 토를 달지 못해서 해결되는 수준이기는 하지 만.
‘그렇다고 또 완전히 무대포는 아 니란 말이지.’
보통 그런 식으로 해결하는 일들 이 나중에는 더 큰 부작용을 만들어 내는 데 반해, 강진호가 해결하는 일들은 또 그럭저럭 잘 돌아간다.
이현수가 극단적인 완벽주의자라 면, 강진호는 극단적인 효율주의자 라고 할 수 있었다. 적당히 뭉개 버 려 속도를 추구할 것은 추구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한다.
사실 회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강 진호의 일처리와 이현수의 일처리는 취향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현수가 사생활을 포기하는 수준의 가공할 업무량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이다.
“회주님은 휴가 안 가시잖습니 까.”
“가셔. 내가 갔다 온 다음에.”
“그럼 뭐가 걱정입니까?”
“태경아.”
“ 예?”
“내 일을 회주님에게 떠넘기고 휴 가를 다녀오는 게 과연 사람이 할
짓일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회주님이 다녀오라고 하셨잖아 요.”
“그래도……
말을 말아야지.
“실장님.”
“응‘?”
“이제 그만 내려놓으십시오. 휴가 는 이미 확정됐잖습니까. 더는 돌이 킬 수 없습니다. 지금 휴가 안 간다 고 하면, 아마 이현주 실장님이 실 장님을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
“뭐, 비벼볼 수라도 있으면 마음 대로 하십시오. 그런데 제가 장담하 는데, 한 대만 비껴 맞아도 최소 중 환자실 일주일입니다.”
“그거야 네가 장담 안 해도 다 그 렇게 생각할 거야.”
이현수야 총회가 공인하는 총회 최약체의 무인 아닌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현수는 무 인과 일반인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사람에 가깝다. 무인이 라고 하기에는 어이없을 정도로 약 한데, 또 일반인이라고 하기에는 과
할 정도로 강하다.
이중걸의 집중 교육을 바탕으로 엘리트로 성장한 이현주에게는 한주 먹거리도 안 된다.
“참 신기하단 말입니다.”
“뭐가?”
“총회 최약의 남자와 총회 최강의 여자가 커플이라니.”
이현수가 피식 웃으면서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남자는 힘이 전부가 아닌 법이 지.”
“네.”
“……뉘앙스가 미묘하다?”
“아뇨. 뭐, 별말 안 했습니다.”
문태경이 피식 웃었다.
대놓고 동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심 저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중이 었다. 이현수의 매력은 강함이라든 가 하는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 다.
강함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는 총회에서도 이현수는 특별 한 존재니까.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이현수가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뭐가 말입니까?”
“내가 휴가 가는 날도 다 오
고
뭔가 짠하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개그 코드겠지만, 이현수가 이런 말 을 하니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린다.
“그만큼 총회도 많이 변했다는 뜻 이겠죠.”
“총회라……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총회가 아니라 무인계가 변한 거 겠지.’
새삼 느낀다.
그가 몸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변해 버렸는지.
“너무 많이 변했지.”
“반 정도는 실장님이 직접 관여하 신 일 아닙니까?”
“그렇지. 그런데 돌이켜 보면, 참 잘도 해냈다 싶거든.”
이건 이현수의 진심이었다.
그는 먼 미래를 보고 살지 않는 다. 당장 눈앞에 들이닥친 일을 처 리하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장기적 인 일을 대비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당장 닥친 일을 어찌어찌 처리하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렸다.
“태경아.”
“예, 실장님.”
“좀 좋아졌냐?”
문태경이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렸 다.
“좋아졌냐구요?”
으으 ”
“몰라서 물으시는 건 아니죠?”
“내 입장에서 느끼는 거랑, 네 입 장에서 느끼는 건 다를 수 있으니 까.”
“아, 뭐, 물론 그렇긴 하죠.”
문태경이 살짝 고민했다. 어떻게
말을 해야 그가 느끼는 것을 이현수 에게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어렵네요.”
“좋아진 부분을 찾기가?”
“아니요.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문태경이 머리를 긁었다.
“불만이 없을 수는 없죠. 사람이 란 게 원래 그런 것 아닙니까. 뭐가 좋아진다 싶으면 그걸 싫어하는 사 람이 나오고, 다른 건 안 해준다고 투정 부리는 사람도 나오고.”
“그렇지.”
그게 사람의 본성이니까.
“하지만 확실한 건…… 만약 지금 회주 자리를 투표로 뽑는다면, 회주 님 득표율이 북한을 방불케 할 거라 는 사실입니다.”
“야, 표현을 해도 꼭……
“거기 이상으로 득표율이 나오는 데가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
이현수가 피식 웃고 말았다. 조악하지만 와닿는 비유다.
“다들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니, 만족보다는 신기해하고 있다는 게 맞겠죠. 월급을 쭉쭉 오르고, 챙겨주
는 것도 늘어나고, 무엇보다 위에서 시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 다.”
“그건 별론데.”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목숨이라 도 걸어야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항명할 수 있다는 느낌인 거죠.”
이현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사실 위쪽에서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는 적당히 구시대적인 것도 나쁘 지 않다.
덜 번거롭고, 덜 거추장스러우니
까.
하지만 편의를 위해서 방향을 트 는 게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가져오 는지 모를 이현수가 아니다.
“빠져 가지고! 우리 때는, 인마! 위에서 시키면 죽는 시늉이라도 했 어.”
“……왜 그러십니까, 꼰대처럼.”
“꼰대라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야. 다 내가 너 잘되라고!”
“••••••아오.”
문태경이 고개를 내저어 버렸다.
“ 여하튼간에……
문태경이 살짝 심호흡을 하고는
말을 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개도 자 신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을 알아보 고 꼬리를 치지 않습니까. 저희도 회주님이나 실장님이 얼마나 저희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압니다.”
“그냥 써먹으려고 밥 주는 거지, 생각은 무슨……
살짝 붉어진 이현수의 얼굴을 보 고 문태경의 입가가 실룩였다.
이 사람을 누가 영남회의 악마라 불리던, 그 이현수라고 생각하겠는 가.
“이번에 벌어진 처벌에 대한 여론 은 어때?”
“다들 납득하고 있습니다.”
“••••••그래?”
“엄벌을 바라는 건 오히려 아래쪽 입니다. 위쪽에서 엄벌을 꺼리는 거 죠. 죄를 지었으면 합당한 대가를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이현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좀 더 크게 벌했어야 한다는 말 이 나오고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불 만은 없어 보입니다.”
“다행이네.”
이현수가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 다.
“다들 휴가 한 번 다녀와서 리프 레시하고 나면 더 나아지겠지.”
“그럴 겁니다.”
이현수가 자세를 바로했다.
“그래. 나가봐.”
“예. 그럼.”
입구로 향하던 문태경이 살짝 고 개를 돌렸다. 이현수의 손이 바쁘게 키보드 위를 누비고 있었다. 그 짧 은 시간 만에 문태경의 존재를 아주 지워 버린 것처럼 모니터에 빨려 들 어갈 둣 일을 하고 있다.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이런저런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 만, 보면 볼수록 존경하게 되는 사 람이다.
저 사람이 회를 위해서 저리 열 심히 일하고 있다.
‘점점 더 바뀌어가겠지.’
새삼 궁금해진다. 몇 년 뒤의 총 회가 어떤 모습일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