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90)
마존현세강림기-1292화(1289/2125)
마존현세강림기 52권 (24화)
5장 거래하다 (4)
“농담이야.”
“ 진짜로.”
이현수가 철갑을 씌운 듯한 얼굴 로 액셀을 꾹 밟았다. 차가 살짝 거 칠게 나아가며 꿀렁인다.
“아닙.니.다. 회주님.”
이를 악문 듯한 목소리였다.
“휴가는 언제라도 갈 수 있습니 다. 그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니 까요. 하지만 이건 국운과 총회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사안 아니겠습 니까?”
“괘념치 마십시오. 저는 괜찮습니 다.”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말하려는 순간, 이현수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 려왔다.
“다만, 줬다 빼앗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마 현주가 제 목을 따려고 들겠지만…… 괜찮 습니다. 그래도 애정이 있는데 죽이 기야 하겠습니까? 간당간당하게 붙 여는 놓겠죠.”
협박인지 위로인지 모를 말이 이 어졌다.
“그냥 농담……
“회주님.”
“ 웅?”
“원래 농담이라는 게 뼈가 담겨 있는 겁니다.”
괜히 장난쳤다가 본전도 못 찾는 강진호였다.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이현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휴가는 한 주 미뤄도 상관없습니 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니까요.”
“괜찮아. 휴가 가.”
“회주님, 농담이 아니라……
“나도 농담 아냐.”
“••••••예?”
“굳이 네가 없어도 괜찮을 것 같 아서 말이야.”
이현수가 미간을 좁혔다.
“예?”
“같이 중국에 갈 것도 아니고, 한 국에 남아 있을 거잖아. 그럼 딱히 할 게 없지.”
어?
그러고 보니?
생각해 보면 이번 일은 중국에서 벌어진다. 중국의 상황을 실시간으 로 파악하는 게 불가능한 이상, 한 국에 남은 이현수가 할 건 없었다.
중국에 함께 간다면 나름의 역할 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현
수가 중국에 넘어가는 건 리스크가 너무 컸다.
어떤 변수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 황에서 스스로의 몸을 지킬 수 없는 이현수는 짐 덩이가 될 확률이 높 다.
“아니, 그래도 제가 한국에 있으 면서 나름 주변 상황 파악도 하 고……
“굳이?”
이현수가 울컥해서 룸미러를 바라 보았다.
강진호가 태연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고 있다.
“제가 도움이 안 된다는 말씀은 아니겠죠?”
“그런 말은 아닌데……
강진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맺 힌다.
“적당한 사용처라는 게 있는 법이 잖아. 이번에는 이 실장이 나설 곳 이 없을 것 같은데?”
순간, 이현수의 이마에 핏대가 섰 다.
휴가를 못 가는 건 참을 수 있다.
이현주에게 지옥같이 시달리는 것 도 감내할 수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야근도, 천 근처
럼 밀려오는 피로도 모두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현수가 딱 하나 참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휴가 안 갑니다.”
“이번 일로 제가 얼마나 유용한 인간인지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이겠 습니다!”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이현수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고생을 사서 하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가라고, 가라고 이렇게까지 하는 데, 굳이 일을 하겠다고 악을 쓰는 것을 보니, 황당함을 넘어서 안쓰러 울 지경이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아무리 능력과 열정이 중요한 세 상이라지만, 이현수는 정도를 넘어 도 한참 넘었다.
저 사람에게 일을 빼면 뭐가 남 을까?
“ 여하튼.”
강진호가 딱 잘라 말했다.
“이미 정해진 거니까 다녀와.”
“안 갑니다.”
“가라니까.”
“안 간다니까요.”
이거, 뭔가 좀 반대로 된 것 같은 데?
아무리 사는 세계가 평범한 세계 랑은 조금 다르다지만, 상황이 이렇 게까지 뒤집혀도 괜찮은가?
“좀 가••••••
“절대 안 갑니다. 차라리 저를 자 르십시오.”
“……아니, 해고는 못하지.”
