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1)
마존현세강림기-131화(131/2125)
마존현세강림기 6권 (6화)
2장 행동하다 (1)
국방부의 시계는 참 이상한 것 중의 하나였다.
가만히 시간이가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사람을 놀리는 듯이 느릿느 릿 초침을 움직이지만, 막상 시간을 잊고 살다 보면 언제 시간이 이만큼 이나 흘렀는지 놀랄 만큼 빠르게 지
나가 있기도 했다.
강진호는 상병이 되었다.
일병이 된 지 얼마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상병을 달다니, 시간이 참 빠르구나 싶었다.
하지만 상병이 되고도 강진호의 생활은 그리 달라진게 없었다. 달 라진 것은 되레 그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었다.
“장재환.”
“일병 장재환!”
“빨래가 덜 됐어.”
“지, 지금 말리고 있습니다.”
“어제 해야 하는 빨래 아니었나?
그런데 왜 빨래가 오늘 마르고 있는 거지?”
“고치겠습니다.”
“나는 그저 왜 어제 해야 할일이 오늘로 밀렸는지를 묻고 있는 것뿐 이야.”
“ 그게……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 었나?”
“죄송합니다!”
장재환이 땀을 뻘뻘 홀리기 시작 했다. 보다 못한 성태호가 강진호를 말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진호야.”
“상병 강진호.”
“애들 좀 그만 잡아라. 탈영하겠다.”
“저는 그저 물은 것뿐입니다만?” 성태호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강진호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보아온 강진호는 후임를 괴롭히는 것에는 일절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선임에게도 관심을가지지 않는 강진호인데 왜 후임을 괴롭히겠는가.
하지만 당하는 후임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야, 장재환.”
“일병 장재환.”
“그냥 그럴 때는 이유를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고 내가 몇 번 말하냐?”
“죄송합니다.”
“꾜으응.”
비단 장재환만을 탓할 일은 아니 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나도 이걸 하는데, 너는 왜 이걸 못하니’ 라는 것을 강진호 때문에 알게 된 성태호였다.
만약 사단장이 완전군장을 메고
행군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아랫사람들도 당연히 완전군장을 메야 한다.
사단장이 너희는 체력이 약하니까 적당히 해도 된다고 말한다 해서 그 말대로 적당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저……” 씨, 퇴근 안 하는 부장 같은 놈’.”
그나마 회사 부장님은 퇴근 안 하는 대신에 일이라도 별로 안 하지 않는가. 강진호는 상병이 된 지금도 이등병 때와 그리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애들을 시켜도 될 짬이건 만, 자신의 일은 죽어도 자기가 알 아서 하는 강진호였다. 그 와중에 분대의 일까지도맡아 하고 있으니, 아랫것들은 딱히 강진호가 뭘 시키 지 않아도 항상 좌불안석이었다.
“끄으웅”
“장재환 일병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보이냐?”
“이러다 원형 탈모 오지 말입니다.”
“끄응.”
머리라도 길면 모를까, 이 짧은
머리에서 원형 탈모가 오면 그만큼 우스운 일이 없었다.
“강진호 상병님은 뭐하시냐?”
“지금 개인 정비하신다고 빨래 빨 러가셨지 말입니다.”
“빨래 빨았잖아?”
“……마음에 안 드시는 모양입니다.”
“끄으으응.”
장재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군대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아랫 놈들을 제 장난감으로 아는 선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동화
책에서 나온 것 같은 선임이다. 아 랫것들을 존중하며 절대 괴롭히지 않고 잘해주는데, 자기는 FM이다.
그러고는 말한다.
‘이게 어려운가?’
장재환의 인내심이 깊지 못했다면 언젠가 한번은 ‘그럼 어렵지, 안 어렵냐!’를 외치고 말았을 것이다.
“사람이 다 자기 같으면 세상이 왜 이렇겠냐고.”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알 것 같았다.
“조금 있다가 장구류 검사하신다
고 하셨지 말입니다.”
“ 끄으으응.”
