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03)
마존현세강림기-1305화(1302/2125)
마존현세강림기 53권 (11화)
3장 출발하다 ⑴
이현수는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돈 굳었다.’
물론 총회는 돈이 많다.
하지만 돈이라는 것은 아끼면 아 낄수록 좋은 것이다.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해치워야 한다.
“그렇게 좋냐?”
“당연한 말씀을.”
“난 좀 껄끄러운데.”
“예?”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쪽의 부탁으로 가는 일 이라지만, 그래도 세금이잖아.”
“에헤이, 우리 회주님 또 순진한 소리 하신다.”
“ 응?”
이현수가 혀를 차며 말했다.
“세금이 헛된 곳에 쓰이는 것은 아까운 일이고 당연히 지양할 일입
니다. 하지만 그건 편성되기 전의
이야기죠.”
세금이 어찌 돌아가는지 전혀 모 르는 강진호는 그저 눈만 끔뻑였다.
“저희가 돈을 달라고 하면 저놈들 이 새로 세금을 편성해 끌어오는 게 아닙니다. 이미 활동비로 배정된 돈 에서 저희가 요구한 지출을 지불하 는 거죠.”
“그게 뭐가 다르지?”
“저희가 돈을 아무리 많이 써도 세금이 낭비되는 게 아니라, 저 새 끼들 저녁밥이 코스 요리에서 삼각
김밥으로 바뀌는 것뿐입니다.” 강진호의 눈이 살짝 떨렸다.
“어?”
“저 새끼들 보니까 활동비 제대로 해 먹는 모양이더라고요. 아까 옷 입고 온 거 보셨습니까? 그거 명품 입니다. 공무원 주제에 명품이라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말이 되지, 그게 말이 왜 안 되 냐.
국정원 소속인데다 해외 부서면 위험수당도 많이 받을 테고, 그리고 원래 집이 잘살아서 그럴 수도 있잖 아.
왜 세상을 그리 삐딱하게…….
“여하튼, 저희가 쓴다고 혈세를 낭비하는 건 아니니까, 걱정 안 하 셔도 됩니다.”
위긴스가 옆에서 피식 웃었다.
“인성이야 끔찍하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실 저런 정보원들은 활 동비를 듬뿍 챙기기 마련이니까요.” 강진호가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눈먼 돈은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임자인 법이죠. 그리고……
위긴스가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보상이기도
하고, 저희가 나서서 저쪽 일도 대 신 처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 겠습니까? 이 정도 대가는 받아도 된다고 봅니다.”
기묘한 셈법이다.
하지만 이현수와 위긴스는 서로의 의견이 맞는지 마주 보며 고개를 끄 덕이고 있었다.
‘물들지 말아야겠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 었다. 두 사람을 매우 존중하지만, 둘의 사고방식까지는 닮고 싶지는 않은 강진호였다.
“그래서 그 이 과장은?”
“돌아갔습니다. 어깨가 축 처져서 가더군요.”
“좀 가엽던데.”
방진훈이 코옷음을 쳤다.
“그 새끼는 좀 당해도 됩니다. 일 단 대가리 들이밀고 들어올 때부터 기선 제압하려는 놈은 조인트 까이 고 바닥을 굴러봐야 정신을 차리는 법이지요.”
방진훈은 이종욱이 영 마음에 들 지 않는 얼굴이었다.
“뭐가 그렇게 깐깐해?”
방진훈이 얼굴을 실룩였다.
“깐깐한 게 아니라 별것도 아닌
것들이 회주님을 무시하려 들잖습니 까.”
“호오?”
위긴스가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 렸다.
“방 이사의 로드에 대한 충성심을 다시 평가해야겠는걸. 장민 장로님 이 경쟁심을 느끼겠어.”
방진훈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에이, 그런 게 아니라 회주님을 무시하는 건 총회 전체가 무시당하 는 거나 다름없어서 그런 겁니다. 그리고 저 새끼도 미친놈이지, 어디 제까짓 게 회주님께 틱틱거립니까?
