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12)
마존현세강림기-1314화(1311/2125)
마존현세강림기 53권 (20화)
4장 공조하다 (5)
다행히 수속은 별문제 없이 끝났 다.
국정원이 만들어준 위조 여권이 워낙 깔끔해서인지, 아니면 담당 공 안들이 나태해서인지 입국 심사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혹여 이들이 빤히 알면서 강진호
들을 함정에 빠뜨릴 수도 있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가능성도 배제되었 다. 이들이 연기를 했다면 강진호가 그 낌새를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으 니까.
여하튼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온 이현수는 흐뭇한 얼굴로 소리쳤다.
“아, 미친 미세먼지! 사람 뒈지겠 네!”
앞이 안 보인다.
딱히 중국을 실드 쳐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만, 중국이 한국에 억하 심정이 있어 한국으로 미세먼지를 보내는 건 아닌 모양이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숨 쉬는 데 불편한 점은 없는 수준인데, 북경은 과장 조금 보태면 화생방실에 들어 와 있는 느낌이었다.
“마스크! 마스크!”
이현수가 서둘러 준비해 온 마스 크를 강진호와 최연하에게 내밀었 다.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마스크 를 바라보자, 이현수가 정색을 했다.
“쓰시죠, 김철수 씨.”
너는 지금 무인 강진호가 아니라 사업가 김철수니 그냥 닥치고 마스
크를 쓰라는 뜻이었다.
“굳이?”
“얼굴도 가릴 겸.”
요 o ”
M.
강진호가 묘하게 마음에 들지 않 는다는 얼굴로 마스크를 받아 들고 는 착용했다. 최연하도 이현수가 내 민 마스크를 낚아채듯 가져가 착용 했다.
그 손길에서 차가움을 느낀 이현 수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도 마스크 챙겨 줬으니, 때 려도 한 대 덜 때리고, 욕을 해도 한마디 덜 하겠지.’
예로부터 뇌물은 경색된 인간관계 를 푸는 데 가장 좋은 처방이 아니 던가.
“저희 건 없습니까?”
“ 응‘?”
은근슬쩍 마스크를 바라는 이들을 보며 이현수가 얼굴을 확 일그러뜨 렸다.
“이 새끼들이 빠져 가지고. 니들 이 사 와서 갖다 바쳐도 모자랄 판 에 나한테 니들 마스크까지 챙기라 고? 개념은 한국에 두고 왔냐? 중 국에 오니 총회 생활 끝난 것 같 지‘?”
“입에다가 방독면 필터 박아버리 기 전에 빨리 마스크 안 구해 와?”
“거기 많이 남는 것 같은데……
“안 돼. 하루에 세 번씩 갈아 쓰 려면 두 분 체류 기간 동안 이 한 통 다 쓴다. 우리 건 없어.”
“와……
여러 의미로 대단했다.
미세먼지가 이렇게 코를 파고드는 데 자기 것도 안 챙기고 상사 마스 크의 여분까지 확보해 놓는 저 철저 함을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나중에 보충해도 될 걸 부득불 안고
죽으려는 저 미련함을 욕해야 할지.
“북한에서도 이러지는 않았습니 다.”
“중국도 마찬가집니다.”
“그럼 돌아가든가, 이 새끼들아.”
“……내가 설마 내 눈으로 북한보 다 더한 꼴을 볼 줄이야.”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아, 돌아가라고!”
투덜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지만 이현수는 깔끔하게 그 불만을 무시 했다.
여하튼 요즘 것들은 근성이 부족 하다니까.
“이럴 게 아니라 얼른 이동하시 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항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지만, 괜히 이 곳에 오래 머물다가 강진호를 아는 이들과 마주칠 수도 있다.
지금 강진호는 신분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
“어디로 가지?”
“일단은 호텔로 가야 합니다. 호 텔에 있으면 접선이 올 겁니다.”
“음, 호텔은?”
“미리 예약을 해뒀습니다. 그쪽에
서 예약해 둔 호텔을 취소하고 제가 다시 예약을 했습니다. 여기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예약을 다시 했다고?”
