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01)
마존현세강림기-1303화(1300/2125)
마존현세강림기 53권 (9화)
2장 잠입하다 (4)
“이게 여권이라고?”
“와, 희한하네. 이게 어떻게 이렇 게 되지?”
“이건 위조 여권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냐‘?”
“그렇지.”
이사들은 앞에 놓인 여권을 신기
하다는 듯 살펴보았다. 일의 특성상 위조 여권을 꽤나 자주 보는 그들이 지만, 지금 그들이 보는 여권은 아 무리 봐도 위조의 흔적이 없었다.
“그야 이건 공식 여권이니까요.”
“크으, 나라가 도와주면 이렇게 되는구나. 어떻게 나도 하나 받을 수 있나?”
“……농담이시죠?”
“그럼 진담이겠냐?”
방진훈이 피식 웃었다.
‘살다 보니 이런 날이 다 오네.’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방 진훈이 느끼는 감정이 같을 수는 없
었다. 방진훈은 권력자들의 뒤를 닦 던 시절의 총회를 살던 이니까.
공식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정 부의 요청을 받아 국가의 일에 나선 다는 건 방진훈에게는 생소하고도 기이한 일이었다.
‘여권도 공식적으로 나오고 말이 야.’
물론 저 여권에는 강진호의 사진 만이 진짜일 뿐, 그 외 모든 내용은 다 가짜다. 이름부터 시작해서 맞는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천에 하나 만에 하나 문제가 되더라도 정교하 게 위조된 여권이었다는 말로 넘어
가면 그만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자, 여기 여권 챙기시고.”
강진호가 여권을 받는 모습을 본 방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뭔가 감개무량해서 잊었는 데 말이야.”
“예‘?”
“여권을 받는다는 건…… 비행기 타고 공식적으로 입국하는 거야?”
“물론이죠.”
“•…”거.”
방진훈이 뭔가 애매한 표정을 지
었다.
“아니, 거, 말이 안 될 건 없는 데……
그래도 되나?
사람을 암살하러 가는데 비행기 타고 당당하게 들어가도 되나?
뭔가 상식과 현실이 충돌하는 느 낌이 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 피 가짜 신분이니까요. 공식적으로 는 회주님은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 는 걸로 처리될 겁니다.”
“그야 당연하겠지만.”
전통적으로 밀입국을 선호하던 무
인계인지라 미묘한 거부감이 있다. 하기야 그렇다고 강진호더러 대충 바다에서 뛰어내려 헤엄쳐 중국으로 가라거나, 생선 비린내 가득한 어창 에 짱 박히라고 말할 수도 없으니.
“어, 잠깐만? 그럼 너도 비행기 타고 가냐?”
“예. 무슨 문제라도?”
“너는 배 타고 가, 새끼야!”
“그러고 싶지만, 저는 이번 임무 에서 회주님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 질 수 없습니다. 경보기 아니겠습니 까, 경보기.”
“끄웅.”
방진훈이 입맛을 다셨다.
“요새 놈들은 편한 것만 찾는다니 까. 내 때는 안 그랬는데.”
“……꼰대 같은 말 좀 하지 마.” 뒷말은 강진호가 한 것이다.
강진호의 입장에서는 요새 어린것 들이 자꾸 꼰대 짓을 해서 큰일이었 다.
“그리고 이건 항공권입니다. 일단,
이현수가 떨떠름하기 짝이 없는 어투로 말했다.
“한 장은…… 퍼스트 클래스고, 다른 항공권은 이코노미석이네요.”
이 새끼들!
적어도 일등석은 못 줘도 비즈니 스 한 장은 끼워줘야지!
이건 이현수에 대한 감정을 은근 히 표출하는 거라고밖에 볼 수 없었 다. 이현수가 대동한다는 걸 분명히 말했는데 퍼스트를 한 장만 보내다 니!
“일처리가 깔끔하네.”
“으음, 합리적이군요.”
다른 이사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 는 모양이었다.
“밖에 정부에서 온 이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들여보낼까요?”
“여기에?”
“네. 어차피 저들은 종회의 위치 를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굳이 숨기려 들 필요가 없으니까요.”
방진훈이 혀를 찼다.
“얼굴 보였다고 알몸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을 텐데?”