모가지를 뒤로 접어버릴라.”
위긴스가 고소를 머금었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
총리와 대등하게 거래하는 강진호 다. 그것조차 강진호가 정권을 존중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이트들은 각국의 수상 외에는 윗사람을 두지 않지.’
위긴스가 영국의 나이트로 활동할 때는 여왕과 총리를 제외하고는 누 구도 그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었 다. 무인계를 대표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심지어 강진호는 유럽에서 나이트
가 가지는 지위와 격을 깔끔히 능가 하는 총회의 회주다. 감히 이종욱 따위가 목을 세우고 달려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국정원장이 직접 오더라도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할 판에 국정원의 과 장 따위가 맞먹으려 하다니.
유럽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그 자리에서 목이 날아가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아직 체제가 확립되지 않아서 그 런 거 아니겠나.”
유럽이야 정부가 아닌 왕국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오랫동안 정권과
무인계가 공존해 왔다. 하지만 한국 은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에서 체제 의 기반을 다지는 상황이다.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좋 을지 기준이 없었다. 그렇기에 문제 가 생겨 삐걱대는 것이다.
“그러니까 더 단호하게 잡아야죠. 그래야 저 새끼들이 함부로 못할 것 아닙니까?”
“흐음, 맞는 말이군. 너무 얌전했 어.”
듣고 보니 방진훈의 말이 맞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상황에 따 라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달렸다.
무례를 범한 이를 용인하고 웃어 버리면, 이쪽을 호인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만만하게 여기기 마련이 다.
“한 번 버릇을 고쳐 주는 것도 나 쁘지 않았을 텐데.”
이현수가 가슴을 편다.
“괜찮습니다. 제가 성심성의껏 최 선을 다했습니다.”
이현수가 검지를 펴 까딱거리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저희가 괴롭히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원래 진짜 괴로움은 직속 상사에게 당할 때 극대화됩니다. 아 마 저거 결제 받으려면 지옥을 봐야 할 겁니다. 한 네 단계쯤 올라가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을걸요? 이왕이면 총리까지 결제가 올라가면 좋겠는데.”
‘독한 새끼.’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 올 새끼.’
새삼 이현수가 어떤 인간인지 실 감하는 이사들이었다.
“여하튼, 이현수와 나는 중국으로 넘어가야 하니, 자리를 비울 동안
회를 부탁한다.”
강진호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 다.
“걱정할 것 없다, 주인.”
바토르가 콧김을 뿜었다.
“이쪽이야 이제 별일 없지 않나. 그보다 무슨 일 생기면 바로바로 연 락하면 좋겠다. 먼 땅에서 주인에게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상상하고 싶 지 않으니까.”
“약속하지.”
강진호가 고개를 슬쩍 돌려 이현 수를 바라보았다.
“경보기도 가져가니.”
“일 초의 지체도 없이 바로 연락 을 드리겠습니다.”
이현수는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저는 절대 죽고 싶지 않으니, 조 금이라도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지체 없이 지원을 요청할 겁니다. 설령 나중에 이 일을 계기로 사건이 커져 전면전이 벌어지더라도 제게 욕하지 마십시오.”
이건 뭔가 다른 의미로 걱정됐다.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로드께서 안전하게만 돌아오시면 됩니다.”
“그래, 그럼 회를 부탁하지. 출국 하기 전까지는 회에 나올 일이 없을 것 같군.”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중하십시오.”
“공항에서 배웅해 드릴까요?”
“아니, 제발……
“왜요, 현수막도 해드릴 수 있는 데.”
방진훈의 너스레에 강진호가 고개 를 절레절레 젓고는 걸음을 옮겼다.
“연락드리겠습니다, 회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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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배웅을 받으며 강진호가
밖으로 나섰다. 그러고도 한참을 그 대로 앉아 자리를 지키던 이사들은 멀리서 낮은 배기음이 멀어져 가는 소리까지 듣고 나서야 안색을 바꿨 다.
“바토르 님.”
