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15)
마존현세강림기-1317화(1314/2125)
마존현세강림기 53권 (23화)
5장 대기하다 (3)
날이 조금은 풀렸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사람이 가득 차면 카페 유리에 새하얀 서리가 어리지만, 지금은 투 명한 유리가 거리를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으니까.
성주찬은 유리 너머로 보이는 거
리를 보며 멍한 얼굴을 했다.
손님은 가득하고, 날은 점점 따뜻 해져 간다. 누가 봐도 좋은 일만 가 득한 날이건만, 성주찬의 기분은 전 혀 즐겁지 않았다.
“야! 커피 리필해 줘!”
“……너, 리필만 네 잔째 아니 냐?”
“무한 리필 아냐?”
“……이 가게에 점장은 나 같은 데, 왜 네가 마음대로 남의 카페의 운영 정책을 결정하지?”
“니가 그러니까 돈을 못 벌지. 요 즘 같은 시대에 리필은 당연히 해줘
야 하는 것 아냐?”
“그래, 확실히 시대가 달라지기는 했네. 백수 새끼한테 이런 말도 듣 고.”
“이 새끼가?”
성주찬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다 죽었으면 좋겠다, 진짜.’
카페를 가득가득 메우고 있는 손 님들은 모두 총회 출신들이었다. 그 날 강진호와 미팅을 한 이후로 이놈 들은 성주찬의 카페를 만남의 광장 쯤이라 여기는지, 제멋대로 찾아와 자리를 차지하고 시간을 때우기 시 작했다.
그래도 자리가 가득 차면 좋은 것 아니냐고?
‘돈도 안 되는 놈들이라고!’
카페는 회전이 생명이다. 음료를 먹고 적당한 시간 뒤에는 자리를 비 워줘야 새 손님이 자리에 앉을 것 아닌가. 아메리카노 하나 시켜놓고 다섯 시간씩 리필을 해버리면 다른 손님들이 자리에 못 앉는다.
더구나 성주찬은 이곳에서 계속 장사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단골들 이 자리를 못 찾아 다른 곳으로 가 버리면 장기적인 수익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아니, 이 새끼들아! 할 짓 없으 면 집에 가서 게임이나 하라고! 좀 꺼져!”
“뭐래, 저 새끼?”
“야! 우리가 공짜로 앉아 있는 것 도 아니고, 다 돈 내고 앉아 있는 것 아냐!”
“서비스가 뭐 이따위야! 너, 포털 조심해라. 내가 악플 테러할 거다.”
성주찬이 뒷골을 움켜잡았다.
한때는 세상에 의지할 이라고는 이놈들밖에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 다. 그 험난한 총회 생활을 함께했 다는 유대감은 감히 군대 동기 따위
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유대감 이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이 쓰레기 같은 놈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대감 은 동일하지만, 이놈들이 쓰레기라 는 사실을 더더욱 확신하게 됐다.
“왜 여기서 죽치냐고!”
“그럼 어디서 죽치냐?”
“우리도 시장 분석을 해야 할 거 아냐. 너 장사하는 것도 좀 보고.”
“그럼그럼. 회주님이 말하시길, 평 생 시키는 것만 하는 이는 그 처지 를 벗어날 수 없다. 스스로 알아서
생각하는 자만이 남에게 시키는 위 치까지 올라간다.”
“그거 실장님이 말하신 거 아냐?”
“아무튼.”
성주찬이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래서 리필 해주냐, 안 해주 냐?”
“안 해줘! 안 한다고, 새끼야! 안 돼!”
“그럼 나 마끼아토 한 잔 새로 줘.”
“예, 손님. 적립해 드릴까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눈빛에도
성주찬은 굴복하지 않았다.
“뭐뭐? 왜왜? 장사하는 사람이 장사 좀 하겠다는데, 니들이 왜! 이 쓰레기들아, 여기서 더 죽칠 거면 한 잔씩 더 시켜라! 아니면 빗자루 로 쓸어내 버릴 거다!”
카페를 채운 이들이 궁시렁대면서 도 하나둘 주문을 시작했다.
성주찬이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그들의 주문을 처리했다.
‘이 새끼들, 진짜 괜찮을까?’
