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11)
마존현세강림기-1313화(1310/2125)
마존현세강림기 53권 (19화)
4장 공조하다 (4)
“잡아야지.”
강진호가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뭔 일을 보고 온 거지?’
자리로 돌아온 최연하가 한기를 풀풀 뿜어내고 있었다. 괜스레 뜨금 한 강진호가 슬금슬금 최연하의 눈
치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이란 건 풀어주면 한없이 풀 어지는 법이지. 날을 잡아서 푸닥거 리를 제대로 해야……
최연하의 이가 빠득빠득 갈렸다.
강진호가 된서리를 피해 살짝 옆 으로 몸을 옮겼다.
절대로 저 푸닥거리에 휘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일단 지금은 몸을 사려야…….
“진호…… 아니, 철수 씨.”
“ 넵.”
“이 실장님은 원래 그렇게 뺀질거
려요?”
뺀질이라…….
강진호는 혼란에 빠졌다.
뺀질이라니, 이현수와 정말 어울 리지 않는 말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과거 영남회의 악마라 불 리던 이현수에게는 도저히 가져다 댈 수 없는 단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부정할 수가 없는 데?’
지금의 이현수를 표현하는 데 있 어서 뺀질이라는 단어보다 더 적합
한 말이 있을까?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는 좀……
“흐으으응.”
최연하가 콧김을 뿜었다.
“안 되겠네. 이 사람 좋게 대해주 려고 했는데.”
강진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모르는 척하자.’
괜히 말려들어서 피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현수의 일은 이현 수가 알아서 해야 하는 법이다.
“윗사람들은 큰일 하러 가는데,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 뒤에서 뒷담 이나 하고 있고!”
“그렇죠?”
“네?”
“그렇냐고?”
“……물론이죠.”
“그래요?”
“그럼 하나 묻겠는데, 김철수 씨 는 중국에 무슨 일로 가시나요?”
“ 네?”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 내가 말을 안 했었구나.
“……그냥 할 일이 있어서요.”
“그 그냥 할 일이 뭔데요?”
“그게••••••
사람 죽이러 갑니다.
이건 아니고.
정부에서 부탁한 일을 처리하러 갑니다.
이것도 아니고.
적당한 변명거리를 찾지 못한 강 진호의 미간이 좁아졌다. 하지만 강 진호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그 런 강진호를 구해주는 이가 있었다.
“불편한 점은 없으십니까, 손님?”
강진호가 반가운 얼굴로 승무원을 맞았다.
“괜찮습니다.”
“간단한 간식이나 다과가 준비되 어 있습니다. 그 외에 주류도 준비 되어 있으니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 든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음……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콜라 한 잔 괜찮을까요?”
“예. 그럼 시원한 콜라와 간단한 간식거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려 최연
하를 바라보았다. 최연하는 다른 승 무원에게 와인을 주문하고 있었다. 강진호를 보며 이를 갈던 얼굴과는 전혀 다른 영업용 미소가 얼굴에 가 득하다.
‘예쁘네.’
웃고 있는 최연하를 보니 아름답 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을 제외한 순수한 감탄이다.
“뭘 봐요?”
“ 네?”
숭무원이 가고 나자 최연하가 피 식 웃는다.
“아니, 힐끔힐끔 보길래.”
“예뻐서요.”
최연하가 입을 꾹 닫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강진호는 영문 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인간, 진짜 이상해.’
한 번씩 이렇게 뜬금없이 딜을 박아넣는다.
최연하가 살짝 달아오른 얼굴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 다.
“강진호 씨는 술을 안 먹네요?”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요.”
“이상하네. 술이 약해요?”
“그런 건 아니고……
강진호가 머리를 살짝 긁었다.
술이 약하다기보다는 술이 너무 세서 문제다. 딱히 내공을 이용하여 몸을 정화하지 않더라도 완벽하게 다듬어진 육체는 알아서 몸 안으로 들어온 알코올을 분해해 버린다.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결국 강진호는 술을 마실 때, 취 기 없이 오로지 술의 맛만을 즐겨야 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음료수가 낫다는 게 강진호의 생각이다.