“국가를 너무 무시하시면 안 됩니 다. 그 정도 정보는 얼마든지 얻어 낼 수 있습니다.”
“뭐, 그렇기야 하겠지만.”
방진훈은 여전히 껄끄러움이 가시 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중 방진훈이 가장 오랜 세월 동안 국가와 평범한
이들의 시선을 피하며 살아왔기 때 문일 것이다.
“들어오라고 해.”
“예.”
이현수가 밖으로 나갔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들 어온 이현수의 뒤로 생소한 얼굴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가 가볍게, 아주 가볍게 목례를 했다.
“반갑습니다. 국가정보원 이종욱 과장입니다.”
그러고는 강진호를 향해 미소 지 으며 손을 내밀었다.
방진훈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저 새끼가?’
악수.
평범하게 생각해도 국정원의 일개 과장과 총회의 회주가 나눌 만한 인 사는 아니었다. 그리고 감히 손을 먼저 내민다는 것도 거슬린다.
별것 아닌 행동이지만, 국정원에 서 근무하는 이가 이런 일련의 행동 이 뭘 의미하는지 모를 리가 없다. 함께 일을 하지만, 자신은 총회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지의 표현이 다.
방진훈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게 손을 뻗어 이종욱의 손을 맞잡았다.
“반갑습니다. 강진호입니다.”
“아, 예.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 다.”
악수를 끝낸 이종욱이 살짝 놀란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걸 받아?’
당연히 트러블이 생길 거라 생각 했다. 그리고 그 트러블을 만들어내 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강진호는 대 수롭지 않게 그의 악수를 받아줬다.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말이다.
‘심기가 깊어 이러는 건지, 아니
면 정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건 지.’
어느 쪽이든 강진호에 대한 평가 에 대범하다는 말 하나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앉으시죠.”
강진호가 가리키자, 이종욱이 고 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 사람이……
이종욱은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 다.
지금 그의 앞에는 강진호가 아닌 다른 이들도 앉아 있다. 그들의 면 면을 확인하니 마른침이 절로 넘어
간다.
직업의 특성상 꽤나 거물들을 자 주 본 이종욱이다. 그렇기에 알 수 있다. 지금 그의 앞에 앉아 있는 이 들은 진짜 거물들이다. 딱히 직위나 신분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이들은 아프리카 내전의 한 중간에 던져 놔 도 알아서 치고 올라와 거물이 된 다.
하지만 위화감이 드는 진짜 이유 는 바로 강진호였다.
‘아무것도 안 느껴져.’
다른 이들에게서는 거물이라는 느 낌이 확실히 느껴지지만, 강진호에
게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찾아볼 수 가 없다. 얼굴을 무척이나 잘생겨서 눈에 띄지만, 그것뿐이다.
길에서 마주친다면 얼굴이 아닌 다른 부분에는 관심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자가 회주고, 지금 그의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은 총회의 이사 들이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래, 무슨 일로?”
“아, 죄송합니다. 생소한 환경이 라……
이종욱이 살짝 심호흡을 하고 입
을 열었다.
“중국으로 들어가시면 저희와 협 조를 하셔야 합니다.”
방진훈의 눈이 점점 더 날카로워 졌다.
‘이 새끼가 진짜.’
말투나 화법 자체가 윗사람을 대 하는 게 아니다. 강진호와 대등하게 굴고 있다. 당연히 방진훈은 이런 짓거리를 용납하기 힘들었다.
“어이, 너.”
강진호가 살짝 손을 들어 방진훈 의 발언을 막았다.
영 못마땅한 얼굴의 방진훈이지 만, 강진호가 막아선 이상 더 이상 은 입을 열 수 없다. 특히나 다른 이가 있는 앞에서는 더더욱. 강진호 의 위신을 그가 깎는 주객전도가 벌 어져서는 안 되니까.
“협조라면?”
“타깃의 이동 경로와 상황을 저희 가 실시간으로 파악할 겁니다. 그 정보를 전달해 드릴 방법을 말씀드 리러 왔습니다.”
“굳이?”
“도청의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
아서입니다. 회주님이 감시 대상인 지는 저희도 파악하지 못했지만, 만 에 하나의 가능성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홈.”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굳이 필요 없겠는데.”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그런 걸 들어도 잘 모릅니 다. 이 실장과 상의하시죠.”
