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85)
마존현세강림기-1287화(1284/2125)
마존현세강림기 52권 (19화)
4장 논의하다 (4)
벌컥.
강진호가 회주실 문을 열고 안으 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회주실 안에서 이현수가 그를 기다리고 있 었다.
“오셨습니까?”
“무슨 일이지?”
강진호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현수가 살짝 머뭇댔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현수가 이런 반응을 보인 건 꽤나 오랜만이다. 심지어 총회의 회 원이 마약을 거래한 정황을 포착했 을 때도 이렇게까지 우물쭈물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최소한 그 이상의 일이 라는 건데…….
“시간 끌지 말고 말해.”
“예, 회주님.”
이현수가 낮게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김명찬 총리 쪽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 연락?”
“예. 회주님을 한 번 뵙고 싶다더 군요.”
“무슨 일로?”
“그게••••••
이현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말을 이었다.
“이번 마약 사건 있잖습니까?”
“그게 왜?”
“……아마 경찰 쪽에서 이쪽 애들 이 일을 벌였다는 사실을 포착한 모
양입니다.”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경찰 쪽에서?”
“예,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조금 더 신경 썼어야 하는 건데.”
“아니, 네 잘못은 아니지.”
강진호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상황이 아 니다. 정말 경찰 쪽에서 이쪽에서 일을 벌였다는 걸 포착했다면, 문제 가 조금 심각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만나고 싶다고?”
“예.”
이현수가 죄스러운 얼굴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전화 연결해.”
“예.”
이현수가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김명찬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김명찬입니다.]“총리님,
이현수입니다.
조금
[금방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아•••••• 네.”
전화가 끊기자 이현수가 빤히 휴 대폰을 바라보다가 살짝 인상을 썼 다.
“앉지.”
“예.”
강진호가 소파에 앉았다. 담배를 꺼내 물자 이현수가 재빨리 불을 붙 여주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바라봤다.
“••••••피워.”
“예.”
이현수가 그럼에도 담배를 피우지 않지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실장.”
“예. 회주님.”
“뭘 잘못했어?”
“제가••••••
“그렇게 따지면 상황을 여기까지 파악하지 못한 내 책임이지.”
“아닙니다. 회주님이 이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쓰실 필요는 없죠.”
“너도 같아.”
강진호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든 생각한 대로만 풀릴 수는 없어. 쓸데없이 지나간 일에 신경 쓸 바에 차라리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건지나 고민해.”
이현수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든 이현수의 얼굴은 조금 편안해져 있었다.
“한 대 피워.”
“예.”
이현수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 다. 그러고는 불을 붙이고 담배를 깊이 빨았다.
“하, 이거 끊어야 하는데.”
이현수가 너스레를 떨려 머리를 긁는다. 자기 나름으로는 분위기를 환기해 보겠다고 하는 짓이다.
“전화가 안 오네요.”
“ o w
“이 양반, 이거, 날 잡은 것 같습 니다.”
강진호가 말없이 휴대폰을 바라보
았다.
정말 일이 있어서 전화를 미룬 것일 수도 있지만, 강진호와 이현수 모두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김명찬은 무슨 일이 있든 일단 뒤로 미루고 강진호와 통화를 했을 것이다.
우위를 잡았으니 시간을 끌어 조 급하게 만들겠다는 수작이 분명하 다.
“이래서 정치인들은 귀찮아.”
“좀 그런 면이 있죠.”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은 상대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잡으려고 하는 버 릇이 있다. 딱히 우위를 잡아 이득 을 볼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어떻 게든 자신이 조금 더 앞서 있는 상 황을 만들려고 한다.
그게 피가 튀고 살이 베이는 정 계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습성이다.
김명찬은 정통 정치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총리 라는 드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이다. 당연히 잡은 우위를 놓으려 들지 않 을 것이다.
“ 이사님들은……
“일단 들어보고.”
“예.”
이현수가 초조한 눈으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한참 시간이 지나 이현수가 막 폭발할 지경이 되어서야 전화가 걸 려왔다. 이현수가 휴대폰을 잡기 전, 가슴에 손을 대고 낮게 심호홉을 했 다.
이쪽에서 화난 기색을 보이면 저 쪽에서는 만세를 부를 것이다. 적어 도 그런 꼴은 안 봐야지.
“예, 총리님. 이현수입니다.”
[아, 이 실장, 미안합니다. 급한 회의가 있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
네요. 이해 부탁드립니다.]
“아닙니다, 총리님. 국정을 보시는 분인데, 당연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희 쪽도 처리할 일이 있어서 먼저 해결하던 중입니다.”
[아, 그럼 다행입니다.]말로 된 칼이 전화를 타고 날아 들었다.
“안 그래도 지금 막 회주님이 오 셨습니다.”
[아, 그럼 일단 통화를…….]이현수가 바라보자, 강진호가 슬
쩍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손가락 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강진호의 손짓을 이해한 이현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총리님, 그럴 게 아니라 저희가 찾아뵙겠습니다.”
[예? 찾아오신다구요?]“예. 중요한 이야기를 전화로 나 누는 것도 이상하니까요. 어디로 가 면 되겠습니까?”
[오늘 스케줄이 꽉 차서 시간을 내기 곤란합니다.]“그럼 스케줄이 끝나면 연락 주십 시오. 늦은 시간이어도 상관없습니
다. 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음, 그래요? 으음…….]
김명찬이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 자, 이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 를 살짝 말아 올렸다.
명분을 쥔 이와 전화로 대화하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특히 나 강진호가 직접 나서는 일이라면 더더욱.
고민하던 김명찬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회주님을 늦은 밤 에 찾아오시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 겠지요. 그럼 제가 저녁 약속을 취
소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죠.]“그럼 시간과 장소는?”