아무리 봐도 이놈들이 서비스업을 하는 모습이 상상이 가질 않는다. 서비스업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손님
의 기분에 맞추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평생 그런 걸 해본 적 없 는 놈들이 이제 와 서비스업이라니.
‘정말 괜찮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가 아닌가 싶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주목.”
“뭐야?”
“누구…… 히이이익!”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바라본 이 들이 기겁하며 몸을 뒤로 당겼다.
“이현주 실장님?”
“저분이 여긴 왜?”
문을 열고 들어온 이현주를 본 이들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여기 계신 분들이 이번 프렌차이 즈 지원자들 맞지?”
반말인가, 존댓말인가.
하지만 누구도 그걸 따지고 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몇 가지 확인을 하러 왔는데, 다 모여 있나‘?”
“다는 아닙니다만, 대충은 모여 있습니다.”
괴상한 광경이었다.
여기에 모여 있는 이들은 기본적
으로 이현주보다 나이가 많다. 그리 고 이현주가 다니는 회사의 가맹점 주가 될 사람들이다.
사회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당연히 이현주가 굽실거려야 하고, 이들이 큰소리를 쳐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이현주에게 큰소리를 낼 생각을 하 지 못했다.
이현주가 안경을 쓱, 들어 올렸 다.
“시, 실장님.”
“네?”
“안경이 잘 어울리십니다.”
“아, 고마워. 근데 쓸데없는 이야
기는 안 해줬으면 좋겠네. 살짝 짜 증 나거든?”
“……시정하겠습니다.”
이현주가 심드렁하게 태블릿을 꺼 내 열었다.
“여기 없는 사람들한테는 전달해 줘. 아직 가계약서 받은 게 아니라 연락처를 확보하기 힘드네.”
“예. 저희가 전달하겠습니다.”
“회장님 지시로 가맹비를 낼 때,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 명단을 파악하고 있어. 1금융권보다 이자율 을 낮출 생각이니까, 필요한 사람들 은 회사로 연락 주면 돼. 연락처는
가계약서에 기입되어 있으니까 확인 하고.”
“이자를 받는 겁니까?”
“그럼 공짜로?”
이현주가 고개를 들었다.
“물론 회주님은 이자 없이 대출해
주라고 하셨지만……
이현주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 꼴 못 보겠는데?”
모두의 마음에 같은 심정이 떠오 르고 있었다.
‘여자 이현수다.’
‘좀 더한 면도 있어. 그나마 이현
수 실장한테는 농담이라도 걸어볼 수 있잖아.’
‘독하다, 독해.’
“그 외에 가맹 신청은 다음 주쯤 에 받을 거고, 일주일 기간 주고 신 청 끝나면 바로 교육 들어갈 거야. 확인하고.”
“예, 실장님.”
“그리고 내가 참고로 하는 말인 데……
이현주가 태블릿을 앞쪽 책상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안경을 벗더니 머리끈을 당겨 묶은 머리를 풀었다. 그와 동
시에 이현주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니들이 개념 없다는 건 아주 잘 알고 있다. 뭐, 그게 이상한 건 아 니겠지. 종회는 기본적으로 예의보 다는 실력을 중요시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니들이 교육을 받 아야 할 사람은 회장님의 아버님이 시다. 내가 미리 경고하는데……
이현주가 이를 빠득 갈았다.
“교육에는 나도 참가할 거다. 거 기서 빠진 모습을 보인다거나, 아니 면 회장님의 아버님께 무례하게 군 다거나, 혹은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
는 놈이 있으면 내가 내 이름을 걸 고 반드시 인천 앞바다에 수장시켜 버리겠다.”
이거, 농담이 아니다.
이현주가 뿜어내는 살기에 짓눌린 이들이 차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 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건 그 이후에도 마찬가 지야.”
이현주가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 다.
“교육 때 충분히 이야기하겠지만, 회장님의 아버님은 너희들의 속성을
모르시니 내가 경고한다. 혹여 가맹 점을 열고 나서 손님을 제대로 응대 하지 않거나, 제멋대로 서비스를 바 꾸거나, 불친절한 행동을 하는 놈이 있으면…… 나는 법적으로 고소 안 한다. 내가 찾아갈 거야.”
“다 뒈지기 싫으면 똑바로 하세 요. 아셨죠?”
“예! 실장님!”
대답이 우렁차게 나왔다.