물론 이런 이유로 술을 즐기지 않는 무인은 강진호 외에도 많았다.
‘총회 입장에서도 그게 낫지.’
웬만해서는 술에 취하지 않는 무 인들이지만, 평범한 무인들은 강진 호처럼 완벽하게 알코올을 분해할 수 없다. 때려 부으면 결국 취하는 순간이 온다는 뜻이다.
무인이 취한다?
그건 정말 끔찍한 말이다.
예전 중원에서도 취한 무인이 사 고를 치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있었 다. 평범한 이도 술을 먹으면 큰 사 고를 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 러니 무인들이 술에 취해 사고를 치 면 그건 평범한 사고로 끝나지 않는
다.
그렇기에 무인들은 자체적으로 술 을 자제하는 편이었다. 잘못했다가 는 인생이 끝나 버릴 수가 있으니 까.
“음료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카트에 간단한 안줏거리와 콜라를 가져온 승무원이 옷으면서 음료를 세팅했다.
반대편에도 와인을 세팅하기 시작 했다.
강진호는 살짝 불편한 표정을 지 었다.
‘예전에는 이런 게 당연했는데.’
그가 마교의 교주이던 시절에는 물 한 잔 마시는 것조차 시비들이 들고 날랐다. 하지만 이 세상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자신이 해도 되는 일을 남이 해주는 게 영 불편하다.
“감사합……
가볍게 인사를 하려는 강진호의 귀에 살짝 긴장한 목소리가 들렸다.
“땅콩은 뜯어서 세팅해 드릴까요, 아니면 그냥 드릴까요?”
강진호와 숭무원이 미묘한 표정으 로 옆을 돌아보았다. 최연하가 슬쩍 땅콩 봉지를 보고는 씨익 웃었다.
“매뉴얼에는 어떻게 되어 있죠?”
“매, 매뉴얼에는 손님께서 원하시 는 대로 세팅하라 되어 있습니다.”
“에이, 아쉽게.”
최연하가 장난기 어린 얼굴로 웃 고는 손짓했다.
“그냥 주세요. 손 있으니 제가 뜯 어도 돼요.”
“아, 그러시겠습니까? 그럼 여 기……
“손 없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말이에요.”
승무원이 무척 곤란하다는 얼굴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더 필요한 게 있으시면 벨 을 눌러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승무원들이 멀어지자 최연하가 낮 게 말했다.
“저 언니들, 땅콩 소리만 나와도 살짝살짝 경련하는데?”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든 강진호의 눈에 빨간 콜라 캔이 들어왔다.
‘오랜만인데.’
콜라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 해진다.
강진호와 같은 상황을 겪는다고 해도 사람에 따라 그리운 것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에게 있어서 이 콜라는 현대의 상징이나 마찬가 지였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 처음 돌아왔 을 때는 콜라를 하루에도 몇 캔씩 꼬박꼬박 마셨다.
단순히 콜라가 먹고 싶어서가 아 니다. 그저 뭐랄까…… 그건 강진호 가 자신이 현대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의식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현대에 적 웅하면서부터 어느 순간 콜라와 멀
어졌다.
‘초심을 잃은 건가?’
뭐, 이런 초심이라면 잃어도 상관 없겠지.
치이이익.
콜라 캔을 딴 강진호가 얼음 컵 에 콜라를 따랐다. 기포가 올라오는 콜라를 보고 있으려니 절로 웃음이 난다. 지금 강진호가 중국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도 이 기분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차가운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신 강진호가 천천히 콜라를 테이블 위 에 내려놓았다.
“맛있어요?”
“네.”
강진호가 기분이 좋은 듯 고개를 끄덕이자, 최연하가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강진호는 딱히 미식가는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미각이 그리 발달 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최연하와 함 께 다니며 고급 음식을 먹어도 딱히 감상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이 콜라 한 모금에 기 분좋은 미소를 짓고 있다.
이제는 많이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만, 가끔 한 번씩은 여전히 이해하
기 힘든 사람이었다.