[그건 제가 확정해서 비서를 통해 문자로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럼 조금 있다 뵙지요.]“예, 총리님.”
전화를 끊은 이현수가 이마를 홈 쳤다.
“어떻게 생각해?”
이현수가 전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건수를 잡았다는 사실은 확실하 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건을 저 희가 곤란해할 거라는 걸 확신하고 있을 겁니다.”
“ O ”
강진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총회 내에서 범죄가 일어났고, 그 범죄 때문에 평범한 이들이 피해를 입은 사안이다. 게다 가 그 범죄자들을 경찰이 조사하기 전에 총회에서 자체적으로 처단해 버린 상황이 아닌가.
정부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 다만••••••
이현수가 신중한 어조로 입을 열 었다.
“사태를 극단으로 몰고 갈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대화의 톤으로 보건 대, 아무래도 협상을 할 생각인 듯 합니다.”
“그건 당연한 것 아닌가.”
“아뇨. 그러니까……
이현수가 설명하기가 조금 난감하 다는 듯 머리를 긁었다.
“협상의 조건으로 이쪽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들고나올 확률이 높습 니다. 이쪽의 문제를 지적하고 성토 하는 분위기는 아닐 겁니다.”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이쪽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라…….
몇 가지 떠오르는 일은 있다. 하 지만 그 어떤 일도 김명찬이라는 정 부 인사가 요구할 만한 일은 아니었 다.
“들어봐야 알겠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현수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치인들은 집요하다. 그리고 작
은 우위라도 잡아내면, 그 우위를 바탕으로 큰 이득을 만들려 한다.
꽤나 불편한 자리가 될 게 빤하 지만,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일단은 보자고.”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무슨 말을 하는지 말이야.”
김명찬이 살짝 불편한 얼굴로 목 을 가다듬었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이 살짝 열리고, 한복을 입은 여인이 조심스레 몸을 내밀었다.
“식사는 지금 준비해도 괜찮겠습 니까?”
“조금 뒤에.”
“아, 그럼 조금 뒤에 다시 찾아뵙 겠습니다.”
문이 다시 닫힌다.
김명찬의 눈이 벽에 걸린 시계로 향했다.
‘30분이라……
헛웃음이 나왔다.
전화를 30분 정도 기다리게 했더 니, 약속 장소에 30분 늦게 나온다.
러시아 대통령도 아니고, 참 빤한 수다.
‘하지만 빤한 만큼 확실하군.’
나름 인내력에는 자신이 있는 김 명찬이 이렇게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니 말이다.
초조한 얼굴로 시계를 바라보던 김명찬이 휴대폰을 슬쩍 들었다가 단호하게 테이블 위로 올렸다. 마음 이 급하다고 먼저 전화를 하면 저쪽 의 의도대로 굴어주는 것밖에는 안 된다.
김명찬이 고소를 머금었다.
‘정치에는 정치라는 건가?’
강진호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이 런 식의 보복은 들어오지 않을 거라 고 생각했건만.
‘이건 강진호가 아니라 이현수의 짓이겠지.’
그의 생각 이상으로 이현수가 강 진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미 일 것이다.
그게 아니면 강진호가 그가 생각 하는 이상으로 온화한 상사든가.
‘전자겠지.’
강진호와 온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매치가 되지 않는다.
그의 상식으로는 말이다.
어쩌면 이현수와 강진호를 대하는 방식을 조금 수정해야 할지도…….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 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이현수가 미소를 지 으며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그리고 그 뒤를 강진호가 태연히 따르고 있 었다.
김명찬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 다.
“어서 오십시오, 회주님.”
이현수가 살짝 비켜나자 강진호가 미소 지으며 김명찬에게 손을 내밀
었다.
“반갑습니다.”
김명찬이 내밀어진 손을 힐끗 보 고는 강진호의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이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 다.
가볍지만 의미가 있는 행동이다.
악수란 대등한 자끼리 나누는 인 사법이다. 그동안 강진호는 김명찬 을 마주할 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하지만 오늘은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니라 손을 내밀었다.
그동안은 김명찬을, 그러니까 대 한민국의 총리를 자신보다 윗사람으
로 인정하고 예를 표해왔다면, 오늘 은 대등한 자로서 마주 앉겠다는 의 미였다.
그리고 그건 아마 총회의 치부를 잡아 이 자리를 만들어낸 김명찬에 대한 항의의 의미일 것이다.
“앉으시죠.”
“예.”
커다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김 명찬과 강진호가 마주 앉았다. 그러 자 이현수가 그런 강진호의 옆에 조 심스레 앉았다.
건너편에 앉은 강진호의 얼굴을 본 김명찬이 짧게 심호홉을 했다.
‘쇳덩이가 내리누르는 것 같군.’ 중압감이 말로 못할 지경이다. 미국의 대통령이나 중국의 주석 등 세계를 움직이는 권력자들을 직 접 마주하고 대화해 온 김명찬이다. 중압감에는 익숙한 편이라고 자부하 지만, 강진호에게서 느껴지는 중압 감은 그들이 주는 압박과는 느낌부 터 달랐다.
“식사부터 하실까요?”
“그러시죠.”
김명찬이 사람을 불러 음식을 가 져오라 시킨 후, 입꼬리를 억지로 말아 올렸다.
“얼굴 뵙기가 힘듭니다.”
“총리님.”
“ 예?”
강진호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 었다.
“서로 바쁜 사람들인데, 시간 끌 것 없이 본론으로 넘어갔으면 합니 다.”
김명찬이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실까요? 마침 저도 그쪽을 선호하던 편이었습니다.”
칼이 아닌 말로 하는 전쟁이 시 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