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87)
마존현세강림기-1289화(1286/2125)
마존현세강림기 52권 (21화)
5장 거래하다 (1)
고요한 침묵이 방 안에 내려앉았 다.
김명찬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 고 잠시 숨을 죽였다. 그의 시선은 강진호의 일거수일투족에 완전히 집 중되어 있었다.
강진호가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
다.
그러고는 말없이 김명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심하게 가라앉은 눈은 그가 지 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게 했다.
“회주님.”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강진호의 말에 이현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김명찬이 다급하게 일어나 두 사람을 만류했다.
“자, 잠시만!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 다. 다만!”
김명찬이 움찔하며 입을 닫았다.
강진호가 투명한 눈으로 그를 바 라보고 있었다.
명백한 적의 같은 건 느껴지지 않지만,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이해하지 못할 김명찬이 아니었 다.
“할 이야기가 남긴 했지만……
강진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 다.
“다음에 하도록 하죠.”
“회주님……
김명찬이 그래도 포기하지 않자,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총리님.”
“저는 지금 대한민국의 총리를 최 대한 존중하고 있는 겁니다.”
김명찬은 저 말 뒤에 붙어야 했 을 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자연히 떠 오른다.
김명찬이 대한민국의 총리라는 직 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쯤 목이 떨어졌을 것이다.
“사람의 인내심이라는 건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서로 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은 피하는 게 맞지 않겠습 니까?”
담담하고 이성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그 차가운 이성 안에 들 끓는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김명찬이 마른침을 삼켰다.
평소라면 중재를 들어갔을 이현수 지만, 지금 이 상황만은 그도 어쩔 수 없었다.
‘과했어.’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강진 호…… 아니, 총회를 살인 청부업자
로 쓰겠다는 소리다.
강진호가 참아내는 게 용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회주님, 화가 나시는 이유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김명찬이 그리 생각 없는 사람은 아니잖습니 까.”
김명찬의 말에 강진호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말씀을 마저 들어보십시오. 그러 고도 납득이 안 되신다면, 몇 번이 고 사과드리겠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김명찬을 바라보 다 고개를 끄덕였다.
김명찬이라는 사람을 믿기 때문이 아니라, 그래도 대한민국의 총리라 는 자리가 이런 말을 제멋대로 지껄 일 정도는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었 다.
낮게 한숨을 내쉰 강진호가 자리 에 다시 앉았다. 그러자 이현수도 엉거주춤 엉덩이를 의자에 붙였다.
“여기.”
김명찬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강진호가 말 없이 담배를 받아 들고 입에 물었 다. 그러자 이현수가 재빨리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후우.”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가 고 개를 끄덕였다.
“이야기하십시오.”
“예.”
“ 다만••••••
강진호가 경고했다.
“납득할 수 없는 말이 나올 시에 는 저도 생각을 달리할 수 있습니 다.”
경고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온건한 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김명찬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분명 이해하실 겁니다.”
강진호가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담배를 꺼내 입에 문 김명찬이 조용히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심호 흡을 하듯 천천히 담배 연기를 빨아 들였다. 그런 후, 어렵게 입을 뗐다.
“회주님.”
“예.”
“지금 한국의 정세에 대해서 어떻 게 생각하십니까?”
강진호가 움찔했다.
그러고는 재할리 이현수에게로 고 개를 돌렸다.
이현수가 김명찬에게 들키지 않게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정세 말씀이십니까?”
이현수가 재빨리 대신 김명찬의 말을 받았다.
‘물어볼 사람에게 물어봐야지.’
강진호는 자기가 사는 동네의 시 장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 런 이에게 ‘정세’라는 고급 어휘를 구사하다니. 새로운 압박 법도 아니 고!
“예.”
강진호의 대답은 아니지만, 이현 수와 대화를 이어가도 상관없다는 듯 김명찬이 주저 없이 대답했다.
“저희가 정세를 논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앞에 앉아 계신분에 따라서 할 말, 못할 말을 가릴 줄 알아야겠죠.”
“허허허, 제가 민망합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어보겠다는 듯 김명찬이 활기찬 목소리를 냈다.
“사실 정세가 그리 좋지 않습니 다. 미국은 예전과는 다르게 막 나 가고 있고, 중국과도 긴장감이 가면
갈수록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옆 나라와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려서……
“다만, 이득도 있잖습니까?”
“물론이지요. 그저 외교적으로 하 는 말입니다.”
신니치카이와 총회의 싸움으로 인 해 일본과의 관계가 극단적으로 경 직됐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현수의 입장에서는 그냥 듣고 넘 길 수 없는 말이었다.
일본 무인계의 붕괴를 바탕으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어마어 마하기 때문이다.
비공식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 을 모두 제하고서라도, MK가 일본 에 진출해서 벌어들인 돈을 바탕으 로 확보할 수 있는 세수만 해도 굉 장한 수준일 게 빤하다.
김명찬도 그 사실을 인정하기 때 문에 한발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여하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 고……
김명찬이 어색한 웃음을 홀렸다.
“상황은 나날이 좋아지지 않고 있 습니다. 그나마 조금 빛이 보이는 곳이 윗동네인데……
이현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윗동네.
대한민국 총리가 말하는 윗동네가 어디일지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마침 최근 북한과 관계의 개선이 이 루어지고 있고.
어느새 김명찬이 여유를 되찾은 모양이었다.
“최근 비빌 언덕이라고는 윗동네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 윗동네에 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거 죠.”
“거기가 문제 아닌 적이 있었습니 까?”
“이번에는 조금 심각합니다.”
