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93)
마존현세강림기-1295화(1292/2125)
마존현세강림기 53권 (1화)
1장 정진하다 ⑴
“후욱! 후욱! 후욱! 후욱!”
이시카와 겐토는 심장이 터져라 달렸다.
‘저 악마 같은 놈들.’
달리는 와중에도 그의 시선이 자 꾸 뒤를 살핀다. 이러면 속도가 더 늦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뒤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다.
금방이라도 등 뒤에서 시뻘건 손 이 날아들어 그의 등을 꿰뚫어 버릴 것 같으니까.
“후욱! 후욱!”
다리에 감각이 없다.
발을 내딛는 둔중한 느낌이야 있 다지만, 다리에 하중이 걸리는 느낌 이 들지 않는다. 용케도 달리고 있 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시작은 좋았다.
아니, 좋았다기보다는 간절했다.
‘빌어먹을 한국 놈들!’
신니치카이를 위시로 한 연합군이 한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한 국 놈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일본의 무인계를 흙발로 짓밟고 들어왔다.
마치 이곳이 본래 자신들의 땅이 었다는 것처럼 당당하게 걸어 들어 와 복종을 강요했다.
당연히 참아낼 수 있을 리 없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같은 일을 벌였어도 어마어마한 반발이 터졌을 텐데, 더구나 한국이 아닌가.
하지만 대놓고 반발하는 이들은 없었다. 전쟁에서 패한 건 사실이고, 일본을 지배하기 위해 한국에서 넘
어온 이들은 너무도 잔인하고 강했 다.
드러나게 반발하는 이들은 처참한 죽음으로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누르면 튀어오르는 게 인 간.
뜻을 같이한 몇몇 이들을 중심으 로 반한국 결사대가 조직되었다. 암 암리에 믿을 만한 이를 영입하고, 마침내 적당한 수가 모였다 싶어 이 제야 첫 성과를 내려는 시점이었는 데…….
그놈들이 쳐들어왔다.
인간 같지도 않은 악마들.
밀회 장소에 난입한 그들은 인간 을 고깃덩어리처럼 썰어 댔다. 사로 잡을 필요도 없고, 오로지 죽이기만 하면 된다는 듯이 말이다.
사람을 죽이며 그들이 질러 대던 고함과 웃음소리가 겐토의 귀에 박 혀 사라지지 않는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대체 어디서 정보가 새어 나간 걸까?
배신?
아니면…….
아니,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이 다.
중요한 건 그딴 게 아니다. 어떻 게든 이곳에서 살아남…….
푸욱!
그 순간, 겐토가 바닥에 처박혔 다.
“끄으윽!”
다리에서 끔찍한 통증이 느껴진 다. 고개를 내리자 오른쪽 허벅지에 긴 철근이 박혀 있다.
“끄윽••••••
겐토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다리에 박힌 철근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채 철근을 빼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에 게 다가왔다.
“하, 이 새끼. 존나 빠르네.”
“마, 철근을 꽂으면 어떻게 해? 파상풍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다리 자르면 되잖아. 그리고 어 차피 죽일 거 아냐?”
“잡아 오라잖아.”
“잡긴 개뿔이. 그냥 죽이면 되지. 그런데 그 새끼는 요새 영 강압적이 다‘?”
“대리님이시다. 처 맞기 싫으면 아가리 닫고.”
“누가 누굴 쳐?”
피식피식 웃으며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겐토는 질린 눈으로 그들을 바라 보았다.
사람이 바로 앞에서 다리에 철근 이 박혀 피를 흘리고 있는데, 낄낄 대며 웃고 떠든다.
도무지 인간 같지가 않다.
“이거 어떻게 해? 끌고 가?”
“귀찮은데…… 그냥 죽일까?” 그때 였다.
“비켜, 새끼들아.”
누군가가 뒤쪽에서 천천히 걸어온 다. 다가오는 이를 발견한 두 사람 이 슬쩍 길을 터주었다.
그 사이로 걸어 들어온 이는…….
뭐랄까.
확실히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이전의 둘 과 다를 것이 없지만, 풍기는 분위 기에서 ‘격’이 다르다는 느낌이 온 다.
아마도 이놈이 책임자겠지.