왜 굳이?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 새끼들이 그래도 명색이 회주 님 숙소인데 지들 마음대로 잡아놨 더라구요. 제가 또 그 꼴은 못 보잖 습니까. 그래서 준 카드를 써 괜찮 은 데로 다시 예약을 했습니다.”
“에이,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 오. 저도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까.
과하지 않게 5성급으로 잡아뒀습니
다.”
5성급에 양심?
강진호의 눈썹이 살짝 요동쳤다.
“5성급 이상도 있나?”
“사실 진짜 등급은 5성이 최고기 는 하지만, 요즘 최고급 호텔들은 광고용으로 7성급이라 주장하기도 하니까요.”
“그래?”
“네. 그런데 그게 틀린 말이기는 한데, 거짓말은 또 아닙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린가.
“워낙 고가의 호텔들이 생겨나다 보니 같은 5성급인데도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 경우도 흔하거든요. 7 성급을 주장하는 애들 중에 말만 7 성급인 애들도 많지만, 진짜 5성급 호텔이랑 같이 엮이기 억울한 애들 도 있습니다. 심정 같아서는 7성급 을 잡고 싶기는 한데, 그래도 제가 한 번 참았습니다.”
그러니까 5성급은 5성급인데, 그 중에서 너무 비싸지 않은 가성비 좋 은(?) 5성급을 잡았다는 말이다.
이걸 양심적이라고 해야 할지, 양
심을 팔아먹었다고 해야 할지.
여하튼 정의 내리기 어려운 놈이 었다.
“일단 가지.”
“예.”
“그럼 최연하 씨, 아니, 최 이사 님은……
“아, 최 이사님 호텔도 제가 예약 했습니다. 같이 가시면 됩니다.”
강진호의 얼굴이 좀 더 미묘해진 다.
“그건 공금……
“그건 MK 법인으로 긁었습니다.”
철저하다.
공격할 틈을 주지 않는다. 미묘하 게 뭔가 울컥하는 느낌을 받은 강진 호가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켰 다. 하지만 심호흡을 할 때마다 미 세먼지가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라 진정이 되기는커녕 화만 더 나는 것 같다.
“그럼 일단은 택시를 타야 하나?” 강진호들만 있다면 걸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최연하 가 걸렸다.
“후후후후후.”
이현수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중국까 지 와서 택시라니요. 제 준비성을 뭘로 보시고?”
강진호의 눈에 불안이 어리기 시 작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이현수가 불안 해진다. 슬슬 사람이 미쳐 간다는 느낌이 드는 건 강진호의 착각일까, 아니면…….
그 순간, 강진호의 눈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공항 앞 혼잡한 도로 위로 한 대 의 차가 들어온다. 차가 끝을 모르 고 줄지어 선 도로에 차 한 대 들
어선 것 정도야 눈에 띌 일도 아니 건만, 강진호를 비롯한 모두가 시선 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 다.
길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검은 세단은 좌우로는 조금 넓은 정도에 불과하 지만, 앞뒤로는 기이할 정도로 길었 다.
차가 가지는 주행 능력은 완전히 포기하고, 오로지 공간과 안락함에 모든 것을 바친 차량.
그러니까…….
“짜잔, 제가 리무진을 불렀습니
다.”
“야, 이……
미친놈아!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강진호가 두통이라니.
나름 위대한 업적이라면 위대한 업적이다. 이만큼이나 단련된 무인 의 뒷골을 당기게 만들 수 있는 이 가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슬금슬금 다가와 바로 앞에 정차 한 리무진을 보고 있으니, 식은땀이 전신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었다.
“타시죠.”
“..이걸?”
“처음이라 그런 겁니다. 곧 익숙 해지십니다.”
“타본 적 있어?”
“당연히 없죠. 이제 저도 익숙해 질 겁니다.”
강진호의 입가가 파들파들 떨렸 다.
현세로 돌아온 이후로 이렇게까지 표정 관리가 안 된 적은 이번이 처 음인 것 같다.
“이 실장.”
“예, 회장님.”
“……우리가 여기 왜 왔는지는 잊
지 않았겠지?”
“네. 물론입니다.”
이현수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러니 일단은 리무진에 타시 죠.”