“해고하실 것 아니면, 휴가 가라 는 말씀 마십시오.”
어느 회사의 노동조합이 들으면 당장 머리를 깨버리겠다고 달려들 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대는 이현수였다.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이 피와 눈물 로 쟁취해 낸 권리가 이곳에서 뭉개
지고 있었다.
“어차피 휴가 가서 뭐 해야 하는
지도
모르는데, 차라리 잘됐습니다.”
“그럼 계획을……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흠, 일단 알겠습니다.”
강진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과 치료를 보내봐야겠어.’
어차피 총회에 제정신 박힌 놈이 몇이나 있겠냐마는, 이현수는 그중 에서도 중증이다.
“그런데……
이현수가 화제를 바꿨다.
“중국에 직접 갈 생각이십니까?”
“가게 된다면.”
“으음.”
“왜?”
“아니요. 그게……
이현수가 한 손으로는 핸들을 잡 은 채 다른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 다.
“사안이 사안이라는 건 알고 있습 니다만, 그만한 일에 회주님이 직접 움직이는 것도 모양새가 그리 좋지 는 않다 싶어서 말입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모양새?”
“단순히 체면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닙니다. 사실 이상적인 총회의 운 영은 회주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참 여하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 아니 겠습니까?”
“그렇지.”
“정말 긴급하거나 중요한 일에는 회주님이 직접 나서시는 게 맞겠지
만……
“이번 일은 그 정도는 아니다?”
“제 판단으로는 그렇습니다.”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누굴 보내지?”
“그야••••••
“바토르?”
“농담이시죠?”
이현수가 기겁을 했다.
바토르는 믿음직한 사람이다. 우 둔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그 머리에는 날카로운 이성이 숨 쉬고 있다. 그가 얼마나 냉정하고 현명한 지는 이번 일본과의 전쟁에서 그대
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번 일만은 절대 바토르 에게 맡길 수 없다.
‘이건 암살이라고.’
호랑이에게 바다에 가 미역을 채 취하라고 시키는 꼴이다.
세상에 수많은 무인들이 있지만, 그중 암살이라는 일과 가장 어울리 지 않는 사람을 하나만 고르라면 주 저 없이 바토르를 고를 것이다.
“바토르 님이 공항에 떨어지는 순 간, 전 대륙이 다 바토르 님이 중국 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 다.”
“……그렇겠지.”
이건 강진호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럼 장민?”
“나쁘지는 않지만, 지금 일본에서 한창 바쁘게 일하시는 분을 이런 일 로 불러들인다는 게 좀……
그리고 정말 나쁘지 않은가도 고 민을 좀 해봐야 한다.
장민은 평소에는 다른 이들에 비 해 조금 침착한 편이지만, 막상 손 을 쓸 때는 과한 면이 있었다. 암살 이라는 게 특정 타깃만을 빠르게 제 거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걸 감안하 면…….
‘나 같으면 다른 사람을 쓰겠지.’ 그럼 남는 건…….
“위긴스?”
“중국에 서양인 암살자는 좀
폼이야 나겠지.
잘생긴 노인 암살자라니. 망한 영 화 같은 것보다는 백배 나을 것이 다. 하지만 그건 영화일 때의 이야 기다.
“그럼 방 이사?”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새삼 깨닫는 일이지만, 이사진들
중에는 평범한 사람 하나가 없다. 강진호도 눈에 띈다면 눈에 띄는 사 람이고, 특이하다면 특이한 사람인 데, 도무지 강진호 대신 보낼 만한 이사가 없다.
임무는 나름 잘해낼 것 같은 사 람은 있지만…….
‘좀 평범하게 생기면 어디가 덧나 나?’
은밀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지켜지지 않는다. 그나마 그중에서 는 평범해 보이는 방진훈도 지나가 다가 갑자기 불심검문을 당해도 억 울하다 항변할 수도 없는 외모 아닌
가.
아무런 이유 없이 중국 공안에게 체포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와도 누구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저 한숨만 내쉬겠지.
