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295)
마존현세강림기-1297화(1294/2125)
마존현세강림기 53권 (3화)
1장 정진하다 (3)
“ 중국?”
“……네. 출장.”
“으음.”
백현정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는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정말 출장 때문에 가는 거 맞 지?”
“네.”
백현정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강 진호를 흘겨보았다.
촉이 온다.
그의 아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감 정을 감추고 있지만, 그녀는 어머니 가 아닌가.
‘뭔가 수상한데?’
백현정이 영 찝찝하다는 기색을 풍기자,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돌렸 다.
“사업을 하다 보면……
“사어어 업?”
백현정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이제는 글로벌하게 노시 겠다?”
“꼭 그런 건 아닙니다만.” 백현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잘난 아들 둔 죄지.’
다른 집 아들들은 지금쯤 한창 대학을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든가, 부모님께 용돈을 달라고 궁시 렁댈 나이건만, 그녀의 아들은 중국 으로 출장을 간단다.
그것도 회사에서 시켜서가 아니라 제가 사장이라.
보통 이런 경우는 부모가 회장이 겠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아들은 자 수성가의 끝판왕이자, 개천에서 솟 구쳐 오른 불사조였다.
“오빠, 중국 가?”
“응.”
강은영이 지원사격을 시작했다.
“ 언제?”
“다음 주에……
“다음 주?”
강은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다음 주에 이사 언니도 중국 간 다던데, 오빠랑 같이 가는 거야? 진 짜 일 있어서 가는 거 맞아?”
“맞다니까……
“그럼 무슨 일 때문에 가는데?”
“응?”
“아니, 뭐, 목적이 있을 거 아냐. 무슨 사업을 하는데 누구를 만나러 간다든가.”
강진호가 입을 닫았다.
‘거기까진 준비 안 했는데…… 빨리 어떻게든 변명을…….
“이사라니? 최연하 씨 이야기하는 거니?”
늦었다.
강진호의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얘, 진호야. 너, 최연하 씨랑 같 이 중국 가니?”
“……시기가 겹친 것뿐입니다. 같 이 안 갑니다. 저는 다른 일을 해야 해요.”
“그럼 그게 무슨 일인데?”
암살이요.
‘이건 말 못하겠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이게 왜 하필 시기가 겹쳐서
꽤나 억울한 일이다.
중국으로 가는 최연하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
은 했다. 하지만 그게 강진호가 직 접 중국으로 넘어가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꼬여 상황 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강진호가 생 각해도 자신이 하는 변명을 믿을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진호야.”
“엄마가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내가 꽤 열 린 사람이잖아.”
진짜요?
할 말이 너무 많지만, 그럴 타이
밍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죽었다 하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진호야, 엄마는 지금 네가 중국 에 간다고 이러는 게 아냐. 그리고 네가 최연하 씨와 같이 중국에 간다 고 이러는 것도 아니야. 엄마는 혹 여나…… 네가! 그럴 일은 없겠지 만, 별다른 일은 없는데 최연하 씨 랑 함께 중국에 가면서 엄마한테 거 짓말을 할까 봐 이러는 거야.”
“아니지?”
“그럼요.”
강진호가 순도 백 퍼센트 당당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이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절대 못 믿는 사람도 있 는 모양이다.
“그런데 왜, 무슨 일로 중국에 가 는지는 말을 못하실까?”
우득.
강진호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어깨를 살랑살랑 혼드는 강은영의 모습을 보자 최근에는 거의 느끼지 못한 ‘살의’가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한 번 잡아야겠어.’
여동생이란 누르고 눌러도 스프링 처럼 튀어 오르는 존재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다시 눌러주는 걸 잊어버 렸다.
“그래, 진호야. 네가 아니라고 하 면 엄마는 믿지. 다만……
그때 였다.
문을 벌컥 열고 나온 강유환이 짜증을 냈다.
“거, 믿는다고 하면 거기서 끝내 야지, 왜 또 말을 더 붙이려고 해! 진호가 무슨 초등학생이야?”