이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정치인이 말하는 심각은 상황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해석된다. 지금 은 어느 수준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사실 실감하기가 쉽지 않으시겠 죠. 애초에 윗동네는 항상 문제가 많았으니까 말입니다.”
서로의 영토에 포를 쏴대는 사이 다.
문제를 찾는 것보다 문제가 아닌 것을 찾는 쪽이 훨씬 더 빠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금까지의 경
우와는 조금 다릅니다. 안 그래도 지금 이 문제 때문에 정부도 무척이 나 긴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김명찬이 깊게 한 모금을 뺄아들 이고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그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시다시피 최근 한국과 북한의 관계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분 단 이후로 가장 좋은 분위기가 만들 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명찬이 안경을 슬쩍 밀어 올렸 다.
“물론 아시겠지만, 그 분위기라는 게 보이는 대로는 아니지요. 서로
원하는 것이 있고, 서로 협상을 통 해 이득을 볼 수 있다 싶으니 분위 기가 좋아지는 겁니다. 어쨌든 그 모든 것을 감안하고 서로 협상을 통 해 뭔가를 만들어 나가자는 분위기 가 조성된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현수는 딱히 반응 없이 김명찬 의 말을 듣기만 했다.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김명찬의 입장을 확인하는 게 더 중 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의 북한 정 권은 한국에 관해서는 온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뒤로 딴 주머니를 차든 말든, 일단은 협상장에 나오고, 협상에 대한 의지가 있지 않습니 까?”
“그래서.”
강진호가 나직한 목소리로 김명찬 의 말을 끊었다.
“빙빙 돌리지 말고 핵심만 말해주 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석궁에 가서 모가지라도 따 오라는 겁니까?”
“……설마 그럴 리야 있겠습니 까.”
기겁한 얼굴로 손을 내저은 김명 찬이 바짝 마른 입술을 축이며 말을
이었다.
“……문제는 북한과 한국의 관계 가 완화되어 가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는 세력이 있다는 겁니다.”
“내부, 아니면 외부?”
“조사한 바대로라면 내부뿐이지 만…… 심증적으로는 둘 다입니다.”
“ 외부라면……
김명찬이 말없이 턱을 긁었다.
“북한이 날을 세워주지 않으면 곤 란한 나라가 하나쯤은 있지 않겠습 니까? 최근 워낙 문제가 많다 보 니.”
“중국이군요.”
“허허허.”
김명찬은 가타부타 말없이 웃어버 렸다.
그 말을 긍정으로 이해한 이현수 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진짜 안이나 밖이나 저 짱개 새 끼들이 진짜.”
차이커창의 얼굴이 생각나자 위가 쿡쿡 쑤시는 기분이다. 차이커창 덕 분에 일본과의 전쟁에서도 개고생을 한 전적이 있는 터라 지금 김명찬의 기분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도 같은 일을 겪지 않았습니 까?”
“……그렇죠.”
다 된 밥에 중국 놈들이 끼어드 는 덕분에 하마터면 MK를 시작도 하지 못할 뻔했다.
완벽한 자주성을 가지고 있는 한 국의 정계조차 중국의 입김에 그리 휘둘린다면, 이미 반절쯤은 중국의 속국이나 다름없는 북한은 보지 않 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 가.
“그래서 외부는 중국이라 치고, 내부는요?”
김명찬이 아무 말 없이 가방 안 에서 서류를 꺼내 두 사람에게 내밀
었다.
강진호와 이현수가 서류를 받아 들어 폈다.
“리기광 차수(대장)입니다. 조선인 민군 총참모장. 군 서열 3위지요.”
“흠……
이현수가 슬쩍 서류를 보고는 시 선을 다시 김명찬에게 고정했다. 인 적 사항 같은 건 딱히 볼 필요가 없다.
“조선인민군 내의 대표적인 친중 파로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인민군 내에 친중파라는 게 가능 합니까? 그 전제국가에?”
“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최고사령관에 대한 충 성심이 우선이지만, 나름의 계파가 있습니다. 친중파, 친러파는 물론이 고, 소수지만 친일파나 친미파도 존 재합니다.”
“허.”
이현수가 피식 웃어버렸다.
“제거를 안 한다는 겁니까?”
“제거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 는 겁니다. 중국 역시 북한 내 친중 파가 누구인지 모를 리가 없잖습니 까. 대놓고 그들을 제거한다는 건 중국과 척을 지겠다는 뜻이 되어버
립니다.”
“……그도 그렇겠네요.”
이현수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같으면서도 다르다니까. 이래서 정치는.’
무인계 내에서도 권력의 암투야 항시 존재했다. 이현수가 그 중심에 있던 이가 아니던가. 하지만 현실의 정치는 무인계의 정치와는 그 궤가 다른 면이 많았다.
“그래서 그 친중파를 움직여서 중 국이 뭘 하려는 겁니까?”
“이건 저희가 최근에 입수한 정보 입니다만……
“예.”
김명찬이 살짝 뜸을 들였다.
긴장감을 올리려는 수작인 것 같 지는 않았다. 말을 해야겠다고 결심 을 하고 왔지만, 정말 이 말을 강진 호와 이현수 앞에서 해도 될까를 한 번 더 고민하는 것이다.
그만큼 지금 김명찬이 입에 올릴 말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대외비로 해 주십시오. 아니, 오늘 이곳에서 있은 모든 대화는 밖으로 새어 나가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지금 부터 오가는 대화는 평생 무덤까지
가져가 주시길 바랍니다.”
강진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한참을 망설이던 김명찬이 깊게 한 숨을 내쉬고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리기광이 중국의 지원 을 바탕으로 쿠데타를 기획하고 있 는 것 같습니다.”
“••••••예?”
이현수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