이현주가 모두를 한 번 돌아보고 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MK가 자체적으로 진행하
는 첫 사업이자, 회주님의 배려입니 다. 여러분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회사는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어요.”
이건 이현주의 진심이었다.
강진호는 이들을 돕겠다는 마음으 로 가볍게 시작한 일일지 모르지만, MK의 운영을 담당하는 이현주에게 는 자신의 커리어를 장식할 첫 번째 사업이었다.
아무리 명목상 책임자는 황민수라 지만, 이현주는 그런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었다. 적어 도 MK의 이름을 달고 시행되는 모
든 일의 책임은 이현주에게 있었다.
그녀를 믿어준 강진호와 이현수에 게 보답하는 길은 어떻게든 MK를 성공시키고 성장시키는 것 뿐이다.
“저도 최선을 다해서 지원할 겁니 다. 그러니 여러분도 최선을 다해주 세요. 이해하셨나요?”
“예, 실장님.”
이현주가 싱긋 웃고는 다시 머리 를 묶었다.
‘방금 칼 날아온 것 같은데?’
‘나는 찔렸어.’
성주찬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하기야 그 피가 어디 가겠어?’
강진호의 등장 이전까지 총회의 전설이던 이중걸의 손녀다. 그리고 그 이중걸의 실질적인 후계자라고 불리던 사람이다.
그런 이가 보통 사람일 리는 없 다.
“그럼 이거 진행되면 실제 관리는 실장님이 하시는 겁니까?”
“정확하게는 사장님이 하실 거예 요. 총회와는 관련이 없는 외부에서 오신 분입니다.”
“아••••••
“단.”
이현주가 안경을 쓰며 부연했다.
“회장님이 직접 데려오신 분이시 니, 건방진 태도는 용납하지 않겠어 요. 여러분에게 평범한 사람들을 미 묘하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거기까지 제가 뭐라 고 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그 것도 사람을 가려가며 하세요. 회장 님이 데려오신 분은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입니다, 실장님.”
“저희도 그 정도 생각은 있습니 다.”
이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하는 일은 사장님께서 알지
못하는 부분을 관리하는 겁니다. 예 를 들면 여러분의 존재하지 않는 개 념을 채운다거나, 막 나가는 태도를 교정한다거나.”
이현주가 안경을 쓱, 올렸다.
“저도 될 수 있으면 말로 하고 싶 어요. 이제 시대가 달라졌으니까요. 하지만 말로 안 되는 사람에게 뭐가 약인지는 잊지 않았다는 걸 명심해 줬으면 하네요.”
차라리 반말을 해라.
왜 존댓말로 협박을 하고 그러 냐?
“카페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요.
여러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 드릴 테 니까요. 일단 기본적으로 인테리어 는 회사에서도 최상급으로 맞출 거 고, 메뉴 부분은 신경을 아예 안 쓰 셔도 될 만큼 연구할 겁니다. 그리 고 모델은 이사님이 직접 나서주실 거고, 매장마다 하루씩 방문해서 사 인도 해주실 거니까.”
“이사님이면…… 최연하 이사님이 요?”
“네.”
“쩐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퍼져 나가자
이현주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오늘 전파한 내용 여기에 없는 분들에게도 전해주시고, 가맹 을 할 생각이 확실한 분들끼리 대표 한 명 선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 요. 매번 오늘처럼 찾아오기 어려우 니까.”
“쟤한테 말씀하시면 되지 않을까 요?”
모두가 손을 들어 성주찬을 가리 켰다.
“내, 내가 왜?”
“너는 여기 항상 있잖아.”
“다른 사람은 시간을 따로 빼거나
해야 하는데, 너는 그냥 전달만 하 면 되잖아. 매번 참석할 수 있으니 최고지.”
아니, 이 미친놈들아!
왜 여기서 회의를 하는 게 당연 하다고 생각하는 건데? 여기 아직은 가맹점도 아니고, 그냥 내 카페거 든?
“그럼 주찬 씨가 해요.”
“네? 저, 저요?”
“왜요? 안 될 이유라도?”
“……아, 아닙니다.”
“네. 그럼 문제 있으면 연락드릴 게요.”
이현주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폭풍이 쓸고 간 것 같네.”
“그러게 말이야.”
이상하게 총회를 나왔는데도 총회 에 있는 기분이 드는 모두였다.