장재환이 얼굴을 감쌌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총기 정비 상태를 검사 받는다고 해서 죽어라고 깨끗하게 닦아두었더니, 제대로 보지도 않고 다시 정비 해 오라고 하는 강진호였다. 그래서 항의를 했더니, 말도 없이 자신의 총을 보여준다.
“……새건 줄 알았지.”
“총에서 광나는 거 처음 봤지 말 입니다.”
“인간적으로 총을 그렇게 만들어
놓는 것도 전투력 낭비 아니냐? 어 차피 전쟁 나면야전에서 구를 건데.”
“그런데야전에서도 강진호 상병 님 총은 반짝반짝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들으니 또 그랬다. 그리고 그게 더 소름이 돋는다.
“그래도 강진호 상병님이 먹을 건 잘 人} 주시지 않습니까?”
“많이 먹고 열심히 일해라 같지 않냐?”
“……그런 느낌이 조금은 있지 말
입니다.”
이미 포대 전체에 강진호의 악명은 자자했다.
‘이등병 때부터 그랬다던데.’
얼마 전에 전역한 전혁수 병장은 후임들을 괴롭히는 것을 취미로 삼 고 있던 사람이었다. 구타나가혹행 위를 하지는 않지만, 항상 짓궂은 장난을 치고는 했다.
하지만 그런 전혁수 병장도 강진호 상병만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쟤는 그냥 없는 사람 치는게 속 이 편하다.”
명언 중의 명언이지만, 선임은 몰 라도 후임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서글픈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포대 내의 병장들도 아무도 강진호 상병에게는 딴지를 걸지 않았다.
“그래도 대단하지 않습니까?”
“뭐가?”
“하는 것마다 다 잘하지 않습니 까. 저희 들어오기 전에 유격 최우 수 올빼미였다던데, 그거 말고도 전 투력 측정 나가서 1등해서 휴가증 따오고, 응급처치 파견가서 1등해 서 휴가증 따오고……
“휴가 머신이지.”
그리고 그 휴가증은 고스란히 그 들에게 돌아왔다. 강진호 상병은 지 금 있는 휴가도 다 나가기 어렵다면 서 휴가증을 따는 족족 분대원들에게 돌렸다.
“……사람이라도 나쁘면 한번 반 항이라도 해보겠는데 말이야.”
전혁수 병장이 전역하자마자 분대 내에 전해지던 부조리를 모조리 없 앤 것도 강진호였다. 성태호 역시 강진호의의견에 동의해 주었기에 찰리 포대에서가장 악명 높던 3분 대가 순식간에 포대에서가장 민주
적인 분대가 될 수 있었다.
“그럼 뭐하나.”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가 이 렇게 무서운 일일 줄이야. 그냥 군 인을 FM대로 돌리는 것만으로가 혹행위 이상의 스트레스를 줄 수 있 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진귀한 경 험이었다.
군 실무자 놈들은 다들 미친놈이 틀림없다. 아니면 자기들도 절대로 FM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고 규범을 만들었든가.
“그래도 옆 분대 동기 말 들어보 면 관물대 정리 잘 안 되어 있다고
엎어버렸다는데, 그거에 비하면 우 리 강진호 상병님은 진짜 천사지 말 입니다.”
“그래. 관물대는 절대 안 건드리 고 다시 정리하라고 하지.”
“정리하고 나면 또다시! 또! 또다시!”
“진정하시지 말입니다.”
“이러다가 진짜 내가 죽지.”
그 말이 씨가 될 줄은 아무도 몰 랐다.
“장재환.”
“일병 장재환!”
“정신 안 차려?”
“죄송합니다.”
장재환은 고개를 흔들었다.
‘감기인가?’
오전부터 정신이 좀 어질어질한 느낌이었다. 어제 씻고 자라는 강진호의 말을 무시하고 씻지 않고 자서 그런지 아침부터 몸이 무거웠다.
“오늘 방열하는 거 알고 있지?”
“예. 알고 있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려.”
“예.”
장재환은 한숨을 쉬었다. 왜 오늘
같은 날 방열이란 말인가.
