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94)
마존현세강림기-1296화(1293/2125)
마존현세강림기 53권 (2화)
1장 정진하다 (2)
“납득 못하는 얼굴인데?”
“……설마요.”
“쯧.”
장민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 개를 내저었다.
“설마 내가 지금 그저 마존을 띄 우기 위해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
는 건 아니겠지? 그게 아니면 내가 마존과 관련된 일만 엮이면 제정신 으로 생각을 못한다거나.”
“ 대답.”
“아, 아니, 뭐……
그걸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힘 들 것 같습니다, 장로님.
세상에는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 한심한 놈.”
장민이 혀를 차더니 입을 열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바다의 넓음 을 알 수 있을 리 없지.”
“아니, 그게 상식적으로……
“내가 너를 이끌 수 있던 이유는 내가 대단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 려 내가 못났기 때문이지.”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 다.”
“네가 폰 노이만에게 수학을 배운 다면 다른 이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폰 노이만이 누군데요.”
장민이 살짝 당황하는 얼굴을 했 다.
“처, 천재 수학자.”
“더 나은 사람에게 배우면 더 잘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무학을 하나도 모르는 이에게 무 학을 가르치는 게 쉬울 것 같으냐?”
“어렵겠죠.”
“마존께서는 그런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 마존의 입장에서는 평생을 수학을 연구한 세계 최고의 석학이 유치원생에게 수학의 기초를 가르쳐 야 하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인 거 지.”
“……아!”
뭔가 이해할 것 같았다.
“그분께서는 평범한 이들과는 다
른 세상을 사신다. 적어도 무학과 마공에 관한 한 그분의 이해도를 뛰 어넘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 만 오히려 그게 독이 될 수 있다. 마존께서는 논리가 아닌 감각으로 이해해 버리는 영역을 논리로 풀어 가르쳐야 하는 딜레마를 겪으시는 것이다.”
“아! 그거, 게임할 때……
“그렇지.”
이명환이 납득이 갔다는 듯 격하 게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 게이머에게 어떻게 하면 게 임을 잘하느냐고 물으면?
– 꼼꼼하게 잘하세요.
그 이상의 답변은 나올 수가 없 다.
애초에 특정 영역을 넘어간 이들 은 논리가 아닌 감각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최고의 스포츠 선수는 오히려 감독으로는 낙제점이 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재능을 타고난 이들은 평범한 이 들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설명 을 하려 해도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마존 과는 다르기에 너희의 수준에 맞춰 줄 수 있지.”
“교수와 교사가 있으면, 초등학생 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는 교사가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거네요.”
“그렇다. 흐}•지만 그렇다 해서 교 사가 교수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해했습니다.”
이명환은 두 가지 부분에서 경악 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나름 평범한 무인급은 된
다고 생각하는 이명환과 강진호의 차이가 그렇게 어마어마하다는 게 첫 번째고…
‘무슨 영감님이 게임 비유를 알아 듣지?’
스스로 말해놓고도 실수했다고 생 각했는데, 찰떡같이 알아들어 말을 이어갔다. 강진호의 무위에 놀라야 할지. 이 영감님의 지식에 놀라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수괴는 잡았나?”
“수괴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쪽에 서 보호하려 한 이는 생포했습니 다.”
“생포?”
“예.”
“쓸데없는 짓을.”
장민이 고개를 내저었다.
“살려둬도 쓸데가 없다.”
“정보를 빼내려고 합니다.”
장민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고문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필요하다면.”
장민이 가라앉은 눈으로 이명환을 바라보았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겠지?”
“예.”
“나는 딱히 말릴 생각은 없다. 이 제 와 성인군자인 척하는 건 네게 도, 내게도 우습기만 한 일이니까.”
이명환은 아무런 말 없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심해라. 네 가 하려는 일은 무슨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입니다.”
“사사로운 감정이 끼어들지 않는 다는 말로 면피하지 마라.”
이명환이 살짝 얼굴을 굳혔다.
“네가 사적인 원한을 담지 않고, 그저 회와 교를 위해서 행하는 일이
라고 해서 네 잘못이 사라지지는 않 는다.”
“ 어째••••••
“모든 악의는 대의로 포장되기 마 련이지. 한국과 중국을 침략한 일본 인들이 그토록 잔인할 수 있던 이유 가 뭔지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악행을 저지른다는 자각이 없었 기 때문이다.”
이명환이 의아한 눈으로 장민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인지……
“말 그대로다. 그들은 자신이 악
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자각이 없었 다.”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그들의 손에 죽어 나간 사람이 몇인데 스스로의 악행에 대한 자각 이 없단 말인가. 하지만 쉽사리 반 박할 수 없는 것은 장민이 그 시대 를 직접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의라는 건 사람에게 의지와 목 표를 만들어주지만, 때로는 사람을 집어삼키기도 하지. 더 큰 것을 이 룬다는 변명은 눈앞의 모든 것을 하 찮게 만들어 버리니까.”
“그놈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눈 앞에서 살인을 저질러 댔지만, 그놈 들에게 그건 살인이 아니었어. 더 큰 일을 위해 벌이는 수단이었던 게 지.”
이명환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 다.
“천 명을 죽여 수억 명이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 그놈들이 꽤나 공공연히 떠들던 이야기지. 물론 지 금의 너나 나는 그 말이 얼마나 큰 헛소리인지 알지만, 당시의 놈들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 말을 그
대로 믿었지.”
그러니 잔혹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이 벌이는 일을 의심 하지 않을 수 있다.