슬렁슬렁 겐토의 앞까지 걸어온 이가 겐토를 보며 쪼그려 앉았다.
“어이.”
“한국말 할 줄 아나?”
사내가 슬쩍 고개를 돌린다.
“니들은 일본어 할 줄 알아?”
“바랄 걸 바라야지.”
“……미안하다.”
그때, 겐토가 입을 열었다.
“너희는 절대…… 목적을 이루지 못할 거다.”
“ 오?”
사내가 씨익 웃는다.
“한국말 할 줄 아네. 이게 그 한 류인가 뭔가 때문인가?”
“개 같은 소리.”
겐토가 이를 드러냈다.
“언젠가는 우리가 너희를 지배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해서 미리 익혀둔
것뿐이다.”
“다행이네. 그래도 익힌 걸 써먹 을 수는 있는 세상이 됐잖아?”
사내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왕이면 좋은 방향으로 썼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이••••••
겐토의 눈에 핏발이 섰다.
“이런 짓을 하고도 너희가 사람이 라고 할 수 있나?”
“우리가 뭘 어쨌는데?”
“너희가 몇이나 죽였는지 알고 있 어?”
“아, 알지. 알고말고. 그런데 괜찮
아. 너희가 죽인 한국…… 아니, 조 선인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너희 가 한반도에서 죽인 사람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말도 무색할 정도니 까.”
사내가 손을 뻗어 겐토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러니까 엄살 피우지 마. 우리 가 사람 잡아다가 총알받이로 썼냐, 아니면 성노예로 끌고 가기를 했냐? 기껏해야 반항하는 새끼 몇 놈 죽였 다고 너희한테 그런 말 들을 이유 없어.”
겐토가 피 묻은 이를 드러냈다.
“언제 적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 야! 그것도 다 날조된 말을!”
“ 날조?”
사내가 피식 웃었다.
“아, 뭐, 좋아. 차라리 그렇게 하 자고.”
콰득!
사내가 겐토를 바닥에 그대로 처 박았다. 그러고는 아랫배를 강렬하 게 걷어찬다.
“쿨럭!”
겐토가 아랫배를 움켜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그냥 그러는 게 낫겠다. 우리가
나쁜 새끼고, 너희는 그냥 힘이 없 어서 당하는 거야. 생각해 보니 이 유가 있으면 너희가 덜 억울할 것 같으니까, 그냥 이게 낫겠다.”
사내가 과격하게 켄토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가슴이 순간적으로 움푹 들어가는 모습이 똑똑히 보인다.
“어이, 너무 심한 거 아냐?”
“그러다가 죽겠어.”
먼저 온 이들이 사내를 말렸다.
“그래서?”
하지만 사내가 차가운 눈으로 돌 아보자 둘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원하면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저 새끼 끌고 가. 자해하지 못하게 감시 잘하고. 고문이든 뭐든 해서 배후까지 술술 불게 만들어주지.”
“……알았어.”
두 사람이 겐토를 움켜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힐끔힐끔 사내를 돌아 보는 걸 잊지 않았다.
‘살벌하네.’
‘쟤 왜 저러냐? 예전에는 안 저랬 는데.’
‘난들 알겠어?’
명령을 듣는 것까지는 이상할 게 없다. 아무리 허울이라지만, 사내는
그들의 상급자니까.
하지만 그 명령으로 가는 과정이 예전과는 좀 달라졌다. 순간순간 울 컥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 만, 이상하게도 납득하게 된다.
멀어지는 이들을 보며 사내, 이명 환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마기가 그의 손을 타고 연 기처럼 흘러나온다.
“흠.”
이명환이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렸 다.
몸 안에 힘이 넘치는 느낌이다.
‘기이하군.’
조금 전, 적들을 쓸어넘기던 감각 이 그의 몸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과한 충족감이었다.
‘나는 얼마나 강해진 거지?’
비교할 대상이 없어 스스로의 실 력을 가늠할 수가 없다. 확실한 것 은, 이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비슷하 게 느껴지던 동료들이 나약해 보이 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강해진다.’
가공할 속도로.
이명환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악당이 웃는 광경이로군.”
이명환이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장민이 느긋하게 걸 어 나왔다. 이명환이 공경을 담아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굳이 오지 않으셔도 되셨을 텐 데.”