“아니, 당신……
“애가 지금 나이가 몇이야! 군대 도 갔다 와서 사업도 하는 애를 무 슨 유치원생처럼 다루려고 해! 그러
니까 애가 자꾸 밖으로 도는 거 아 냐!”
밖으로 안 돌았는데요?
죽어도 잠은 집에서 잤는데요?
아니, 편들어주시는 건 좋은데, 왜 허위 사실을…….
“내가 무슨 애를 유치원생처럼 다 뤘다고!”
“그럴 수 있는 나이야! 당신 말대 로 중국에 놀러 가면 어떻고, 여자 친구랑 같이 가면 또 어때서?”
“그럼 있는 그대로 말을 하면 되 잖아요.”
“당신이 그렇게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니까 애가 있는 그대로 말을 못 하는 거 아냐!”
아닌데요?
그런 게 아닌데요?
아니, 아버지. 왜 사태를 그렇게 몰아가십니까? 그럼 제가 뭐가 돼 요?
“진호야! 그러니?”
“아, 아뇨!”
“잘도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당신 은 그것 좀 고쳐야 돼!”
“하……
백현정이 황당하다는 듯 강유환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강
은영은 여기에는 절대 끼지 않겠다 는 듯 딴청을 부렸다.
“알았어요.”
백현정이 살짝 물러섰다.
‘뭐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왠지 죄 를 지은 것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 다.
강진호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아니, 그냥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를 왜…….
“ 진호야.”
“ 예?”
강유환이 흐뭇하게 웃으면서 강진
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괜찮다, 괜찮아. 부담 가지지 말 고 다녀와. 자식이 큰 뜻을 펼친다 는데, 밀어줘야지.”
표정이 과하게 부담스럽다. 그리 고 대사가 굉장히 작위적이다.
‘이거•…”
그 순간, 강유환이 강진호를 향해 살짝 윙크를 했다. 그러고는 나직하 게 속삭였다.
“최연하 씨한테 내 이야기 잘해줘 라.”
아…… 그거구나.
“저번에는 실수였다고 말해주고.”
강진호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아니, 그걸 이렇게 해결하면 어떻 게 하나! 그럼 자신이 뭐가 되나.
사람이 상황을 봐가면서 편을 들 어줘야지! 아니면 적어도 방법이라 도 고민하든가!
강진호가 슬쩍 백현정의 눈치를 봤다.
가면을 한 겹 씌운 듯한 백현정 의 표정을 보는 순간, 강진호는 모 든 것을 내려놓았다.
아, 이게 긁어 부스럼이구나.
내가 긁은 건 아니지만.
“어머니.”
“왜?”
이건 대책이 필요하다.
“확실히 말씀드려서, 이번에 중국 에 가는 건 그런 일 때문이 아닙니 다.”
강진호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중 요한 일입니다.”
백현정의 표정이 살짝 풀린다. 잔 소리는 꽤 하는 편이지만, 그녀의 강진호에 대한 믿음 역시 확고했다. 강진호가 이리 진지하게 말한다면
절대 거짓은 아니다.
“그걸 누가 아나
초를 치는 인간이 있기는 하지만.
“은영아.”
“응, 엄마?”
“밥이라도 얻어 처먹고 싶으면 입 닫아라.”
“네.”
강은영이 순식간에 다소곳해졌다.
나설 데와 나서지 않을 데를 구 분할 줄 알아야 즐거운 식생활을 보 장받을 수 있는 법이다.
“그래, 진호야. 그렇게 말해주면 내가……
“그리고 그 문제 말인데요.”
“ 응‘?”
백현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문제라니.
“이번에 중국에 다녀오면 인사드 리고 싶다던데요.”
“인사? 누가?”
“그…… 최연하 씨.”
강진호는 보았다.
갸웃하던 백현정의 몸이 굳고, 눈 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광경을.
아주 짧게 스치고 지나간 광경이 지만, 강진호의 예민한 감각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최연하 씨?”
“……예.”
“최연하 씨? 왜?”
왜라니.
“아무래도 만난 시간이 이제는 조 금 되니까, 인사는 드리는 게 예의 인 것 같다고.”