강진호가 후, 한숨을 내쉬고는 고 개를 내저었다. 강진호의 허락이 떨 어지자 이현수가 재빨리 달려가 리 무진의 문을 열었다.
“이사님부터.”
“저요?”
“네.”
이현수가 에스코트를 하겠다는 듯 자세를 낮추자 최연하가 기묘한 미 소를 지으며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나쁘지 않네요.”
“이런 대접도 다 받아보고. 조금 봐줄 마음이 생기네요.”
최연하가 그렇게 웃고는 리무진에 올랐다.
아닌 게 아니라 이현수는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로 최연하의 마음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저 간신배 같은 게……
예전에도 그런 생각은 여러번
했지만, 이현수가 이 길로 들어서지 않았다거나, 과거의 왕정 시대에 태 어났으면 역사에 남을 간신이 되었 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호는 리무진에 타면서도 이현 수를 한 번 째려보는 것을 잊지 않 았다. 하지만 이현수는 그런 반응을 당연히 예상했다는 듯이 웃고 있었 다.
강진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리무진에 올랐다.
강진호마저 안으로 들어가자 이현 수가 문을 잡고는 리무진에 타려 했
다. 하지만 그 순간, 등 뒤에서 다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잠시만요, 실장님.”
“응?”
이현수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는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일행들이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희가 타고 갈 건 없습니까?”
“응‘?”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숙소 어딘지 내가 말 안 해줬 어?”
“……해주셨죠.”
“너, 중국인이잖아. 베이징에서 살
았다며?”
“그, 그렇죠.”
“그런데 뭔 탈걸 찾고 있어? 베 이징에 버스가 없냐, 지하철이 없 냐? 서울 놈이 김포공항 내려서 길 물어보는 소리 아냐, 이거.”
“한 시간 뒤에 내가 숙소 확인하 러 갈 거니까, 딴 데로 새지 말고 숙소에 처박혀 있어. 그리고 니들, 거기서 며칠 버텨야 할지도 모르니 까 먹을 것 미리 쟁여놓고.”
“확인하러 갔는데 제시간에 안 들
어와 있으면 다 뒈지는 거야. 이국 땅…… 아니, 원래 살던 땅에서 시 체 되고 싶으면 놀러 나가라.”
이현수가 한 번 그들을 쏘아본 뒤, 냉정하게 리무진에 올랐다.
부르르릉.
리무진이 부드럽게 출발했다.
남겨진 이들은 멀어지는 리무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가만히 입을 열 었다.
“저 개새끼.”
“사람 같지도 않은 새끼.”
“지들은 리무진 타고 가면서 우리 는 지하철이네. 거참, 세상.”
“우리 숙소는 어디래?”
“무슨 호스텔이라는데?”
“……차별이 이렇게 심해도 되는 거냐?”
물론 이해는 한다.
호텔에 인상도 좋지 않은 놈들이 한 번에 우르르 몰려 들어가도 눈길 을 끌기 십상이니까 숙소를 분산하 는 정도는 당연한 전략이다.
알긴 아는데…….
“그럼 자기도 우리랑 같이 가야 지!”
“내 말이!”
“더럽다, 더러워!”
모두가 상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불평불만을 있는 대로 늘어놓을
그들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한 남 자가 있었다.
“ 아니••••••
한은솔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는 왜 여기……
한은솔의 존재를 알아챈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얘는 왜 여기 있어?”
“글쎄?”
“얘라니, 이 새끼야! MK 실장님
이시란다. 모가지 뽑히기 싫으면 말 조심해.”
“아, 그래? 나이가 젊으셔서 고위 직이신지 몰랐지. 얘들아, 인사 박아 라.”
“반갑습니다, 실장님!”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잘 모시겠습니다. 나중에 말씀 잘해주십시오. 헤헤.”
“이제 어쩔깝쇼?”
한은솔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하나같이 어두운 밤길에 마주치면 방광을 자동 수축시킬 것처럼 생긴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누나, 나 좀 데려가요! 다시는 누 나가 힘들게 한다고 불평 안 할게 요!’
새삼 최연하가 얼마나 소중한 사 람인지 깨닫는 한은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