신앙에 모든 것을 맡겨 버린 광 신도가 자신의 죄를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대의라는 헛된 이름에 함몰 된 인간은 자신이 저지른 모든 일을 대의의 이름으로 포장해 버린다.
장민은 지금 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총회도, 교도…… 네게 대의를 위해 희생하라 하지 않았다. 그저 충성하라 했을 뿐이다. 충성은 맹목
적이되, 맹목적이지 않다. 네가 충성 이란 이름으로 행하는 일이, 네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는 사 실을 명심해라.”
“……예.”
조금 복잡한 말이지만, 간단히 정 리하자면 죄를 지으면서 회주님의 핑계를 대지 말라는 소리다.
자신이 벌이는 모든 것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명환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강진호에게 충성한다는 명분이 아 니라 그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면, 지금 벌이고 있는 일들을 정말 떳떳하게 진행할 수 있을까?
깔끔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없다.
“어리석은 이들은 충성을 맹목적 으로 따르는 것이라 생각하지.”
“..예 ”
“하지만 진정한 충성은 스스로를 갈고닦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바치 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나를 바치 는 것이 진정한 충성이다. 너는 항 상 고민하고 고민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장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염을
쓸어내렸다.
‘나쁘지 않아.’
꽤나 똘똘하다.
무학에 대한 재능은 조금 부족하 지만, 애초에 장로라는 직책은 무학 이 중요한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정세를 보는 안목과 혼들리지 않는 충심이 다.
이명환은 그 둘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교도가 아니라는 점은 아쉽지만.’ 그건 언제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강진호가 직접 손을 봐준 덕분에 이명환은 앞으로도 한참 더
강해질 수 있다. 이 추세대로 성장 할 수 있다면, 몇 년 내로 총회를 대표하는 무인이 될 수 있을 것이 다.
장민은 마염들을 총회 소속으로 그대로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이현수의 생각이 어떤지는 모르겠 지만, 아무리 출신이 총회라고 하더 라도, 마공을 익힌 강진호의 친위대 가 마교 소속이 아니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건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문 제다.
마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장로들이 다른 녀석들을 가르치 는 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
“이제 막 시작한 모양입니다.”
“흐음, 그렇군.”
장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을 점령하는 게 전부가 아니 지.’
시키는 일만 하는 놈들은 평생 거기까지다. 장민은 이번 일을 진행 하면서 세 가지를 동시에 노리고 있 다.
첫째는 일본 무인계의 완벽한 장 으]’.
둘째는 이현수의 말대로 한국의
조직들과 연계하여 일본의 암흑가를 완전히 손에 넣는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함께 일본으 로 넘어온 마염들의 재교육과 정예 화다.
장민이 피식 웃고 말았다.
‘주객이 전도되었구먼.’
누가 뭐래도 장민이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은 교에 대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장민은 교가 아니라 총 회의 일을 우선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강진호의 명령이라고는 해 도 장민의 머릿속에서 변화가 벌어 지지 않았다면 이렇지는 않았을 것
이다. 어느새 장민 역시 마교와 총 회를 한 식구라 여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사람이란 참 재미있군.”
“예‘?”
“아니다.”
장민이 손을 내저었다.
‘하기야……
마교를 받아주고 새 삶을 안겨준 이는 누가 뭐라 해도 마존이지만, 막상 그 일들을 실제로 계획하고 실 천한 것은 총회와 이현수다.
그들 덕분에 마교도들이 생활에 대한 걱정 없이 마공에만 전념할 수
있다. 심지어 마교도들의 가족까지 한국으로 데려오는 건 장민조차 전 혀 생각하지 못한 호의였다.
교도들 역시 그들의 호의를 이해 하는지,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딱히 트러블을 만들어내지 않고 있었다.
‘한 식구라……
재미있는 말이다.
중원에서도 무시당하던 그들이 이 먼 땅에 와서 새로운 형제를 만나다 니. 이래서 삶이란 재미있는 것이다.
“받은 만큼은 내놓아야지.”
“이 명환.”
“예, 장로님.”
“이번에 잡은 이에 대한 처리는 내게 맡겨라.”
“••••••예?”
“너보다는 내가 낫겠지.”
“하, 하지만 장로님.”
“걱정할 것 없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 으니까 말이다.”
장민이 씨익 웃었다.
‘죄악이라……
나쁘지 않지.
이명환에게 대의에 함몰되지 말라 경고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바로 장민이 세상 그 누구보다 그런 인간이기 때문이다.
장민은 마존과 교를 위해서라면 기름을 전신에 두르고 지옥불에 뛰 어드는 것조차 주저하지 않을 것이 다. 지금 저지른 죄악 때문에 억겁 의 세월을 지옥불에서 고통받는다 하더라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옷으 며 죄를 행할 수 있다.
장민의 목표는 아주 간단하다.
마존을 따르고, 그의 의지에 따라 교를 부흥시키는 것.
그리고…….
‘다시는 교에서 나와 같은 괴물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고통의 세월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장민은 자신의 후예들만은 그 처절한 운명에서 벗어날 기회를 주고 싶었다.
‘노욕이 지.’
장민은 자신의 나이를 알고 있다.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그의 목적 이 이루어지는 날보다 그가 죽는 날 이 더 빠를 확률이 높다는 것도 알 고 있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그가 죽어서라도 마교도들의 웃음
소리가 들려오는 그날이 온다면, 장 민은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서도 더 없이 즐겁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