방열이란 포를 접었다가 탄을 쏠 수 있게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말 로 들으면 간단한 일이지만, 7톤짜 리 포를 들어서 돌리고 밀고, 해머 로 고정하고 작키로 밀어 올리는 것 까지 해야 하는 중노동인데, 이걸 타임 어택으로 측정까지 한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방열 한번을 하고 나면 진이 빠지 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을 할까?’
몸이 좋지 않다고 말을 하고 교육을 빠지는 것도 방법이지만, 내무
작업도 아니고, 방열을 해야 하는데 몸이 아프답시고 빠지는 것도 모양 새가 좋지 않았다.
자신 한 명이 빠지면 다른 분대원 들이 그의 몫만큼 더 힘든 법이다.
장재환은 고개를 젓고는 포에 달 라붙었다. 포상에 있는 포를 5톤 트 럭에 연결한 장재환이 멀찍이 떨어 져 포를 바라보았다.
“진짜 더럽게 무겁네.”
평소에도 포를 한번 들고 나면 허리가 빠지는 느낌이 났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무겁게 느 껴졌다. 아무리 두 바퀴가 바닥에
닿아 있는 상태에서 다리만 드는 거 라지만, 승용차 일곱 대의 무게를가진 포를 사람 손으로 밀어 올리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오늘만 버티면 돼.’
내일은 주말이니 쉴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오늘 저녁만 되어도 몸이 아프다고 하면 강진호의 성격상 바 로 자리를 깔고 누우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오늘 일과만 버텨내면 된다.
장재환은 그렇게 다짐하고는 앞서가는 트럭을 따라 연병장으로 내려
갔다.
“포대 전투력 측정 있는 거 알아, 몰라?”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 늦으면 어떻게 된다?”
“안 됩니다.”
포대장이 인상을 쓰고는 말했다.
“알파나 브라보한테 지면 너희는 포대장이랑 같이 죽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예!”
“쪽팔리게 그 새끼들한테 질 수는 없잖아. 솔직히 그 새끼들 비리비리
한 거야니들도 알고, 포대장도 안다. 그런데 혹시 지기라도 해봐. 내 년 전투력 측정까지 계속 놀림당하는 거야. 그 꼴 당하고 싶냐?”
“아닙니다.”
“그래. 그러니까 빡세게 훈련하 고! 빡세게 쉬자! 오늘 빡세게 하는 대신에 포대장이 주말에는 당직사관 들한테 말해서 아무것도 시키지 말 라고 해둘 테니까. 알겠어?”
“예, 알겠습니다!”
힘찬 대답이 돌아오자 포대장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준비하고.”
다들 제 위치를 찾아 섰다.
방열이야 2주에 한번씩은 꼬박 꼬박 하는 훈련이지만, 할 때마다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건 사고 전파를 듣더라도 방열을 하다가 실수로 죽는 일이 간간이 있었으니까.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해도 그 흔하지 않은 일이 내게 벌 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뛰어!”
포대장에게서 방향 지시가 떨어지 자 분대원들이 포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차량에서 분리해 낸 포를
들어 올리고 방향을 돌려 자리를 잡는다.
‘정신 차려야 하는데……
집중을 해야 하는데 자꾸 정신이 홑어지는 기분이었다. 포를 들고 다 리를 좌우로 벌린다. 선임들이 버티 고 있는 틈을 타 100kg가까이 나가는 포 발톱을 빼내 옮기던 와중 갑자기 머리가 핑 돈다.
“아……”
“뭐해?”
“아, 아닙니다!”
서둘러 발을 옮기려 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바삐 발을 놀리다 보니 연병장에 움푹 꺼져 있는 아랫부분을 미처 발 견하지 못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몸이 푹 꺼지며 균형을 잃었다.
다리가 꼬인 장재환이 앞으로 쓰 러진다. 동시에 발톱을 함께 들고 뒷걸음질 치던 후임도 바닥으로 쓰 러 졌다.
“아악!”
장재환이 앞으로 쓰러지며 비명을 내지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00kg이나 나가는 날카로운 쇳덩어 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함께 넘어
진 후임의가슴 쪽으로 떨어지는 광 경이 눈에 생생하게 들어왔다. 저걸 정통으로 찍히면가슴뼈가 함몰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