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89)
마존현세강림기-1291화(1288/2125)
마존현세강림기 52권 (23화)
5장 거래하다 (3)
밖으로 나온 강진호는 말없이 담 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현수가 그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며 너스레 를 떨었다.
“총리도 꽤나 급한 모양입니다.”
“음?”
“저 같으면 그 일은 그 일, 이 일
은 이 일. 따로 처리하겠습니다. 그 게 훨씬 이득이니까요.”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현수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만,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따로따로 처리할 여유가 없다는 말이겠죠. 다음 주까 지 일을 끝내야 한다는 건 사실인 모양입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알고 있어.”
딱히 김명찬에게 악감정이 생긴 건 아니다.
그는 그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대처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 이다.
그게 설사 강진호를 이용하고 써 먹는 일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강진 호가 김명찬의 입장이었어도 아마 같은 대처를 했겠지.
하지만 그 입장을 이해한다는 게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말과 같을 수는 없다.
지금 김명찬은 분명 과한 요구를 하고 있었다.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를 빨아들였 다.
폐 속으로 깊이 밀려 들어간 담 배 연기가 천천히 그의 입을 통해 빠져나간다. 하얀 입김과 뒤섞인 담 배 연기가 차가운 공기를 타고 허공 으로 천천히 흩어졌다.
강진호의 표정을 본 이현수가 숨 을 죽였다.
반개한 강진호의 눈과 고집스레 닫힌 입매가 지금 강진호가 얼마나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말해주 는 것 같다.
한참 동안 강진호가 생각을 정리 하길 기다린 이현수가 조심스레 입 을 열었다.
“저…… 회주님.”
“음?”
생각보다 강진호의 반응이 금방 돌아온다.
“기분이 좋지 않으신 건 알겠지 만, 정권의 입장도 생각해 볼 여지 가 있습니다.”
“기분?”
“……예. 김명찬의 제안 때문에 기분이 나쁘신 것 아닙니까?”
“왜?”
강진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 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짐
작이 어긋났다는 것을 깨달은 이현 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는 기분이 굉장히 나빠 보이 셨는데……
“그거야 뭐……
강진호가 피식 옷었다.
“적당히 그때쯤 화를 내주면 김명 찬이 좋은 조건을 내놓을 거라 생각 했지.”
이현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 다.
‘못 쓰겠네, 이 양반!’
그 상황에서 정치질이라니! 예전
에는 순수했는데!
“세상은 원래 이용하고 이용하는 곳이지. 총회가 뭐 그리 대단한 곳 이라고.”
강진호는 웃고 말았다.
사실 이런 청탁은 과거 그가 마 교에 있을 때도 꽤나 자주 받았다. 황궁은 물론이고, 각 지역의 패자들 도 심심치 않게 마교로 사절을 보내 누군가를 죽여주면 만금을 안겨주겠 다고 거래를 제안해 왔다.
심지어는 정파의 인물이 자신의 장문인을 죽여 달라는 의뢰를 한 적 도 있었다.
그런 의뢰에 화를 내는 이들은 무학을 익힌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는 이들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
강진호가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오로지 스스로의 강함뿐이다. 무학 자체를 신성시하지는 않는 것이다. 강진호의 생각으로 무인은 군인이나 기술자들과 그리 다를 게 없는 존재 들이다.
누군가는 기술을 배우고 익히고, 누군가는 군사학을 배우고 익힐 동 안 무인들은 무학을 익혔을 뿐이다. 그 특이성 때문에 일반인들과 격리
되어 있을 뿐, 무인이라고 해서 평 범한 이들과 다를 게 있을 리 없다.
강진호가 가장 경멸하던 이들이 무학을 익혔다고 해서 자신들이 신 선쯤 되는 줄 알던 도가 놈들이지 않던가.
“사람을 죽이는 기술을 배우는 이 들에게 사람을 죽이는 의뢰를 하는 게 뭐가 이상한가?”
이현수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뻐끔거렸다.
맞는 말이다.
속으로는 누구나 하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강진호처럼 대놓고 말을 하 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그럼 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글쎄.”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우리가 더 받을 것이 있을까?”
“국가를 무시하지 마십시오. 나라 에서 줄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합니 다.”
“그래?”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이 실장은 어떻게 생각하지?”
“이번 제안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현수가 살짝 고민하는 얼굴을 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적당한 대가를 받아낼 수 있다면 못할 거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윈윈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
“제가 보기에도 그 리기광이라는 놈은 위험합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점이 우선 무섭습니다. 하 지만 그것보다 더 위험한 건…… 그 놈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거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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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사태만 보더라도 중국 놈 들이 주변국에 얼마나 잔인한지 알 수 있습니다. 북한에 중국의 영향력 이 강해지고, 한국마저 그 영향을 받는다는 건 솔직히 반갑지 않습니 다.”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최악의 사태 때는 대한민국뿐 아 니라, 무인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 습니다. 그놈들의 도발이 반드시 바 깥세상에 한정될 거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 음?”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북한에도 무인계가 있나?”
“예. 존재합니다.”
“그래?”
강진호가 신기하다는 눈으로 반문 했다.
“그 체제에서도 무인이 존재할 수 있다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 실 북한은 대한제국에서 일제강점기 를 거쳐 한반도를 둘로 나눈 게 아 닙니까?”
“그렇지.”
“당시만 해도 무인들은 남한보다
는 북한 쪽에 더 많이 모여 있었습 니다. 아무래도 그쪽이……
“무학을 수련하는 데는 조금 더 용이하겠군.”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남북한이 나뉜 초기에는 무인계 역시 북한 쪽 이 좀 더 융성했다고 봐야죠. 그 인 원들이 지금은 당의 통제를 받고 있 습니다.”