‘이래서 애들을 키워야 한다니까.’ 마염들이 나설 수 있다면 좋겠지 만, 놈들은 지금 일본에 가 있고, 마염이 아닌 젊은 무인들은 아직은 이런 임무에 투입하기는 미덥지가 않다.
‘선수층 얇은 축구 구단의 감독이 된 기분이네.’
에이스는 확실하지만, 후보진이
너무 얇아서 이미 쓴 선수를 계속 돌려 쓸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야 문제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주 전 선수의 체력 방전이 벌어질 수밖 에 없다.
처방이야 간단하다. 적절한 선수 를 영입해 오든가, 유소년 육성에 투자하는 수밖에.
“요즘 애들이 훈련 잘 받고 있나 모르겠네요.”
“응‘?”
이현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더 개같이 굴려야겠어.’
빠른 시일 내에 이런 일에는 강
진호가 나서지 않을 수 있게 만들어 야 한다. 총회를 위해서도, 강진호를 위해서도.
“여하튼 저는 이번 일에 절대로 참여할 겁니다.”
“……그거 병이야.”
“괜찮습니다.”
강진호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현수 역시 강진호의 반응을 이 해하지만, 이번만은 그도 양보할 수 없었다.
‘위험해.’
서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건 생각 이상으로 큰 사 안이다.
첫째로 이 일이 정부의 의뢰를 받아 종회가 처음으로 진행하는 사 안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둘째로는…….
‘중국, 그리고 북한.’
중국은 굳이 말할 것도 없이 총 회의 가장 큰 적이다. 원탁과 일본 이 정리된 이상, 거의 유일하게 남 은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확하게 말하면, 그중에서도 홍 왕계가 총회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지금은 동맹이라는 허울로 서로의 얼굴을 감추고 있다 고는 하나, 총회는 중국을 믿지 않 고, 홍왕계 역시 총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중국 땅으로 걸어 들어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은…….
‘정보가 너무 없어.’
잘 안다는 듯이 떠들기는 했지만, 북한이라는 곳이 미지수의 영역인 건 이현수도 마찬가지다. 지금 와서 정보를 긁어모으기에는 시간이 촉박 하다.
결국 북한이라는 곳이 얼마나 변 수가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 황에서 중국으로 가야 한다는 건 데…….
‘개막장이네.’
하나하나 정리해 보니, 이번 임무 가 얼마나 위험한재 새삼 깨닫게 된 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해봐야 강진 호는 그렇기에 자기가 가야 한다는 말을 할 게 빤하다.
“후우.”
살짝 가슴이 답답해진 이현수가 슬쩍 강진호를 룸미러로 힐끗 봤다.
“피워.”
귀신인가?
“가, 감사합니다.”
예전에는 눈치라고는 개미 눈꼽만 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귀신처럼 사람의 생각을 읽 는다.
담배를 꺼내 입에 문 이현수가 핸들을 잡은 채 불을 붙였다.
열린 창문 밖으로 연기를 뿜어낸 이현수가 슬쩍 강진호를 보며 입을 열었다.
“회주님, 이번 일은……
“이 실장.”
“예‘?”
강진호가 이현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이번 마약 사태로 피해 입은 사 람들에 대해서 조사해.”
“보상할 건 해야지.”
“회주님,
하지만 마약이라는
건……
“알아. 등 떠밀어도 안 할 사람은 안 한다는 것. 우리가 그 마약을 풀 지 않았어도 다른 마약을 했을 거라 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책임이 없 어지는 건 아냐.”
이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참 맞추기 힘든 양반이라니까.’
어떨 때는 감정이라고는 없는 악 마 같으면서도, 또 어떨 때는 과할 정도로 책임감이 강하다.
아마도 강진호가 살아가는 기준이 이 세상의 평범한 이들과는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예. 당장 조사하겠습니다, 회주 님.”
이현수가 이렇게 강진호를 따르는 것도 그 기준이 와닿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차가 전보다 조금 경쾌해져 앞으 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