“회주님, 이 일은……
강진호가 이종욱을 똑바로 바라보 았다.
“문제 있습니까?”
“중국에는 저와 이 실장이 같이 갑니다. 이 실장을 신뢰하지 못한다 면 나도 신뢰하지 못하는 겁니다. 서로 신뢰가 없다면 굳이 시간 낭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이종욱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야 무슨 생각을 하든, 겉으 로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가 가장 먼저 받은 교육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 럼 그 문제는 이 실장과 상의하겠습 니다. 그리고 회주님께는 따로 드릴
말이 있습니다.”
“하세요.”
“주변을 물려주실 수 있겠습니 까?”
“굳이?”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가시고 나면 들은 이야기는 토씨 하나 안 빼고 할 생각인데, 여러 사 람이 지켜보는 게 불편해서 비켜 달 라는 거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종욱의 표정이 살짝 변할 뻔했 다.
담담한 얼굴로 딱히 사람을 몰아 붙이지도 않으면서 속을 뒤집어놓는
다.
‘아니, 의도한 것도 아닌 것 같 군.’
이 사람은 그냥 솔직한 것뿐이다.
태생이 그런 사람인지, 아니면 굳 이 이종욱 따위에게 솔직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 지만…….
“예. 그럼…… 그냥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 겠습니 다.”
“네.”
이종욱이 슬쩍 주변을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정부
는 이 일에 관여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 회주님이 중국에서 암살에 실 패하거나, 실패 후 체포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정부는 회주님의 구제를 위한 어떤 행위도 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 주십시오.”
빤한 소리였다.
하지만 저쪽에서는 언급할 의미가 있을 것이다. 몇 번이고 다시 확인 해도 모자라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이종욱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정보를 전하는 것에 대 해 우선은 죄송스러운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리기광의 호위가 예상 이상으로 늘어날 것 같 습니다.”
“호위?”
“예. 북한에서 넘어오는 수도 늘 어났지만, 중국에서 리기광을 위해 호위를 따로 준비한다는 정보가 있 습니다.”
이현수가 눈을 좁혔다.
“그거, 다시 말하자면……
아무런 이유 없이 호위가 증원될 리가 없다.
“이쪽의 정보가 샜다는 소리 아닙 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의 보안은 완벽……
“이 쓰레기 같은 새끼가 어디서 약을 팔고 있어!”
순간, 더는 참지 못한 방진훈이 벌떡 일어나 이종욱의 멱살을 잡아 자신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반사적으로 품 안의 권총을 잡으 려 했지만,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그의 손을 막았다. 전신이 통나무처 럼 뻣뻣하게 굳는다.
“이 새끼들이 지들 정보 관리 못 해놓고 그걸 태연하게 처 씨부리고 있어? 야! 너, 우리가 호구로 보이
냐? 그 모가지 꺾어놔야 사태 파악 하겠어?”
“오, 오해…… 오……
“오해는 이 좆같은 새끼가.”
“방 이사.”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려놓고 이야기하지.”
“하지만 회주님.”
“병아리 때린다고 뭐가 달라지겠 어. 어차피 자기들이 직접 말하기 민망하니까 보낸 것 같은데.”
방진훈이 슬쩍 이중욱을 보고는 던지듯 내려놓았다.
“쿨럭! 쿨럭!”
이종욱이 한 손으로는 목을 부여 잡고, 다른 손으로 품 안의 권총을 움켜잡았다. 뭔가를 해보겠다는 게 아니라 본능적인 자기 보호였다.
“이종욱이라고 했나?”
이종욱이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가 천천히 다리를 꼬고는 한 손으로 홀러내린 앞머리를 쓸어 넘긴다. 그러자 이현수가 공손히 강 진호에게 담배를 넘겼다.
찰칵.
담배에 불을 붙여 입에 문 강진
호가 천천히 연기를 내뿜는다.
“처음부터 이야기해 봐. 하나도 빼지 말고. 생각은 그 뒤에 하지.”
그제야 이종욱은 알게 되었다.
왜 이 사람이 총회의 회주인지.
분위기가 바뀌는 순간, 사람이 달 라진다. 평범한 청년은 어디론가 사 라지고, 피에 굶주린 야수가 그의 앞에 앉아 있다.
“시작하지.”
이종욱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