“그, 그렇지, 그럼. 인사하지 않는 다고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인 사까지 하러 오면 참 생각 있는 사 람이구나 생각하겠지. 생각. 그래, 그런데……
백현정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아니, 굳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뭔가 말을 해야 하는데 생각나는 말이 없는 모양이다.
강진호는 그때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눈치가 그리 빠른 편이 아닌 강 진호지만, 이건 너무 명확하다.
‘부담스러우시네.’
아, 물론 그렇겠지.
아무리 아들내미 여자 친구로 소 개를 받는 상황이라지만, 부담스러 울 게 딱히 없는 상황이라지만…… 원래 최연하는 그런 사람이다.
멀리서 보기에는 참 좋지만, 가까 이서 마주하기에는 심장에 좋지 않 은…… 뭐, 그런.
“물론 그…… 우리는 고맙지. 정 말 고맙지. 요즘이 그런 시대가 아 닌데, 와준다면 고마워야지. 그런 데…… 왜,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 가 나왔니?”
“아, 그게……
강진호가 슬쩍 강유환을 돌아보았 다.
움찔.
강진호의 시선을 받은 강유환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크게 헛기침을
했다.
“크흐흠. 뭐, 그런 것 까지 묻고 그래? 인사 오면 오는 거지.”
“당신은 잠자코 있어보세요.”
“아니, 뭐, 그냥 오래 만났으니 까……
뭔가 눈치를 챈 백현정이 강유환 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 여보.”
“응‘?”
“우리 집의 가훈이 뭐죠?”
“대답해 보세요.”
“저, 정직.”
“그래요, 정직. 이제 그럼 당신이 진호한테 말해보세요. 어떻게 대답 해야 하는지.”
강유환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 골 배어났다.
정직하라고?
이 상황에서?
극심한 딜레마다.
이득을 챙길 것인가, 이득을 놓고 정직할 것인가.
평소라면 당연히 후자라고 말하겠 지만, 후자를 선택하면…….
강유환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아버지다. 아무리 홁 밭을
구르는 미래가 정해져 있다 해도 아 버지로서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 지 않은가.
“사, 사실대로 말씀드리렴.”
“ 진짜로요?”
“그럼! 우리 가훈이 정직 아니냐!
난 항상 정직하게 살아왔다!”
“네. 그럼.”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전에 회사에서……
강진호가 강유환과 최연하 사이에 서 벌어진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살짝 포장은 해줬다. 그래도
아버진데.
하지만 나름 포장한다고 애썼음에 도 백현정의 귀에는 그리 좋게 들리 지 않은 모양이다.
그거야 뭐 어쩔 수 없는 노릇이 고.
백현정과 강진호를 번갈아 바라보 던 강유환이 흐믓한 얼굴로 입을 열 었다.
“그렇게까지 정직할 필요는 없었 는데……
쓸데없이 자세하고 오로지 진실만 을 말하는 놈 같으니! 아버지로서 뿌듯하기 그지없다.
“ 여보.”
“••••••예?”
“방 안으로 따라 들어와요.”
“아니, 여보.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백현정의 눈이 천천히 커진다.
‘호러 영화네.’
새로운 기법인가.
“여기서 할까?”
“방으로 가시죠.”
강유환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 럼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 더니 백현정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 갔다.
탁.
문이 닫힌다.
강진호와 강은영은 흥미진진한 얼 굴로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를 기울였다.
“뭐? 애를 유치원생처럼? 뭐? 다 시 한 번 말해봐요!”
“여, 여보, 그게 아니라……
“내가 살 수가 없어! 살 수가! 망 신도 정도껏이지! 애 여자 친구가 듣는데 그런 말을 해? 그럼 들키지 나 말아야지! 사람이 생각이 있어, 없어?”
“아니, 여보. 그건 좀 내려놓고!”
강진호와 강은영이 동시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빠는 좀 혼나봐야 돼.”
여기서 아버지를 옹호할 수 없다 는 게 슬픈 강진호였다.
어쨌든 간에 강유환의 장렬한 희 생으로 중국행에 대한 허락은 나름 쉽게 받아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눈을 감고 고개를 젓는 강진호의 귓가로 강유환의 비명이 아른하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