“그래.”
“유사시에 몽골 쪽으로 탈출 루트 를 잡을 수 있습니까?”
“가능하다.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이들을 모조리 국경으로 이동시켜 두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흑왕의 영 역을 지나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 린다.”
“흑왕은 확실한 적이라고 할 수 없으니 그쪽도 염두에 둬야겠군요. 그리고 방 이사님?”
“걱정 마십쇼.”
방진혼이 어깨를 으쓱했다.
“공해에 띄울 배는 이미 수배해 뒀습니다. 한마디만 하시면 훈련받 은 놈들이랑 중국으로 돌입할 겁니 다.”
“좋습니다.”
위긴스가 턱을 긁었다.
“일단 저는 원탁에 요청해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마법사를 수배하고 있습니다. 저 혼자만으로는 어려운
거리라도 도와줄 이가 있다면 돌입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리 고……
위긴스가 차가운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너는 구 조에서 배제된다. 알고 있겠지?”
“당연한 말씀.”
이현수가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답했다.
“1차 구출 목표는 무조건 회주님 입니다. 사부님이야말로 흔들리지 마십시오. 1초에 운명이 갈릴 수 있 습니다.”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다.”
“그럼 안심이구요.”
이사들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번 일은 강진호가 나서는 게 맞다. 자신들이 나서서는 해결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그게 강진호에 게 일을 떠넘기고 안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강진호를 잃는다면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들의 의미가 사라진다. 그렇 기에 유사시 강진호를 탈출시킬 루 트를 몇 개나 확보해도 부족하다고 느꼈다.
물론 이 이야기를 강진호 앞에서
한다면 쓸데없는 짓거리라고 면박이 나 주겠지만 말이다.
“이 실장.”
“예.”
“국정원을 역으로 감시할 수 있 나?”
이현수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쉽지는 않겠지만……
“루트를 생각해 봐. 저들은 이제 우리에 대해 너무 많을 걸 알고 있 어. 단순한 정보원이라면 모를까, 저 들은 기관이다. 기관이라면 획득한 정보를 활용해 어떻게든 이득을 보 려 하는 법이지. 저들의 움직임을
놓친다면 훗날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만들어내겠습니다.”
“좋아.”
위긴스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루트가 생각나면 바로 이 쪽에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원래 동원하려던 것 이상의 병력을 동원 해야겠습니다. 중국 정부 쪽으로 정 보가 새어 나갔다면 홍왕계가 습득 했을 확률도 높으니까요.”
홍왕계.
그 이름이 나오자 분위기가 싸늘
하게 가라앉았다.
누군가는 홍왕의 이름을 떠올리 고, 누군가는 차이커창의 이름을 떠 올렸다.
어떤 이름이든 숨통을 조이기에 충분한 이름이다.
“이번 일만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총회의 영향력은 확고해집 니다. 회주님은 간단한 일로 생각하 시는 모양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복 잡하고 민감한 문제입니다. 다들 알 고 계시겠죠?”
“물론이다.”
바토르와 방진훈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아시아의 민감한 정세야 위긴스 보다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상황이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겠 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챙길 여 력은 없습니다. 회주님이 중국으로 떠나시는 그 순간부터 총회의 모든 전력은 오로지 회주님의 안전을 확 보하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그러니 다들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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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파
에 등을 기댔다.
‘북한, 그리고 중국이라…… 느낌이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 총회의 입장에서 가장 껄끄 러운 두 이름이 동시에 엮인 상황이 다. 위긴스조차 북한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얽힐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어쩌면 일이 커질 수도 있겠군.’
동아시아라는 화약고는 이미 불이 붙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한국의 무인계가 일본을 점령해 버 린 이상 이제는 되돌릴 수 없었다. 중국도 이제 한국을 잠재적인 적이 아니라 실질적인 적이라 간주할 테
고, 다른 국들의 시선도 한국에 집 중될 것이다.
‘위기 혹은 기회겠지.’
이번 중국행으로 결정이 날 것이 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