“무인들이 말인가?”
“총 들이대는데 별수 있겠습니 까?”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한국은 무인을 색출하겠다고 총
칼을 들이밀 수 없는 곳이죠. 예전 군사정권 시대에는 몇 번 그런 일이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국민과 타 국의 눈치를 아주 보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거긴 다릅니다.” 이현수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북한은 한 명을 잡아내기 위해서 백 명을 학살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한국처럼 지하로 스며들 곳도 없습 니다. 무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체제에 순응하는 수밖에 없었을 겁 니다.”
“그랬겠지.”
타국의 무인계가 살아남을 수 있
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무인임을 숨기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첫 째, 그리고 가진 힘을 바탕으로 경 제적 이득을 얻어낼 수 있는 뒷세계 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설사 감시 체계가 완벽하지 않아 자신을 숨기고 살 수 있는 나라라 해도 뒷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인은 무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
과거, 대국이라 할 수 있던 소련 이 무인계에서는 딱히 힘을 쓰지 못 한 이유도 당에 치여 암흑계가 발달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조금 사정이 달라졌지만 말
이다.
“제가 알기로는 북한의 무인계는 특수부대의 형태로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수는 인구에 비해서도 굉장히 소수 지만, 실력은 확실하다는 말이 있습 니다.”
“ 가능한가?”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도 그렇듯이, 무인의 질 역시 대부분은 기반이 되 는 무인의 수가 얼마나 되느냐에 달 려 있다.
과거, 중원이 세계 최고의 무학을
보유할 수 있던 이유는 별다를 게 없다. 그냥 인구가 많고 무인이 많 기 때문이다. 강진호가 등장하기 전 까지 한국의 무인계가 지리멸렬하던 이유도 간단하다.
아무리 이중걸 등이 깽판을 치고, 역사적으로 무인을 핍박하는 분위기 가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인구가 중국만큼 많았다면 무인계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한국의 반도 안 되는 인 구를 가진 북한의 무인들이 강하다 는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북한이니까요. 그들은 무인들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습니다. 용병의 형태로 전장에 투입하는 것도 꺼려 하지 않고, 죽어 나갈 위험이 큰 위 험한 수련도 아무렇지 않게 시켜 댑 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무인들은 인성이 파괴되어 굉장히 잔혹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으으음?”
어, 그러니까…… 어?
그거…….
“마교네.”
강진호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웃고
말았다.
딱 과거의 중원에서 마교를 설명 하던 말이다. 마공을 익히고, 부작용 을 생각하지 않을 만큼 과한 수련을 시켜 댄 나머지 인성이 파괴된 이들 이 사는 곳.
더없이 잔혹하고, 피에 굶주린 마 인들이 사는 곳.
설마 이 시대에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기분이 이상하네.’
현재의 마교는 과거에 강진호가 있던 시대의 마교와는 다르다. 그 무학은 이었을지 모르나, 그 정신은
이었다 할 수 없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마교와 전혀 관계없는 곳에서 마교의 정신을 이 어가고 있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 다.
“말하고 보니……
이현수도 당혹스러운 듯 어색한 얼굴을 했다.
“여하튼 무인이 존재한다는 말이 로군. 그것도 군인인지 무인인지 알 수 없는 애매한 형태로?”
“예. 사실 북한만의 특수한 경우 는 아닙니다. 몇몇 국가가 그런 식
으로 무인을 양성하고 있다는 소문 은 이미 돌고 있었습니다.”
“흐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하튼 김명찬이 뭘 들고 올지 기다려 보면 되겠네.”
“그래서 말입니다만, 회주님.”
“음?”
“김명찬 총리는 아무래도 이쪽으 로 제안을 넘길 확률이 높습니다. 자신들이 뭘 해줘야 하는지 감을 잡 기 힘들 테니, 차라리 이쪽에 요구 를 제시하라고 하겠죠.”
“그래?”
“예. 그래서 말인데…… 저희도 요구 사항을 준비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자체적으로 준비해 도 괜찮겠습니까?”
“맡기지.”
“감사합니다.”
이현수가 고개를 숙였다.
강진호가 몸을 돌려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럼 다음 주에는 중국에 출장을 가야 할 수도 있겠군.”
“굳이 회주님이 직접 가실 필요는 없는 일입니다.”
“확실한 게 좋겠지. 겸사겸사 처
리할 일도 있고.”
“예?”
“아니, 별것 아냐. 여하튼 다음 주는 바빠질 것 같으니, 준비 잘하
이현수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왜?”
뭔가 어물어물하던 이현수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
“저……
“말해.”
“저 다음 주에 휴가입니다만?”
강진호와 이현수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살짝 멍한 강진호의 얼굴과 암담 한 이현수의 얼굴이 서로의 눈을 똑 바로 보지 못하고 애매한 곳을 시선 으로 더듬었다.
“아…… 그렇지.”
“네.”
“그래, 휴가. 그래……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가야지, 휴가. 그래, 가기로 한 건 가야지.”
“아, 감사합……
“그런데……
“네‘?”
강진호가 이현수의 시선을 살짝 외면하며 말했다.
“휴가는 어디로 가려고?”
“……몰디브요.”
“몰디브라……. 좋지, 좋은 곳이 지.”
가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지만.
“그런데 요즘은 중국으로도 여행 많이 간다던데?”
“그냥 그렇다고, 그냥. 꼭 가자는
건 아니고.”
“으음, 춥군.”
강진호가 몸을 떨며 차로 향했다.
천하의 강진호도 추위에 떨게 만 드는 겨울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