“누가 보면 엄청 좋은 와인이라도 한 잔 한 줄 알겠어.”
“그거보다 이게 더 좋은 거 아닌 가요?”
“네?”
강진호가 콜라 잔을 살짝 들었다.
“많이 팔리는 게 제일 좋은 거니 까.”
“……좋은 사고방식이네요.”
확실히 그런 면으로 접근한다면 콜라가 고급 와인보다 가치 있는 음 료라 할 수 있다.
최연하가 와인잔을 가볍게 돌리고
는 살짝 입에 머금었다.
“사람이 격식이 있어야죠.”
“……맛있나요?”
“맛있죠.”
“좋은 와인인가 보네요.”
최연하가 가슴을 살짝 내밀며 턱 을 들었다.
“뭔지 모르는데?”
당신이 시켰잖아.
최연하가 살짝 목소리를 낮춰 속 삭였다.
“솔직히 나는 와인은 그냥 다 비 슷한 거 같아요. 그런데 그러면 무
식하다는 소리 들어서 아는 척은 해 야 하거든요.”
속삭이는 최연하를 보며 강진호가 옷음을 터뜨렸다.
강진호는 최연하의 이런 면이 재 미있다. 뭔가 털털한 듯하면서도 어 설프고, 그리고 어설픈 듯하면서도 빈틈없는.
다른 사람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 는 매력이다.
“그냥 탄산 있는 거랑 탄산 없는 걸 구분하는 정도? 탄산 없는 걸 선호하는 편이죠.”
“그건 저랑 다르네요.”
강진호는 이왕이면 탄산 있는 쪽 이 좋다.
강진호가 가만히 콜라를 바라보았 다.
‘재미있지.’
세상을 뒤엎는 무력을 갖췄음에도 설탕물에 이산화탄소를 녹이는 것만 은 할 수 없었다. 어떻게 화학적인 지식이나 실무적인 지식이 조금이라 도 있었다면 시도라도 해볼 수 있었 겠지만, 당시의 강진호에게는 불가 능한 일이었다.
이 세상처럼 지식을 얻을 수 있 는 창구가 없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강진호에게 이 콜 라는 현대의 상징이고, 무학으로 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사 실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
과거의 무력을 되찾기 위해 최선 을 다하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부 분을 채우기 위해 총회도 발전시키 고 있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
강진호의 무력으로도, 총회의 힘 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은 분명 존재 한다. 그 선을 넘어 할 수 없는 것 을 억지로 하려 드는 순간, 강진호
와 총회의 몰락이 시작될 것이다.
그럼…….
지금 강진호가 지켜야 할 선은 어디 일까?
“손님.”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이제 곧 공항에 도착합니다. 치 워 드릴까요?”
“아, 잠시만요.”
강진호가 잔에 따른 콜라를 깔끔 하게 원샷해 버리고는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부탁합니다.”
“네. 실례하겠습니다.”
간식거리와 잔을 수거한 승무원이 카트를 밀고 나갔다.
‘금방이네.’
인천에서 베이징으로 이동하는 데 겨우 두 시간. 예전이었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속도다.
세상은 점점 무인의 자리를 용납 하지 않는다.
그들만이 할 수 있던 것은 점점 사라지고, 그들이 할 수 없는 것들 이 늘어난다.
강진호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과거의 무력.
무학이 정점에 달하던 시기의 유
산을 고스란히 몸에 지닌 강진호가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있을까?
신을 믿지 않는다.
세상의 법칙 같은 것도 믿지 않 는다.
하지만 강진호는 인간이 경험하지 않았어야 하는 일들을 이미 경험했 다.
‘어렵군.’
강진호가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밀어냈다.
지금은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아 도 좋다. 지금 그에게는 할 일이 있 으니까.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 고 해내다 보면 언젠가는 그가 궁금 해하는 것에도 도달할 수 있을지 모 른다.
안전벨트 등이 켜지는 것을 본 강진호가 군말 없이 안전벨트를 맸 다.
‘중국이군.’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진정시키 며 강진호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 끝은 조금 전부터 절로 들썩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