“네놈은 너를 믿겠지.”
“ 예?”
“하지만 나는 아니다.”
“목에 힘을 빼라, 애송이. 하찮은 힘을 손에 넣었다 해서 으쓱할 것 없다.”
이명환이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 다. 확실히 장민의 말이 맞다. 그가 얻은 힘은 아직 하찮은 수준이다. 이 힘으로는 이사진들은 물론이고, 천태훈들도 확실히 압도한다는 보장 이 없다.
다만…….
‘이 속도로 강해져 간다면 이야기 가 다르지.’
강진호에게 수련을 받을 때도 말 도 안 되는 속도로 강해진다고 느꼈 지만, 장민에게 수련을 받고부터는 그 속도가 배가된 느낌이다.
어쩌면…….
쿵!
그 순간, 장민의 주먹이 이명환의 얼굴을 그대로 강타했다.
이명환이 피를 뿌리며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가 바닥에 착지한다.
턱!
바닥에 내려선 이명환이 본능적으 로 코를 움켜쥐었다. 새빨간 피를 확인한 이명환이 재빨리 몸을 세워 부동자세를 취했다.
“이 쓸모없는 놈이……
장민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자각한 이명환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기억해라. 그리고 네 영혼에 새 겨라.”
“예.”
“너는 오로지 마존을 위해 존재한 다. 그 개만도 못한 머리로 티 끝만 큼의 의심조차 담으려 들지 마라.”
“명심하겠습니다.”
순간적으로 어쩌면 교육이라는 측 면에 있어서는 강진호보다 장민이 더 뛰어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설사 그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장민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 는 일이었을 것이다.
장민의 세계는 오로지 강진호로 가득하니까.
이명환은 무인계를 살아가며 수많 은 광인들을 봐왔지만, 장민과 같은 이는 맹세코 처음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그가 봐온 이들과 는 다른 의미로 미쳐 있다. 그의 세 상은 오로지 마교로 가득하고, 그 마교는 오로지 강진호를 위해 존재 한다.
자신이 강진호를 위해 살아간다는 걸 이성이 아닌 본능으로 인지하는 사람이다.
광신도.
아니, 그 말조차 부족하다.
“의심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어리석은 놈’.”
장민이 날카로운 눈으로 이명환을 노려보았다.
“너를 강하게 만든 것은 나의 힘 이 아니라 마존의 권능이시다. 나는 그저 너에게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에 불과하다. 길을 닦은 이는 따로 있는데, 표지판을 설치해 주었다고 그분이 아닌 내게 감사를 표한다는 말이냐? 짐승도 네놈처럼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환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일은 대충 마무리된 것 같군. 돌 아간다.”
“저…… 장로님.”
장민이 말없이 이명환을 돌아보았 다.
그 눈빛을 받은 이명환이 움찔하 며 고개를 숙였다.
장민은 강진호와는 다르다.
강진호는 그 힘과 능력으로 자연 스러운 복종을 얻어낸다. 하지만 장 민은 자신이 가진 힘과 능력으로 적 극적으로 상대를 내리 누른다.
마교라는 거대한 문파를 이제껏 이끌어온 장민의 카리스마는 감히 이명환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 니었다.
아니, 거꾸로 말하면, 그동안 강 진호가 그들을 더없이 온화하게 대 해주었다는 뜻도 되겠지.
이명환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하나 여쭤도 되겠습니까?”
대답은 즉각 돌아왔다.
“마존께서는 언로를 막는 것이 교 를 썩게 만든다 하셨다. 교에서는 누구에게나 어떠한 질문도 할 수 있 다. 그것이 마존의 뜻이시다.”
“그럼 실례를 무릅쓰고 하나 묻겠 습니다.”
이명환이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너무도 궁금했지만, 그동안은 감 히 물을 수 없던 것.
“회주님께서 그토록 위대하다면, 왜 제가 장로님의 수련을 받으면서 더 강해지는 겁니까?”
“허?”
장민이 어이가 없다는 듯 이명환 을 보며 말했다.
“이 어리석은 놈. 그걸 모른다는 말이더냐?”
“……예.”
“그건 아주 간단하다. 마존께서 너무도 위대하시기 때문이지.”
이명환의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일그러졌다.
‘답이 없다.’
이 사람은 진짜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